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311 - 챕터 320

1267 챕터

제311화

‘뭐지? 지금 핸드폰을 돌려주는 게 아닌가?’한지영은 눈을 끔뻑였다.“돈 줄까요?”이 말을 한 한지영도 자기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연신이 어떤 사람인데 그녀의 푼돈이 필요할 리가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러고는 마치 바보를 보는 것처럼 그녀를 쳐다봤다.“그럼 뭘 원하는데요?”그녀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한지영은 백연신이 핸드폰을 빌미로 3년간 참았던 화를 그녀에게 푸는 거로 생각했다.뭐 어차피 화풀이만 하면 된다.“3년간 연애는 했어?”백연신이 물었다.한지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럼 좋아하는 사람은 있었어?”백연신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그건... 좀 많은 것 같은데. 좋아하는 연예인까지 합치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텐데.’하지만 지금 백연신의 아무런 표정이 없는 얼굴을 보고 한지영은 본능적으로 머리를 흔들었다.“그러고 보니 그때 나한테 그런 적 있었지. 나 같은 남자친구가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그가 아랑곳하지 않으며 물었다.한지영은 하마터면 침에 사레가 들릴 뻔했다. 그건 그냥 철없을 때 한 말일 뿐이었다. 임유진의 말로는 백연신이 백선 그룹 회장이자 백씨 집안의 수장이라고 했는데 한지영이 넘볼만한 사람은 아니었다.“허허, 아니에요. 난 그냥 일반인 남자친구면 돼요. 난 행복에 대한 요구가 높지 않거든요.”한지영이 뻘쭘한 듯 입꼬리를 움직이며 말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백연신은 그런 그녀를 힐끔 보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머리를 숙인 채 계속 그녀의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웹 브라우저를 열어 열람 기록을 살펴봤다.한지영은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저번 주에 소설을 봤던 것 같은데, 제발 들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하지만 그녀의 작은 바람은 결국 무너졌다. 그는 이미 한 주 전의 열람 기록까지 뒤졌고 임의로 클릭해 들어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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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한지영의 얼굴이 빨갛던 데로부터 하얘졌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더니 한마디 새어 나왔다.“미안해요.”이 말을 한 것도 그녀였고 지키지 못한 것도 그녀였다.“많이 미안해해야 되는 건 맞지.”백연신이 대답했다.차 안은 침묵이 맴돌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 멈춰 섰고 한지영은 백연신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 그제야 이곳은 어제 그녀가 왔던 별장이라는 걸 깨달았다.어젯밤 못 나오게 하던 상황이 떠올라 한지영은 발걸음을 멈췄다.“왜? 못 들어가겠어?”백연신이 머리를 돌려 한지영을 바라봤다. 한지영은 입을 삐쭉거리더니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할 말 있으며 밖에서 해도 되지 않을까 해서요.”백연신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한지영, 너를 잡아두려면 방법은 많아. 근데 이번만큼은 내가 약속할게. 강지혁이 와서 널 다시 데려가려고 해도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야.”한지영이 멈칫하며 망설이더니 이를 악물었다. 무서워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만약 진짜 한지영한테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지금의 그녀로서는 막을 힘이 없었다.하지만 한지영은 마음을 다잡은 듯 발걸음을 내디뎠고 그렇게 앞으로 몇 발 다가섰다.백연신이 담담하게 웃더니 따라서 앞으로 걸어갔다.별장에 들어서자, 백연신이 긴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앉아.”그러자 한지영은 초등학생이라도 된 것처럼 고분고분 가서 앉았다. 백연신은 카운터 쪽으로 걸어가 술을 조제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지개색의 칵테일이 만들어졌다. 그는 술잔을 들고 그녀 앞으로 걸어왔다.“마셔. 그때 이 술 좋아하는 것 같던데.”그때 일을 꺼내면 그녀는 마음이 켕겼다. 한지영은 그때 이 술이 과일주처럼 생겨서 그렇게 독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은 취해서 그런 짓을 한 것이었다.그러지만 않았어도 한지영과 백연신은 지금처럼 난처한 사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아니에요. 목마르지는 않아요.”그녀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백연신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이렇게 힘들게 만든 술인데 안 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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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마... 