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371 - Chapter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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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그래?"백연신은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볼이 희미하게 붉어진 것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천천히 백연신이 차를 주차해 둔 곳까지 걸어갔다.한지영은 한시라도 빨리 백연신을 보내고 싶었는지 주차장에 다다르자 얼른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그럼 잘 가요."한지영이 뒤도 안 돌아보고 다시 집으로 가려고 몸을 돌리자 백연신이 한발 빨리 한지영의 팔을 낚아채 그녀를 자신의 품에 끌어안았다."아!"한지영은 그의 가슴께에 코를 부딪치고 많이 아픈지 소리까지 냈다. 이런 식으로 갑자기 부딪힌 게 이번 한 번이 아니었지만, 매번 적응되지 않았다.백연신은 허리를 숙여 입술을 그녀의 귓가로 가져가더니 나지막이 속삭였다."아까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비밀로 해주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준다고 약속했었지?""뭐... 뭐 해줄까요?"한지영은 침을 한번 삼키며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나한테 키스해. 그리고 내가 제일 좋다고 말해."백연신의 요구에 한지영이 눈을 깜빡이며 재차 물었다."여기서요?""응, 여기서."지금은 8시도 채 안 된 시간이었기에 아파트 단지를 걸어 다니고 있는 주민들이 꽤 많이 있었다. 두 사람이 있는 주차장에는 그나마 사람들이 적은 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없는 건 아니었다.한지영은 입술을 깨물고는 물었다."장소만 좀 바꾸면 안 될까요?""왜? 내가 창피해? 그래서 그래?"백연신이 눈썹까지 치켜들며 물었다."그게 아니라, 이런 곳에서 하다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뒤에서 수군거릴 게 뻔한데.""뭐가 문제지?"백연신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우리는 지금 애인 사이 아닌가? 커플이 키스하는 건 당연한 거야. 마음대로 수군대라고 해."‘하지만 우리는 얼마 안 가 곧 헤어질 거잖아요!’한지영은 다행히 속으로만 내뱉었다. 이런 ‘끝’은 서로가 알고 있음에도 굳이 꺼내지 않는 것이 예의이니까. 한지영은 백연신을 바라보았다.그는 달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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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퇴근 시간이 되고 임유진은 탁유미를 불렀다."언니, 저 내일 오후 반 차 좀 쓸 수 있을까요? 엄마 산소에 가야 할 것 같아서요."추석은 공휴일이 맞지만, 요식업계는 그런 날이면 더 바빴기에 휴가를 쓰려면 미리 말을 해줘야 했다.탁유미는 임유진의 말에 얼른 대답했다."당연하죠. 그렇게 해요. 오후에 갈 거면 내가 음식이라도 몇 가지 만들어 줄까요?""아니요, 제가 준비할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임유진은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해드리고 싶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녀는 아직 어렸고 이제는 다 컸으니 직접 요리해서 어머니께 대접해 드리고 싶었다."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조심해서 가요."탁유미는 퇴근하는 임유진을 보며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끝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탁유미는 임유진이 자기 입으로 강현수와 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했으니 임유진에게 굳이 이런 부탁을 하면 그녀가 곤란해질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어차피 이건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강현수를 찾아가 얘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임유진은 가게에서 나온 후 바로 강씨 저택으로 가지 않고 마트에 들러 음식 재료를 산 후 성묘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구매하러 스쿠터를 타고 어떤 작은 가게로 향했다."할머니, 저 왔어요."임유진은 익숙한 듯 80대쯤 되어 보이는 장 할머니를 향해 말했다. 그녀는 매년 산소로 가기 전에 꼭 이곳에 와 준비 물품들을 구매하곤 했었다. 감옥에 있는 3년은 예외였지만."유진이구나. 내일 어머니 산소로 가는 거야?"장 할머니는 오랜만에 찾아온 임유진을 향해 웃어 보였다."네."장 할머니는 임유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익숙한 듯 봉투에 물건들을 담아 넘겨주었다."2, 3년은 여기로 안 왔던 것 같은데. 난 그래서 올해도 안 오는 줄 알았어.""그때는 음... 제가 좀 일이 있어서요. 다른 곳에서 샀어요."임유진은 물건을 받아 들며 대충 얼버무렸다."유진이 어머니는 좋겠네. 유진이처럼 효녀를 둬서."