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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 안 친한데요.”

한지영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강지혁이 왜 그녀를 찾으러 왔는지 대개 추측이 가능했다. 임유진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안 친한데 이 밤에 이렇게 당신을 찾으러 온다고?”

백연신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S시에서 강지혁이 이렇게 신경 쓸 여자가 어딨어. 아니면 지금까지 나 찾으러 오지 않은 게 이 사람 때문이야?”

백연신의 목소리에서 은연중에 잘 티 나지 않는 질투가 느껴졌다.

‘아니, 그러려고 해도 내가 강지혁 마음에 들어야 그럴수 있는 거지! 강지혁이 좋아하는 건 임유진이라고!’

한지영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 사이 아니에요. 그냥 당신을 찾을 생각을 안 한 것뿐이지.”

한지영이 대답했다. 귀국 후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닥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한지영은 이 모든 걸 타지에서의 우연한 만남이라고 생각했고 그날 밤은 우연히 일어난 사고라고 생각했기에 이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갈 심산이었다. 그래서 부모님과 임유진에게도 비밀로 했다.

백연신의 표정을 보니 화가 더 심해진 것 같았다. 그는 입술을 앙다문 채 날카롭게 그녀를 쏘아보더니 한마디 내뱉었다.

“진짜 사람 화병 나게 하는 재주가 있네.”

어릴 때부터 그는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하는 데에 능했다. 숨겨둔 자식이기에 늘 참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상황이 충분히 파악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기분을 잘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지영은 늘 그의 감정을 잘 끌어올렸다. 그는 그녀 앞에서만큼은 자신의 정서를 남김없이 보여줄 수 있었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었다.

그해 그녀와 지낸 그 시간은 그에게 달콤함 뿐만 아니라 고통이기도 했다. 그 후 3년간 틈만 나면 그 시간이 떠올랐다. 그 시간이 행복했던 것만큼 그녀가 말도 없이 떠난게 아프게 다가왔다.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자, 백연신이 표정을 수습하더니 말했다.

“들어와요.”

밖을 지키던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 뒤로는 강지혁과 임유진이 따라서 들어왔다.

한지영은 자기 친구를 보자마자 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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