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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작가: 유진
“아니야, 여기도 너무 좋아!”

임유진이 서둘러 대답했다. 그가 임유진 엄마를 위해 마련한 묘지는 이 묘원에서 단독으로 있는 곳이지 다른 묘지와 나란히 있는 곳이 아니다.

만약 집으로 표현한다면 나란히 있는 묘지는 아파트 단지에 가깝고 그가 지금 선택한 이 묘지는 단독주택과 같다.

이곳은 나무들이 줄지은 독립적인 작은 공간이고 묘지 앞 몇 미터 떨어진 곳에는 심지어 돌을 쌓아 만든 스톤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어 성묘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다행이네.”

강지혁이 말했다.

“그럼 어머님 유골함을 여기 넣어둬.”

임유진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쪼그리고 앉아 엄마 유골함을 묘비 앞에 있는 유골 전용 공간에 넣어두었다. 이어서 일꾼들이 슬레이트를 덮고 시멘트를 부어 꼼꼼하게 밀봉했다.

한편 묘원의 직원들은 계약서 한 부를 임유진에게 건넸는데 이 묘지에 관한 계약서였다.

계약 시간은 50년이고 위에 적힌 비용을 본 순간 그녀는 입이 쩍 벌어졌다. 설사 그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어도 그녀의 능력으론 평생 벌어도 지급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비용은 강지혁 씨께서 이미 지급하셨으니 임유진 씨는 이 계약서에 사인만 하시면 됩니다.”

묘원 직원이 말했다.

그녀는 강지혁에게 또 한 번 큰 신세를 졌다.

임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펜을 들어 계약서에 서명했다. 지금으로선 그 미약한 자존심을 챙길 때가 아니니까.

묘원 직원과 일꾼들이 떠난 후 강지혁은 고이준에게 국화꽃과 제사 지낼 음식, 과일을 꺼내라고 했다.

“아직 어머님께 인사도 못 드렸겠는데 지금 인사드려.”

그는 말하면서 몸을 움츠리고 앉아 음식과 과일을 가지런히 내려놓고 생화도 조심스럽게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임유진은 생화를 안고 눈앞의 묘비를 빤히 쳐다보았다. 엄마가 이젠 이곳에서 편히 쉴 수 있으니 그녀도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

비록 엄마가 돌아가셨지만 고이 잠드실 안식처가 있으니 그녀도 정신적인 의지가 생긴 것 같았다.

