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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타.”

그는 얇은 입술로 이 한 글자를 내뱉었다.

한지영의 얼굴에서 망설임이 느껴졌다. 핸드폰값도 꽤 나가긴 했지만, 그 값에 비기면 자유가 더 소중했다. 한지영은 어제처럼 방에 몇 시간 갇혀 있긴 싫었다.

어제 임유진과 강지혁이 그녀를 데리고 나오지만 않았으면 언제 그 집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모른다.

“괜찮아요. 핸드폰 바꾸고 싶었는데 그 핸드폰은 안 돌려줘도 돼요.”

한지영이 멋쩍게 말했다.

“그럼, 전화에 있는 사진도, 여러 사이트에 등록된 계정도 필요 없다는 거지? 맞다, 일부는 회사 자료인 것 같던데.”

백연신이 담담하게 말했다.

“뭐 가져가기 싫다면 좋을 대로 해.”

이건 그냥 협박이었다.

‘핸드폰에는 분명 비밀번호가 걸려 있을 텐데 백연신이 내 핸드폰 잠금을 푼 건가? 그리고 핸드폰에 있던 사진과 자료를 다 봤겠지? 그럼... 내 각종 소셜 앱 계정의 비밀번호도 푼 건가?’

한지영이 이를 갈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한지영이 화를 내며 말했다.

“그래서 탈 거야 말 거야?”

백연신은 대답은 하지 않고 다시 캐물었다.

그녀는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목구멍이 막힌 듯 삼키지도 뱉지도 못했다. 그해의 그는 친절하고 귀엽기만 했는데 몇 년 사이에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한지영은 그저 머리를 숙인 채 고분고분 뒤쪽 차 문을 열고 백연신의 옆에 앉았다. 차에 타보니 백연신이 가지고 노는 건 한지영의 핸드폰이었다.

“내 핸드폰!”

한지영이 소리를 지르며 자기도 모르게 핸드폰을 가져오려고 했다.

하지만 핸드폰에 손이 닿기도 전에 백연신은 한지영의 팔을 잡았다.

“몇 년간 잘 지냈나 본데?”

그가 유유히 말하며 그녀의 사진첩을 꾹 눌렀다. 사진첩에는 그녀가 웃고 있는 사진들이 있었다. 어떤 건 여행 사진, 어떤 건 일상 사진,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사진도 있었다... 그 사진으로만 보면 그녀의 생활이 행복해 보이는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쁠 때 사진을 찍지, 슬플 때 사진을 찍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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