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341 - 챕터 350

1267 챕터

제341화

그럼 강지혁은 대체 어디로 간 거지?임유진이 계단 아래로 내려가 봤지만, 거기에도 강지혁은 없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갔다.대체 왜 이런 야심한 시각에 이렇게까지 강지혁을 찾고 있는지 임유진 자신도 몰랐다.강씨 저택은 강지혁과 임유진이 있는 본채를 제외하고 사용인들이 묵는 방, 정원, 그리고 연못에 정자까지 있었다.이 저택에 살게 된 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태껏 임유진은 집을 둘러본다거나 하지 않았던지라 저택에 뭐가 있는지, 얼마나 큰지를 모르고 있었다.시간은 이미 11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저 멀리 길가에서 은은히 비추는 가로등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다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다.쌀쌀한 바람에 임유진은 옷을 여미며 자기 자신에게 대체 왜 이 시간에 밖에까지 나온 건지 물었다. 대체 강지혁을 왜 찾고 있는 거지?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여기가 강지혁 집인데 무슨 일이 생길 리가 없지 않은가.임유진은 고민 끝에 오늘 강지혁이 구해주러 와서 자신이 지금 이러는 거라고 자기 멋대로 합리화를 했다.그때 본채 옆 멀지 않는 곳에서 보이는 빛 한 줌이 그녀의 시선을 끌었고 이에 그녀가 천천히 다가가 보니 거기에는 작은 별채가 있었다.임유진이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가자 꽤 넓은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고 고개를 들어보니 벽에는 한 남성의 흑백사진이 걸려있었다.잘생긴 얼굴에 따듯함까지 보이는 남성은 강지혁과 많이 닮아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눈이었다. 사진 속의 남자는 사람을 홀릴 것 같은 눈을 한 강지혁과는 달리 굳이 말하자면 강문철의 눈과 더 닮아있었다.임유진은 금세 사진 속의 사람이 바로 강지혁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렇게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분일 줄은 몰랐지만.임유진은 강지혁의 입에서 그의 엄마가 그와 그의 아버지를 버리고 떠났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크게 동요하거나 놀라지 않았다. 유사한 사건들을 변호사로 있었을 때 많이 접해봤기 때문에.다만 이토록 다정한 얼굴을 한 남자를 대체
더 보기

제342화

임유진은 한참을 머뭇거리다 드디어 입을 열었다."별 건 아니고, 아까 나 데려다주고 나서 네가 다른 데로 가길래 무슨 일 있나 해서 그냥... 그냥 잠도 안 온 김에 이리저리 둘러본 거야. 별일 없어 보이니 난 그만 갈게..."임유진이 서둘러 자리를 뜨려고 등을 보이자 강지혁이 뒤에서 그녀를 감싸 안았다."그래서, 내가 걱정됐다는 거지?"임유진은 강지혁의 갑작스러운 포옹에 온몸이 굳어버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내가 강지혁을 걱정했다고?’임유진은 오늘 그가 자신을 구해준 것 때문에 그를 강지혁이 아닌 ‘혁이’로 생각했던 걸까? 그래서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걱정까지 했던 걸까?그때 임유진을 안고 있던 강지혁의 호흡이 점점 가빠지는 것 같더니 이내 신음을 내며 그녀를 안고 있던 팔도 점점 풀기 시작했다.임유진이 뒤를 돌아보자 강지혁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서는 한 손으로 자신의 복부를 움켜쥐고 있었다.전에도 이런 모습을 본 적 있던 임유진이 다급하게 물었다."너 설마 또 위가 아파?""기억하고 있었네."강지혁이 아픈 와중에도 웃음을 지어 보이며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강지혁의 약해진 모습에 당황한 임유진이 주위를 둘러보다 옆방 안에 소파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얼른 그를 소파까지 부축해주었다."갑자기 아픈 거야?"임유진이 옆에 있던 티슈를 뽑아 강지혁 이마의 땀을 닦아주며 물었다."사실은 아까 전부터 살짝 아프기 시작했는데 금방 괜찮을 줄 알고 가만히 내버려 뒀었거든. 근데 누나, 나 아픈 거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네. 내가 계속 신경이 쓰이긴 했나 봐?"임유진은 그의 말에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가 이내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입을 열었다."약은 있어?""나 약 먹는 거 싫어해.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약 먹는 걸 싫어한다고? 하지만 내가 그때 약 사줬을 때는...""그건 누나가 사준 거니까."강지혁은 임유진이 사준 약은 하루도 빠짐없이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하지만 그때는 주위
더 보기

