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강지혁은 임유진의 팔을 잡더니 강한 힘으로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넣었다.임유진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의 두 손은 더욱 힘을 주어 더 꽉 껴안았다.“잘 자라는 인사가 너무 성의 없잖아!”강지혁은 임유진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말했다.임유진은 몸이 약간 떨렸다. 남자의 호흡 소리가 자신의 귓가에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고, 마치 온몸이 그의 숨결에 휩싸인 것 같았다.“이거... 놔.”임유진은 말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첫 출근이 어땠는지 좀 말해줄래?”“그냥 음식 배달이지 뭐. 손님이 주문하면 갖다주고.”임유진은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지고, 혈액의 흐름도 훨씬 빨라지는 것 같았다.“그래? 그럼, 밥은 잘 챙겨 먹었어?”그의 목소리는 또다시 임유진의 귓전에 울렸다.“응, 사장님이랑 같이 먹었어. 하루 두 끼는 챙겨주시거든.”얼굴이 너무 뜨거워 타오를 것 같은 이상한 느낌에 임유진은 크게 당황했다. 강지혁이 빨리 그녀를 놓아주기를 원하고 있었다.하지만 강지혁은 놓아주기는커녕 오히려 얼굴을 그녀 앞에 갖다 댔다.“긴장하고 있어?”강지혁이 불쑥 물었다.“아... 아니.”임유진은 단박에 부인했다.“하지만 누나 얼굴이 너무 빨개.”그는 미소를 짓더니 허리를 굽히고 임유진의 볼에 가볍게 키스했다.“나 때문에 얼굴이 빨개진 거야?”“아.... 아니라고.”그녀의 몸이 뻣뻣해지더니 말까지 더듬었다.“거짓말.”임시혁은 가볍게 꾸짖었지만, 사랑스러움이 묻어 있었다.임유진은 입술을 깨물고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의 가슴에 닿은 손은 힘을 쓸 수 없었다.두려워서일까? 강지혁을 밀어낸 후과를 과연 그녀는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순간, 임유진도 자기 마음을 잘 알지 못했고 머릿속이 복잡했다.한참 후에야 강지혁은 그녀를 풀어주었고,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만지며 웃었다.“잘자, 누나...”임유진은 황급히 도망갔다.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자신의 볼을
새벽, 임유진이 침대에서 깊이 잠들었을 때, 두 방 사이의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한 줄기의 긴 그림자가 들어섰다.평소 차갑던 눈동자에는 침대 위의 여자를 바라보며 애틋함이 가득했다.“잘자, 누나.”그의 목소리에는 사랑과 갈증이 가득했다....임유진이 다음날 출근했을 때, 점심에 가게에는 무려 30인분이나 되는 단체 주문이 들어왔다.평소 임유진은 한 번에 7~8인분의 음식을 배달하는데, 단번에 30인분이라니. 거의 식당 점심 풀타임에 달하는 양에 가까웠다.탁유미는 서둘러 배달 음식을 준비한 다음 이유진을 보고 말했다.“이따가 수고해 줘요.”“그럼 다른 주문들은 어떡하죠?”임유진이 이걸 배달하면, 다른 작은 주문들은 배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괜찮아요. 이따가 저희 어머니한테 윤이를 재우고 카운터를 봐달라고 하고, 내가 직접 배달하면 돼요. 어차피 차가 한 대 더 있어요.”탁유미가 말했다. 그녀에게 이 주문은 오늘의 큰 매출이었다. 완성하면 십여만 원을 벌 수 있으니, 그녀는 아주 기뻤다.임유진은 배달 주소를 받은 후 침묵했다... 바로 GH 그룹이었다.하지만 주문서에 적힌 이름과 휴대폰은 강지혁이 아닌 모르는 사람이었다.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탁유미가 포장을 마치고, 임유진은 음식을 싣고 GH 그룹으로 향했다.30인분을 배달하는 것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한꺼번에 30인분을 들 수 없었기 때문에 차를 밑에 세운 다음 몇 번에 나눠서 올릴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녀가 차를 멈추었을 때, 경비원이 다가와 물었다.“혹시 임유진 씨인가요?”“네, 맞는데요.”임유진은 경비원이 바로 자신의 이름을 부를 줄 몰라 멍했다.“이 배달 음식을 카트에 올려놓으면 편하실 거예요.”경비원은 말하면서 또 다른 경비원 두 명을 불렀다.두 경비원은 이동식 스테인리스 스틸 카트를 밀고 임유진의 옆에 다가와 자연스럽게 30인분의 음식을 카트에 옮겼다.임유진은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다. 경비원들은 분명 그녀가 배달하
