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면접을 본 회사에서 돌아왔을 때 임유진은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어떤 회사에서는 배달 기사는 기본 월급이 없다고 했는데도 그녀는 기회만 있으면 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거절당했다.임유진은 점심때가 거의 되자 길가의 작은 가게로 들어가 4,000원짜리 칼국수를 주문했다. 그것은 그 가게에서 가장 싼 메뉴였다.가게 안에는 구식 TV가 놓여 있었고 TV 안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뉴스는 어제의 뉴스를 재방송하는 것이었지만 임유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뉴스를 들었다. 그러다 익숙한 회사의 이름이 들리자, 그녀는 고개를 홱 들었다.그것은 임유진이 처음 배달 기사 면접을 봤던 그 회사였다. 그리고 그 회사의 대표가 강지혁에게 연락해서 그녀의 면접에 관해 얘기했었다.당시 강지혁은 그 회사를 제명할 거라고 했다.그런데 지금 그 회사는 자금줄이 끊겼고, 투자하기로 했던 자금도 갑자기 취소되어 어제부터 그 회사의 민간 자금 조달에 참여한 시민들이 회사의 입구를 막고 돈을 내놓으라고 시위하고 있다고 한다.뉴스에서 기자가 찍은 화면은 아주 혼란스러웠다.임유진은 그 장면을 보고 내심 놀랐다.‘설마 강지혁이 한 짓인가? 겨울 며칠 사이에 전도유망하던 기업을 이렇게 만들 수 있다고?’정말 그런 거라면 강지혁의 수완이 상당하다는 걸 의미했다.‘하지만 강지혁이 한 짓이 아니라면...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칼국수를 먹으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 종아리를 잡는 게 느껴져 고개를 숙여 보니 3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입은 옷은 조금 더러웠지만 생김새가 아주 예쁘장했다. 정교한 이목구비에 하얗고 보드라운 피부, 그리고 앳된 아이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통통한 젖살은 한 번 꼬집어 보고 싶을 정도로 탐스러웠다. 아이는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로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임유진은 그 아이를 이상하게 바라보다가 주위를 둘러보았
“아뇨, 전혀요. 아드님이 아주 귀여운데요.”임유진이 말했다.“그런데 이 칼국수를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요. 칼국수를 아주 뚫어져라 쳐다보던데요.”“진짜 먹으라고 주면 오히려 안 먹을 수도 있어요. 얘는 그냥 남들 따라 하는 걸 좋아해서 그래요.”여자는 말하면서 남자아이 앞에서 두 손을 움직였다.임유진은 당황했지만 이내 깨달았다. 여자는 수어를 하고 있었다.“이 아이...”임유진은 저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여자가 대답했다.“듣질 못해요. 수어는 조금 할 줄 알아서 간단한 수어로 얘기하면 알아들을 수 있어요.”여자는 말하면서 계속해 입으로 천천히 말했다.“이모한테 사과해야지.”그녀는 말하는 동시에 수어를 했다.곧이어 임유진은 남자아이가 사과하듯 자신을 향해 허리를 숙이는 걸 보았다.임유진은 참지 못하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렇게나 어린데 듣지 못하다니. 이 아이에게는 이 세상의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여자는 아이를 안고 떠났고 임유진은 계속해 칼국수를 먹었다. 그러나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칼국수를 다 먹고 가게를 떠나려는데, 임유진은 곁눈질로 가게 입구에 직원을 구한다는 글을 보았다.그리고 거기에는 가게의 배달을 맡을 배달부를 찾는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임유진은 곧바로 몸을 돌리더니 계산대로 향하여 사장에게 물었다.“혹시 배달부 필요하세요?”“네.”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저 면접 볼 수 있을까요?”임유진이 물었다.사장은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아가씨가 배달부를 한다고요?”“안 되나요?”“아뇨. 젊어 보여서요. 이 나이대 여자들은 배달부처럼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잖아요.”사장이 말했다.“저에겐 일자리가 있는 것만으로 다행인걸요. 전...”임유진은 잠깐 망설이다가 솔직히 얘기했다.“전 전과가 있어요. 교통사고로 사람을 숨지게 해서 일자리를 찾는 게 아주 어려워요. 가능하다면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어요.”임유진이 전과가 있다고 했을 때 사장의 눈동자가 살