제343화

"약 먹어야지. 여기서 더 아프면 어떡하려고."임유진은 갑자기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핸드폰으로 근처 비대면 진료 약 배달이 가능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제일 가까운 약국까지도 차로 20분은 걸리지만, 퀵 서비스를 이용하면 경호원이 갔다 오는 것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다.생각을 마친 임유진은 일전 강지혁이 먹었던 약을 사 오도록 주문을 넣었다.강지혁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작게 신음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질끈 감은 눈은 속눈썹 때문에 길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S 시에서 제일 잘 나가는 남자가 지금은 어린아이처럼 사람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었다.강지혁의 모습에 임유진은 마음이 저릿해 났다. 자신이 제일 걱정하지 말아야 할 남자가 이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를 걱정하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임유진이 방을 다시 자세히 둘러보자, 이 별채는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곳처럼 스산하기 그지없었다.지금 두 사람이 있는 방에도 역시 처음 별채로 들어왔을 때 봤던 사진과 똑같은 사진이 있었고 사진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강선우’라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상 위에는 향도 피워져 있었고 위패도 놓여져 있었다.강지혁의 아버지는 참으로 자신의 얼굴과 잘 어울리는 이름을 가졌다. 강선우 사진 옆에는 어떤 여성의 사진도 있었다. 검은색 웨이브 머리를 한 여성은 매우 아름다웠고 눈동자가 매우 매혹적인 것이 꼭 강지혁의 눈동자와 닮아있었다.‘그럼 이분이... 강지혁의 어머니인 건가?’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임유진은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돌리다 마침 탁자 위에 있는 정수기를 발견하고 얼른 미지근한 물을 받아와 강지혁에게 건네주었다."자, 이거 마시면 조금은 괜찮아질 거야."강지혁이 그 말에 천천히 눈을 뜨더니 임유진을 쳐다보며 물었다."내가 안 아팠으면 좋겠어?"임유진은 입을 꾹 다문 채 그를 일으켜 컵을 강지혁의 입가에 갖다 댔다. 천천히 그녀가 준 물을 다 마신 강지혁은 다시 눈을 감으며 소파에 기댔다."난 이대로 좀만
더 보기

제344화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약 가지고 올게."임유진은 강지혁에게 이 한마디를 남긴 채 부랴부랴 별채를 나왔다.강지혁은 소파에 누워서 임유진이 방금 한 말을 머릿속에서 되새기며 그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늦은 시간이었고 임유진은 강지혁에게 똑같은 말을 남긴 채 약을 사러 떠났다.강지혁은 그 말에 얌전히 그녀를 기다렸고 지금도 역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임유진은 황급히 저택 대문을 향해 달려나갔다. 길가의 가로등 덕에 지금, 이 시각에 부잣집에 약을 배달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배달원의 황당한 얼굴이 너무나도 잘 보였다."약 시키셨죠? 여기요.""네, 맞아요. 감사합니다."임유진은 배달원의 손에서 약을 받아든 후 얼른 몸을 돌려 다시 별채로 향했다.배달원은 그녀가 들어간 대저택을 바라보며 이상한 경험을 했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이때 강씨 저택 보안실에서 CCTV를 보고 있던 경호원들도 임유진이 별채에서 황급히 나와 물건을 가지고 다시 별채로 돌아가는 광경을 목격했다."허, 저기서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고?""그리고 저건 배달음식인 건가...?"내용물이 봉투에 담겨 있던 탓에 그것이 약인 것까지는 몰랐다."대표님이 내쫓지 않는 거로도 모자라... 같이 야식이라도 드시려는 건가?"경호원들은 모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 놀란 얼굴을 했다. 그들은 임유진이라는 여자가 강씨 저택에 발을 들인 만큼 강지혁이 그녀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저 별채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강씨 저택에서 몇십 년을 일해 온 사용인이 청소를 위해 들어갈 수 있는 것을 제외하면 저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강지혁과 강문철뿐이었다.경호원들은 아까 임유진이 모르고 별채에 발을 들였을 때 금방 강지혁에 의해 내쫓겨질 줄 알았다. 그리고 아마 날이 밝는 대로 이대로 영영 강씨 저택에 발도 못들이게 될 줄 알았다. 그렇게 계속 CCTV를 보다가 여자가 급하게 나오는 모습에 드디어 쫓겨났나 싶었지만 이게 웬걸, 이제는 배달음식으로 보이는 물
더 보기

