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11화

작가: 유진
‘뭐지? 지금 핸드폰을 돌려주는 게 아닌가?’

한지영은 눈을 끔뻑였다.

“돈 줄까요?”

이 말을 한 한지영도 자기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연신이 어떤 사람인데 그녀의 푼돈이 필요할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러고는 마치 바보를 보는 것처럼 그녀를 쳐다봤다.

“그럼 뭘 원하는데요?”

그녀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한지영은 백연신이 핸드폰을 빌미로 3년간 참았던 화를 그녀에게 푸는 거로 생각했다.

뭐 어차피 화풀이만 하면 된다.

“3년간 연애는 했어?”

백연신이 물었다.

한지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 좋아하는 사람은 있었어?”

백연신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건... 좀 많은 것 같은데. 좋아하는 연예인까지 합치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텐데.’

하지만 지금 백연신의 아무런 표정이 없는 얼굴을 보고 한지영은 본능적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 나한테 그런 적 있었지. 나 같은 남자친구가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그가 아랑곳하지 않으며 물었다.

한지영은 하마터면 침에 사레가 들릴 뻔했다. 그건 그냥 철없을 때 한 말일 뿐이었다. 임유진의 말로는 백연신이 백선 그룹 회장이자 백씨 집안의 수장이라고 했는데 한지영이 넘볼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허허, 아니에요. 난 그냥 일반인 남자친구면 돼요. 난 행복에 대한 요구가 높지 않거든요.”

한지영이 뻘쭘한 듯 입꼬리를 움직이며 말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백연신은 그런 그녀를 힐끔 보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머리를 숙인 채 계속 그녀의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웹 브라우저를 열어 열람 기록을 살펴봤다.

한지영은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저번 주에 소설을 봤던 것 같은데, 제발 들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하지만 그녀의 작은 바람은 결국 무너졌다. 그는 이미 한 주 전의 열람 기록까지 뒤졌고 임의로 클릭해 들어가 보기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312화

    한지영의 얼굴이 빨갛던 데로부터 하얘졌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더니 한마디 새어 나왔다.“미안해요.”이 말을 한 것도 그녀였고 지키지 못한 것도 그녀였다.“많이 미안해해야 되는 건 맞지.”백연신이 대답했다.차 안은 침묵이 맴돌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 멈춰 섰고 한지영은 백연신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 그제야 이곳은 어제 그녀가 왔던 별장이라는 걸 깨달았다.어젯밤 못 나오게 하던 상황이 떠올라 한지영은 발걸음을 멈췄다.“왜? 못 들어가겠어?”백연신이 머리를 돌려 한지영을 바라봤다. 한지영은 입을 삐쭉거리더니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할 말 있으며 밖에서 해도 되지 않을까 해서요.”백연신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한지영, 너를 잡아두려면 방법은 많아. 근데 이번만큼은 내가 약속할게. 강지혁이 와서 널 다시 데려가려고 해도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야.”한지영이 멈칫하며 망설이더니 이를 악물었다. 무서워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만약 진짜 한지영한테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지금의 그녀로서는 막을 힘이 없었다.하지만 한지영은 마음을 다잡은 듯 발걸음을 내디뎠고 그렇게 앞으로 몇 발 다가섰다.백연신이 담담하게 웃더니 따라서 앞으로 걸어갔다.별장에 들어서자, 백연신이 긴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앉아.”그러자 한지영은 초등학생이라도 된 것처럼 고분고분 가서 앉았다. 백연신은 카운터 쪽으로 걸어가 술을 조제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지개색의 칵테일이 만들어졌다. 그는 술잔을 들고 그녀 앞으로 걸어왔다.“마셔. 그때 이 술 좋아하는 것 같던데.”그때 일을 꺼내면 그녀는 마음이 켕겼다. 한지영은 그때 이 술이 과일주처럼 생겨서 그렇게 독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은 취해서 그런 짓을 한 것이었다.그러지만 않았어도 한지영과 백연신은 지금처럼 난처한 사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아니에요. 목마르지는 않아요.”그녀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백연신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이렇게 힘들게 만든 술인데 안 마신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313화