그 말에 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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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임유진은 음식 재료를 냉장고에 넣은 후 몸을 돌려 보니 거기에는 강지혁이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그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웠던 임유진은 애써 그의 눈길을 피하며 부엌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강지혁에 의해 팔을 붙잡혔고 그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굿나잇 인사는?""잘 자."임유진의 짤막한 인사에 강지혁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누나, 왜 이렇게 점점 성의가 없어지는 것 같지?""..."임유진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누가 그러는데 누나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려면 내가 누나한테 철저하게 잘 보여야 한대."강지혁이 허리를 숙여 임유진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그래서 누나 의견도 듣고 싶은데. 내가 그렇게만 하면 진짜로 나를 좋아해 줄 거야?"임유진은 하마터면 혀를 깨물 뻔했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방금 저 말 진짜 강지혁의 입에서 나온 거 맞아?’임유진의 기겁한 듯한 표정에 강지혁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왜? 내가 누나한테 잘 보이겠다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임유진은 목구멍에 뭔가가 막힌 것처럼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강지혁이 그런 그녀의 입술을 매만지더니 나지막이 속삭였다."이제는 내가 얼마나 누나의 애정을 바라고 있는지 알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어떻게 잘 보여야 누나는 나를 좋아해 줄 거야?"임유진은 강지혁이 지금 매만지고 있는 자신의 입술이 점점 더 뜨거워 나는 것만 같았다. 또한, 심장도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임유진은 강지혁이 이런 말까지 내뱉을 줄은 몰랐다.강지혁은 진짜로 그녀를 좋아하는 걸까?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싶을 만큼? 어디까지가 진심인 거야, 대체?임유진은 묻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추석 점심, 강지혁은 강문철이 있는 병원에 들렀다."너희 아버지 산소는 잘 다녀왔니?"강문철이 물었다.한때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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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네 아버지가 어떤 꼴이 났는지 벌써 잊은 거냐?"강문철은 또다시 했던 말을 반복했다."잊은 적 없어요. 그리고 말씀 드렸을 텐데요. 아버지처럼은 되지 않을 거라고."강지혁 역시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그럼 지금 당장 그 임유진이라는 아가씨 집에서 내보내거라. 그리고 다시는 네 앞에 얼씬도 못 하게 멀리 치워버려."강문철이 화를 내며 말했다."그건 안 될 것 같아요, 할아버지."강지혁은 아까 강문철이 임유진을 치워버리라고 했을 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머리보다 몸이 본능적으로 그 제안을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너!"강문철은 단호한 손자의 말에 눈을 부릅뜨고 강지혁을 노려보았다."할아버지, 전 아버지 전철을 밟을 생각 같은 거 없어요. 난 모든 걸 내 손아귀에 쥐고 있을 거예요. 누나도 나라는 존재 없이는 못 살아가게끔 만들 거고요."강지혁은 무섭게 웃었다."그러니까 할아버지도 인제 내 일에 신경 쓰지 마세요. 만약 여기서 더 간섭하려 든다면 저도 그때는 아무리 할아버지라고 해도 가만 있지는 않을 거예요."강문철은 그 말에 화가 단단히 났는지 빨개진 얼굴로 연신 기침을 해댔다. 그러고는 자신의 손주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너 지금, 이 할애비를 협박하는 거냐?""설마요. 그냥 잘 알아두시라고요."강지혁은 강문철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그 여자 털끝이라도 건드리면 저 진짜 가만 안 있을 겁니다, 할아버지."강문철은 강지혁의 경고에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도대체 그 아가씨 어디가 그렇게 좋더냐? 뭐가 널 이렇게까지 하게 만들었냔 말이다."강문철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전 임유진을 병원까지 데려와서 봤을 때 그녀는 정말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자였고 자신이 마음속에 있는 며느리 상하고는 거리가 멀었다."처음으로 나한테 자신을 누나라 부르라고 했던 여자니까요."강지혁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녀는 그에게 앞으로 둘이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자고 했었다.