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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1화

또 한 번 면접을 본 회사에서 돌아왔을 때 임유진은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어떤 회사에서는 배달 기사는 기본 월급이 없다고 했는데도 그녀는 기회만 있으면 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거절당했다.

임유진은 점심때가 거의 되자 길가의 작은 가게로 들어가 4,000원짜리 칼국수를 주문했다. 그것은 그 가게에서 가장 싼 메뉴였다.

가게 안에는 구식 TV가 놓여 있었고 TV 안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뉴스는 어제의 뉴스를 재방송하는 것이었지만 임유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뉴스를 들었다. 그러다 익숙한 회사의 이름이 들리자, 그녀는 고개를 홱 들었다.

그것은 임유진이 처음 배달 기사 면접을 봤던 그 회사였다. 그리고 그 회사의 대표가 강지혁에게 연락해서 그녀의 면접에 관해 얘기했었다.

당시 강지혁은 그 회사를 제명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그 회사는 자금줄이 끊겼고, 투자하기로 했던 자금도 갑자기 취소되어 어제부터 그 회사의 민간 자금 조달에 참여한 시민들이 회사의 입구를 막고 돈을 내놓으라고 시위하고 있다고 한다.

뉴스에서 기자가 찍은 화면은 아주 혼란스러웠다.

임유진은 그 장면을 보고 내심 놀랐다.

‘설마 강지혁이 한 짓인가? 겨울 며칠 사이에 전도유망하던 기업을 이렇게 만들 수 있다고?’

정말 그런 거라면 강지혁의 수완이 상당하다는 걸 의미했다.

‘하지만 강지혁이 한 짓이 아니라면...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

칼국수를 먹으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 종아리를 잡는 게 느껴져 고개를 숙여 보니 3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입은 옷은 조금 더러웠지만 생김새가 아주 예쁘장했다. 정교한 이목구비에 하얗고 보드라운 피부, 그리고 앳된 아이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통통한 젖살은 한 번 꼬집어 보고 싶을 정도로 탐스러웠다. 아이는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로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임유진은 그 아이를 이상하게 바라보다가 주위를 둘러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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