    “마... 맛있어요.”한지영은 혀가 꼬여왔다. 입안에는 온통 칵테일 냄새였다.원래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셔야 하는 술을 그녀는 이렇게 한꺼번에 털어 넣었다.“백연신 씨, 어떻게 해야 그때의 화가 풀릴 것 같아요? 말해 봐요!”술을 마셔서 그런지 담도 많이 커졌고 목소리도 덩달아 커졌다.백연신의 까만 눈동자가 어두워지는 게 보였다.“나한테 빚진 게 무엇이면 그걸 지금 갚으면 돼.”한지영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빚진 게 뭐면 뭘 갚으면 된다고요?”“그래.”백연신이 대답했다.한지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흔들었다. 아까 마신 술기운이 올라와서 그런지 조금 어지러운 느낌이었다.역시 이 술은 그때와 같이 뒤끝이 셌다.하지만 지금은 뒤끝이 세서 그런지 아니면 한지영이 대담해진 건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하게 되었다.예를 들면 그녀는 지금 외투의 지퍼를 당겨 외투를 벗고 있다.백연신은 실눈을 뜨고 한지영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다. 그녀를 보는 그의 눈빛이 살짝 반짝였다.한지영은 외투를 벗더니 안에 입은 스웨터를 벗었고 스웨터를 벗더니 그 안에 입은 흰 티까지 벗기 시작했다.“왜? 내가 널 보고 싶어 할 줄 알고?”백연신이 차갑게 말했다.“그러게요. 원망하면 원망했지, 보고 싶지는 않겠네요... 그럼 다른 사람으로 바꾸면 되잖아요. 어차피 내가 빚진 것만... 끅, 돌려주면 된 거 아닌가.”한지영이 눈을 끔뻑이더니 대답했다. 혀가 말을 듣지 않아 말할 때마다 혀가 꼬여왔다.백연신의 표정이 점점 구겨지더니 그녀에게 다가가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왜, 누가 이런 짓을 하든 다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거야?”“그냥... 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하면 되죠. 아니면... 어떻게 갚으라는 거예요? 근데... 약속은 지켜요... 우... 우리 부모님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엄마 아빠는 그저 하루하루를 착실하게 살아가는 시민일 뿐이에요... 평생 나쁜 짓 한 적도 없고...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314화

    백연신이 그녀에게 숨겨진 자식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혔을 때 그녀는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숨겨둔 자식이면 어때요? 당신이 당신인 건 변하지 않아요. 당신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숨겨둔 자식인지 아닌지로 결정되는 게 아니에요.”“내 출생의 비밀이 떳떳하지 못하다고는 생각 안 해?”그때 그녀가 어떻게 대답했었지? 그녀가 진지하게 대답했다.“난 그냥 당신 부모님이 결혼에 대해서 너무 경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아이가 생겼으면 결혼해야지. 결혼 못하는 상황이면 처음부터 거리를 두든가 안전조치를 잘하든가 해야죠. 그런 말도 있잖아요.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만남은 다 변태들이나 하는 짓이라고.”백연신 앞에서 그의 부모님을 이렇게 말하는 건 그녀가 처음이었다.하지만 어떤 때는 결혼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게 너무 많은 다른 목적이 있어서라는 걸,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이익의 교환이 있는지 그녀는 알고 있을까?결혼은 그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여자를 선택하는 것뿐이다.“그럼 만약에 누군가랑 사귄다면 결혼을 전제로 만날 거야?”“당연하죠.”그녀가 말을 이어갔다.“만약 훗날 결혼한다면 꼭 서로 많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평생 사랑하면서 살 거예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가족 간의 정으로 변하겠지만 그러면 어때요? 서로 배신하지만 않는다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같이 있을 수 있는데...”한지영은 그에게 훗날 그녀가 바라는 사랑과 결혼을 설명했다. 백연신도 듣다보니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도 그런 사랑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백연신은 자신의 결혼에 대해 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결혼한다면 아마도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여자와 하거나 아니면 영원히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이다.근데 그때만큼은 그녀의 말에 심장이 떨려왔다.만약 이 여자와 결혼한다면... 그도 기꺼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는 그날도 기대하기 시작했다.“나 좋아해?”다시 현재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315화

    눈앞에서 곤히 자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백연신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짜 그녀를 찾아냈다! 그녀는 더 이상 그의 기억 속에만 있는 사람이 아닌 실제로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났다.“오늘 나랑 약속한 거야. 후회는 용납 못 해.”그의 목소리가 조용한 방안에 유유히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그의 말에 대답하고 있었다.____임유진은 면접을 보고 강 씨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녀에게 오늘 면접은 사실 간단했다. 상대방은 그저 그녀의 건강검진 결과를 요구했고 기본적인 문제만 물어봤다.하지만 왜 법대를 읽은 우등생이 배달일을 하냐고 묻자 준비한 문제이긴 해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냥 간단하게 차 사고로 옥살이하게 되어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자 상대방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돌아가서 결과를 기다리라고 했다.이번 면접도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임유진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문제는 영원히 에둘러 갈 수 없는 문제였다.S시에서 배달 기사를 뽑는 크고 작은 회사는 열몇 개 정도였다. 임유진은 회사마다 다 이력서를 넣었지만, 붙을 수 있는 회사가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피곤함이 느껴졌다.그냥... 사는 것 자체가 피곤했다.출소 후 일어난 일들만 해도 그녀를 힘들게 했다.저녁 식사를 하던 중 강지혁이 갑자기 물었다.“누나 오늘 알바 알아보러 갔어?”임유진은 놀라서 젓가락을 놓칠 뻔했다.“왜? 그렇게 놀랄 일인가?”강지혁이 웃으며 말했다.“오늘 어떤 사장이 나한테 전화 와서 누나 알바 면접 보러 갔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묻더라고.”임유진은 침묵을 지켰다. 면접을 보던 면접관은 차 사고로 죽은 피해자가 누군지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도 모를 거라 생각했다.조사까지 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사장님이 직접 강지혁한테 전화까지 하다니, 막막한 현실이 또다시 그녀에게 혹독한 매질을 한 것이었다.“말해봐. 내가 어떻게 의견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316화