임유진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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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매번 산소로 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을뿐더러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 이곳저곳 성한 곳이 없었다. 보수공사를 진행하려고 했었지만 그럴 바에는 아예 묘원으로 옮겨버리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다만 그렇게 마음먹고 난 후 갑자기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렇게 3년 동안 성묘하러 가지도 못한 채 묘원으로 옮기는 생각은 꾹꾹 묵혀두었다. 3년 뒤 드디어 출소를 하게 되었지만, 이제는 돈이 없었다. 묘원으로 옮기는 돈은 물론이었고 무덤을 옮겨주는 일꾼들에게 줄 돈조차도 없었다.임유진이 어머니 산소가 있는 산 아래까지 와보니 거기에는 이미 성묘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묘지로 들어가기 전 수첩에 묘의 고유번호를 기재했다.어느덧 임유진의 차례가 다가왔고 그녀가 익숙하게 번호를 적고 묘지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담당자가 그녀를 불러세웠다."아가씨, 이 번호는 이제 여기 없어. 옮겨간 지가 언젠데.""옮겨 갔다니요?"임유진이 깜짝 놀라 물었다."몰랐어? 여기 보면 임정호라는 사람이 옮겨 갔는데? 산소 주인 남편 맞지?"직원이 수첩을 보여주며 말했다.그에 임유진이 일전 임정호가 무덤을 옮기는 일로 자신을 불렀던 일이 떠올랐다. 무덤을 옮긴다는 임정호의 말에 집으로 찾아가 보니 임정호와 계모는 무덤을 옮기는 말보다 강현수에 대해 더 많이 캐물었고 그녀는 그렇게 무덤을 옮기는 일이 흐지부지된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아무런 말도 없이 옮겨버리다니."혹시 어디로 옮겼는지는 아세요?"임유진이 다급하게 물었다."그거야 나는 모르지."임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역시 자신의 눈으로 직접 봐야겠는지 직원에게 부탁했다."그럼... 그럼 제가 잠깐만 올라갔다 오면 안 될까요? 진짜 옮겨간 게 맞는지 확인만 되면 금방 다시 내려올게요."임유진의 모습에 직원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허락해 주었다.임유진은 거의 뛰어가다시피 산을 올랐다. 그렇게 힘겹게 산을 올라 어머니가 묻혀 있는 자리에 도착해보니 그곳은 어느새 평지가 되어 있었고 아무것도 없었다.‘진짜 옮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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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그때 옆에 있던 이웃이 그녀에게 다가와 아빠와 새엄마가 여행을 가서 지금 집에 없다고 했다. 임유라 같은 경우는 이웃의 말에 따르면 밖에서 큰 집을 사서 이젠 집에 돌아오는 횟수가 드물다고 한다.임유진은 문득 아빠와 새엄마가 일부러 그랬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그녀가 돌아와 엄마에게 성묘할 걸 알고 일부러 집을 비워둔 게 뻔했다.백억이라, 아빠가 요구한 금액만 생각하면 그녀는 머리가 아찔해 났다.지금의 임유진이 대체 무슨 수로 아빠에게 백억을 줄 수 있겠는가!그녀는 이웃들과 작별한 뒤 임유라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디야? 한번 만나, 너한테 할 얘기 있어.”“미안한데 나 지금 시간 없어.”임유라의 시큰둥한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왔다.“그럼 이것만 대답해. 아빠가 우리 엄마 무덤을 어디로 옮겼어?”임유진이 물었다.“그건 나야 모르지.”임유라는 실실 비꼬면서 대답했다.“그럼 두 분 지금 어디로 여행 갔는지는 알고 있겠지?”“정말 미안한데 나 진짜 몰라. 나중에 돌아오시거든 네가 찾는다고 말씀드릴게. 그럼 됐지?”임유라가 말했다.곧이어 전화기 너머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립스틱 색상 유라 씨한테 안 어울려요.”임유진은 흠칫 놀랐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강현수였다.이어서 임유라가 애교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난 또 현수 씨가 이 색상 좋아하는 줄 알았죠. 나중에 다른 컬러로 바꿀게요.”그녀는 뒤늦게 휴대폰에 대고 임유진에게 말했다.“이만 끊을게. 나 지금 좀 바쁘거든.”곧이어 통화가 끊겼다.임유진은 손에 쥔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보며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며칠 전에 강현수를 만났을 때, 그가 그녀에게 했던 말과 지금 임유라에게 립스틱 색상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둥 이런 얘기는 너무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강현수 같은 남자는 아무래도 그저 신선감 때문에 임유진에게 그런 말을 한 듯싶다. 