한편, 임유진은 카트를 밀고 빌딩 안으로 들어섰고, 프런트 직원은 이름을 묻더니 방문 등록 절차까지 생략하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었다.이 모든 상황에 임유진은 점점 자신의 추측을 확신하게 되었다. 배달 주소에 적힌 주소에 도착하자 늘씬하고 커리어룩을 입은 여성이 다가왔다.“임유진 씨죠? 배달은 제가 시켰어요. 여기 두고 가시면 돼요. 이건 대표님 사무실로 갖다주세요.”임유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의 추측이 거의 확실시되는 순간이었다.대표 사무실... 강지혁은 GH 그룹의 대표이다. 그러니 이 음식을 강지혁의 사무실로 갖다주라는 것이다.임유진은 배달 음식 두 봉지를 들고 강지혁의 사무실로 향했다. 어두운 통나무 문 앞에 서서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에야 노크했다.“들어와요.”안에서 소리가 들려왔고, 임유진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강지혁은 사무실 책상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보고 있었다.“주문한 배달 음식 찻상에 올려놓겠습니다.”임유진은 입술을 오므리고 말했다.강지혁은 고개를 들어 그녀가 올려놓은 찻상의 음식을 보았다.“벌써 가려고?”그는 말하면서 몸을 일으켜 책상을 돌아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다시 가게 가서 배달해야 해.”“점심은 먹었어?”강지혁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임유진은 눈을 깜박이며 잠시 반응하지 못했다.“안 먹었나 보네. 나랑 같이 먹자. 누나가 일하는 집 식당 맛이 어떤지 궁금했어.”강지혁은 말하면서 그녀의 손을 끌어당기고,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누르며 소파에 앉혔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일어서려고 했지만, 어깨에 눌린 힘 때문에 전혀 일어날 수 없었다.“너...”그녀는 고개를 들고 강지혁을 쳐다보았다.“왜? 나랑 밥 먹기 싫어?”강지혁은 활짝 웃으며 물었다.“나 진짜 가봐야 해.”“그래?”그의 눈동자는 점점 어두워졌다.“그렇다면, 배달 음식 전부 환불할 거야.”임유진은 순간 눈앞에 있는 사람은 강지혁이라는 것이 생각났다.강지혁과 같은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거절을 쉽게 받아들일
임유진은 도시락을 받아 들고 고개를 숙이고 허겁지겁 먹었다. 빨리 다 먹고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빨리 가고 싶어서 허겁지겁 먹는 거야?”강지혁의 목소리는 사무실에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콜록...”임유진은 사레에 걸려 하마터면 입에 있는 음식을 내뿜을 뻔했다. 손을 가리고 계속 기침을 했고 급기야 얼굴이 빨개졌다.겨우 기침을 그쳤지만, 입을 가리고 있던 손에 사레가 들린 쌀알이 묻어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휴지로 손바닥을 닦으려고 했다.다만, 그녀가 휴지를 집기도 전에, 강지혁은 그녀의 손을 끌어당겼다.임유진은 손목을 비틀었지만 빠져나올 수 없었다.“더러워. 내가 닦을게.”“더럽다고?”강지혁은 가볍게 웃었다.“하나도 안 더러운데?”강지혁은 말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그녀의 손바닥에 대고는 쌀알들을 하나하나 핥았다.임유진은 순간 온몸이 굳었다.“됐네.”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서운함까지 묻어났다.임유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손안의 쌀알이 이미 강지혁에 의해 핥아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강지혁은 여전히 그녀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름다운 눈동자로 그윽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누나 손바닥에 있는 밥 너무 맛있다. 좀 더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강지혁의 말에는 마치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는 것 같았고, 그의 눈빛에는 욕망이 가득했다.임유진은 눈을 늘어뜨리고 그의 시선을 피했다. 강지혁의 눈은 마력이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다행히 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계속 잡고 있지 않았다. 강지혁의 손가락에 힘이 풀리는 순간, 임유진의 손도 마침내 자유를 얻었다.임유진은 식사를 이어갔다.잠시 후, 그녀의 귓가에는 강지혁의 목소리가 들렸다.“누나랑 같이 밥 먹고 있으니까, 꼭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네.”임유진은 순간 움찔했다.옛날, 꿈만 같던 그 ‘옛날’, 어쩌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강지혁’에 관한 모든 것도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묻혀 있었다....임유진이 식당으로