    임유진은 충격받은 얼굴이었다.“뭐라고?”“누나, 못 알아듣겠어?”강지혁은 참을성 있게 한 번 더 말을 반복했다.“내 말은, 그 회사가 마음에 안 들면 제명한다고.”그는 아주 평범한 일을 얘기하는 것처럼 평온한 표정이었다.‘하지만... 제명이라고?’임유진의 동공이 떨렸다.‘내가 이해한 것이 맞을까?’그 기업은 배달 업계의 루키였다. 비록 유명한 회사들보다는 좀 못했지만 요즘 형세가 꽤 좋았고 심지어 최근에는 자금조달을 성공적으로 마쳐 벤처 산업에 3,400억을 투자했다고 한다.그런 회사를 제명하고 싶다고 해서 제명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하지만 강지혁이 그런 말을 했다면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할 수 있었다.“단순히 내가 싫어한다는 이유로?”임유진은 멍한 얼굴로 강지혁에게 물었다.강지혁은 싱긋 웃었다.“나도 누나를 배신한 사람은 별로야. 사람을 배신하는 방법으로 이득을 보려는 임원은 내가 손을 쓰지 않더라도 회사에서 큰일을 해내지 못할 거야. 그렇다면 일찌감치 없애버리는 게 낫지.”임유진은 순간 많은 말들이 목구멍에 턱 걸렸다.강지혁은 웃으면서 말했지만, 사실 그는 한 회사의 생사존망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알았더라면 그 사람은 절대 전화를 걸지 않았을 것이다.“참, 누나 왜 밥을 안 먹어? 얼른 먹어.”그는 말하면서 그녀의 그릇에 또 음식을 집어줬다.아주 다정하고 세심하게 말이다.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것이 가짜라는 걸 알았다. 다른 이들은 절대 강지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조금 전까지는 아껴주다가 다음 순간에는 지옥으로 밀어버릴지도 몰랐다.임유진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기계적으로 그릇 안의 음식을 먹었다. 아주 맛있는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정말 내가 일자리 소개 안 해줘도 돼? 어떤 직업을 원하든 나한테 말만 하면 돼. 원래 업계에서 일하고 싶어도 되고.”강지혁이 말했다.“아니... 괜찮아. 내가 알아서 찾을게.”임유진이 대답했다.다음 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317화

    ‘여긴... 어디지?’한지영은 당황했다. 이내 머릿속에 예전 광경이 떠오른 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내가... 또 술을 마셨어. 그것도 취할 정도로!’“일어났어?”들려오는 목소리에 한지영은 몸이 굳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역시나 백연신이 침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소파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일... 일어났어요...”한지영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침대에서 빠르게 일어났다. 멀쩡히 옷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아마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한지영은 그렇게 생각했으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내가 취해서 뭔 짓 하지는 않았죠?”“한 일이 하도 많아서 어떤 걸 가리키는지 모르겠네.”백연신이 나른하게 물었고 한지영은 입이 떡 벌어졌다.‘많은 일... 내, 내가 무슨 짓을 했는데?’하필 이번에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예전과는 달리 깨어난 뒤에 뭘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내... 내가 무슨 짓을 했는데요?”한지영은 갑자기 침이 고여 침을 꿀꺽 삼키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백연신은 무엇 때문인지 얼굴을 붉혔다.한지영은 그의 붉어진 뺨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백연신의 그런 모습은 어쩐지 그녀가 기억하는 과거의 그와 닮아있었다.“설마... 내가 뭔가를 강요하지는 않았죠?”한지영은 생각 없이 말했다. 이내 백연신은 얼굴이 더 빨개지더니 쑥스러운 듯이 고개를 홱 돌렸다.한지영은 자신을 때려죽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세상에! 설마 내가 또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고?’깨어난 뒤에 옷을 멀쩡히 입고 있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닌 듯했다.“그... 내가 어떻게 강요했는데요?”한지영은 뭐든 똑똑히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어봤고 혹시라도 자신이 뭔가 만회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볼 생각이었다.“됐어!”백연신은 괜히 짜증스레 대꾸했다. 그는 가까스로 평정심을 되찾은 건 지 조금 전처럼 얼굴이 빨갛지 않았다.조금 전 한지영이 질문할 때 그의 머릿속에는 그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318화