제345화

강지혁이 천천히 눈을 뜨고 임유진을 바라보니 그녀는 그때처럼 헐레벌떡 뛰어왔는지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강지혁을 아무리 무서워하고 미워한들 그가 아픈 것은 못 보겠는 사람처럼 임유진은 그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강지혁은 그 생각에 아픈 것도 조금은 나아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러고는 예전처럼 순순히 임유진이 건네주는 약과 물을 받아먹고 다시 누웠다.극심한 고통에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세게 깨물었다는 생각에 임유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강지혁의 입술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자꾸 나 그렇게 보면 나한테 키스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할 거야."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이 화들짝 놀란 채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다급하게 변명했다."난! 난 그냥 네 입술이 피가 났길래 본 것뿐이야. 다른 뜻은 없어.""다른 뜻이 있대도 상관없어. 누나가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키스해도 돼."강지혁은 여전히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이마에는 땀이 범벅이었지만, 아까보다는 편해진 듯 보였다.임유진은 은근슬쩍 플러팅하는 강지혁의 말에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자 고개를 돌린 곳에는 강선우와 강지혁 어머니의 사진이 있었다."아버지... 보러 온 거야?""응."강지혁은 짧게 대답한 후 사진이 걸려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임유진은 살짝 어두워진 그의 얼굴을 보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강선우의 사진이 놓인 앞쪽으로 자리했다. 그러고는 강지혁이 뭐라고 묻기도 전에 강선우를 향해 예의를 갖춰 절을 했다.한 번, 두 번, 강지혁은 자신의 아버지한테 절을 올리고 있는 임유진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눈동자가 일렁거렸다. 그녀의 표정을 보지는 못했어도 그녀가 지금 충분히 예의를 갖춘 채 절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멀리서도 느껴졌다.강지혁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강선우를 바라보았다. 강지혁의 눈은 마치 이 여자가 바로 아버지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라고, 이 여자를 평생 자신의 곁에 묶어두고 떠나지 못하게 하겠다고, 자신은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을 거라
더 보기

제346화

그는 예전 같으면 이런 말들을 안 했겠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가 아버지의 위패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자 곧장 자연스럽게 말했다.마치 그녀를 마주할 때만 마음속에 묻어둔 이런 말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 같았다.“말하자면 아빠도 그 당시에 많은 여자를 만나보셨고 엄마보다 예쁜 여자도 분명 있었을 텐데 고작 엄마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다니, 참 바보 같은 짓이지.”강지혁이 나지막이 말했다.“아버님도 어머님이 예뻐서 좋아하신 것만은 아닐 거야. 한 사람이 누군가를 진정 좋아할 때 외모는 어쩌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외모와 상관없이 결국... 다 좋아하게 돼 있어.”임유진이 말했다.강지혁은 두 눈을 반짝이며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어쩌면... 누나 말이 맞을지도 몰라. 누군가를 진짜 좋아하게 되면 외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강지혁도 임유진보다 남자 마음을 더 잘 헤아리고 잘 맞춰주는 여자를 많이 봐왔지만 유독 임유진이 주는 그 느낌만 좋아했고 그녀한테 푹 빠져있는 것과 같았다.그녀가 그를 관심해줄 때 잔잔한 물결 같은 다정함과 말끝마다 ‘혁아’라고 불러주는 모습, 밤마다 그와 손잡고 자는 것까지 전부 다 좋았다...무언가를 암시하는 듯한 그의 눈빛은 그녀를 온통 뒤덮을 것만 같았고 그녀도 이 눈빛 속에서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임유진이 강지혁 아버지에게 올린 향이 다 타들어 간 후에야 강지혁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엄마의 사진을 불태워버린 후 촛불을 껐다.“어머님 사진을 왜 태워?”그녀가 의아한 듯 물었다.“매년 이맘때면 난 항상 사진을 태워.”강지혁이 대답했다.“다 됐으면 이만 돌아가자.”임유진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채 시계를 들여다봤는데 막 0시를 넘기고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왜 매년 이맘때 사진을 태워?”그녀는 궁금해하며 묻더니 무언가 깨달은 듯 재빨리 말했다.“음, 대답 안 해도 돼. 나 그냥... 그냥 물어본 거야.”사실 그녀는 이런 질문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임유진은 속으로 끊임없이
더 보기

