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77화

문득 아무런 립스틱도 바르지 않은 자연스러운 입술 컬러가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은은한 핑크빛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입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상이었다.

“지워요.”

강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

“네?”

임유라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립스틱 당장 지우라고요.”

강현수가 말했다.

임유라는 어안이 벙벙했다. 당장 지우라니... 지금은 연회장으로 가는 차 안인데, 오늘 연회에서 가장 눈부신 여자가 되려고 화려하게 차려입었는데 립스틱을 지우면 메이크업 전체가 무너질 것이고 그때 가서 눈부시기는커녕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게 뻔하다.

“지금요? 하지만 이제 곧 연회장에 도착하는데요...”

“당장 지워요.”

강현수는 그녀의 말을 자르고 날카로운 눈길로 째려봤다.

임유라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강현수를 감히 건드릴 엄두가 안 나니까.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고 티슈를 꺼내 립스틱을 지우기 시작했다.

한편 강현수는 옆에서 또다시 은팔찌를 더듬더니 고개 숙여 살며시 어루만졌다. 마치 연인을 바라보듯이 한없이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적어도 임유라는 그의 이런 자상한 눈빛을 마주한 적이 없다.

그녀는 립스틱을 닦으며 손거울에 비친 강현수의 부드러운 눈길을 바라보자 질투가 저절로 밀려왔다.

그녀는 그제야 그 팔찌가 뭘 의미하는지 알게 됐다. 강현수의 그림 속 어린 소녀가 손목에 은팔찌 두 개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저 은팔찌가 바로 그 소녀의 팔찌란 말인가?

요 몇 년간 연예계에서 강현수가 사람 한 명 찾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그를 위해 이 사람을 찾아준다면 추후 작품활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임유라는 처음에 이 소문이 단지 찌라시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 바닥엔 근거 없는 어수선한 소문들이 만무하니까.

다만 인제 보니 그런 것만은 같지 않았다.

강현수가 찾는 사람은 바로 그림 속 소녀일 것이다! 임유라는 그에게 물은 적도 없고, 자신이 그 그림을 봤다는 걸 얘기하지도 않았다. 그날 강현수 몰래 화실에 들어간 거니까.

하지만 그가 찾는 사람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