임유진은 묘비 앞에서 공손하게 세 번 큰절을 올린 후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속 깊이 간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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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다른 경호원들을 물려줘. 전처럼 채린 씨만 곁에 있게 해줘. 솔직히 매번 내 뒤에 여러 명이 따라다니는 거, 나 불편해.”임유진은 그 상황이 꼭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안 돼.”강지혁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왜? 왜 안 되는데?”“뭐가 됐든 안 돼. 넌 지금 경호가 필요한 몸이야. 그러니까 사람 물리는 건 안 돼.”강지혁은 김재호 일도 그렇고 진세령이 탈옥한 일도 그렇고 아직 임유진에게는 그 어떤 것도 얘기할 생각이 없었다.불안의 근원 중 어떤 것은 단지 그의 의심과 추측에 불과하니까. 그러니 앞으로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출산 예정일까지는 그녀가 불안해할 만한 그 어떤 빌미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 마음이 임유진에게는 전달이 되지 않았다.임유진은 강지혁이 이러는 게 결국에는 자신을 향한 불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우리 사이에 믿음이 고작 그거밖에 안 돼?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어떻게 하면 떠나지 않겠다는 내 말을 믿어줄래?”그녀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강지혁은 마치 임유진의 내면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려는 듯 그녀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럼 나한테 키스해 봐.”“뭐?”갑작스러운 요구에 임유진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나한테 키스하라고. 네가 먼저 나한테 입을 맞추면 그때는 네가 떠나지 않을 거라는 거 믿어줄게.”강지혁은 단지 살과 살이 맞닿는 느낌을 원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마음의 안정감을 원했다. 그녀를 믿어도 된다는, 그녀의 사랑이 진심이라고 확신할만한 안정감을 원했다.그의 사랑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부풀어지기만 하는데 임유진은 꼭 아닌 것 같아서, 임유진은 언제든지 그를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서.실제로 임유진이 결혼을 승낙한 것도 이미 생겨버린 아이들과 병원에 누워있는 한지영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 때문에 임유진은 어쩔 수 없게 그의 곁에 있게 된 것이었다.그래서 강지혁은 마음속으로 늘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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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혁은 샤워를 마친 후 가운으로 갈아입고 거울 앞으로 가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물방울이 머리카락에서부터 떨어져 그의 볼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얼굴 전체를 뒤덮은 물방울들은 꼭 그의 눈물 같기도 했다.“할아버지가 얘기한 그 날은 절대 오지 않을 거예요. 유진이는 내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고 나도 아버지처럼 목숨을 끊을 생각 없어요. 나와 유진이는 곧 태어날 아이들과 함께 평생 잘 살 거예요.”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속에는 견고한 다짐이 섞여 있었다....그 뒤로 며칠간 임유진과 강지혁은 거의 저택에만 있다시피 했다.임유진은 간혹 심심하거나 할 때 한지영과 탁유미에게 전화를 해 무료함을 달랬다.한지영과 탁유미는 임유진과 강지혁의 사이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것을 듣고 잘 됐다며 기뻐해 주었다.탁유미는 두 사람 사이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은 바가 없지만 뭐가 됐든 잘 해결됐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그리고 다 알고 있는 한지영은 다시 임유진에게 전화를 걸어 조심스럽게 물었다.“정말 내려놓기로 한 거야? 괜찮겠어?”그녀는 임유진의 당시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사람이라 임유진이 감방에서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받은 것과 괴롭힘에 지쳐 하마터면 자살 직전까지 내몰렸다는 것까지 전부 다 알고 있기에 아무래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응. 한번 노력해보려고. 진심이야.”임유진의 말에 한지영은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됐다.“그럼 다행이고. 참, 엄마랑 아빠가 명절 겸 너희 두 사람을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는데 시간 괜찮아? 나 구해줘서 고맙다고 꼭 한번 맛있는 거 먹이고 싶으시대.”“고마운 거로 따지면 내가 더 고맙지. 네가 아니었으면 난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지도 못했을 테니까.”임유진은 한지영에게만큼은 뭘 줘도 아깝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지영의 집으로 가는 날짜를 정하고 전화를 끊었다.임유진은 휴대폰을 내려놓은 후 마침 이쪽으로 걸어오는 강지혁을 향해 말했다.“방금 지영이랑 통화했는데 내일 우리더러 자기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85화

