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301 - 챕터 310

1267 챕터

제301화

돈도 없는 임유진에게 자본이라곤 더 없었다.임유진이 몇 해간 배운 것들이 강지혁에겐 더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이다. GH 그룹 변호사팀에 그녀보다 경력이 많은 사람은 많고도 많을 것이다.그녀에게 남은 건 그녀 자신뿐이었다.아무 이름이 없는 자신이 그녀가 가진 전부였다.임유진은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자세를 낮추더니 그대로 강지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제발 부탁이야. 나 백연신 좀 만나게 해줘. 내 눈으로 직접 지영이 만나보고 싶어.”강지혁은 까만 눈동자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임유진을 노려봤다. 표정은 놀라움과 분노가 섞여있었다...“너 지금 네가 무슨 짓 하는지 알고 있어?”강지혁은 임유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마음속에서 파도가 일렁이는 것 같았다.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늘 그녀만의 자존심이 있음을 말이다. 아무리 누가 그녀를 나무란다 해도 그녀는 늘 이미 짓밟힐 대로 짓밟힌 그녀만의 작은 자존심을 지키려고 했다.그렇지 않고서는 계속 강지혁을 그렇게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임유진은 지금 한지영을 위해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한지영은 자신의 자존심보다 더 중요하다는 게 아닐까?“알아.”그녀는 머리를 수그린 채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지영이 만나게만 해준다면, 지영이 무탈하게 지켜준다고 약속하면 어떤 요구를 하든 받아줄게.”이게 그녀가 걸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었다.강지혁은 그녀를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강지혁의 눈에는 자기 자신도 알아채지 못한 억울함이 보였다.“만약 내가 싫다고 하면?”강지혁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임유진은 몸을 바르르 떨더니 천천히 시선을 그에게로 돌렸다.강지혁은 입을 앙다문 채로 그녀를 쳐다볼 뿐이었다.그녀의 안색이 점점 하얘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크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 알았어.”이렇게 말하고는 바닥에서 일어났고 방에서 나가 집 밖으로 향했다.그녀가 유일하게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꾸려고 해도 안 되면 직접 해결할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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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임유진은 급하게 안전벨트를 하고는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강지혁이 차를 운전해 강 씨 저택을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봤다. 게다가 그의 차가 달리는 방향은 전에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말한 백연신이 한지영을 데리고 간 곳임이 틀림없었다.그러니까... 지금 그녀를 데리고 그쪽으로 가겠다는 건가?하지만 지금 그의 표정은 구겨질 대로 구겨져 있었다. 작은 입술은 앙다물고 있었고 눈빛은 어둡기 그지없었는데 이는 그의 언짢은 기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임유진은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잘못 말했다가 그를 더 자극할까 봐서 걱정이었다.결국 임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제일 중요한 건 지영이를 만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야 해. 그러다 강지혁의 기분이 조금 괜찮아지면... 고맙다고 해야지.’임유진이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차가 홍월동에 도착하자 경비가 막아섰다.“백연신 씨한테 전하세요. 강지혁이 만나자고 하는데 만날지 말지.”강지혁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몇몇 경비들이 듣더니 경악스러운 눈빛이었다. 강지혁이라는 이름 석 자가 S시에서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경비들이 강지혁을 모른다 해도 강지혁이 갖고 온 차는 벤틀리였다. 차를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알아볼 수 있는 외제 차였다. 20억을 호가하는 차인데 일반인이 타고 다닐 차는 아니었다.경비 중 한 명이 그들의 팀장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한편, 홍월동 별장에서 한지영은 조급한 얼굴로 눈앞의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벌건 대낮에 자신을 차로 납치한 것도 모자라 이렇게... 핸드폰을 뺏고 전원을 끌 줄은 몰랐다.