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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내가 그날 사람을 제대로 봤나 봐요. 역시 당신이었군요.”

강현수는 담담한 눈길로 탁유미를 바라봤다.

“날 찾아온 이유는 이경빈한테 당신을 만났단 얘기를 하지 말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죠?”

‘이경빈’ 이 세 글자를 듣는 순간 탁유미는 온몸이 움찔거렸다. 얼마 만인가, 다른 사람에게 이 이름을 전해 들은 지가...

뼛속 깊이 사랑했고 또 원망했던 그 이름.

다만 이젠 그 이름에서 완전히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다.

“맞아요.”

탁유미는 이를 악물었다.

“대표님한테 이런 말 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아요. 단지 대표님이 저를 가엽게 봐주시고 아예 저를 못 본 거로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녀의 말투는 비굴하기 그지없었다. 강현수가 무릎을 꿇으라고 해도 망설임 없이 꿇을 정도였다.

“그쪽도 알다시피 요 몇 년간 이경빈이 사람을 시켜서 그쪽을 찾고 있어요.”

강현수가 말했다.

탁유미는 입을 앙다물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 남자가 탁유미를 찾는 이유는 단지 그녀가 받고 있는 고통이 아직 많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이고, 그가 정해준 비참한 노선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녀가 뜻밖에 ‘실종’ 됐기 때문에 이토록 찾아 헤매고 있다.

“대표님, 제발 부탁드려요. 저랑 경빈이 사이의 일은 대표님도 조금은 알고 계시잖아요. 저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을 뿐, 아무도 해치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피해받고 싶지 않아요.”

탁유미가 애원했다.

“해치지 않는다고요?”

강현수가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그쪽 때문에 경빈의 여자친구가 유산해서 한 사람의 목숨이 사라진 게 된 거잖아요?”

탁유미는 이를 악물고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것은 그녀에게 강제로 낙인된 죄명이다. 그해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그렇게 강조했건만 아무도 그녀를 믿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제일 사랑했던 남자가 친히 그녀를 감방에 들여보냈다. 경찰들에게 끌려갈 때 탁유미가 물었다.

“이경빈, 날 사랑하긴 했니?”

“그럴 리가. 처음부터 너한테는 원망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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