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의 교통사고는... 임유진에게도 말하지 못할 속사정이 있는 걸까? 강현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실소를 터트렸다. 그해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은 강지혁의 약혼녀 진애령이고 임유진은 현재 강지혁과 함께 있다.설사 그해 교통사고에 또 다른 속내가 있다고 해도 강지혁이 알아서 조사할 일이지 그가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하지만...“임유진 씨는 언제부터 그쪽 가게로 출근했어요?”강현수가 뜬금없이 물었다.“네?”탁유미는 놀란 기색이 역력하여 잠시 후에야 대답했다.“보름 정도 됐어요. 우리 가게에서 배달 일을 맡고 있어요.”“평소 가게에서 표현이 어때요?”강현수가 계속 질문을 이어갔다.“아주 잘하고 있어요. 부지런하고 배달 효율도 엄청 높아요. 힘든 내색을 안 해요...”탁유미는 임유진의 가게 근황을 얘기했고 강현수는 한 손으로 한쪽 얼굴을 받치고 흥미진진하게 들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싸늘하던 그의 얼굴이 살짝 온화해졌다.탁유미는 속으로 적잖게 놀랐다. 강현수가 설마 임유진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강현수는 연예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황태자라 주변에 갖은 미녀가 넘실거릴 테지만 임유진은 평소 출근할 때 수수한 옷차림에 민낯으로 길거리를 누볐고 두 손엔 심지어 굳은살이 많이 박혀 딱 봐도 막노동을 많이 한 사람인 게 티가 났다.이런 두 사람이 어떻게? 탁유미가 애초에 이 둘이 윤이 식당에서 대화를 나눴던 광경을 목격하지 않았다면 강현수가 임유진에게 호감이 있을 거라고 어찌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탁유미가 임유진이 가게에서 있은 일을 전부 얘기한 후 강현수는 그제야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방금 임유진 씨가 그쪽 가게에 지원하러 왔을 때 감방 생활을 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왜 그럼에도 채용한 거죠? 이후에 무슨 일 생기면 가게에 피해가 갈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탁유미는 쓴웃음을 지었다.“아마 저도 같은 경력이 있어서 측은지심에 그랬나 봐요.”처지를 바꾸어 생각해보면 그녀는 그 당시 임유진이 직업을 간절하게
임정호는 화가 나 다시 집주인에게 따져 물으려 했지만 상대가 이미 전화를 꺼버렸다.“어떻게 된 일이에요? 누가 유골함을 건드렸어요?”옆에 있던 방미령이 재빨리 남편에게 물었다.“집주인이 어젯밤에 누군가가 그쪽으로 찾아가서 유골함을 가져갔대!”임정호가 대답했다.“가져가다니요? 그럼 우리 백억은 어떡해요? 유골함이 없으면 그 계집애도 백억을 안 줄 거라고요!”방미령도 안달이 났다. 그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아 참, 설마 그 계집애가 사람을 시켜서 유골함을 가져간 게 아닐까요...”임정호는 미간을 구기더니 냉큼 휴대폰을 꺼내 임유진에게 전화했다.잠시 후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죠?”“저기 유진아, 나도 생각해봤는데 어쨌거나 난 네 아비잖니.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어제 말한 백억 말이야, 네가 한꺼번에 내놓기 힘들면 일단 절반만 줘도 돼. 그럼 내가 너희 엄마 무덤이 어디 있는지 알려줄게. 너 한창 강지혁과 뜨겁게 불타오를 단계잖아? 이 액수는 강지혁에게 별문제 되지 않을 거야.”임정호가 말했다. 비록 지금 유골함이 사라졌지만 그는 여전히 딸에게 돈을 갈취하고 있었다.만약 어젯밤 유골함을 유진이가 가져간 게 아니라면 50억도 좋으니 나중에 대충 유골함 하나 사서 가짜 유골을 넣어두고 속이면 그뿐이다.다만 아쉽게도 그는 전화기 너머의 싸늘한 임유진의 표정을 볼 수가 없다.친아빠라는 자가 엄마의 유골을 이용해서 돈이나 뜯어내려고 하다니, 어찌 엄마가 죽었음에도 이용하지 못해 안달이란 말인가?“그럴 필요 없어요. 어제 이미 엄마 유골을 가져와서 안장했어요.”임유진이 대답했다.이 말을 들은 임정호는 버럭 화냈다.“진짜 너였네. 네가 무슨 권리로 내 월세방에 쳐들어가 네 어미 유골함을 가져가? 게다가 이미 안장을 해? 내가 남편인데 대체 내 허락 없이 어디에 묻은 거야?”“남편인 걸 알긴 해요? 엄마가 살아계시면 아빠를 남편으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을 거예요.”임유진이 차갑게 쏘아붙였다.“너... 지금 아빠한테 그게 무
