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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어두운 밤, 달빛이 드리운 강지혁의 실루엣은 은은한 빛을 내뿜었다. 아름다운 윤곽의 목선과 얼굴 옆 라인, 그리고 선명한 귀까지 그에게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임유진은 심지어 그의 귀마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예뻐 보였다.

강지혁이 허리를 곧게 펴고 그녀를 마주 보자 임유진은 순간 무언가로 가슴을 망치질하듯이 움찔했다.

달빛에 드리워진 그의 눈동자는 마치 한 나무를 가득 채운 복숭아 꽃잎이 연못에 우수수 떨어져 잔잔한 은빛 물결을 일으키는 것만 같았고 입술을 움직일 때마다 거문고의 현이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만 같았다.

순간 임유진의 머릿속이 새하얀 백지장으로 돼버렸고 두 눈엔 오직 강지혁만 가득 찼다.

황홀한 그 얼굴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고 조각 같은 이목구비는 하느님이 정성을 기울인 걸작과도 같았다.

“왜 그래?”

그녀의 귓가에 드디어 강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임유진은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방금 강지혁에게 홀딱 반해버렸다.

“아니야... 아무것도.”

임유진은 횡설수설 대답했다.

“그래, 그럼 이만 돌아가자. 앞으로 어머님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보러 와. 누나 아버님이 이곳을 알게 된다 해도 더는 유골함을 딴 곳에 못 가져가.”

강지혁은 말하면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임유진은 자신에게 선뜻 내민 손을 보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그 손을 맞잡았다.

“고마워.”

그녀는 오늘 밤 두 번째로 그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처음엔 강지혁이 그녀 엄마의 유골함이 어디 있는지 찾아줘서 고맙다고 말했고 두 번째는 엄마의 유골함을 고이 모실 묘지를 마련해줘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정말 그렇게 고맙다면 날 좀 더 좋아해 주던가.”

강지혁이 말했다.

순간 임유진은 숨이 멎을 것 같고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그녀는 머리를 숙이고 강지혁을 따라 묘원에서 나왔다.

두 사람이 나란히 차에 탄 후 임유진은 창밖의 멀어져가는 묘원을 바라보며 줄곧 마음을 짓눌렀던 큰 바위도 드디어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부로 엄마는 고이 잠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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