말하지 않아도 한지영은 임유진이 얼마나 걱정할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전화를 걸려고 해도 방법이 없었다.지금으로서는 핸드폰을 다시 손에 넣을 방법이 없었다.임유진뿐만 아니라 한지영의 부모님도 이렇게 늦게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았으니, 전화할 수도 있는데 핸드폰이 꺼졌다고 나오면 부모님도 엄청나게 걱정하실 것이다.한지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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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그걸 말이라고.’한지영은 지금 아주 조급한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은 이 사람이 도대체 언제 자신을 놓아줄지 알 수 없었다.“친구랑 부모님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한지영이 대답했다.이 말은 마치 백연신의 금기라도 건드린 듯 눈빛이 확 차가워지더니 입가에 냉소가 걸렸다.“걱정할까 봐 두렵다고? 그럼, 그때 내가 걱정할 거라고는 생각 못 한 거야?”한지영이 멈칫하더니 켕기는 게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나는... 나는 급한 일이 있어서...”“급한 일?”백연신이 콧방귀를 끼었다.“급한 일이라는 게 귀국해서 친구 재판 도와주는 건가? 귀국하는 건 그렇다 쳐도 나한테 아무 얘기도 없이 그렇게 가는 게 어딨어? 아니면... 처음부터 어쩔 수 없이 나랑 쇼한 거야?”한지영도 자신이 잘못한 걸 알고 있었다. 그때 해외로 여행을 갔다가 곧 다니게 될 학교를 참관하는데 백연신을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그때는 둘 사이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그저 자연스럽게 동행자가 된 타지에서 만난 동포라고만 생각했다.백연신은 한지영을 데리고 그 지역의 관광명소를 돌아다녔고 그 지역 특유의 먹거리를 먹으러 다녔다.그 며칠간 한지영은 꽤 즐겁게 보냈다. 귀국해서 유학 수속만 끝나면 다시 백연신을 찾으러 오려고 했다. 그때가 되면 그녀는 외국에서 4년간 머물 수 있게 된다.하지만 한지영은 백연신을 그저 친구라고만 정의했다. 돌이켜보면 설렌 적도 있었다. 생긴 게 너무 그녀 스타일이긴 했다. 예쁜 얼굴에 약간은 이상하고 부드러운 미감, 정교한 이목구비와 하얀 피부 그리고 까만 눈썹, 그저 이렇게 차갑게 쳐다보기만 해도 사람을 설레게 했다.‘이런 남자는 여자한테 직방인데!’한지영이 속으로 이렇게 구시렁댔다. 그해의 한지영도 하마터면 백연신에게 넘어갈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 뒤에 정신을 차렸고 설렘에서 그쳤을 뿐 다음 액션을 하지 않았다.한지영은 롱디를 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백연신이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지내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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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그날 밤만 생각하면 한지영은 마음에 찔리기 시작했다. 잘못이라면 그날 너무 텐션이 좋아서 자신의 주량도 모른 채 과일주니까 괜찮겠지 하고 많이 마신 것이다. 술 먹고 일을 그르친다는 말이 진짜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이튿날 잠에서 깼을 때 하필이면 술에 취한 뒤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떻게 억지를 부렸는지, 어떻게 입에 발린 말로 그를 홀렸는지 다 기억이 났다.그 입에 발린 말들은 지금 생각해도 예전에 드라마에서 봤던, 남자가 여자한테 하는 그런 말들과 너무 닮아 있었다.특히 그중 몇 마디는 예전에 그녀가 좋아했던 드라마에서 그대로 베껴낸 것 같았다.지금 보니 멜로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술에 취하면 드라마에서 들은 그 달콤한 말들을 아낌없이 퍼주었다.결과는 진짜... 성공했다! 마음속으로만 감상할 수 있는 절세 미남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한지영은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 그 달콤한 말들 덕분에 이루어 낸 게 아닌가 싶었다.아마도 외국에 오래 살면서 국내의 달콤한 멘트 공세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녀한테 홀린 게 아닐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이튿날 아침, 잠에서 깬 그녀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때 마침 임유진의 전화를 받고 황급히 방을 빼고 귀국했다. 그녀의 마음속에 그날 밤은 그저 낭만적인 만남이라고 생각했고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나 메모 남겼는데요.”한지영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그녀도 완전히 말도 없이 떠난 건 아니었다.한지영의 말은 들은 백연신의 눈빛은 비웃음으로 가득 차올랐다.“그래. 메모 한 장 남기긴 했지. 「미안해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라고 적혀있었는데. 