임유진에게 이런 재주가 있는 걸 알았더라면 애초에 잘 대해 줄 걸 그랬다며 임정호는 후회했다. 방미령은 임정호의 말에 배가 아팠는지 화를 냈다."강지혁은 감방까지 갔다 온 여자가 뭐가 좋다고 그런대요? 그리고 강지혁의 약혼녀를 차로 치어 죽인 것도 임유진이잖아요!""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임정호도 짜증을 냈다."하지만 뭐 어찌 됐든 그렇게 당당하지는 못할 거예요. 우리 유라처럼 모든 면에서 걸릴 것이 없어야 이제 강현수랑 결혼도 하고 강씨 집안의 안주인이 될 수 있죠. 우리 이번 여행 다녀온 것도 다 유라 덕이잖아요."임정호는 자신의 작은딸을 떠올리며 그제야 기분이 나아진 듯 보였다. 이제 그에게 남은 희망은 임유라뿐이었다.한편, 강지혁은 임유진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었다."누나 아버지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강지혁은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그 안에 숨겨진 위험한 뜻을 임유진은 단번에 알아챘다. 또한, 알아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었다면 분노에 차서 내뱉은 한마디를 강지혁이 그대로 들어줄 것 같았으니까."아니야. 이제 아빠와는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으니까 이거로 된 거야."임정호가 이번에 한 일은 그저 임유진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일말의 부녀의 정을 끊어놓았을 뿐이었다. 임유진은 이때까지 임정호가 그래도 자신의 어머니에게 조금은 감정이 남아있을 줄 알았다. 두 사람은 연애결혼이었고 자신의 어머니는 임정호가 제일 힘들고 제일 형편없었을 때 결혼을 결심했으니까.하지만 이제는 임유진도 깨달았다. 그건 단지 자신의 일방적인 희망일 뿐이었다는 것을. 또한, 제일 무서운 건 시간이고 예전에 얼마나 대단한 사랑을 했어도 시간에 따라 그 감정은 옅어지고 또 옅어져 결국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강지혁은 눈앞에서 초연한 얼굴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약간의 슬픔과 허탈함까지 보이는 임유진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가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었고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것을 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강
지금의 강지혁은... 자신을 좋아하는 거겠지? 다만 이 좋아하는 감정이 언제까지 갈까?임유진은 걱정부터 앞섰다. 자신의 어머니도 임정호에게 시집을 갈 때 임정호가 평생 자신만 바라보며 사랑할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지금 보면 임정호의 마음에 어머니의 자리는 더는 없어 보였다. 영원한 사랑도 세월이 흐르면 그저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임유진 자신 또한 소민준과 뜨거운 사랑을 하지 않았던가. 그녀는 자신이 평생 기댈 수 있는 사람을 드디어 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민준은 그런 기대가 우습게 단번에 그녀와의 모든 관계를 끊어버렸다."누나도 내가 이러는 게 장난 같아 보여?"그때 강지혁이 갑자기 질문을 해왔고 임유진은 움찔하며 거기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강지혁이 일개 장난으로 자신에게 이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가 품고 있는 이 감정이 얼마나 지속이 될지, 임유진은 거기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아마 1년, 2년... 혹은 고작 몇 개월일지도 모르니까."누나가 말해 봐. 내가 진심이라는 걸 어떻게 해야 믿어 줄래?"강지혁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가 내뱉은 다음 한마디에 임유진은 하마터면 소파에서 떨어질 뻔했다."우리 결혼할까? 이러면 내 진심을 믿어 줄 수 있겠어?"임유진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결혼?"결혼이라는 두 글자가 이토록 쉽게 입에 담을 수 있는 단어였나?"그래, 결혼."강지혁은 임유진이 잘 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듯 한 번 더 강조했다."난 이번 생에 누나 말고 다른 여자를 내 옆에 둘 생각 같은 거 없어. 그러니까 내 곁에는 평생 누나라는 여자만 있게 되겠지. 그래서 결혼하고 싶다는데 뭐가 잘못됐어?""하지만...""아니면 누나는 나랑 결혼 같은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거야?"강지혁의 손가락이 임유진의 볼을 스쳤다. 임유진은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의 손가락이 닿은 부분은 뜨거운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임유진이 어떻게
