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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그때 옆에 있던 이웃이 그녀에게 다가와 아빠와 새엄마가 여행을 가서 지금 집에 없다고 했다. 임유라 같은 경우는 이웃의 말에 따르면 밖에서 큰 집을 사서 이젠 집에 돌아오는 횟수가 드물다고 한다.

임유진은 문득 아빠와 새엄마가 일부러 그랬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그녀가 돌아와 엄마에게 성묘할 걸 알고 일부러 집을 비워둔 게 뻔했다.

백억이라, 아빠가 요구한 금액만 생각하면 그녀는 머리가 아찔해 났다.

지금의 임유진이 대체 무슨 수로 아빠에게 백억을 줄 수 있겠는가!

그녀는 이웃들과 작별한 뒤 임유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한번 만나, 너한테 할 얘기 있어.”

“미안한데 나 지금 시간 없어.”

임유라의 시큰둥한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왔다.

“그럼 이것만 대답해. 아빠가 우리 엄마 무덤을 어디로 옮겼어?”

임유진이 물었다.

“그건 나야 모르지.”

임유라는 실실 비꼬면서 대답했다.

“그럼 두 분 지금 어디로 여행 갔는지는 알고 있겠지?”

“정말 미안한데 나 진짜 몰라. 나중에 돌아오시거든 네가 찾는다고 말씀드릴게. 그럼 됐지?”

임유라가 말했다.

곧이어 전화기 너머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립스틱 색상 유라 씨한테 안 어울려요.”

임유진은 흠칫 놀랐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강현수였다.

이어서 임유라가 애교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난 또 현수 씨가 이 색상 좋아하는 줄 알았죠. 나중에 다른 컬러로 바꿀게요.”

그녀는 뒤늦게 휴대폰에 대고 임유진에게 말했다.

“이만 끊을게. 나 지금 좀 바쁘거든.”

곧이어 통화가 끊겼다.

임유진은 손에 쥔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보며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며칠 전에 강현수를 만났을 때, 그가 그녀에게 했던 말과 지금 임유라에게 립스틱 색상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둥 이런 얘기는 너무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

강현수 같은 남자는 아무래도 그저 신선감 때문에 임유진에게 그런 말을 한 듯싶다. 마치 그녀에게만 특별한 감정이 있을 줄 알았는데 실은 수많은 여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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