맛있어요.”한지영은 혀가 꼬여왔다. 입안에는 온통 칵테일 냄새였다.원래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셔야 하는 술을 그녀는 이렇게 한꺼번에 털어 넣었다.“백연신 씨, 어떻게 해야 그때의 화가 풀릴 것 같아요? 말해 봐요!”술을 마셔서 그런지 담도 많이 커졌고 목소리도 덩달아 커졌다.백연신의 까만 눈동자가 어두워지는 게 보였다.“나한테 빚진 게 무엇이면 그걸 지금 갚으면 돼.”한지영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빚진 게 뭐면 뭘 갚으면 된다고요?”“그래.”백연신이 대답했다.한지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흔들었다. 아까 마신 술기운이 올라와서 그런지 조금 어지러운 느낌이었다.역시 이 술은 그때와 같이 뒤끝이 셌다.하지만 지금은 뒤끝이 세서 그런지 아니면 한지영이 대담해진 건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하게 되었다.예를 들면 그녀는 지금 외투의 지퍼를 당겨 외투를 벗고 있다.백연신은 실눈을 뜨고 한지영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다. 그녀를 보는 그의 눈빛이 살짝 반짝였다.한지영은 외투를 벗더니 안에 입은 스웨터를 벗었고 스웨터를 벗더니 그 안에 입은 흰 티까지 벗기 시작했다.“왜? 내가 널 보고 싶어 할 줄 알고?”백연신이 차갑게 말했다.“그러게요. 원망하면 원망했지, 보고 싶지는 않겠네요... 그럼 다른 사람으로 바꾸면 되잖아요. 어차피 내가 빚진 것만... 끅, 돌려주면 된 거 아닌가.”한지영이 눈을 끔뻑이더니 대답했다. 혀가 말을 듣지 않아 말할 때마다 혀가 꼬여왔다.백연신의 표정이 점점 구겨지더니 그녀에게 다가가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왜, 누가 이런 짓을 하든 다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거야?”“그냥... 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하면 되죠. 아니면... 어떻게 갚으라는 거예요? 근데... 약속은 지켜요... 우... 우리 부모님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엄마 아빠는 그저 하루하루를 착실하게 살아가는 시민일 뿐이에요... 평생 나쁜 짓 한 적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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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백연신이 그녀에게 숨겨진 자식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혔을 때 그녀는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숨겨둔 자식이면 어때요? 당신이 당신인 건 변하지 않아요. 당신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숨겨둔 자식인지 아닌지로 결정되는 게 아니에요.”“내 출생의 비밀이 떳떳하지 못하다고는 생각 안 해?”그때 그녀가 어떻게 대답했었지? 그녀가 진지하게 대답했다.“난 그냥 당신 부모님이 결혼에 대해서 너무 경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아이가 생겼으면 결혼해야지. 결혼 못하는 상황이면 처음부터 거리를 두든가 안전조치를 잘하든가 해야죠. 그런 말도 있잖아요.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만남은 다 변태들이나 하는 짓이라고.”백연신 앞에서 그의 부모님을 이렇게 말하는 건 그녀가 처음이었다.하지만 어떤 때는 결혼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게 너무 많은 다른 목적이 있어서라는 걸,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이익의 교환이 있는지 그녀는 알고 있을까?결혼은 그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여자를 선택하는 것뿐이다.“그럼 만약에 누군가랑 사귄다면 결혼을 전제로 만날 거야?”“당연하죠.”그녀가 말을 이어갔다.“만약 훗날 결혼한다면 꼭 서로 많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평생 사랑하면서 살 거예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가족 간의 정으로 변하겠지만 그러면 어때요? 서로 배신하지만 않는다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같이 있을 수 있는데...”한지영은 그에게 훗날 그녀가 바라는 사랑과 결혼을 설명했다. 백연신도 듣다보니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도 그런 사랑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백연신은 자신의 결혼에 대해 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결혼한다면 아마도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여자와 하거나 아니면 영원히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이다.근데 그때만큼은 그녀의 말에 심장이 떨려왔다.만약 이 여자와 결혼한다면... 그도 기꺼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는 그날도 기대하기 시작했다.“나 좋아해?”다시 현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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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눈앞에서 곤히 자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백연신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짜 그녀를 찾아냈다! 