“참, 전 탁유미라고 해요. 앞으로 언니라고 부르면 돼요. 아가씨는 이름이 뭐예요?”사장이 물었다.“임유진이라고 합니다. 유진이라고 부르시면 돼요.”임유진이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를 물들였던 어둠이 순식간에 사라진 듯했다.임유진을 바라보는 탁유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임유진은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남긴 뒤 떠났고, 잠시 뒤 50대로 보이는 여자가 탁유미의 곁에 섰다.“아까 저 사람이랑 무슨 얘기 했어?”“우리 가게에서 배달부를 하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어요. 내일부터 출근할 거예요.”탁유미가 말했다.“저 나이에 배달부를 한다고? 설마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저 나이대 여자애들은 보통 사무실에서 일하려고 하잖아.”가게 배달부는 월급이 낮은 편이었다. 그래서 요즘 찾아온 사람들도 대부분 50대 정도로 나이가 꽤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월급이 적고 일하는 시간이 길다고 결국엔 하지 않으려 했다.“전과가 있대요. 차를 운전하다가 사람을 치어 죽였대요.”탁유미가 말했다.“그런데 사람은 꽤 좋아 보여요. 조금 전에 우리 윤이에게도 잘해줬어요.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 교통사고도 어쩌면 뜻밖의 사고였을지도 모르죠.”“너도 참!”탁유미의 어머니는 결국 참지 못하고 혼을 냈다.“너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니? 이렇게 쉽게 사람을 믿다니! 그냥 눈으로 봐서 좋은 사람인 걸 알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이 있겠어? 전과가 있는 사람은 절대 안 돼. 혹시나 배달할 때 또 누구를 치어 죽이면 어떡해? 그러다가 우리가 배상해 줘야 할 수도 있다고!”탁유미는 한숨을 쉬었다.“엄마, 전 그냥 기회를 한번 주고 싶은 것뿐이에요. 그리고 정말 이 일이 아주 간절해 보였다고요.”“기회? 다른 사람은 언제 너한테 기회를 줬니? 윤이도 이제 귀를 치료해야 해서 돈도 부족한데 말이야!”탁유미의 어머니가 화를 내며 말했다.탁유미는 쓴웃음을 지었다.“아무도 저에게 기회를 준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그녀에게 기회를 주려는 거예요
임유진은 강지혁이 그 작은 식당에 손을 댈 것으로 생각했다. 사람들의 눈에 전도가 유망한 신예 회사는 모두 그의 손아귀에서 미래가 불확실하고 제거될 가능성이 큰데, 작은 식당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어.”유미 언니의 식당이 자신 때문에 곤란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유미 언니는 괜찮은 사람 같았고, 게다가 청각장애가 있는 아들까지 있으니 생활 부담이 클 것이다.“없으면 됐고. 그럼, 일단 여기서 편하게 지내.”강지혁은 웃으며 말했다.임유진은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의 두 손을 잡고 자기 얼굴에 갖다 댔다.“꼭 일자리를 구하겠다고 하니 일단은 알겠어. 하지만 매일 밤 아무리 늦게 돌아와도 나한테 굿나잇 인사는 해야 해. 알겠지?”임유진은 약간 어리둥절했다. 강지혁이 이런 요구를 할 줄은 몰랐다.셋방에서 지낼 때 그녀는 매일 강지혁에게 굿나잇 인사를 했다. 그때 강지혁은 그녀의 가족이었고, 그녀가 의지해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강지혁은 그녀의 가족일까?강지혁은 자신의 볼에 닿은 여자의 손길을 느끼며 눈을 살며시 감고 입꼬리를 올리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다음날, 임유진은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약속대로 식당에 도착했다. 탁유미는 신분 등록을 마치고 임유진에게 간단히 설명하고는 축전지차까지 내주었다.“출퇴근할 때 이걸 타고 다녀도 대요. 참, 혹시 탈 줄 알아요?”탁유미는 갑자기 떠올라 물었다.“알아요, 전에 타본 적은 있는데 몇 년 안 타서 이따가 조금만 연습하면 될 것 같아요.”임유진은 사실대로 말했다.“그럼 이따가 연습해요. 전에 교통사고 난 적이 있으니 절대 과속하지 말고 조심해요. 늦더라도 안전이 제일이죠. 유진 씨를 위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조심히 운전해요.”임유진은 탁유미를 보며 대답했다.“네, 알겠어요. 과속하지 않고 안전하게 운전할게요.”탁유미는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월급은 매월 15일에