그냥 그렇게 메모 한 장만 남겨준 거야?”그녀가 어깨를 움츠렸다.‘그래, 너무하긴 했지.’한지영도 자신이 잘못한 걸 알고 있었다.“그럼, 당신이 손해 본 걸로 할게요. 그럼 되죠?”백연신의 눈빛이 살짝 바뀌더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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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 안 친한데요.”한지영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강지혁이 왜 그녀를 찾으러 왔는지 대개 추측이 가능했다. 임유진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안 친한데 이 밤에 이렇게 당신을 찾으러 온다고?”백연신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S시에서 강지혁이 이렇게 신경 쓸 여자가 어딨어. 아니면 지금까지 나 찾으러 오지 않은 게 이 사람 때문이야?”백연신의 목소리에서 은연중에 잘 티 나지 않는 질투가 느껴졌다.‘아니, 그러려고 해도 내가 강지혁 마음에 들어야 그럴수 있는 거지! 강지혁이 좋아하는 건 임유진이라고!’한지영은 어이가 없었다.“아무 사이 아니에요. 그냥 당신을 찾을 생각을 안 한 것뿐이지.”한지영이 대답했다. 귀국 후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닥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게다가 한지영은 이 모든 걸 타지에서의 우연한 만남이라고 생각했고 그날 밤은 우연히 일어난 사고라고 생각했기에 이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갈 심산이었다. 그래서 부모님과 임유진에게도 비밀로 했다.백연신의 표정을 보니 화가 더 심해진 것 같았다. 그는 입술을 앙다문 채 날카롭게 그녀를 쏘아보더니 한마디 내뱉었다.“진짜 사람 화병 나게 하는 재주가 있네.”어릴 때부터 그는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하는 데에 능했다. 숨겨둔 자식이기에 늘 참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상황이 충분히 파악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기분을 잘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한지영은 늘 그의 감정을 잘 끌어올렸다. 그는 그녀 앞에서만큼은 자신의 정서를 남김없이 보여줄 수 있었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었다.그해 그녀와 지낸 그 시간은 그에게 달콤함 뿐만 아니라 고통이기도 했다. 그 후 3년간 틈만 나면 그 시간이 떠올랐다. 그 시간이 행복했던 것만큼 그녀가 말도 없이 떠난게 아프게 다가왔다.누군가 방문을 두드리자, 백연신이 표정을 수습하더니 말했다.“들어와요.”밖을 지키던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 뒤로는 강지혁과 임유진이 따라서 들어왔다.한지영은 자기 친구를 보자마자 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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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당신이 임유진이군요.”백연신의 말은 질문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그날 길에서 우연히 한지영을 만난 그날부터 그는 한지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아보기 시작했다.알아본 자료에는 당연히 임유진도 포함되어 있었다.임유진은 한지영의 친구였다. 그때도 한지영은 임유진의 재판을 도와주기 위해 갑자기 제일 빠른 비행기로 귀국했고 온 힘을 다해 임유진에게 변호사와 각종 증거까지 찾아주었다.다시 말하면 애초에 한지영이 그렇게 빨리 백연신을 떠난 것도 임유진을 위해서였다.여기까지 생각하니 백연신은 이상하게 기분이 안 좋아졌다.임유진이 여자가 아니었다면 백연신은 아마 이 사람을 연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네, 맞아요.”임유진이 머리를 살짝 쳐들며 말했다.“임유진 씨, 당신은 나와 한지영 사이에 끼어들 자격이 없어요. 쓸데없이 끼어들지 말아요. 여자라고 안 봐주니까.”백연신이 차갑게 말했다.한지영이 발끈했다.“백연신 씨, 당신과 나 사이에 친구까지 끌어들이지 마요.”한지영이 조급해할수록 백연신은 눈앞의 이 장면이 점점 눈에 거슬렸다.이때 강지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과 한지영 사이가 어떻든 관심 없는데, 임유진 건드리면 못 참아요.”백연신이 강지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금은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강 대표님이 이 밤에 이쪽으로 건너오실 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백연신이 진짜 놀란 건 강지혁과 임유진의 관계였다. 그는 임유진을 조사하면서 임유진 사건을 알게 되었다. 임유진이 강지혁의 약혼녀 진애령을 차로 치어 죽게 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지금 임유진과 강지혁의 사이가 보통이 아니라는 건 누구든 보아낼 수 있었다.“오늘 밤 한지영 데려가야겠어요.”강지혁이 말했다.