    다만 전과 다른 게 있다면 한 침대에서 자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임유진이 씻고 나왔을 때 강지혁은 소파로 향하며 말했다.“나는 소파에서 잘게. 내가 침대에서 자야 네가 편할 거야.”강지혁은 그녀가 그로 인해 또다시 토를 하고 반응을 일으킬까 봐 자진해서 소파에서 자겠다고 했다.다음날.임유진은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윗몸을 일으켰다. 앞을 바라보니 강지혁은 소파에 누운 채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다.이에 그녀는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내려와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이상한 일이었다.강지혁은 단 한 번도 그녀보다 늦게 눈을 뜬 적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지금은 아침 9시였다.‘아직도 잔다고?’임유진은 의문을 품으며 조용히 강지혁의 잠 자는 얼굴을 바라보았다.어제도 느꼈지만 그는 확실히 살이 빠져 있었다. 잠자는 모습에서도 살이 빠진 게 확 티가 날 정도였다.게다가 잠을 제대로 못 잔 건지 그의 눈 밑에는 옅은 다크서클도 있었다.그때 강지혁의 미간이 꿈틀거리더니 평온했던 얼굴이 순식간에 두려움에 잠식되고 식은땀까지 흘리기 시작했다.“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절대...”강지혁의 입이 살짝 열리며 이런 말들이 튀어나왔다.“뭐가 그럴 리 없는데?”임유진은 그의 상태에 조금 당황한 듯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그의 볼을 매만졌다.하지만 그와 살이 맞닿는 순간 그녀의 몸은 또다시 급속도로 굳어지기 시작했다.‘대체 뭐가 문제인 건데! 내가 내려놓겠다잖아. 과거 같은 거 이제는 잊어보겠다잖아! 그런데 왜 아직도 이런 반응이냐고!’임유진은 몸이 점점 차가워지자 결국 손을 거두어들이고 큰소리로 강지혁을 향해 외쳤다.“혁아, 혁아! 일어나봐!”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던 걸까? 강지혁의 눈이 갑자기 번쩍 떠졌다.절망으로 가득 잠겨있던 그의 눈동자는 임유진의 얼굴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린 듯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왔다.“대체 꿈에서 뭘 봤길래 이래?”임유진이 호흡을 가다듬는 강지혁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강지혁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84화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잖아. 그러니 이제는 내려놓고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지영이 말대로 이제는 앞만 보며 행복하게 살려고.”임유진은 심호흡을 한번 내쉰 후 자신 안의 갈등과 모순들을 하나둘 내려놓고 드디어 요 며칠 줄곧 고민했던 말을 그에게 전했다.“혁아, 널 용서할게. 그리고 널 떠나지 않을게. 그때 너한테 했던 약속, 지킬게.”그녀는 결정을 내렸다.이 말이 입 밖으로 나왔을 때 임유진의 몸은 마치 그때의 고통을 기억하라는 듯 그녀에게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머리가 맑아졌다.어쩌면 임유진은 그간 그녀를 괴롭혔던 것들을 전부 다 내려놔야만 진정한 행복을 얻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임유진은 강지혁을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지금 그를 놓쳐버린다면 평생 후회와 지금보다 더 큰 고통 속에서 살게 될 거라는 걸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강지혁은 떨리는 입술을 서서히 벌리며 물었다.“정말... 정말 날 용서해줄 거야? 정말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응, 영원히 네 곁에 있을게.”강지혁의 어머니도 그를 떠났고 강지혁의 아버지도 그를 떠났고 이제는 강지혁의 할아버지마저 그를 떠났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임유진은 평생 강지혁과 함께 즐겁게 살고 싶었다.강지혁은 그녀의 단호한 대답에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유진아... 유진아...”그는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쏟아내며 그녀의 이름만 계속해서 불러댔다.임유진은 탁자 위에 있는 티슈를 들어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울지 마. 다 용서할 테니까 울지 마...”“응. 안 울게. 나 안 울어...”강지혁은 울지 말라는 그녀의 말에 애써 눈물을 참아보며 빨개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우는 강지혁의 모습은 정말 흔치 않은데 오늘 그는 그녀의 앞에서 두 번이나 펑펑 울어댔다.일전 병원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그를 이렇게 울보로 만들 수 있는 건 오직 임유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83화

    강지혁은 임유진의 말에 마치 이제야 생기가 돌아오는 듯 눈을 반짝이더니 입꼬리를 아주 예쁘게 위로 말아 올렸다.“정말 내가 보고 싶었어? 정말...?”강지혁은 감격에 찬 얼굴로 임유진을 바라보며 눈물까지 글썽였다.임유진은 생각보다 더 큰 그의 반응에 순간 심장이 움찔거렸다. 고작 보고 싶었다는 그 한마디가 그에게는 눈물까지 글썽일 일이었나?강지혁이 자신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건 그녀 역시 잘 알고 있는 일이다.그리고 그녀 역시 강지혁 못지않게 그를 사랑하고 있다.“밥 먹어. 음식 다 식겠다. 식으면 맛없어.”“응, 그럴게. 오늘이 우리가 함께 보내는 첫 설날이지만 앞으로는 이런 날들이 끝도 없이 많을 거야. 우리는 앞으로 계속 함께 있을 거야. 내 말이 맞아?”강지혁은 조금 긴장과 기대감이 뒤섞인 얼굴로 질문을 빙자한 자신의 바람을 얘기했다.임유진은 그가 원하는 답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응. 앞으로는 매년 이렇게 함께 있을 거야.”그녀의 이 한마디로 그의 바람과 기대가 완전히 충족되었다.그때 강지혁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그의 볼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는 울고 있었다. 하지만 입꼬리는 기쁜 듯 여전히 위로 올라가 있었다.그 웃음이 꼭 따뜻한 햇볕과도 같아 임유진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우는 모습에 괜히 가슴이 찌릿하며 마음이 아파 났다....강지혁이 갑자기 울어버리는 바람에 거의 2시간이 지나서야 식사가 끝이 났다.“이따 설날 특집으로 하는 예능을 볼 건데 같이 볼래?”임유진이 물었다.그러고 보면 설날 특집으로 하는 예능 프로를 안 본 지도 꽤 오래되었다.어릴 때까지만 해도 외할머니 품에 안겨 늘 함께 예능 프로를 봤었는데 아버지와 함께 도시로 가게 된 뒤로는 설날 특집으로 나오는 예능 프로든 설 특선 영화든 하나도 관심이 없어졌다.설날만 되면 티비 시청 권한은 언제나 임유라에게 있었으니까. 임유진은 진정한 가족 같은 임정호와 방미령, 그리고 임유라 사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82화