마치 그녀에게만 특별한 감정이 있을 줄 알았는데 실은 수많은 여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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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문득 아무런 립스틱도 바르지 않은 자연스러운 입술 컬러가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은은한 핑크빛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입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상이었다.“지워요.”강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네?”임유라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립스틱 당장 지우라고요.”강현수가 말했다.임유라는 어안이 벙벙했다. 당장 지우라니... 지금은 연회장으로 가는 차 안인데, 오늘 연회에서 가장 눈부신 여자가 되려고 화려하게 차려입었는데 립스틱을 지우면 메이크업 전체가 무너질 것이고 그때 가서 눈부시기는커녕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게 뻔하다.“지금요? 하지만 이제 곧 연회장에 도착하는데요...”“당장 지워요.”강현수는 그녀의 말을 자르고 날카로운 눈길로 째려봤다.임유라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강현수를 감히 건드릴 엄두가 안 나니까.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고 티슈를 꺼내 립스틱을 지우기 시작했다.한편 강현수는 옆에서 또다시 은팔찌를 더듬더니 고개 숙여 살며시 어루만졌다. 마치 연인을 바라보듯이 한없이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았다.적어도 임유라는 그의 이런 자상한 눈빛을 마주한 적이 없다.그녀는 립스틱을 닦으며 손거울에 비친 강현수의 부드러운 눈길을 바라보자 질투가 저절로 밀려왔다.그녀는 그제야 그 팔찌가 뭘 의미하는지 알게 됐다. 강현수의 그림 속 어린 소녀가 손목에 은팔찌 두 개를 착용하고 있었다.그러니까 지금 저 은팔찌가 바로 그 소녀의 팔찌란 말인가?요 몇 년간 연예계에서 강현수가 사람 한 명 찾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그를 위해 이 사람을 찾아준다면 추후 작품활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임유라는 처음에 이 소문이 단지 찌라시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 바닥엔 근거 없는 어수선한 소문들이 만무하니까.다만 인제 보니 그런 것만은 같지 않았다.강현수가 찾는 사람은 바로 그림 속 소녀일 것이다! 임유라는 그에게 물은 적도 없고, 자신이 그 그림을 봤다는 걸 얘기하지도 않았다. 그날 강현수 몰래 화실에 들어간 거니까.하지만 그가 찾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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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임유진은 어두운 걸 싫어해 잘 때도 불을 켜고 자는 걸 강지혁은 잘 알고 있다.예전에 월세방에 지낼 때 그녀는 뒤로 가면서 한동안 불을 끄고 잘 수 있었지만 그 이후로 또다시 불을 켜고 자는 습관으로 돌아간 듯싶었다.강지혁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방에 없나?’막 자리를 뜨려는데 무거운 한숨 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있어!’강지혁은 불쑥 걸음을 멈추고 벽을 쓰다듬으며 스위치를 켰다. 순간 방 안이 환하게 빛났다.임유진은 가녀린 체구로 방 안의 구석에 움츠리고 앉아 벽에 등을 기대고 얼굴을 다리 사이에 파묻고는 어깨를 들썩거렸는데 침울한 흐느낌이 간혹 들려왔다.그녀가 지금 우는 걸까?강지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재빨리 앞으로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서 그녀를 바라봤다.“왜 그래? 무슨 일이야?”그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임유진은 몸을 움찔거리더니 머리를 살짝 들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그를 쳐다봤다.두 눈이 빨갛게 부은 걸 보니 한참 운 듯싶었다.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으로 돼버렸고 가냘프고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데 순간 강지혁은 심장을 쿡쿡 찌르듯이 아파졌다.임유진은 좀처럼 울지 않는데 매번 그녀의 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강지혁은 어쩔 바를 몰랐다.“말해, 대체 무슨 일이야?”그는 한참 후에야 제 목소리를 찾았다.임유진은 코를 훌쩍거리며 겨우 말했다.“엄마가... 엄마가 어디 있는지 못 찾겠어. 찾을 수가 없어...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고...”그녀는 이 말을 내뱉는 순간 또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집에 돌아온 후 한참 동안 생각해봤지만 아빠가 엄마 무덤을 대체 어디로 옮긴 건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묘원? 아니면 다른 어떤 매장 가능한 곳이 있을까?찾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할지 두서가 안 잡혔다.