탁유미가 말했다.“미안해요. 윤이가 평소에는 이렇지 않은데 유진 씨랑 친해지고 싶나 봐요.”“괜찮아요. 저도 윤이 좋아요.”임유진은 말하면서 윤이를 안아 올렸다.윤이는 그제야 발버둥 치지 않고 고분고분하더니 임유진에게 안긴 후, 그녀를 보며 씩 웃었다.약간 주눅들고 조심스러운 웃음이라 임유진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윤아, 안녕?”임유진은 인사를 건네고 손을 들어 녀석의 머리를 만졌다.다만 아이는 그녀의 목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탁유미는 아들과 임유진의 모습을 보고 눈 밑에는 어둠이 스쳤다.‘윤이가 유진 씨를 그 사람으로 착각했나? 그래서 오늘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나? 아쉽게도... 그 사람은 영원히 만날 수 없단다, 윤아.’“언니, 나중에 수화 좀 가르쳐줄 수 있어요? 윤이와 간단한 교류를 하고 싶어요.”임유진은 탁유미를 보며 말했다.탁유미는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네, 물론이죠.”임유진은 아이와 잠시 놀았지만, 수화를 할 수 없었기에 서로 대화가 원활하지 않아 탁유미가 옆에서 도와야 했다.점심때가 되자 임유진은 배달을 시작했다.틈틈이 축전지차를 연습해 보았더니 큰 문제는 없었다. 축전지차는 자전거처럼 일단 배우기만 하면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타도 곧 손에 익을 수 있었다.하지만 배달할 때 임유진은 최대한 속도를 조절하며 적응하려고 노력했다.식당은 점심 타임에 배달이 많고, 오후 1시 30분이 지나면 배달 주문량이 줄어들었다.임유진은 오후 2시가 조금 넘었을 때 겨우 시간이 비어서 점심을 먹었다.“힘들어요?”탁유미가 물었다.“괜찮아요.”임유진은 웃으며 대답했다. 현재의 그녀는 돈을 벌어야 했기에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가끔 너무 바쁘면 밥 먹는 시간이 많이 늦어지곤 해요.”사실 탁유미도 임유진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비어야 밥을 먹을 수 있었다.“참, 윤이 몇 살이에요? 유치원 안 가요?”임유진은 옆에서 과일을 먹고 있는
게다가 탁유미는 카운터도 책임지고, 음식도 나르고 테이블도 정리하며 뭐든 조금씩 거들었다. 장사가 바빠지면 전혀 짬이 나지 않았다.능력의 한계일 뿐, 탁유미는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고 있었다.3시가 넘었을 때, 가게에는 또 주문이 들어왔다. 파인애플 빵과 밀크티를 주문했다.하지만 임유진이 배달 장소를 보았을 때 멍해졌다.“왜요? 뭔 문제라도 있어요?”탁유미는 음식을 준비하고 임유진에게 건네면서, 그녀가 배달장소 용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아니에요.”임유진은 대답하고 파인애플 빵과 밀크티를 받았다.방금 그 주소는 바로 임유진이 전에 일했던 로펌이었다. 지금 배달을 하러 가면 당연히 옛 동료들을 만날 것이다.로펌에서 잘 나가던 임유진은 곧 낭패한 꼴을 보이게 될 것이다.임유진은 마음속으로 씁쓸했지만, 이 업종을 종사하기로 한 이상 피할 수 없었다.인생은 길고, 아는 사람을 만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감옥에 갔다 왔다고 해서, 초라하다고 해서 그들을 만날 수 없는 건 아니었다.‘괜찮아. 익숙해지면 돼!’임유진은 마음속으로 자신을 위로하며 음식을 축전지차에 싣고 떠났다.로펌에 가까워질수록, 그녀에게 익숙한 도로가 펼쳐졌다. 임유진은 로펌 입구에 도착해 고개를 들어 현대식 빌딩을 바라보았다.그녀가 처음 이 빌딩에 왔을 때, 얼마나 의기양양했는가. 심지어 경험을 쌓고 독립하여 자신의 로펌을 설립할 계획도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임유진은 배달 음식을 들고 익숙한 층 버튼을 눌렀다.로펌의 유리문 앞에서 임유진은 배달을 주문한 전화번호를 눌렀고, 대학을 갓 졸업한 듯한 젊은 여자가 걸어 나왔다. 아마도 새로 온 신입일 것이다.“감사합니다.”젊은 여자는 물건을 넘겨받고 말했다.바로 이때, 로펌의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임유진을 알아보고 말했다. “어머, 유진 씨 아니세요? 근데...”그녀는 젊은 여자가 들고 있는 배달 음식을 보며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음식 배달하는 거예요?”