    “알겠어요. 사귀어요.”한지영은 수긍한 듯 대답했다. 어차피 복수 당해야 하지만 적어도 마음의 준비는 할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그러면... 음, 휴대전화 좀 돌려줘요.”그녀는 자신이 그와 함께 별장에 온 목적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돌려받는 거란 걸 잊지 않았다.백연신은 한지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테이블 위에 놓였던 휴대전화를 그녀에게 던져줬다.“아!”그녀는 놀란 듯 소리를 지르며 아슬아슬하게 휴대전화를 받았다. 그 휴대전화는 그녀가 큰마음 먹고 무려 200만 원을 써서 산 것이다. 만약 바닥에 떨어뜨린다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 그리고 혹시 액정이라도 깨진다면 적어도 40만 원은 들 것이다.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혹시라도 정말 액정이 깨진다면 백연신에게 배상해 달라고 할 용기도 없었다.한지영은 휴대전화를 켜고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9시가 넘는 시간이었고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가 여러 개 있었다. 모두 부모님에게서 걸려 온 전화라 그녀는 이내 다시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측에서 전화를 받았다. 이내 안에서 아버지의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저녁에 집에 와서 밥 안 먹으면 미리 연락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연락해도 받지 않고 뭐 하자는 거야? 아니면 어제처럼 경찰서에 가서 신고라도 했으면 좋겠어?”한지영은 진땀을 뺐다.“저... 저 갑자기 일이 생겨서요. 지금 당장 갈게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재빨리 전화를 끊었고 어느샌가 곁으로 온 백연신을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큰 목청이라면 조금 전 혼났던 것도 전부 다 들었을 것이다.“그, 다른 일 없으면 난 먼저 가볼게요.”한지영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바래다줄게.”백연신의 말에 한지영은 재빨리 말했다.“아뇨, 아뇨. 택시 타고 가면 돼요. 그리고... 나 어제 그 주차장에 가서 차 끌고 가야 해요.”그런데 백연신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고 강압적으로 말했다.“내가 바래다줄게. 지금부터 우리는 사귀는 사이니까.”“...”‘그래, 뭐. 데려다준다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319화

    금사빠인 한지영은 오늘은 이 아이돌을 좋아하고 내일엔 다른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이 갈대 같은 팬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 모두에게 진심이었다.한 아이돌을 좋아하면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그에게 충실한 팬이었다. 심지어 돈을 써서 그의 콘서트와 팬 사인회에도 갔었다.가끔 그들이 팬 미팅을 열면 거기에도 갔었다.물론 그중 대부분은 임유진에게 일이 생기기 전의 일이었다. 임유진이 그런 일을 겪은 뒤 한지영은 아이돌을 향한 열정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출근할 때를 제외하고 그녀는 임유진을 도와 사건을 조사하는데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그래서 콘서트에서, 팬 사인회에서, 팬 미팅에서 찍었던 영상들은 그녀에게 아름다운 추억이었다.그런데 그런 추억들을 전부 삭제해 버리다니.“내가 팬 사인회에서 찍었던 영상들은요?”한지영은 새된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돌려 운전하는 백연신을 노려보았다.“삭제했어.”백연신은 아주 솔직하게 대답했다.“그걸... 삭제했다고요?”한지영은 기절할 것만 같았다. 만약 그가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았더라면, 휴대전화 속의 것들 역시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지영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긴 했지만, 그녀의 소중한 영상들은 다 삭제해 버렸다.“응. 아주 철저히 삭제했어. 네가 전문적으로 휴대전화를 수리해 주는 곳에 찾아간다고 해도 영상은 복구하지 못할 거야.”백연신이 계속해 말했다.한지영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그거 다 내 추억이라고요!”“추억?”백연신은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갑자기 핸들을 돌려 차를 갓길에 세웠다. 그는 안전벨트를 풀고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내가 그 영상들을 봤을 때 무슨 생각을 한 줄 알아?”“무슨 생각을 했는데요?”갑자기 가까워진 그의 잘생긴 얼굴에 한지영은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니 세월마저 그를 비껴간 듯했다.백연신은 그녀보다 두 살 더 많았지만, 그의 얼굴은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듯 앳되고 젊어 보였다.‘뭐야, 나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최신 챕터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21화