    “언제부터 자고 있었습니까?”강지혁이 물었다.“주무신 지 1시간 정도 됐을 거예요.”이모님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에게 곁을 양보했다.강지혁은 허리를 숙이며 한쪽 무릎을 꿇더니 손을 들어 임유진의 볼을 부드럽게 매만졌다.그는 그녀가 이렇게 무방비한 상태가 됐을 때만 그녀를 만질 수 있다. 또다시 그녀가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토해서는 안 되니까.이모님은 강지혁의 행동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짧게 소리를 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사실 그녀는 강지혁이 그 대신으로 고용한 사람이라 그간 강지혁의 얼굴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말이 사모님이지 임유진을 그저 엉겁결에 강지혁의 아이를 임신해 이 가문의 안주인 자리를 꿰찬 별 볼 일 없는 여자라고 생각했었다. 강지혁이 그녀를 사랑할 거라고는 아주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하지만 이렇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마치 조금만 건드려도 깨지는 유리구슬이라도 되는 것처럼 임유진을 조심스럽게 매만지고 또 꿀이 떨어질 것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는 이 행동은 누가 봐도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행동이었다.그때 임유진의 속눈썹이 움찔 떨리더니 이내 그녀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임유진은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강지혁의 얼굴에 몽롱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혁아...”강지혁은 그 말에 마치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아이처럼 서둘러 손을 거두어들였다.“미안, 내가 깨웠지? 졸리면 더 자도 돼.”“안 잘래. 지금 자면 저녁에 잘 수 없을 테니까.”임유진은 눈을 비비적거리며 일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강지혁은 얼른 그녀를 부축하려다가 뭔가 생각난 듯 뻗은 손을 다시 거두어들이더니 이모님더러 부축하라고 했다.“세수하고 나와. 그동안 식탁 세팅하고 있을 테니까.”“응.”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배가 커진 탓에 소파에서 일어서는 것도 시간이 한참이나 걸렸다.세수를 다 하고 식탁 쪽으로 걸어가자 강지혁이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앉은 채 고개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81화

    임유진이 먼저 식사 제안을 해왔다는 건 그를 용서할 마음이 생겼다는 뜻이 틀림없었다.똑똑.그때 누군가가 조금은 조급하게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들어와.”허락이 떨어지자 고이준이 빠르게 안으로 들어와 보고했다.“대표님, 진세령이 탈옥했습니다!”그 말에 강지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다시 어두워졌다. 그는 고이준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경찰들 말로는 오늘 새벽 3시경에 탈옥했다고 합니다. CCTV는 누군가에 의해 지워졌고요. 그래서 현재 상황으로는 누가 진세령을 도와준 건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고이준의 말에 강지혁은 주먹을 꽉 말아쥐며 머릿속으로 사람들을 한번 훑어 내려갔다.진씨 가문일까? 아니면 소씨 가문?진세령은 연예인이었으니까 뒷배가 있는 사생팬이 그녀를 꺼내줬을 수도 있다.만약 그것도 아니면...“진씨 가문과 소씨 가문 인간들한테 사람을 붙여. 수상한 낌새가 포착되면 바로 나한테 보고하고. 그리고 최대한 빨리 김재호를 찾아내!”강지혁은 김재호가 꼭 시한폭탄 같았다. 그래서 그 시한폭탄이 엉뚱한 곳에서 터지기 전에 하루빨리 찾고 싶었다.김재호의 실종이 정말 강문철의 지시와 연관이 있는 건지, 만약 있다고 하면 그 지시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김재호를 찾아내야만 알 수 있다....드디어 설 전날이 되고 임유진은 드디어 강지혁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강지혁은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기고 회색 스리피스 정장에 검은색 코트를 입었다. 조금 핼쑥해진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것 나름대로 또 분위기 있고 멋있어 보였다.하지만 다 좋은데 두르고 있는 목도리와 장갑은 지금 그의 패션과 많이 동떨어져 있었다.임유진은 그가 하고 있는 목도리와 털장갑이 1년 전 자신이 그를 위해 뜬 것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당시 그녀는 오래된 스웨터의 올을 다 풀고 그것으로 그의 목도리와 장갑을 만들었다.“왜? 왜 그렇게 빤히 봐?”강지혁이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부드럽게 물었다.“아... 그냥 음.. 네가 그 목도리랑 장갑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80화