그녀는 더 이상 그의 기억 속에만 있는 사람이 아닌 실제로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났다.“오늘 나랑 약속한 거야. 후회는 용납 못 해.”그의 목소리가 조용한 방안에 유유히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그의 말에 대답하고 있었다.____임유진은 면접을 보고 강 씨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녀에게 오늘 면접은 사실 간단했다. 상대방은 그저 그녀의 건강검진 결과를 요구했고 기본적인 문제만 물어봤다.하지만 왜 법대를 읽은 우등생이 배달일을 하냐고 묻자 준비한 문제이긴 해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냥 간단하게 차 사고로 옥살이하게 되어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자 상대방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돌아가서 결과를 기다리라고 했다.이번 면접도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임유진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문제는 영원히 에둘러 갈 수 없는 문제였다.S시에서 배달 기사를 뽑는 크고 작은 회사는 열몇 개 정도였다. 임유진은 회사마다 다 이력서를 넣었지만, 붙을 수 있는 회사가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피곤함이 느껴졌다.그냥... 사는 것 자체가 피곤했다.출소 후 일어난 일들만 해도 그녀를 힘들게 했다.저녁 식사를 하던 중 강지혁이 갑자기 물었다.“누나 오늘 알바 알아보러 갔어?”임유진은 놀라서 젓가락을 놓칠 뻔했다.“왜? 그렇게 놀랄 일인가?”강지혁이 웃으며 말했다.“오늘 어떤 사장이 나한테 전화 와서 누나 알바 면접 보러 갔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묻더라고.”임유진은 침묵을 지켰다. 면접을 보던 면접관은 차 사고로 죽은 피해자가 누군지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도 모를 거라 생각했다.조사까지 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사장님이 직접 강지혁한테 전화까지 하다니, 막막한 현실이 또다시 그녀에게 혹독한 매질을 한 것이었다.“말해봐. 내가 어떻게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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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임유진은 충격받은 얼굴이었다.“뭐라고?”“누나, 못 알아듣겠어?”강지혁은 참을성 있게 한 번 더 말을 반복했다.“내 말은, 그 회사가 마음에 안 들면 제명한다고.”그는 아주 평범한 일을 얘기하는 것처럼 평온한 표정이었다.‘하지만... 제명이라고?’임유진의 동공이 떨렸다.‘내가 이해한 것이 맞을까?’그 기업은 배달 업계의 루키였다. 비록 유명한 회사들보다는 좀 못했지만 요즘 형세가 꽤 좋았고 심지어 최근에는 자금조달을 성공적으로 마쳐 벤처 산업에 3,400억을 투자했다고 한다.그런 회사를 제명하고 싶다고 해서 제명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하지만 강지혁이 그런 말을 했다면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할 수 있었다.“단순히 내가 싫어한다는 이유로?”임유진은 멍한 얼굴로 강지혁에게 물었다.강지혁은 싱긋 웃었다.“나도 누나를 배신한 사람은 별로야. 사람을 배신하는 방법으로 이득을 보려는 임원은 내가 손을 쓰지 않더라도 회사에서 큰일을 해내지 못할 거야. 그렇다면 일찌감치 없애버리는 게 낫지.”임유진은 순간 많은 말들이 목구멍에 턱 걸렸다.강지혁은 웃으면서 말했지만, 사실 그는 한 회사의 생사존망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알았더라면 그 사람은 절대 전화를 걸지 않았을 것이다.“참, 누나 왜 밥을 안 먹어? 얼른 먹어.”그는 말하면서 그녀의 그릇에 또 음식을 집어줬다.아주 다정하고 세심하게 말이다.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것이 가짜라는 걸 알았다. 다른 이들은 절대 강지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조금 전까지는 아껴주다가 다음 순간에는 지옥으로 밀어버릴지도 몰랐다.임유진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기계적으로 그릇 안의 음식을 먹었다. 아주 맛있는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정말 내가 일자리 소개 안 해줘도 돼? 어떤 직업을 원하든 나한테 말만 하면 돼. 원래 업계에서 일하고 싶어도 되고.”강지혁이 말했다.“아니... 괜찮아. 내가 알아서 찾을게.”임유진이 대답했다.다음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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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여긴... 어디지?’한지영은 당황했다. 이내 머릿속에 예전 광경이 떠오른 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내가... 또 술을 마셨어. 그것도 취할 정도로!’“일어났어?”