제347화

“왜 그래?”강지혁이 걸음을 멈추자 임유진은 의아한 듯 물었다.“아니야, 아무것도.”강지혁은 머리를 숙이고 담담하게 말했다.두 사람이 본채로 돌아갈 때 임유진이 물었다.“지금은 좀 어때?”“많이 좋아졌어.”강지혁이 대답했다.“너 그 위통이 지병이라 해도 시간 내서 병원에 찾아가 치료 잘해야 해.”임유진이 말했다.“어떤 병은 작은 병일 때 신경 안 쓰다가 나중에 큰 병을 만들잖아.”“그러니까 누나 지금 날 관심하는 거야?”강지혁이 입꼬리를 씩 올리고 웃으며 물었다.그녀는 숨 막히고 난감하여 위층에 올라가려 했지만 강지혁이 손을 번쩍 들더니 그녀를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알았어, 누나 말 들을게. 나중에 시간 내서 의사한테 보이고 몸조리도 잘할게. 오늘 누나가 사준 약도 얌전히 잘 먹을게. 누나 말 잘 들으면 누나도 날 조금은 좋아해 줄 거지?”“뭐라고?”임유진은 어안이 벙벙했다.‘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내 말을 잘 듣겠다니? 세상에, 말도 안 돼. 강지혁 같은 남자애 입에서 어떻게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냐고?’강지혁은 머리를 숙이고 그녀에게 바짝 다가가 중저음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내가 말 잘 들으면 누나는 날 좋아해 줄 거야? 난 누나가 좋아해 주길 바라는데.”그랬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얻고 싶었다. 처음엔 그저 그녀가 옆에 있어 주기만을 바랐는데 언제부턴가 욕심이 점점 커지고 갖고 싶은 게 더 많아졌다!이렇게 옆에 묶어두는 것만으론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원했다. 오직 그만 바라보고 모든 신경이 온통 그이길 바랐다.“그래 줄 수 있어?”악마의 화려한 유혹 같은 그 목소리는 상대의 허락을 갈구했다.임유진은 그를 멍하니 바라볼 뿐 머릿속이 하얀 백지장으로 돼버렸다.그녀는 당장이라도 허락해줄 것만 같았다......임유진은 밤새 침대를 뒤척이며 머릿속에 온통 강지혁이 했던 말이 맴돌았다.‘강지혁이 정말... 내 말을 들어줄 수 있을까?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강지혁이 어떻게 그런 말을 내
더 보기

제348화

한지영은 드디어 통화를 마쳤다. 이때 임유진이 물었다.“어머님이 대체 뭐라고 하셨길래 이토록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어? 게다가 무슨 처벌이든 다 받겠다니, 이게 다 무슨 일이래?”“뭐긴 뭐겠어, 선보라고 다그치는 거지.”한지영이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엄마가 심지어 이번엔 아주 완벽한 상대라 다른 아줌마 손에서 겨우 뺏어왔대. 나보고 일단 만나는 보래.”한지영은 엄마가 이해되지 않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그녀의 엄마는 마치 그녀가 이 두 해에 시집 못 가면 평생 노처녀로 살 거라고 단정한 듯싶다.“그럼 일단 만나봐. 기회라 셈 치면 되잖아.”임유진이 고민하다가 대답했다.“멈춰, 나 지금도 머리가 터질 것 같단 말이야. 선까지 보면 이대로 폭발해버릴지도 몰라.”한지영은 엄마가 종일 선보라고 다그치는 것만 생각하면 피를 토할 충동이 생겨날 지경이다.“왜? 또 뭔 일 있구나!”임유진이 말했다.한지영은 절친을 힐긋 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만약에 내가 지금 백연신 씨랑 사귀는 중이라면 넌 엄청 놀랄 거지?”임유진은 하마터면 자신의 침에 사레들릴 뻔했다.“너 백연신 씨랑 사귄다고? 전까지만 해도 백연신 씨가 너한테 복수하는 거라고 했잖아!”“맞아. 복수하는 거야.”한지영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럼에도...”“일단 사귀고 나서 내가 자기를 사랑하게 되면 그때 다시 나를 뻥 차버릴 거야.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어떤 건지 나 맛 좀 보라고 그런 거겠지. 드라마에서 다 그렇게 나오잖아!”한지영이 대답했다.하지만 백연신이 정말 이토록 유치한 방식으로 복수할까? 임유진은 심히 의심스러웠다. 강지혁은 전에 그녀에게 백연신에 대해 말한 적이 있는데 아주 독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사생아 신분으로 백씨 일가를 물려받고 백씨 일가의 오너가 될 수 있겠는가.게다가 백씨 일가의 본처와 그녀의 두 아들도 백연신의 눈치를 보고 있다.“너 정말 그렇게 생각해?”임유진이 물었다.“아니면 뭔데? 또 다른 가능성이 더
더 보기