    임유진은 기억을 다 잃어버렸지만 그간 축적해온 지식은 아직 그녀의 머릿속에 남아있었다.그녀는 자신이 변호사였다는 걸 아예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억을 잃고도 그녀는 또다시 변호사라는 직업을 택했고 자격증 시험도 단번에 통과했다.“네, 오랜만이네요...”이현우는 인사를 하다가 뭔가를 깨달은 듯 표정을 바꿨다.‘혹시 소민아 씨와 싸웠다는 여자가 유진 씨인 건가?’이현우는 순간 이길 자신이 먼지 사라지듯 사라졌다. 그도 그럴 게 임유진을 가르쳤던 사람은 바로 그 유명한 승률 99%를 자랑하는 법조계의 대선배 변호사였으니까.그리고 임유진은 그 대선배 변호사의 그냥 제자도 아니고 애제자였다. 지난번 행사에서 그는 임유진을 마지막으로 더는 제자를 받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했다.이현우는 자신만만한 임유진의 얼굴을 보고는 머리가 다 지끈해 났다.“꼴에 진짜 변호사였네?”그때 소민아가 한껏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이 변호사님, 불편하시면 의뢰 거절하셔도 되죠. 하지만 이 여자가 건드린 건 내가 아니라 강 회장님이세요. 자기 딸한테 강 회장님 사진 보여주고 아빠라고 부르라고 했다니까요? 이거 소문 잘못 나면 사생아다 뭐다 엄청난 스캔들 되는 거 아시죠? 만약 정말 스캔들 터지면 그때는 회장님 사업 전체에 영향이 갈 겁니다.”소민아는 일부러 강지혁을 끌어들였고 아니나 다를까 그 말을 들은 이현우의 표정은 한순간에 흙빛이 되었다.임유진이 결혼은 안 했지만 딸이 하나 있다는 건 이미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딸에게 강지혁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빠라고 하라니?!아무리 딸에게 아빠를 만들어주고 싶어도 그렇지 강지혁의 사진을 이용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혹시 S 시에서 강지혁 회장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모르나? 아니면... 그냥 딸이 너무 아빠를 찾아서 인터넷에서 아무 남자 사진이나 보여준 건가?’이현우가 조용히 머리를 굴리고 있던 그때 임유진이 입을 열었다.“우리 딸은 사생아 따위가 아닌 강씨 가문의 유일한 딸이에요.”“하, 유일한 딸? 강씨 가문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20화

    레스토랑은 계속 영업을 해야 하기에 경찰들은 도착한 후 그대로 소씨 모녀와 임유진 쪽의 세 사람을 경찰서에 태웠다.차 안에서 임유진이 경찰에게 이름을 얘기할 때 소민아는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그도 그럴 게 강지혁의 와이프와 똑같은 이름이었으니까.하지만 소민아는 아주 잠깐 놀라기만 했을 뿐 눈앞에 있는 임유진과 죽은 강지혁의 와이프를 굳이 연결 지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강지혁의 와이프가 5년 전에 죽었다는 것을 S 시의 모두가 다 알고 있으니까.‘이제 알겠네. 이름이 같다고 자기가 회장님 와이프인 줄 아는 리플리증후군 환자였잖아?’강지혁과 엮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소민아는 임유진이 아이까지 이용해 이러는 게 무척이나 같잖았다.이 세상에서 강지혁을 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그의 아들인 강선율을 제외하고 그녀의 딸인 소안나밖에 없었다.한편 현이는 아직도 찢어진 반쪽짜리 사진이 신경 쓰였다. 이건 어렵게 구한 아빠의 사진이었으니까.“현아, 괜찮아. 너무 속상해하지 마. 이따 엄마랑 같이 아빠 보러 가면 그때 마음껏 사진 찍어.”그 말에 현이는 일리가 있다며 금방 활짝 웃었다.“그건 네 아빠 아니고 내 아빠야! 그리고 아빠는 사진 찍는 거 싫어해!”소안나가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흥! 엄마가 그랬어. 아빠는 내가 엄마를 쏙 빼닮아서 분명히 날 좋아할 거라고!”현이가 지지 않고 대꾸했다.그러자 그걸 들은 한지영이 임유진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네가 정말 현이한테 그랬어?”“응.”임유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사실 이 말을 한 건 아빠가 자리를 안 좋아하면 어떡하냐고 현이가 너무 걱정하고 있길래 뻔뻔하게 해본 말이었다.“5년 만에 아주 사람이 달라졌어? 응?”한지영이 능글거리며 임유진의 옆꾸리를 툭툭 쳤다.그러자 옆에 있던 소민아가 콧방귀를 뀌었다.“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뻔뻔함이 아주 하늘을 찌르네. 회장님이 당신 같은 여자를 왜 좋아해? 웃기고 있어!”“남의 말 엿듣는 게 취미인가 봐요?”한지영이 가볍게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19화