들려오는 목소리에 한지영은 몸이 굳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역시나 백연신이 침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소파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일... 일어났어요...”한지영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침대에서 빠르게 일어났다. 멀쩡히 옷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아마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한지영은 그렇게 생각했으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내가 취해서 뭔 짓 하지는 않았죠?”“한 일이 하도 많아서 어떤 걸 가리키는지 모르겠네.”백연신이 나른하게 물었고 한지영은 입이 떡 벌어졌다.‘많은 일... 내, 내가 무슨 짓을 했는데?’하필 이번에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예전과는 달리 깨어난 뒤에 뭘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내... 내가 무슨 짓을 했는데요?”한지영은 갑자기 침이 고여 침을 꿀꺽 삼키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백연신은 무엇 때문인지 얼굴을 붉혔다.한지영은 그의 붉어진 뺨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백연신의 그런 모습은 어쩐지 그녀가 기억하는 과거의 그와 닮아있었다.“설마... 내가 뭔가를 강요하지는 않았죠?”한지영은 생각 없이 말했다. 이내 백연신은 얼굴이 더 빨개지더니 쑥스러운 듯이 고개를 홱 돌렸다.한지영은 자신을 때려죽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세상에! 설마 내가 또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고?’깨어난 뒤에 옷을 멀쩡히 입고 있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닌 듯했다.“그... 내가 어떻게 강요했는데요?”한지영은 뭐든 똑똑히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어봤고 혹시라도 자신이 뭔가 만회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볼 생각이었다.“됐어!”백연신은 괜히 짜증스레 대꾸했다. 그는 가까스로 평정심을 되찾은 건 지 조금 전처럼 얼굴이 빨갛지 않았다.조금 전 한지영이 질문할 때 그의 머릿속에는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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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알겠어요. 사귀어요.”한지영은 수긍한 듯 대답했다. 어차피 복수 당해야 하지만 적어도 마음의 준비는 할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그러면... 음, 휴대전화 좀 돌려줘요.”그녀는 자신이 그와 함께 별장에 온 목적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돌려받는 거란 걸 잊지 않았다.백연신은 한지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테이블 위에 놓였던 휴대전화를 그녀에게 던져줬다.“아!”그녀는 놀란 듯 소리를 지르며 아슬아슬하게 휴대전화를 받았다. 그 휴대전화는 그녀가 큰마음 먹고 무려 200만 원을 써서 산 것이다. 만약 바닥에 떨어뜨린다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 그리고 혹시 액정이라도 깨진다면 적어도 40만 원은 들 것이다.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혹시라도 정말 액정이 깨진다면 백연신에게 배상해 달라고 할 용기도 없었다.한지영은 휴대전화를 켜고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9시가 넘는 시간이었고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가 여러 개 있었다. 모두 부모님에게서 걸려 온 전화라 그녀는 이내 다시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측에서 전화를 받았다. 이내 안에서 아버지의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저녁에 집에 와서 밥 안 먹으면 미리 연락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연락해도 받지 않고 뭐 하자는 거야? 아니면 어제처럼 경찰서에 가서 신고라도 했으면 좋겠어?”한지영은 진땀을 뺐다.“저... 저 갑자기 일이 생겨서요. 지금 당장 갈게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재빨리 전화를 끊었고 어느샌가 곁으로 온 백연신을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큰 목청이라면 조금 전 혼났던 것도 전부 다 들었을 것이다.“그, 다른 일 없으면 난 먼저 가볼게요.”한지영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바래다줄게.”백연신의 말에 한지영은 재빨리 말했다.“아뇨, 아뇨. 택시 타고 가면 돼요. 그리고... 나 어제 그 주차장에 가서 차 끌고 가야 해요.”그런데 백연신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고 강압적으로 말했다.“내가 바래다줄게. 지금부터 우리는 사귀는 사이니까.”“...”‘그래, 뭐. 데려다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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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금사빠인 한지영은 오늘은 이 아이돌을 좋아하고 내일엔 다른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이 갈대 같은 팬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 모두에게 진심이었다.