그 모습을 본 탁유미가 물었다."왜 이렇게 적게 먹어요? 음식이 입에 안 맞아요?"소규모 가게에서는 손님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주방장이 대충 요리를 만들어서 직원들끼리 같이 식사를 한다."아니요. 오늘 아침을 좀 많이 먹었나 봐요."그러다 임유진은 옆에 앉아있는 윤이를 보더니 말했다."그럼 맛있게 식사하세요. 저는 윤이 과일 먹이고 있을게요."그렇게 임유진은 사과 한 알을 가져와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게 썬 후 윤이 입에 넣어주었다. 윤이는 음식을 받아먹는 아기 새처럼 임유진이 주는 족족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맛있게 먹었다.과일을 다 먹은 윤이는 졸음이 밀려오는지 하품을 하고는 임유진을 향해 양팔을 벌리며 안아달라는 자세를 취했다. 그에 임유진은 너무 자연스럽게 아이를 품에 안고 재우기 시작했다.윤이는 임유진이 흥얼거리는 자장가 소리가 들릴 리가 없는데도 자그마한 손으로 그녀의 입술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마치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윤이는 임유진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곤히 잠든 아이를 보며 임유진은 이처럼 사랑스러운 아이가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리는 세상에 갇혀버렸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파져 왔다.그녀는 윤이가 인공와우를 착용한 후 더는 그 어떤 불편함 없이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이제 방으로 데려가서 재울게요."탁유미의 엄마가 임유진에게로 다가오더니 조심스럽게 윤이를 안아 들었다. 가게의 뒤편에는 작은 집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탁유미와 그녀의 엄마 그리고 윤이까지 이렇게 세 명이 모여 살았다.탁유미는 임유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유진 씨는 꼭 좋은 엄마가 될 거예요."좋은 엄마라... 임유진은 씁쓸한 마음을 뒤로하고 탁유미를 향해 그저 옅게 웃어 보였다.임유진에게 엄마가 될 기회 같은 건 이제 없다. 그녀가 교도소에 있을 때 다른 죄수에 의해 자궁 쪽을 가격당하게 된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의사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평생 임신을 못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가령 임신이 됐다고
"다들 유진 씨 엄청 보고 싶어 했는데, 이제는 자주 얼굴 볼 수 있겠네요?"정한나는 임유진의 팔을 슬쩍 당기며 말을 이었다."여기까지 왔는데 얼굴이라도 비추고 가지 그래요?"정한나의 속이 훤히 보이는 말에 임유진은 잠시 고민하다 어차피 이대로 가도 웃음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기에 그럴 바에는 정면돌파 하기로 했다."그럼 그럴까요?"임유진의 당당한 태도에 정한나는 자신이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었던지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사무실로 안내했다.사무실로 임유진을 데리고 들어간 정한나는 손뼉을 치며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여러분, 유진 씨가 저희 보러 왔어요."그 말에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 시선이 모두 임유진을 향했다. 임유진이 주위를 둘러보니 옛 동료들도 많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선배님, 이 분도 전에 여기서 근무하셨어요? 지금은 어느 로펌에서 근무하세요?"젊은 신임 변호사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고 악의 없는 이 질문이야말로 정한나가 원하는 거였다. 정한나는 안타까운 얼굴을 하며 그녀에 대해 구구절절 얘기하기 시작했다."유진 씨는 당시 우리 로펌 신입 중에서 제일 실력 좋은 변호사였어요. 그때는 유진 씨가 얼마 안 가 분명히 에이스 변호사로 활약하며 곧 대형 로펌으로 이직할 거라고 다들 믿어 의심치 않았었죠.""그럼 지금은 어떤 로펌을 택하신 거예요?""그게..."정한나는 그 뒤론 입을 꾹 다물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마치 네 입으로 너의 처지를 얘기해 보라는 듯했다. 차라리 정한나가 대놓고 조롱이라도 했으면 임유진은 그녀를 상대하기 더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저 지금 윤이 식당에서 배달 일 하고 있어요. 저희 가게 맛있으니까 많이 찾아주세요."임유진은 전혀 주눅들지 않은 채 당당한 얼굴을 하고 여유롭게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자신이 원했던 임유진의 초라한 모습이 보이지 않자 정한나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그러고 보니 유진 씨, 전에 한 번 우연히 마주쳤을 때 옆에 있던 남자가 돈이