하지만 강지혁은 임유진의 팔을 잡더니 강한 힘으로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넣었다.임유진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의 두 손은 더욱 힘을 주어 더 꽉 껴안았다.“잘 자라는 인사가 너무 성의 없잖아!”강지혁은 임유진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말했다.임유진은 몸이 약간 떨렸다. 남자의 호흡 소리가 자신의 귓가에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고, 마치 온몸이 그의 숨결에 휩싸인 것 같았다.“이거... 놔.”임유진은 말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첫 출근이 어땠는지 좀 말해줄래?”“그냥 음식 배달이지 뭐. 손님이 주문하면 갖다주고.”임유진은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지고, 혈액의 흐름도 훨씬 빨라지는 것 같았다.“그래? 그럼, 밥은 잘 챙겨 먹었어?”그의 목소리는 또다시 임유진의 귓전에 울렸다.“응, 사장님이랑 같이 먹었어. 하루 두 끼는 챙겨주시거든.”얼굴이 너무 뜨거워 타오를 것 같은 이상한 느낌에 임유진은 크게 당황했다. 강지혁이 빨리 그녀를 놓아주기를 원하고 있었다.하지만 강지혁은 놓아주기는커녕 오히려 얼굴을 그녀 앞에 갖다 댔다.“긴장하고 있어?”강지혁이 불쑥 물었다.“아... 아니.”임유진은 단박에 부인했다.“하지만 누나 얼굴이 너무 빨개.”그는 미소를 짓더니 허리를 굽히고 임유진의 볼에 가볍게 키스했다.“나 때문에 얼굴이 빨개진 거야?”“아.... 아니라고.”그녀의 몸이 뻣뻣해지더니 말까지 더듬었다.“거짓말.”임시혁은 가볍게 꾸짖었지만, 사랑스러움이 묻어 있었다.임유진은 입술을 깨물고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의 가슴에 닿은 손은 힘을 쓸 수 없었다.두려워서일까? 강지혁을 밀어낸 후과를 과연 그녀는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순간, 임유진도 자기 마음을 잘 알지 못했고 머릿속이 복잡했다.한참 후에야 강지혁은 그녀를 풀어주었고,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만지며 웃었다.“잘자, 누나...”임유진은 황급히 도망갔다.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자신의 볼을
새벽, 임유진이 침대에서 깊이 잠들었을 때, 두 방 사이의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한 줄기의 긴 그림자가 들어섰다.평소 차갑던 눈동자에는 침대 위의 여자를 바라보며 애틋함이 가득했다.“잘자, 누나.”그의 목소리에는 사랑과 갈증이 가득했다....임유진이 다음날 출근했을 때, 점심에 가게에는 무려 30인분이나 되는 단체 주문이 들어왔다.평소 임유진은 한 번에 7~8인분의 음식을 배달하는데, 단번에 30인분이라니. 거의 식당 점심 풀타임에 달하는 양에 가까웠다.탁유미는 서둘러 배달 음식을 준비한 다음 이유진을 보고 말했다.“이따가 수고해 줘요.”“그럼 다른 주문들은 어떡하죠?”임유진이 이걸 배달하면, 다른 작은 주문들은 배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괜찮아요. 이따가 저희 어머니한테 윤이를 재우고 카운터를 봐달라고 하고, 내가 직접 배달하면 돼요. 어차피 차가 한 대 더 있어요.”탁유미가 말했다. 그녀에게 이 주문은 오늘의 큰 매출이었다. 완성하면 십여만 원을 벌 수 있으니, 그녀는 아주 기뻤다.임유진은 배달 주소를 받은 후 침묵했다... 바로 GH 그룹이었다.하지만 주문서에 적힌 이름과 휴대폰은 강지혁이 아닌 모르는 사람이었다.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탁유미가 포장을 마치고, 임유진은 음식을 싣고 GH 그룹으로 향했다.30인분을 배달하는 것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한꺼번에 30인분을 들 수 없었기 때문에 차를 밑에 세운 다음 몇 번에 나눠서 올릴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녀가 차를 멈추었을 때, 경비원이 다가와 물었다.“혹시 임유진 씨인가요?”“네, 맞는데요.”임유진은 경비원이 바로 자신의 이름을 부를 줄 몰라 멍했다.“이 배달 음식을 카트에 올려놓으면 편하실 거예요.”경비원은 말하면서 또 다른 경비원 두 명을 불렀다.두 경비원은 이동식 스테인리스 스틸 카트를 밀고 임유진의 옆에 다가와 자연스럽게 30인분의 음식을 카트에 옮겼다.임유진은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다. 경비원들은 분명 그녀가 배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