한 아이돌을 좋아하면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그에게 충실한 팬이었다. 심지어 돈을 써서 그의 콘서트와 팬 사인회에도 갔었다.가끔 그들이 팬 미팅을 열면 거기에도 갔었다.물론 그중 대부분은 임유진에게 일이 생기기 전의 일이었다. 임유진이 그런 일을 겪은 뒤 한지영은 아이돌을 향한 열정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출근할 때를 제외하고 그녀는 임유진을 도와 사건을 조사하는데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그래서 콘서트에서, 팬 사인회에서, 팬 미팅에서 찍었던 영상들은 그녀에게 아름다운 추억이었다.그런데 그런 추억들을 전부 삭제해 버리다니.“내가 팬 사인회에서 찍었던 영상들은요?”한지영은 새된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돌려 운전하는 백연신을 노려보았다.“삭제했어.”백연신은 아주 솔직하게 대답했다.“그걸... 삭제했다고요?”한지영은 기절할 것만 같았다. 만약 그가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았더라면, 휴대전화 속의 것들 역시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지영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긴 했지만, 그녀의 소중한 영상들은 다 삭제해 버렸다.“응. 아주 철저히 삭제했어. 네가 전문적으로 휴대전화를 수리해 주는 곳에 찾아간다고 해도 영상은 복구하지 못할 거야.”백연신이 계속해 말했다.한지영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그거 다 내 추억이라고요!”“추억?”백연신은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갑자기 핸들을 돌려 차를 갓길에 세웠다. 그는 안전벨트를 풀고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내가 그 영상들을 봤을 때 무슨 생각을 한 줄 알아?”“무슨 생각을 했는데요?”갑자기 가까워진 그의 잘생긴 얼굴에 한지영은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니 세월마저 그를 비껴간 듯했다.백연신은 그녀보다 두 살 더 많았지만, 그의 얼굴은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듯 앳되고 젊어 보였다.‘뭐야, 나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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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한지영은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렇게 백연신과 사귀게 된다니. 예전에는 어떤 방식으로 백연신에게 복수 당할지 꽤 많이 생각해 보았지만, 이런 건 예상 밖이었다.한지영은 누군가와 사귄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백연신에게 맞출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정 안 되면 드라마를 참고할 생각이었다.그러나 문제는, 백연신이 바라는 것이 한지영이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라는 점이다.‘내가 백연신을 사랑하게 되면 그때 가서 날 차버릴 생각인 걸까?’한지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정 안 되면 그와 몇 달 사귀고 난 뒤에 그를 사랑하게 된 척 연기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백연신이 그녀를 차버린다면 아주 슬픈 척하면서 이 일을 끝내버릴 생각이었다.거기까지 생각한 한지영은 참지 못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누군가와 사귀는 것인데 이런 방식으로 전개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하지만 한지영이 상상했던 것처럼 그녀의 집안을 풍비박산 내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이래서 남자는 괜히 건드리면 안 된다니까. 특히 먹고 버리는 건 더 안 돼. 이렇게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한지영의 부모님은 한지영이 저녁을 집에서 먹지 않을 생각이었으면서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녀를 추궁하고 있었다.한지영은 눈을 흘겼다. 그녀의 부모님들은 그들의 집이 하마터면 풍비박산 날 뻔했다는 걸 몰랐다. 한지영은 자기 몸으로 집안을 지킨 셈이었다.“시간관념이 이렇게 없어서야 되겠어? 나 김 선생님이랑 약속도 잡았어. 다음 주에 너 선봐야 해.”한지영의 어머니가 말했다.한지영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그녀는 이제 막 백연신과 사귀기 시작했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선을 보라고 한다.‘게다가 김 선생님이라니...’그녀는 남들 이어주는 걸 아주 좋아하는 걸로 동네에 소문이 났다. 그리고 그중 몇 쌍은 성공적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한지영의 어머니는 그녀와 꽤 가깝게 지내며 그녀가 좋은 상대를 소개해 주길 바랐다.“엄마...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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