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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돈도 없는 임유진에게 자본이라곤 더 없었다.

임유진이 몇 해간 배운 것들이 강지혁에겐 더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이다. GH 그룹 변호사팀에 그녀보다 경력이 많은 사람은 많고도 많을 것이다.

그녀에게 남은 건 그녀 자신뿐이었다.

아무 이름이 없는 자신이 그녀가 가진 전부였다.

임유진은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자세를 낮추더니 그대로 강지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발 부탁이야. 나 백연신 좀 만나게 해줘. 내 눈으로 직접 지영이 만나보고 싶어.”

강지혁은 까만 눈동자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임유진을 노려봤다. 표정은 놀라움과 분노가 섞여있었다...

“너 지금 네가 무슨 짓 하는지 알고 있어?”

강지혁은 임유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마음속에서 파도가 일렁이는 것 같았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늘 그녀만의 자존심이 있음을 말이다. 아무리 누가 그녀를 나무란다 해도 그녀는 늘 이미 짓밟힐 대로 짓밟힌 그녀만의 작은 자존심을 지키려고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계속 강지혁을 그렇게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임유진은 지금 한지영을 위해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한지영은 자신의 자존심보다 더 중요하다는 게 아닐까?

“알아.”

그녀는 머리를 수그린 채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지영이 만나게만 해준다면, 지영이 무탈하게 지켜준다고 약속하면 어떤 요구를 하든 받아줄게.”

이게 그녀가 걸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었다.

강지혁은 그녀를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강지혁의 눈에는 자기 자신도 알아채지 못한 억울함이 보였다.

“만약 내가 싫다고 하면?”

강지혁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임유진은 몸을 바르르 떨더니 천천히 시선을 그에게로 돌렸다.

강지혁은 입을 앙다문 채로 그녀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녀의 안색이 점점 하얘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크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이렇게 말하고는 바닥에서 일어났고 방에서 나가 집 밖으로 향했다.

그녀가 유일하게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꾸려고 해도 안 되면 직접 해결할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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