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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참, 전 탁유미라고 해요. 앞으로 언니라고 부르면 돼요. 아가씨는 이름이 뭐예요?”

사장이 물었다.

“임유진이라고 합니다. 유진이라고 부르시면 돼요.”

임유진이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를 물들였던 어둠이 순식간에 사라진 듯했다.

임유진을 바라보는 탁유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임유진은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남긴 뒤 떠났고, 잠시 뒤 50대로 보이는 여자가 탁유미의 곁에 섰다.

“아까 저 사람이랑 무슨 얘기 했어?”

“우리 가게에서 배달부를 하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어요. 내일부터 출근할 거예요.”

탁유미가 말했다.

“저 나이에 배달부를 한다고? 설마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저 나이대 여자애들은 보통 사무실에서 일하려고 하잖아.”

가게 배달부는 월급이 낮은 편이었다. 그래서 요즘 찾아온 사람들도 대부분 50대 정도로 나이가 꽤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월급이 적고 일하는 시간이 길다고 결국엔 하지 않으려 했다.

“전과가 있대요. 차를 운전하다가 사람을 치어 죽였대요.”

탁유미가 말했다.

“그런데 사람은 꽤 좋아 보여요. 조금 전에 우리 윤이에게도 잘해줬어요.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 교통사고도 어쩌면 뜻밖의 사고였을지도 모르죠.”

“너도 참!”

탁유미의 어머니는 결국 참지 못하고 혼을 냈다.

“너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니? 이렇게 쉽게 사람을 믿다니! 그냥 눈으로 봐서 좋은 사람인 걸 알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이 있겠어? 전과가 있는 사람은 절대 안 돼. 혹시나 배달할 때 또 누구를 치어 죽이면 어떡해? 그러다가 우리가 배상해 줘야 할 수도 있다고!”

탁유미는 한숨을 쉬었다.

“엄마, 전 그냥 기회를 한번 주고 싶은 것뿐이에요. 그리고 정말 이 일이 아주 간절해 보였다고요.”

“기회? 다른 사람은 언제 너한테 기회를 줬니? 윤이도 이제 귀를 치료해야 해서 돈도 부족한데 말이야!”

탁유미의 어머니가 화를 내며 말했다.

탁유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도 저에게 기회를 준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그녀에게 기회를 주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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