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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금사빠인 한지영은 오늘은 이 아이돌을 좋아하고 내일엔 다른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이 갈대 같은 팬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 모두에게 진심이었다.

한 아이돌을 좋아하면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그에게 충실한 팬이었다. 심지어 돈을 써서 그의 콘서트와 팬 사인회에도 갔었다.

가끔 그들이 팬 미팅을 열면 거기에도 갔었다.

물론 그중 대부분은 임유진에게 일이 생기기 전의 일이었다. 임유진이 그런 일을 겪은 뒤 한지영은 아이돌을 향한 열정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출근할 때를 제외하고 그녀는 임유진을 도와 사건을 조사하는데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

그래서 콘서트에서, 팬 사인회에서, 팬 미팅에서 찍었던 영상들은 그녀에게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그런데 그런 추억들을 전부 삭제해 버리다니.

“내가 팬 사인회에서 찍었던 영상들은요?”

한지영은 새된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돌려 운전하는 백연신을 노려보았다.

“삭제했어.”

백연신은 아주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걸... 삭제했다고요?”

한지영은 기절할 것만 같았다. 만약 그가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았더라면, 휴대전화 속의 것들 역시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지영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긴 했지만, 그녀의 소중한 영상들은 다 삭제해 버렸다.

“응. 아주 철저히 삭제했어. 네가 전문적으로 휴대전화를 수리해 주는 곳에 찾아간다고 해도 영상은 복구하지 못할 거야.”

백연신이 계속해 말했다.

한지영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거 다 내 추억이라고요!”

“추억?”

백연신은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갑자기 핸들을 돌려 차를 갓길에 세웠다. 그는 안전벨트를 풀고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내가 그 영상들을 봤을 때 무슨 생각을 한 줄 알아?”

“무슨 생각을 했는데요?”

갑자기 가까워진 그의 잘생긴 얼굴에 한지영은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니 세월마저 그를 비껴간 듯했다.

백연신은 그녀보다 두 살 더 많았지만, 그의 얼굴은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듯 앳되고 젊어 보였다.

‘뭐야, 나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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