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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매번 산소로 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을뿐더러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 이곳저곳 성한 곳이 없었다. 보수공사를 진행하려고 했었지만 그럴 바에는 아예 묘원으로 옮겨버리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다만 그렇게 마음먹고 난 후 갑자기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렇게 3년 동안 성묘하러 가지도 못한 채 묘원으로 옮기는 생각은 꾹꾹 묵혀두었다. 3년 뒤 드디어 출소를 하게 되었지만, 이제는 돈이 없었다. 묘원으로 옮기는 돈은 물론이었고 무덤을 옮겨주는 일꾼들에게 줄 돈조차도 없었다.

임유진이 어머니 산소가 있는 산 아래까지 와보니 거기에는 이미 성묘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묘지로 들어가기 전 수첩에 묘의 고유번호를 기재했다.

어느덧 임유진의 차례가 다가왔고 그녀가 익숙하게 번호를 적고 묘지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담당자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아가씨, 이 번호는 이제 여기 없어. 옮겨간 지가 언젠데."

"옮겨 갔다니요?"

임유진이 깜짝 놀라 물었다.

"몰랐어? 여기 보면 임정호라는 사람이 옮겨 갔는데? 산소 주인 남편 맞지?"

직원이 수첩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에 임유진이 일전 임정호가 무덤을 옮기는 일로 자신을 불렀던 일이 떠올랐다. 무덤을 옮긴다는 임정호의 말에 집으로 찾아가 보니 임정호와 계모는 무덤을 옮기는 말보다 강현수에 대해 더 많이 캐물었고 그녀는 그렇게 무덤을 옮기는 일이 흐지부지된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아무런 말도 없이 옮겨버리다니.

"혹시 어디로 옮겼는지는 아세요?"

임유진이 다급하게 물었다.

"그거야 나는 모르지."

임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역시 자신의 눈으로 직접 봐야겠는지 직원에게 부탁했다.

"그럼... 그럼 제가 잠깐만 올라갔다 오면 안 될까요? 진짜 옮겨간 게 맞는지 확인만 되면 금방 다시 내려올게요."

임유진의 모습에 직원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허락해 주었다.

임유진은 거의 뛰어가다시피 산을 올랐다. 그렇게 힘겹게 산을 올라 어머니가 묻혀 있는 자리에 도착해보니 그곳은 어느새 평지가 되어 있었고 아무것도 없었다.

‘진짜 옮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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