    매니저는 소민아가 강지혁과 연관 있는 여자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기사가 한두 개가 아니었으니까. 심지어 최근에는 에스테 삽까지 열었다고 했으며 상류층 귀부인들과도 사이가 매우 좋다고 했다. 그러니 만약 이런 사람을 건드리면 장사는 거의 접어야 한다고 봐도 무방했다.‘안돼! 어떻게 버텨낸 건데 이럴 순 없어!’매니저는 얼른 소민아에게로 다가갔다.“괜찮으십니까?”그러자 소민아가 레스토랑이 다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댔다.“대체 손님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내 딸이 여기서 다쳤으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우리 딸의 아빠가 누군지 몰라?!”매니저는 이에 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연신 사과해댔다.한편 현이는 고개를 들어 임유진과 한지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엄마랑 이모는 왜 싸웠어? 싸우는 건 나쁜 거라고 했잖아.”현이는 아까 임유진이 다가왔을 때 여자아이랑 싸운 것으로 꾸중을 들을 줄 알았다.그런데 갑자기 어른들 셋이서 싸움을 해댔다.임유진은 딸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우리 현이, 엄마가 한 말 기억하고 있었구나? 싸우는 게 나쁜 건 맞지만 괴롭힘을 당했을 때는 당당하게 맞서 싸워야 해. 그리고 우리는 이걸 정당방위라고 해.”“정당방위!”현이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정당방위?”그런데 그때 소민아가 그걸 듣더니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오늘 제대로 개망신을 당했다. 그것도 사람들이 잔뜩 있는 데서 말이다.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체면을 다시 주워 담으려고 일부러 더 큰소리로 외쳤다.“난 절대 이대로 안 넘어가. 변호사 고용해서 오늘 나한테 이딴 짓 한 거 후회하게 해줄 거야!”소민아의 말에 소안나가 턱을 치켜 든 채 현이 쪽으로 다가갔다.“우리 엄마가 변호사 아저씨 부르면 너랑 너희 엄마는 아주 큰 벌이 내려질 거야!”이에 현이는 소안나보다 더 고개를 치켜들며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엄마는 변호사 아저씨를 불러야 하지만 우리는 우리 엄마가 변호사야!”“우리 엄마 엄청 돈 많아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18화

    현이를 거칠게 밀어버린 건 소민아였고 나머지 반쪽짜리 사진을 손에 꽉 쥐고 있는 건 그녀의 딸이자 강씨 가문의 양녀인 소안나였다.임유진은 인터넷에서 해당 모녀를 본 적이 있기에 그들이 누군지 바로 알아보았다.그때 임유진이 뭐라 하기도 전에 소민아가 표독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아빠? 기가 막혀서! 대체 애 교육을 어떻게 하는 거야? 누구더러 아빠래? 감히 주제도 모르고! 그리고 당장 내 딸한테 사과해! 내 딸이 누군 줄 알고 감히 손을 올려?!”소민아는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마치 사과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사실 이곳은 소안나가 티비에서 보고 가고 싶다고 하도 졸라서 온 곳이었다. 만약 소안나가 아니었으면 애초에 이따위 곳에는 발을 들이지도 않았다.서민 레스토랑은 그녀와 그녀의 딸 급과 전혀 맞지 않았으니까.그런데 이런 수준 낮은 곳에 온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갑자기 딸이 웬 이상한 여자애랑 싸우고 게다가 그 싸움의 원인은 다른 것도 아닌 바로 강지혁의 사진이었다.소민아는 단호한 눈으로 아빠라고 외치는 아이가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다.강지혁에게는 소안나라는 딸밖에 없고 그건 앞으로도 그러할 게 분명했다.임유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소민아를 바라보며 말했다.“그쪽 딸이 누군지 당연히 알죠. 강씨 가문의 양녀 잖아요. 안 그래요? 그리고 내 딸의 주제는 내가 판단해요.”임유진은 레스토랑이기도 하고 아이들도 있었기에 최대한 차분한 말투로 얘기했다.하지만 그녀가 입밖에 내뱉은 ‘양녀’라는 두 글자가 소민아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소민아는 다른 사람들이 소안나를 양녀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민아에게 아부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은 그녀가 딸의 호칭에 예민하다는 것을 알고 항상 ‘아가씨’라고 불렀다.“이봐, 미친 거야? 아니면 상황 파악이 안 돼? 고작 이딴 사진을 가지고 있으면 네가 뭐 진짜 이 남자 와이프라도 된 것 같아? 그리고 이 사진은 또 어디서 났어? 음습하고 음침하게 이게 뭐 하는 짓이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17화

    “응, 기사로 봤어.”임유진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만약 혁이가 정말 날 잊고 그 여자를 좋아한다면 나도 깨끗하게 포기할 거야. 하지만... 만약 혁이가 여전히 내가 알던 혁이고 나만 사랑해주는 혁이면 나는 절대 포기 안 해.”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이 다 그녀가 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만약 강지혁이 정말 이제는 그녀를 잊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별한 아내를 위해 아무도 만나지 말라고 강요하는 건 이상한 일이니까.하지만 임유진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강지혁은 쉽게 다른 사람에게 흔들릴 것 같지 않았다. 여전히 그녀처럼 딱 한 사람만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았다.기억을 잃은 요 몇 년간 임유진에게 들이대는 남자는 꽤 많았다. 심지어 하나같이 스펙이 좋고 얼굴도 훈훈했으며 다정다감했다. 하지만 그 어떤 사람을 만나도 심장이 떨리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그러다 기억이 차츰 회복되고 나서야 임유진은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녀의 심장은 이미 강지혁이라는 남자에게 줘버려서 더 이상 나눌 것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참, 지영이 너는? 남자친구 생겼어?”임유진이 화제를 바꾸며 물었다.“없어. 안 그래도 노처녀라면서 엄마가 얼마나 재촉을 해대는지.”한지영이 어깨를 으쓱하며 조금 쓰게 웃었다.지난 5년간 오로지 백연신만 떠올리며 일부러 다른 사람을 멀리했던 건 아니었다. 그저 백연신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머릿속에 이따금 나타나 있었다.그리고 백연신과 함께 있었을 때가 너무 행복해서 이제는 그 어떤 남자를 봐도 연애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소개팅은 볼 때마다 큰 수확이 없었다.“아직 마음을 접지 못한 거구나...”임유진이 한지영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접으려고 노력해야지.”한지영이 웃었다.“만약 노력했는데도 정 안되면 그때는 그냥 혼자 살지 뭐! 아니지. 우리 현이랑 선율이 둘을 보고 살면 되지.”한지영은 말을 내뱉었다가 아차 싶은 마음에 미안한 얼굴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아니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16화

