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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한지영의 얼굴이 빨갛던 데로부터 하얘졌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더니 한마디 새어 나왔다.

“미안해요.”

이 말을 한 것도 그녀였고 지키지 못한 것도 그녀였다.

“많이 미안해해야 되는 건 맞지.”

백연신이 대답했다.

차 안은 침묵이 맴돌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 멈춰 섰고 한지영은 백연신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 그제야 이곳은 어제 그녀가 왔던 별장이라는 걸 깨달았다.

어젯밤 못 나오게 하던 상황이 떠올라 한지영은 발걸음을 멈췄다.

“왜? 못 들어가겠어?”

백연신이 머리를 돌려 한지영을 바라봤다. 한지영은 입을 삐쭉거리더니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할 말 있으며 밖에서 해도 되지 않을까 해서요.”

백연신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지영, 너를 잡아두려면 방법은 많아. 근데 이번만큼은 내가 약속할게. 강지혁이 와서 널 다시 데려가려고 해도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야.”

한지영이 멈칫하며 망설이더니 이를 악물었다. 무서워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만약 진짜 한지영한테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지금의 그녀로서는 막을 힘이 없었다.

하지만 한지영은 마음을 다잡은 듯 발걸음을 내디뎠고 그렇게 앞으로 몇 발 다가섰다.

백연신이 담담하게 웃더니 따라서 앞으로 걸어갔다.

별장에 들어서자, 백연신이 긴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아.”

그러자 한지영은 초등학생이라도 된 것처럼 고분고분 가서 앉았다. 백연신은 카운터 쪽으로 걸어가 술을 조제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지개색의 칵테일이 만들어졌다. 그는 술잔을 들고 그녀 앞으로 걸어왔다.

“마셔. 그때 이 술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때 일을 꺼내면 그녀는 마음이 켕겼다. 한지영은 그때 이 술이 과일주처럼 생겨서 그렇게 독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은 취해서 그런 짓을 한 것이었다.

그러지만 않았어도 한지영과 백연신은 지금처럼 난처한 사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에요. 목마르지는 않아요.”

그녀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백연신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이렇게 힘들게 만든 술인데 안 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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