백연신의 미간이 구겨졌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까 강 대표님이 그러지 않았나요? 저랑 한지영 사이가 어떻든 관심 없다고요.”“이 밤이 지나면 당연히 관심 없죠. 근데 지금은 데려가야겠어요.”강지혁이 대답했다.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공기 속에 긴장한 기운이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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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백연신은 그제야 품에서 이미 너덜너덜해진 빛바랜 메모지를 꺼냈다.메모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미안해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이 메모지는 그때 한지영이 남긴 그 메모지였다. 지금까지 그는 이 메모지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홧김에 여러 번 이 메모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다시 쓰레기통을 뒤져 다시 찾아냈다.이 메모지는 마치 백연신 가슴에 박힌 가시처럼 뽑을 수도 없었고 뽑기도 아까웠다.이 메모지는 그녀가 백연신에게 남겨준 유일한 물건이라 이것마저도 없으면 그에겐 그녀의 물건이 아무것도 없게 된다.하지만 지금은 그나마 좋아졌다... 지금 그가 드디어 그녀를 찾아낸 것이었다!“지영... 한지영...”그는 그녀의 이름을 여러 번이고 되뇌며 미련이라도 남은 것처럼 입술을 그 메모지에 갖다댔다.____한지영은 임유진을 따라 강지혁의 차를 타더니 두 사람에게 말했다.“고마워요.”강지혁은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데려다줄게요. 어디 살아요?”한지영이 바로 주소를 말했다. 임유진은 그래도 시름이 놓이지 않는 듯 물었다.“그 백연신이라는 사람 진짜 너한테 무슨 짓 한 거 아니지?”“그냥 의자에 앉혀놓고 3시간 눈싸움했어.”한지영이 말했다.“원래 전화하려고 했는데 핸드폰을 몰수당하는 바람에 못...”핸드폰 얘기가 나오니 한지영은 갑자기 생각난 게 있었다. 그녀의 핸드폰이 아직 백연신 손에 있었다! 그 핸드폰에 그녀의 업무와 관련된 자료도 들어 있었다.여기까지 생각하자 한지영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백연신을 찾아서 핸드폰을 돌려받을지 아니면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할지, 참으로 골치 아픈 문제였다.“왜?”임유진이 물었다.“아니야.”한지영이 고개를 저으며 앞에서 운전하는 강지혁을 쳐다봤다. 강지혁의 차에 타다니 진짜 신기한 일이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강지혁이 그녀를 구하러 온 건 임유진 때문이라는 걸 말이다.“걱정하게 해서 미안해.”한지영은 미안한 표정으로 자기 친구를 바라보았다.“아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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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게다가 강지혁과 같은 사람도 위험해지면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그녀가 무릎을 꿇든 말든 중요한 게 아니었다.두 다리가 부러지도록 꿇는다 해도 그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한지영의 침묵에 강지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그 시각 임유진은 차 안의 공기가 침묵 속에서 무거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____임유진은 이튿날 한지영을 찾으러 갔다. 두 사람은 한지영의 집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한지영의 짙은 다크서클을 보고 임유진은 그녀가 어젯밤 잠을 설쳤음을 알 수 있었다.“어제 집에 간 다음은 어땠어?”임유진이 물었다.“말도 마. 엄마 아빠 협상금까지 준비하고 있다가 내가 들어오니까 엄청 뭐라 하더라고. 등짝 나갈 뻔했어.”한지영이 말했다.“왜? 백연신과 있었던 일 말씀 안 드린 거야?”“음, 되게 오래 못 만난 친구가 농담했는데 내가 너한테 말한다는 걸 깜빡했네. 그래서 이런 사달이 났네.”한지영이 말했다. 그녀는 자기 부모님에게 사실대로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때 외국에서 남자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면 어젯밤 잔소리 폭격으로 끝나지 않고 아빠한테 몽둥이세례를 받아야 할 판이었다.“백연신이랑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제 왜 너를 그렇게 끌고 간 거래?”임유진이 제일 궁금했던 부분을 물었다.임유진은 어제 백연신을 보고 나서야 그 남자가 전에 한지영이랑 같이 밥 먹을 때 유리창으로 보고 있던 남자라는 걸 알아챘다.그러면 그때 백연신이 보고 있던 게 한지영이라는 말이다.한지영의 얼굴이 약간 빨개지더니 말 못 할 사정이 있어 보였다.“말하기 그러면...”“아, 말하기 불편한 건 아니야.”한지영이 이렇게 말하더니 그해에 있었던 일을 대략 임유진에게 털어놓았다.“... 그러다 네 전화를 받고 귀국했거든. 