나중에 아빠와 새엄마, 그리고 임유라까지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해답을 얻지 못했다.그녀는 더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백억을 달라고? 저 자신을 팔아도 백억은 안 될 텐데!임유진은 문득 강지혁을 빤히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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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알아.”임유진은 울먹이며 대답했다. 지금으로선 이렇게 하는 것 말고는 백억을 구할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이때 강지혁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내가 싫어.”그녀는 몸을 움찔거리더니 김빠진 공처럼 축 처지고 눈가에 남은 마지막 생기도 사라졌다.당연히 싫겠지. 그녀가 뭐라고 옆에 있어 주기만 한다면 강지혁이 선뜻 백억을 내놓겠는가.임유진은 속으로 자신을 맹비난했다. 강지혁이 그녀에 대한 호감이 백억 가치나 된다고 여기다니, 그녀는 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강지혁을 잡았던 손도 무기력하게 내려놓았다.강지혁은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누나 일단 좀 쉬어야겠어. 사용인한테 먹을 것 좀 가져오라고 할 테니 뭐라도 좀 먹고 자.”말을 마친 강지혁은 방에서 나왔다.커다란 방안에 임유진만 덩그러니 남았다.그녀는 두 손으로 자신을 꼭 감싸 안았다.‘역시... 또 나 혼자야.’외로움과 무기력함은 한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기에 충분했다. 저 자신을 팔겠다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니, 세상 참....강지혁은 곧게 서재로 들어가 고이준에게 전화했다.“오늘 유진의 행적 조사해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토록 힘들어하는 건지.”“네, 알겠습니다.”고이준은 대답을 마치고 한 시간 만에 조사를 마치더니 그에게 전화해 보고드렸다.“무덤을 옮겨?”강지혁은 미간을 찌푸렸다.“네, 일주일 전에 임유진 씨 아버님이 유진 씨 어머님 무덤을 옮겼어요. 오늘 유진 씨가 성묘하러 갔다가 허탕 쳤다고 합니다. 그 마을 성묘 등록 담당자가 말하기를 유진 씨는 오늘 어머님 무덤을 옮긴 사실을 알게 된 후 매우 격분하며 기어코 산에 오르겠다고 하시더니 하산 후 급히 스쿠터를 타고 떠나갔대요...”고이준은 이어서 임유진이 임씨 일가에 찾아가 이웃들과 나눈 대화를 모조리 강지혁에게 알렸고 또한 그녀가 오늘 아빠와 임유라와 통화한 기록도 알려주었다.“통화목록을 보면 임유진 씨가 가족들에게 무려 38번이나 전화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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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강지혁은 음식을 들고 그녀 앞에 다가가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누나, 어머님 무덤이 어디 있는지 정말 알고 싶다면 지금 바로 이 음식들 먹는 게 좋을 거야.”임유진은 머리를 번쩍 들고 빨갛게 부은 두 눈으로 그를 의아하게 쳐다봤다.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설마...“우리 엄마 무덤이 어디 있는지 알아?”“이거 다 먹으면 알려줄게.”강지혁이 대답했다.임유진은 곧바로 누가 뺏어 먹기라도 하듯 음식을 허겁지겁 입에 쑤셔 넣었다.강지혁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허겁지겁 음식을 삼키는 그녀의 모습은 평소와 완전히 달랐으니까.다만 이로써 그녀에게 엄마 무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는 또 더 울었는지 얼굴에 눈물 자국이 흥건했고 두 눈도 아까보다 더 빨갛게 부어올랐다.방금 그가 떠난 후 그녀는 또 울었단 말인가?“천천히 먹어. 누나 아버님이 오늘 어머님 무덤을 남북극에 옮겼다 해도 내가 반드시 찾아낼 테니까!”강지혁이 말했다.“그런데 누나 먹다가 체하면 괜히 시간만 더 낭비할 거야.”임유진은 몸을 움찔거리더니 수저를 쥔 손을 머뭇거리다가 확연히 속도를 늦추고 침착하게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강지혁은 그녀가 다 먹은 후에야 티슈 한 장 뽑아서 자상하게 입 주변을 닦아주었다.“나... 다 먹었어. 엄마 무덤 어디 있대? 얼른 말해줘.”임유진은 초조하고 기대 어린 눈길로, 또 살짝 걱정이 휩싸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마치 이 기대가 무산될까 봐, 실은 그가 엄마 무덤이 어디 있는지 모를까 봐 두려움에 떠는 것만 같았다.강지혁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다가 채 마르지 않은 눈물도 닦아주었다.“가서 얼굴부터 씻어. 누나 이런 모습을 어머님이 보시면 분명 속상해하실 거야.”강지혁이 말했다.“하지만...”“왜? 내가 어머님 무덤에 안 데리고 갈까 봐?”강지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렇지만 누난 지금 믿을 사람이 나밖에 없어. 오직 나만 누나를 데리고 어머님 무덤에 찾아갈수 있으니까.”그녀는 강지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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