정한나는 비단 신입들뿐만 아니라 사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게 목소리를 높여 그녀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치어 감옥에 가게 됐다는 사실을 얘기했다.정한나는 임유진이라는 그림자에 늘 가려져 있었던 자신의 설움을 다 토해내려는 사람처럼 신이 나서 얘기를 했다. 사무실을 나와서도 들리는 목소리에 임유진은 잘나갈 때는 보이지 않던 주위 사람들의 진심이 자신이 밑바닥으로 떨어졌을 때야 비로소 보이게 됐다는 사실에 마음이 씁쓸해졌다.임유진이 한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녀의 뒤편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유진 씨, 잠깐만요!"임유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한 남성이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그 남성은 그녀의 앞에 도착한 후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30대쯤 되어 보이는 그 남성은 깔끔한 정장 차림에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엘리트 같은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무슨 일이세요?"남자의 이름은 하진우로 임유진의 옛 동료이자 그녀의 파트너 변호사이기도 했었다. 당시 사무실에는 하진우가 임유진을 좋아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었다. 하지만 임유진은 그때 소민준과 연인사이었고 진짜인지도 모르는 소문 따위는 그녀의 관심사 밖이었다.하진우는 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임유진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하진우의 기억 속 임유진은 늘 당당하고 멋있었고 너무나도 눈이 부셨는데 지금의 그녀는 어딘가 억압받는 사람처럼 얼굴에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혹시...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요.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라면 꼭 도울게요."하진우는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향해 말했지만, 임유진은 그 모습이 그저 우습게만 느껴졌다. 당시 그녀의 사건을 선뜻 받겠다고 나선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한지영이 임유진의 옛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러 몇 번이나 사무실로 갔었지만, 번번이 허탕만 쳤다."내가 지금은 하진우 씨 도움이 필요 없어서요."임유진의 말에 하진우가 다시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배달 일
매번 회식이 끝날 때쯤이면 임유진은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동료들을 향해 운전하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한 후 직접 대리기사님을 불러주곤 했었다. 그런 그녀가 음주운전에 사람을 죽였다니.하진우는 임유진만큼은 절대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다고 굳게 믿었었다.하지만 그의 확고한 믿음도 강지혁이라는 두려움을 이기진 못했고 구린 냄새를 풀풀 풍기는 사건에 자신마저 휘말리게 될까 봐 끝내는 몸을 사렸다. 그러고는 S 시에서 강지혁을 건드릴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임유진이 잘 못 걸린 것뿐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했다....요 며칠 동안 점심시간만 되면 강지혁네 회사의 비서는 윤이 식당에서 음식을 시켰고 그걸 임유진이 배달을 했다. 그러고는 매번 강지혁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임유진은 이미 몇 번이나 강지혁한테 이러지 말아 달라고 눈치를 줬지만, 강지혁은 그럴 때면 그녀를 향해 예쁜 얼굴을 들이밀고는 물었다."누나는 나와 같이 점심을 먹는 게 싫어? 난 우리가 같이 식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데.""..."사람을 홀리는 듯한 얼굴로 저런 말을 내뱉는 건 반칙이었다.임유진은 요즘 강지혁을 보면 자신의 의지가 자신의 것이 아닌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이런 마음을 메시지로 한지영한테 토로했더니 한지영이 곰곰이 생각하다 이내 결론을 내렸다.「그야 당연히 네가 강지혁 씨의 플러팅에 넘어가서 그런 거겠지.」「플러팅이라고?」임유진이 얼굴을 찌푸리며 한지영을 향해 되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지금 연예계를 봐봐. 솔직히 강지혁 씨처럼 잘생긴 남자가 몇 명이나 될 것 같아? 그런데 너는 매일매일 그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거잖아. 당연히 홀릴 수밖에 없지.」임유진이 가만히 생각해보더니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그보다 너 대체 강지혁 씨랑 지금 어떤 관계인 건데? 난 왜 자꾸 강지혁 씨가 너한테 진심인 것처럼 느껴지지? 단순히 너랑 누나 동생 놀이를 하려는 거면 네 말 한마디에 그 난리를 치며 나를 찾겠다고 나서지는 않았을 거잖아. 백연신 씨하고도 부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