나는 그 사람이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자라기도 했고 그런 부분에서 개방적이라고 생각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음, 나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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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만약에 정리가 잘 안되면 나한테 얘기해. 내가...”임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영이 끊어버렸다.“유진아, 어제 이미 너무 큰 도움을 줬어. 만약 네가 아니라면 강지혁이 나 구해주려고 하지도 않았을 거야. 백연신 씨와의 일은 내가 저지른 거야. 정 안되면 화풀이 한번 하라고 하지 뭐.”한지영이 큰 문제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임유진은 계속 걱정이 되었다. 진짜 이렇게 간단한 문제가 맞나 싶었다.“아, 걱정하지 마. 내가 백연신 씨한테 말도 없이 떠난 건 맞지만 불을 지른 것도 아니고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뭐 철천지원수도 아니고 그냥... 하루밤 보낸 것뿐인데 너무 심하게 나오진 않을 거야.”한지영이 친구를 위로하며 말했다.게다가 임유진은 지금 강지혁만으로도 꽤 난처한 상황인데 자기 일 때문에 더 걱정하는 건 싫었다.“근데 진짜 무슨 어려운 일 생기면 꼭 말해줘야 해!”임유진이 말을 이어갔다.“지금의 나로서는 너를 도와줄 능력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강지혁한테 빌면 도와줄 수도 있거든.”임유진은 강지혁에게 빈다고 할 때 목소리가 티 나게 우울하고 난처해 보였다.한지영은 어제 임유진이 자신을 찾기 위해서 강지혁한테 부탁한 것을 알고 있었다. 강지혁한테 빌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한지영도 모를 리가 없었다.임유진에게 강지혁은 악몽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 지독한 고통은 전부 강지혁으로부터 시작되었다.하지만 임유진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한지영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알겠어.”한지영이 이렇게 대답한 것도 그저 친구가 더 이상 걱정하지 말았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랬다. 백연신과의 일은 한지영이 알아서 처리할 생각이었다.둘은 조금 더 대화를 나누다가 임유진의 면접 시간이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배달 면접 보러 간다고?”한지영이 물었다.“응.”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며칠 전에 이력서 보냈는데 오늘 면접 보러 오라고 전화가 왔더라고.”“화이팅해! 성공을 빌게!”한지영이 말했다.임유진이 가고 한지영은 버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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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타.”그는 얇은 입술로 이 한 글자를 내뱉었다.한지영의 얼굴에서 망설임이 느껴졌다. 핸드폰값도 꽤 나가긴 했지만, 그 값에 비기면 자유가 더 소중했다. 한지영은 어제처럼 방에 몇 시간 갇혀 있긴 싫었다.어제 임유진과 강지혁이 그녀를 데리고 나오지만 않았으면 언제 그 집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모른다.“괜찮아요. 핸드폰 바꾸고 싶었는데 그 핸드폰은 안 돌려줘도 돼요.”한지영이 멋쩍게 말했다.“그럼, 전화에 있는 사진도, 여러 사이트에 등록된 계정도 필요 없다는 거지? 맞다, 일부는 회사 자료인 것 같던데.”백연신이 담담하게 말했다.“뭐 가져가기 싫다면 좋을 대로 해.”이건 그냥 협박이었다.‘핸드폰에는 분명 비밀번호가 걸려 있을 텐데 백연신이 내 핸드폰 잠금을 푼 건가? 그리고 핸드폰에 있던 사진과 자료를 다 봤겠지? 그럼... 내 각종 소셜 앱 계정의 비밀번호도 푼 건가?’한지영이 이를 갈았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한지영이 화를 내며 말했다.“그래서 탈 거야 말 거야?”백연신은 대답은 하지 않고 다시 캐물었다.그녀는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목구멍이 막힌 듯 삼키지도 뱉지도 못했다. 그해의 그는 친절하고 귀엽기만 했는데 몇 년 사이에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지금 한지영은 그저 머리를 숙인 채 고분고분 뒤쪽 차 문을 열고 백연신의 옆에 앉았다. 차에 타보니 백연신이 가지고 노는 건 한지영의 핸드폰이었다.“내 핸드폰!”한지영이 소리를 지르며 자기도 모르게 핸드폰을 가져오려고 했다.하지만 핸드폰에 손이 닿기도 전에 백연신은 한지영의 팔을 잡았다. “몇 년간 잘 지냈나 본데?”그가 유유히 말하며 그녀의 사진첩을 꾹 눌렀다. 사진첩에는 그녀가 웃고 있는 사진들이 있었다. 어떤 건 여행 사진, 어떤 건 일상 사진,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사진도 있었다... 그 사진으로만 보면 그녀의 생활이 행복해 보이는 건 사실이었다.그런데 문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쁠 때 사진을 찍지, 슬플 때 사진을 찍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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