제349화

한지영은 아무래도 암흑한 면을 많이 겪지 못한 듯싶다. 반면 임유진은 교도소에서 수많은 암흑한 장면을 봐왔고 가끔은 심지어 눈물을 흘릴 기운조차 없었다.“풉!”한지영은 채 삼키지 못한 푸딩을 내뱉더니 곧장 티슈로 입을 닦고 그녀에게 말했다.“유진아, 농담을 해도 내가 음식 먹기 전에 했어야지. 이런 어처구니없는 농담이 어디 있어?!”“나 진지해.”임유진이 말했다.둘은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한참 후 한지영이 머쓱하게 웃었다.“설사 연신 씨가 나한테 호감이 있다 해도 우린 아예 어울리지 않아. 백씨 일가가 어떤 집안인지 잘 생각해봐. 내가 진짜 연신 씨랑 잘 되면 평생 재벌가의 치열한 사투를 겪을 거야. 내 전투력으론 가차 없이 짓밟히겠지.”그러니 이런 일은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게 답이다. 한지영이 백연신에게 진 ‘빚’만 청산한다면 그녀도 곧 자유를 얻을 테니까.“이 얘긴 됐고, 너 얼마 전에 새로운 직장 구했다고 하더니 어때? 좀 할 만해?”한지영이 화제를 돌렸다.“나름대로. 작은 식당이라 월급이 80만 원밖에 안 돼. 뭐 그래도 사모님도 좋으시고 다른 직원들과도 잘 지내고 있어.”임유진이 대답했다.“다행이네. 그렇지만 너 지금 하는 일 오래 하는 거 아니다. 공부도 잘했겠다, 다른 자격증 같은 건 딸 생각 안 해봤어? 미리 따놓으면 나중에 직업을 바꿀 수도 있잖아.”한지영의 말에 임유진은 쓴웃음을 지었다.“난 지금 프런트도 할 수 없어. 진짜 자격증을 딴다고 해도 아무 소용 없을 거야.”한지영은 말을 잇지 못했다. 말하자면 결국 임유진이 전과 기록이 있어 이 사건을 뒤집는 것만이 가장 좋은 해결방안이다!“저번에 말한 그 증인은 내가 좀 더 지켜볼게. 개인 탐정이 말하길 시간이 좀 지나면 실질적인 증거를 찾아낼 수 있대. 증거를 확보하거든 우리 함께 해성시로 가서 확실히 알아보자.”한지영이 말했다.“그래.”임유진은 자신에게 일이 생긴 그 순간부터 줄곧 함께해온 절친을 감격스럽게 바라봤다. 모두가 그녀를 범인으로 주목할 때
더 보기

제350화

OK! 확인 완료.한지영은 앞으로 걸어갔다.“저기 혹시 장규현 씨 맞으시죠? 안녕하세요, 한지영이에요.”“안녕하세요.”상대는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대답했다.“실은 제가...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데...”한지영은 그에게 사과부터 하고 싶었다. 오늘은 진심으로 선보기 위해 나온 게 아니라 엄마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나왔으니 이따가 친구 사귀는 셈 치고 밥 한턱 쏘기로 했다.다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상대가 덥석 잘라버렸다.“그럼 일단 여기 한번 둘러볼까요? 마트 옆에 작은 공원이 하나 있던데 우리 그리로 가볼래요?”뭐? 공원?한지영은 어둑어둑해지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시계를 들여다봤는데 이미 다섯 시를 넘긴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밥부터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그녀는 단순히 좋은 뜻으로 일깨워주었다. 여긴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라 식사 시간이 되면 주변에 많은 식당들이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할 테니까. 만약 공원을 다 돌고 오면 마침 손님이 많이 밀려올 때라 더 오래 기다려야 할 듯싶다.“아직 배가 안 고파서 얘기 좀 나누다가 다시 정하죠.”장규현이 말했다.‘그래, 그럼 얘기 좀 나누지 뭐.’한지영은 상대와 함께 공원으로 향했고 이어서 그녀는 광풍과 폭우를 방불케 하는 폭격탄을 경험했다.상대는 그녀에게 오만가지 질문을 퍼부었다. 그녀의 나이부터 집안, 직장, 학력까지 그리고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는 어디 다녔는지 등등 없는 게 없었고 나중엔 그녀의 초등학교 성적까지 꼬치꼬치 캐물었다.한지영은 문득 감개무량해졌다. 요즘 맞선은 원래 이렇게 많은 걸 물어보는 추세인가?“지영 씨, 전에 연애는 해봤어요?”장규현이 또 물었다.“저기 죄송한데 규현 씨, 저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규현이 덥석 이어받았다.“지영 씨, 저는 남자를 너무 많이 만나본 여자는 별로예요. 제 여자친구는 경험이 풍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말인데 지영 씨가 솔직하게 대답해주셔야 앞으로 우리가 불필요한
더 보기
이전
1
...
3334353637
...
127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