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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마... 맛있어요.”

한지영은 혀가 꼬여왔다. 입안에는 온통 칵테일 냄새였다.

원래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셔야 하는 술을 그녀는 이렇게 한꺼번에 털어 넣었다.

“백연신 씨, 어떻게 해야 그때의 화가 풀릴 것 같아요? 말해 봐요!”

술을 마셔서 그런지 담도 많이 커졌고 목소리도 덩달아 커졌다.

백연신의 까만 눈동자가 어두워지는 게 보였다.

“나한테 빚진 게 무엇이면 그걸 지금 갚으면 돼.”

한지영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빚진 게 뭐면 뭘 갚으면 된다고요?”

“그래.”

백연신이 대답했다.

한지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흔들었다. 아까 마신 술기운이 올라와서 그런지 조금 어지러운 느낌이었다.

역시 이 술은 그때와 같이 뒤끝이 셌다.

하지만 지금은 뒤끝이 세서 그런지 아니면 한지영이 대담해진 건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그녀는 지금 외투의 지퍼를 당겨 외투를 벗고 있다.

백연신은 실눈을 뜨고 한지영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다. 그녀를 보는 그의 눈빛이 살짝 반짝였다.

한지영은 외투를 벗더니 안에 입은 스웨터를 벗었고 스웨터를 벗더니 그 안에 입은 흰 티까지 벗기 시작했다.

“왜? 내가 널 보고 싶어 할 줄 알고?”

백연신이 차갑게 말했다.

“그러게요. 원망하면 원망했지, 보고 싶지는 않겠네요... 그럼 다른 사람으로 바꾸면 되잖아요. 어차피 내가 빚진 것만... 끅, 돌려주면 된 거 아닌가.”

한지영이 눈을 끔뻑이더니 대답했다. 혀가 말을 듣지 않아 말할 때마다 혀가 꼬여왔다.

백연신의 표정이 점점 구겨지더니 그녀에게 다가가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왜, 누가 이런 짓을 하든 다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거야?”

“그냥... 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하면 되죠. 아니면... 어떻게 갚으라는 거예요? 근데... 약속은 지켜요... 우... 우리 부모님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엄마 아빠는 그저 하루하루를 착실하게 살아가는 시민일 뿐이에요... 평생 나쁜 짓 한 적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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