"헤어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하는 게 좋을 거야."강지혁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두 눈은 집요하게 그녀를 쫓아다녔다."나와 연인이 되겠다고 한 건 누나니까 앞으로 연애는 나랑만 해야 해. 나도 누나밖에 없으니까."강지혁의 말은 마치 보이지 않는 거미줄처럼 그녀를 천천히 감싸왔다....임유진은 강지혁의 대표이사실에서 점심을 먹은 후 시간을 확인하고는 황급히 정리하고 자리를 떴다. 대표이사실을 막 나왔을 때 그녀는 고이준과 마주쳤고 그는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임유진 씨, 안녕하세요. 이제 막 가시는 겁니까?""네.""그럼 조심히 들어가십시오."그렇게 짧은 대화를 나눈 후 임유진은 엘리베이터에 탔고, 고이준 옆에 있던 회사 직원은 그녀를 뚫어지게 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고 비서님, 저분은... 누구세요?"누가 봐도 임유진의 행색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고 회사 직원은 더더욱 아닌 듯 보였다. 하지만 강지혁의 가장 측근인 고이준이 그녀에게 이토록 예의를 갖춰 인사했으니. 회사를 통털어 봐도 고이준이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러니 해당 직원이 이상하게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저 분은..."고이준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건드려서는 안 될 분이죠."임유진은 강지혁이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녀를 건드리는 사람들에게는 아마 다시는 내일이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임유진은 윤이 식당으로 돌아가서는 쉴 틈도 없이 또다시 배달을 가야 했다. 매번 강지혁이 많은 양의 배달을 시켜 GH그룹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올 때면 임유진은 출근 시간에 혼자 농땡이를 피우는 듯한 죄책감이 들었다.하지만 그렇다고 강지혁의 주문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매일 오는 이런 대량의 주문은 가게 수입에 너무 큰 도움이 됐으니까."어? 언니는 아직 안 왔어요?"몇 개의 배달을 다녀와 봐도 여전히 탁유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항상 계산대를 지키고 있던 탁유미 자리에는 탁유미 엄마가 자리하고 있었다."윤이가 감기에 걸려서요. 근처 보건소에
"꼭 그럴 거예요. 그리고 언니 인생도 이제부터 시작인데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앞으로는 더 좋은 일만 벌어질지 누가 알아요."탁유미는 조금은 신기한 눈빛으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유진 씨 뭔가 변한 것 같아요.""제가요?"임유진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네, 저희 가게에 처음 왔을 때 솔직히 유진 씨 억압받은 사람처럼 어두운 표정만 짓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면 그때 생각이 전혀 안 들 정도로 미래가 기대되는 사람처럼 보여요."탁유미가 보기 좋다는 듯 웃었다.미래가 기대되는 사람 같다고...? 임유진은 그 말에 멈칫했다. 한지영이 그녀의 사건을 열심히 알아보고 있어 줘서 그런가? 아니면... 강지혁과의 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생겨서 그런 걸까?저녁, 임유진이 퇴근하고 윤이 식당에서 나오자 가게 근처에 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바로 강지혁의 차였다. 임유진이 그쪽으로 걸어가자 차 문이 열렸고 뒷좌석에 앉아 있던 강지혁이 그녀를 향해 말했다."타.""나 스쿠터 타고 가야 해. 아니면 내일 아침 여기로 올 때 너무 불편해."강지혁의 저택 근처는 모두 강씨 일가의 땅이었기에 버스정류장까지 가려면 꽤 시간이 걸려야 했다.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이 웃었다."내일 아침도 내가 데려다주면 되지."그러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그대로 뒷좌석에 태웠다.임유진은 고작 80만 원을 벌면서 굳이 페라리로 출퇴근을 하게 된 상황에 마치 자신이 서민들 세상을 구경하러 일부러 아르바이트하는 부잣집 아가씨가 된 기분이었다."언제 왔어?"임유진은 조용한 분위기에 어색했는지 아무 화제나 던졌다. 강지혁과 연인이 됐다고는 하나 뭔지 모르게 그랑 있으면 어쩔 줄 모르겠는 임유진이었다."아마 6시 반쯤?"강지혁의 태연한 말에 임유진은 깜짝 놀랐다. 6시 반이라니. 현재 시각이 9시인데, 그러면 밖에서 2시간 반을 이러고 있었다는 거잖아?"계속 여기서 나 기다린 거야?"임유진이 놀라 물었다."응."강지혁은 대답한 후 임유진의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감싸며 비