    임유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지영을 와락 끌어안았다.“미안해. 미안해 지영아. 울지 마...”“울긴 누가 운다고 그래?”한지영은 코를 한번 훌쩍이더니 이내 씩씩하게 말을 내뱉었다.“유진아,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과거의 고통에 얽매이지 않고 이제는 앞만 보며 나아갔으면 좋겠어. 진심이야.”임유진은 그녀의 웃음에 괜히 코끝이 찡해졌다.그 누구보다 마음이 아플 텐데도 한지영은 힘든 티 한번 내지 않고 오히려 그녀에게 위로를 건네주었다.“응, 행복해질게. 꼭 그럴게. 그리고 너도 하루빨리 나아서 원래의 한지영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낳으면 맨날 너한테 봐달라고 부탁할 테니까.”임유진의 진심 반 장난 반이 담긴 말에 한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임유진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그러면서 속으로 이렇게 다짐했다.백연신은 이제 잊겠다고,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람이지만 이제는 보내주겠다고, 그와의 기억은 그저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겨주겠다고 말이다....날씨는 점점 차가워지고 이제 이틀 뒤면 설날을 맞이하게 된다.임유진은 부드럽게 복부를 쓸어내리며 벌써 강지혁을 못 본 지도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요 며칠 그녀는 줄곧 한지영과의 대화를 되뇌었다. 한지영은 그녀에게 과거의 고통에 얽매이지 말고 이제는 앞만 보며 살라고 했다.고통이라...만약 누군가가 강지혁을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생각할 것도 없이 ‘그렇다’였다.강지혁을 사랑하지 않았으면 그 잔인한 진실이 눈앞에 놓였을 때 그렇게도 고통스럽지 않았을 것이고 또 이렇게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임유진은 강지혁을 사랑하고 있다. 그녀가 감옥에 가는 걸 차가운 눈길로 그저 지켜보기만 한 남자를 그녀는 아직도 깊이 사랑하고 있다.임유진은 그때 강지혁에게 이런 약속을 했다. 그녀는 절대 그의 어머니처럼 그의 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하지만 지금은...임유진은 휴대폰을 뒤척이며 사진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바로 그녀의 배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79화

    “대표님은 그저 사모님을 더 잘 보호하려고 하는 것일 뿐입니다.”고이준이 답했다.“보호요? 감시가 아니라?”임유진의 되물음에 고이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강지혁은 일전 그에게 김재호의 일에 관해서는 임유진에게 아무것도 얘기하지 말라고 했었다. 곧 출산을 앞둔 사람이 괜한 걱정을 하는 건 싫다면서 말이다.임유진은 고이준의 침묵에 더 추궁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볼록해진 자신의 복부를 바라보았다.병원에 도착한 후 임유진은 아까보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병실에 도착해보니 상당히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한지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치료에 잘 협조한 덕에 한지영은 이제 일상생활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게 되었고 퇴원하는 날도 이제는 멀지 않아졌다.“유진아, 왔어?”한지영은 손을 휘휘 저으며 임유진을 반갑게 맞이했다.“빨리 이쪽으로 와서 앉아. 너는 지금 세상에서 제일 조심해야 하는 임산부란 말이야!”임유진은 자리에 앉으며 미소를 지었다.“몸은 좀 어때? 선생님은 뭐라셔?”“다음 주면 퇴원할 수 있대.”한지영이 이를 활짝 드러내며 웃더니 허전한 머리를 쓱쓱 매만졌다.그녀는 수술 때문에 머리카락을 전부 다 잘라야만 했다. 그래서 지금은 마치 어린 남자아이처럼 머리가 다 잘려있었다.퇴원하고 나면 아마 가장 먼저 가발을 사야 할 것이다.“어제 유미 언니가 나 보러 왔어. 언니는 이미 퇴원했대.”“너랑 언니랑 두 사람 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언니는 착한 일을 한 보답을 받은 거고 나는 정말 운이 좋았지.”한지영은 새삼 자신이 살아난 것이 놀라웠다.“참, 그러고 보니 뉴스 봤어. 진애령을 죽인 게 진세령이었다면서? 내가 그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우리는 줄곧 허재명이 진범인 줄 알고 있었잖아. 진세령도 참 대단해?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지혁까지 속였지?”“속이지 못했어.”임유진의 말에 한지영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응? 그게 무슨 말이야? 속이지 못했다니?”임유진은 주먹을 꽉 말아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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