    “하지만 나는 임현이 좋아. 엄마, 나 계속 임현 할래. 그렇게 해줘.”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임유진에게 말했다.“오빠는 강선율이고 현이는 강선현이면 얼마나 좋아. 사람들이 오빠랑 남매인 거 바로 알게 될걸? 현이 오빠 갖고 싶어 했잖아.”임유진이 아이를 설득했다.“그럼 오빠한테 임율로 바꾸라고 하면 안 돼?”아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럼 오빠 만나고 현이가 직접 물어봐. 어때?”“좋아!”현이는 뭔가를 굳게 결심한 듯 이를 앙다물고 눈을 부릅떴다.한지영은 아이의 표정과 행동에 소리 내 웃었다.“현이는 임현이라는 이름이 그렇게도 좋아?”“네, 좋아요!”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왜? 엄마가 계속 그렇게 불러줘서 그게 더 좋은 거야?”한지영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그러자 임유진이 딸 대신 대답했다.“아니, 두 글자 이름이 더 멋있다고 생각해서 임현이 더 좋다고 하는 거야. 만약 강현으로 하라고 했으면 바로 동의했을걸?”“뭐? 하하하. 그런데 강현은 조금 남자애 이름 같잖아.”“현이는 그런 거 상관 안 해. 오히려 멋있다면서 좋아할걸? 그냥 두 글자 이름이 더 좋은 거야.”한지영은 그 말에 크게 웃으면 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그때 음식이 도착하고 세 사람은 식사부터 했다.현이는 밥을 먹은 후 키즈 존으로 달려가 신나게 놀았다. 이곳은 어린아이들을 위한 레스토랑이라 다른 곳보다 놀 수 있는 공간이 크고 그 덕에 또래 아이들도 더 많았다.키즈 존은 테이블과 멀리 않은 곳에 있어 임유진과 한지영은 편하게 식사를 하며 이따금 시선을 옆으로 돌려 한번씩 확인만 했다.“이따 현이 데리고 강지혁 만나러 갈 거야?”한지영이 물었다.“응, 먼저 집으로 가보려고.”사실 임유진은 기억을 회복한 다음 바로 강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두 개의 번호 중 하나는 전원이 꺼져있다는 음성이 흘러나왔고 다른 한 개 번호는 아예 신호음조차 가지 않았다.아무래도 낯선 번호는 걸려오지 못하게 제안해 놓은 것 같았다.그래서 임유진은 차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15화

    “아니야. 아빠가 그간 우리를 찾으러 오지 않았던 건 분명히 이유가 있어서일 거야.”임유진이 말했다.“현이 보게 되면 아마 엄청 좋아할 거야!”‘날 찾지 않은 이유는 아마... 내가 죽었다고 생각해서겠지?’임유진은 강지혁을 기억해낸 후 그의 기사를 찾아보다 그녀가 강지혁의 ‘사망한 아내’로 나온 것을 봤었다.열차가 S 시에 도착하고 임유진은 딸의 손을 잡고 출구 쪽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그렇게 걸어 나가보니 가장 먼저 조금은 초조한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는 익숙한 누군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한지영이었다.임유진은 그녀를 본 순간 눈시울이 빨개졌다.그간 기억을 아예 통째로 잃었던 터라 그녀는 한지영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기억이 회복된 후에야 급하게 한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임유진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날 기억이 돌아오자마자 한지영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한지영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목소리를 덜덜 떨었던 것을 말이다.그러다 영상 통화를 걸고서야 한지영은 그녀가 정말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했다.“지영아!”임유진이 큰소리로 외치자 한지영이 고개를 홱 돌렸다. 한지영은 임유진을 보자마자 눈가가 빨개지더니 눈물을 글썽였다.임유진이 딸의 손을 잡고 그녀 앞에 섰을 때 한지영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었다.“너 진짜... 살아있었어. 네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을 거라는 거 난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다고! 유진아!!”한지영은 임유진을 와락 끌어안으며 엉엉 울었다.그리고 임유진도 그녀를 꽉 끌어안으며 눈물을 글썽였다.“미안해... 많이 걱정했지.”“그걸 말이라고!”한지영은 울먹거리며 말하다가 이내 임유진의 옆에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임유진과 판박이였지만 언뜻 강지혁의 모습도 보였다.일전 영상 통화로 이미 얼굴을 봤었지만 실물로 보니 또 느낌이 달랐다.“이모, 안녕하세요!”현이가 똘망한 눈으로 한지영을 바라보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이에 한지영은 마음이 사르르 녹는 걸 느끼며 아이의 말랑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14화