뼈아픈 경험 때문에 임유진은 더더욱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서 살아가는 생활을 꺼리는 걸지도 모른다. 또 한 번 기댈 곳을 잃어버리면 그때는 임유진의 정신력이 드디어 버티지 못하게 될 거니까.강지혁은 그녀를 꿰뚫어 보듯 보다가 천천히 그녀의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은 거면 그렇게 해. 하지만 언제든 다른 일을 하고 싶으면 제일 먼저 나한테 얘기해 줘.""응, 알겠어."임유진은 강지혁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참, 여기서 계속 나 기다린 거면 저녁은?"임유진이 물었다."아직 안 먹었어.""가게로 들어와서 먹지 그랬어!"작은 가게이긴 했지만, 종류가 다양해 선택범위가 넓었다. 임유진은 가게의 음식이 강지혁의 입맛에 안 맞을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은 듯싶다. 전에 강지혁과 셋방에서 살았을 때 아무리 조촐한 식사여도 강지혁이 싫은 티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그럼 다음에는 가게로 들어갈게.""..."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은 자신이 괜한 소리를 한 건 아닌가 싶었다. 강지혁이 가게로 들어가면 아마 분위기가 달라질 테니까.어느새 두 사람은 강씨 저택에 도착했고 안으로 들어가자 저택에 있는 요리사가 강지혁을 위해 저녁을 준비해 두었다. 임유진도 어쩔 수 없이 같이 식사하게 됐다.식사하면서 임유진은 가게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었다. 배달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니었다. 피크타임인 점심과 저녁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내가 휴가를 쓰겠다고 하면 언니는 아무 말 없이 허락해줘. 정말 고마운 분이지. 내 과거를 듣고도 나를 채용한 것부터가 너무 좋은 사람이야, 언니는."임유진은 말을 끝내고 갑자기 얼굴을 굳혔다."왜 그래? 사건이라도 떠오른 거야?"강지혁이 바로 그녀의 표정 변화를 알아차리고 물었다."그 사건 내가 알아봐 줄까?""지영이가 증거를 찾고 있으니까 아직은 괜찮아."임유진은 수저를 내려놓고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진지하게 물었다."나 정말 음주운전 한 거 아니고
임유진은 환하게 웃으며 줄곧 마음속에 있던 어두운 장막이 걷힌 것처럼 좋아했다. 강지혁이 자신을 믿는다는 소리에 이렇게나 기뻐하게 될 줄 몰랐다.강지혁은 그런 임유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말했다."단, 누나도 나를 믿어줘. 내가 누나를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누나를 이렇게나 사랑하게 될 줄 알았더라면 난 절대 누나가 그런 고통을 받게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을 거라고."그의 말에 임유진은 눈을 깜빡였다. 강지혁은 지금 그녀가 도움 하나 받지 못하게 주변에 압박을 넣어 그녀를 감방에 보내버린 일을 말하는 것일까?"응."임유진은 가볍게 대답했다. 과거에 두 사람 사이가 어떻든 강지혁과 잘 지내보려고 결심을 한 이상 그를 향한 공포감과 두려움, 그리고 미움까지도 서서히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했다.식사를 끝마친 후 임유진은 뭔가 떠오른 듯 강지혁을 향해 물었다."너 혹시 인공와우 전문가 중에 아는 사람 있어?""그건 왜?"강지혁이 뜬금없는 임유진의 말에 되물었다."그게 언니 아들인 윤이가 이제 조금만 있으면 인공와우를 착용하게 될지도 모르거든. 그래서 미리 그쪽 전문가를 알아두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언니의 수중에 있는 돈으로는 현재 제일 저렴한 모델밖에 구할 수가 없어. 그래서 혹시 가능하면 윤이에게 조금만 더 좋은 모델로 바꿔줄 수 있을까 해서."임유진은 조금은 긴장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인터넷에서 알아본 바로는 인공와우 좋은 모델과 제일 저렴한 모델의 가격 차이가 꽤 컸다. 그리고 탁유미가 생각하는 가격에 따르면 아마 윤이에게는 일단 한쪽만 착용하게 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기왕이면 두 개를 다 착용하는 것이 효과도 더 좋을 것이다."누나가 다른 사람 때문에 나한테 부탁을 다 하네. 자기 일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서."강지혁이 웃으며 말했다."윤이한테는 나조차도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쓰게 돼. 윤이가 지금은 소리 내 말을 못 하지만 인공와우만 착용하게 되면 윤이도 평범한 아이들처럼 자랄 수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