    아니, 꼭 그렇게 말할 수도 없는 게 그녀의 정보만 아니었지 임유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L 시의 또 다른 ‘임유진’의 정보는 맞았기 때문이다.다만 그 ‘임유진’은 부모도 친인척도 없는 천애 고아였다.임유진은 당시 기억을 잃은 상태이기에 그 ‘임유진’의 모든 정보가 바로 그녀의 것이라고 하는 말을 아무런 의심 없이 믿었다.그도 그럴 게 ‘임유진’의 집에 있던 사진이나 옷이나 그 모든 것들이 전부 다 임유진의 것이었으니까.그래서 그녀는 ‘임유진’으로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를 아이를 키우며 그렇게 살고 있었다.하지만 분명히 아무것도 기억이 나는 게 없는데 아이의 아빠를 정말 많이 사랑했던 그런 느낌은 확실하게 들었다.게다가 아이도 여자아이 한 명이 다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 뒤로 계속해서 ‘임유진’의 신분으로 살아가다 그녀는 근 2년간 꿈속에서 웬 남자와 웃기도 하고 포옹도 하고 서로 달콤한 말도 속삭이는 광경이 자꾸 보이기 시작했다.임유진은 직감으로 그 남자가 바로 현이의 아빠라고 확신했다.하지만 얼굴이 줄곧 모호했기에 그녀는 어떤 얼굴이 자기 남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길을 가다가 체격이 비슷하거나 얼굴 윤곽이 비슷한 남자만 보면 바로 달려가서 질문하고는 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찾을 리가 없었고 그녀는 번번이 실망만 했다.가끔 나쁜 마음을 먹고 다가오는 남자들도 있었지만 꿈 얘기를 물어보면 하나같이 대답을 하지 못했기에 금방 쳐낼 수 있었다.그러다 드디어 일주일 전의 꿈에서 남자의 얼굴이 점점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얼굴이 선명해 짐과 동시에 남자의 신분 역시 서서히 기억나기 시작했다.“강지혁!”그녀와 꿈에서 결혼하고 사랑을 속삭인 남자는 S 시에서 제일 유명한 강지혁이었다.기억을 잃은 채 라온시에서 살았어도 강지혁의 이름과 GH 그룹의 기사는 항상 메인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다만 강지혁은 매스컴에 얼굴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편이라 정면 사진을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다.지금 딸이 보고 있는 사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13화

    그리고 예쁜 눈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이렇게도 예쁜 눈인데 그 눈동자 속에 담긴 감정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아니, 감정이 담겨있지도 않는 것 같았다.강지혁은 아들의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강선율의 입에서 이런 헛소리가 나왔다는 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런 얘기를 흘리고 있기 때문임이 틀림없었다.“아니.”강지혁이 단호한 얼굴로 답했다.“네, 알겠어요.”아이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그리고 이것으로 부자의 대화는 끝이었다.도우미가 강선율을 씻겨주기 위해 방으로 들어오자 강지혁은 발걸음을 옮겨 서재로 향했다.그는 한 서랍 앞에 멈춰서고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이내 천천히 서랍을 열었다.안에는 당시 강지혁과 임유진이 혼인 신고하고 갔을 때 포토 부스에서 찍었던 사진이 들어있었다.강지혁은 사진 속 여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청초하고 깨끗한 느낌을 주는 여자였다. 옅게 지은 미소는 온갖 짜증도 다 날려줄 만큼 온화하고 또 부드러웠다.다만 지금의 그에게는 그녀의 얼굴이 단지 편안하게만 다가올 뿐이지 심장이 뛸 만큼의 느낌은 전해져오지 않았다.게다가 깜짝 놀랄 만큼의 미모도 아니었기에 더더욱 무난하게만 느껴졌다.그런데 기억을 잃기 전의 그는 이토록 평범한 여자를 사랑까지 했고 심지어 이 여자와 결혼해 아이까지 나았다.사실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따랐으면 이름 있는 가문의 여자와 결혼을 했어야 했다. 이런 집안도 변변찮고 심지어 옥살이까지 하고 나온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매번 이렇게 사진을 볼 때면 강지혁의 머릿속으로 파편 같은 짤막한 기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파편 속 여자의 얼굴은 언제나 모호했다.고이준은 그 여자가 바로 임유진이고 강선율의 엄마라고 했다.강지혁은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작은 기억의 파편들과 고이준이 그에게 얘기해준 그가 잊은 것들을 조합해 당시 그와 임유진이 어떤 사이였는지 대충 파악은 했다.하지만 그저 파악만 했을 뿐 여전히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사람들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