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1191 - 챕터 1200

1423 챕터

제1191화

임유진이 조사실로 들어가자 곽동현이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녀를 반겼다.그러고는 많이 당황한 듯 말을 주저리 없이 늘어놓았다.“유진 씨, 나 아니에요. 내가 안 그랬어요. 내가 뭣 때문에 그런 짓을 하겠어요. 그 여자가 대체 무슨 억한 심정으로 나를 모함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내가 한 거 아니에요!”곽동현은 지금 패닉상태였다. 갑자기 강간미수죄로 끌려왔으니 정신이 없을 만도 했다.“동현 씨, 나 지금 동현 씨 변호사로 여기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근차근 얘기해봐요.”임유진은 먼저 곽동현을 안심시켰다.곽동현은 그녀의 말에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히며 진정했다.“네, 알겠어요.”그러고는 경찰서에 끌려가기 전 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곽동현은 아까 탁유미를 대신해 검사지를 받으러 갔다가 우연히 배여진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배여진이 갑자기 발을 삐끗했다면서 주차장까지 같이 가줄 수 있냐며 그에게 먼저 부탁을 해왔다. 이에 곽동현은 흔쾌히 알겠다고 했고 그렇게 그녀를 부축해 주차장까지 갔다.그러다 가는 길, 배여진이 무거운 짐을 가득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자진해서 배여진의 짐까지 들어주었다.그렇게 주차장에 다다른 다음 들고 있던 물건을 뒷좌석에 내려놓고 다시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배여진이 뒷좌석에 들어가 무언가를 열심히 찾으며 그에게 플래시를 비춰달라고 부탁했다.이에 곽동현은 별다른 의심 없이 뒷좌석으로 들어가 그녀의 요구대로 플래시를 비춰주었다.그런데 그때 배여진이 갑자기 문을 닫더니 갑자기 옷을 찢고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곽동현은 어찌할 바를 몰랐고 그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그러다 몇 분 후, 배여진은 곽동현에게 겁탈당한 사람처럼 눈물을 흘리며 차에서 뛰쳐나왔고 그 광경을 당시 주차장에 차를 가지러 왔던 시민 4명과 경비원이 목격했다.반 시간은 금방 흘렀고, 임유진은 곽동현의 얘기를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곽동현의 상황은 너무나도 불리했다.‘배여진은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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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2화

“결백?”강현수가 차갑게 웃었다.“CCTV 확인 결과 모든 게 여진의 말과 일치했어요. 그리고 현장에 있던 5명의 증인도 입을 모아 곽동현이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고 했고요. 위증의 가능성은 없어요. 아예 접점이 없는 다섯 명이었으니까요.”이에 임유진이 그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억울해 본 적 있어요?”“네?”“모든 물증이 다 현수 씨를 가리키고 현수 씨가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봤자 받아들여지지 않는 억울하고 무력감이 온몸을 감싸는 기분, 느껴본 적 있냐고요.”임유진이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나는 있어요. 그래서 동현 씨가 지금 어떤 기분일지 누구보다 잘 알아요. 그러니까 나는 동현 씨 결백을 꼭 증명해 보일 거예요.”강현수는 올곧은 그녀의 눈빛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곽동현의 일에 손을 떼길 바란다고 해도, 그래도 도울 거예요?”“네, 나는 동현 씨 믿어요.”임유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그리고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임유진은 그 뒤로 며칠 동안 곽동현의 사건만 조사했다.하지만 아무리 조사해봐도 곽동현에게 불리한 증거들밖에 나오지 않았다.배여진이 곽동현을 모함한 것은 확실한데 그것을 입증할 만한 방법이 없었다. CCTV도 증인들도 모두 배여진에게 유리한 증거들이었다.물론 증인들의 말만으로 곽동현에게 죄가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증인들이 본 건 곽동현이 배여진을 겁탈하는 장면이 아닌 그저 배여진이 큰소리로 외치며 만신창이가 된 채로 차에서 뛰쳐나오던 장면이었으니까.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곽동현이 겁탈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임유진은 한숨을 푹 내쉬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며칠 전 곽동현의 부모가 합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배여진은 단호하게 합의는 없다고 말하며 반드시 곽동현을 감옥에 넣을 것이라고도 했다.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감방살이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임유진은 어제 구치소로 갔다가 곽동현네 부모와 만난 장면을 떠올렸다. 곽씨 부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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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3화

“나는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왜 그 남자를 모함해? 그 남자를 모함해서 내가 얻는 게 뭔데?”임유진이 알고 싶은 것도 바로 이거였다.“합의도 안 해주겠다고 했다며?”“네가 나라면 널 겁탈하려 했던 사람과 합의 할 거니? 안 할 거잖아.”배여진은 임유진의 초조함이 조금 어려있는 얼굴을 관상하듯 보고 있었다.이제야 드디어 임유진의 우위에 선 기분이었다.임유진은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어. 평생 고개도 들지 못하고 살게 될 수도 있다고.”“야, 임유진, 변호사면 변호사답게 증거로 얘기해. 감성팔이 하지 말고.”배여진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말했다.“내가 어떻게 하면 동현 씨를 놓아줄래?”임유진이 배여진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할 수 있는 거면 뭐든지 할게.”임유진은 배여진이 이런 짓을 꾸민 이유가 자신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했다.“뭐든지? 그럼 내가 이제 변호사 그만하라고 하면 그것도 할 거야?”배여진이 비웃으며 물었다.“그럴게.”임유진의 대답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만약 이대로 곽동현이 정말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게 되면 임유진은 아마 평생 죄책감을 끌어안고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진해서 변호사 일을 그만두게 될 것이다.“곽동현 때문에 직업도 포기할 생각입니까?”그때 한기가 가득 서린 남자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임유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평소와 달리 차갑고 분노가 살짝 서려 있는 강현수의 얼굴이 있었다.강현수는 임유진의 입에서 이런 말까지 나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고작 전 직장 동료일 뿐인데 변호사라는 직업까지 포기하려 든다고?“이대로 동현 씨가 누명을 쓰게 둘 수는 없어요.”“증거가 이렇게 확실한데, 아직도 그 남자를 믿어요?”강현수가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동현 씨를 믿어요. 동현 씨는 그런 짓을 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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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4화

만약 임유진이 지금이라도 발을 빼겠다고 하면 강현수는 최대한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이 사건을 해결할 생각이다.하지만 임유진에게서 들려온 말은...“현수 씨는 내 생명의 은인이에요. 그래서 현수 씨가 원하는 거는 최대한 들어주고 싶어요. 하지만 아무리 생명의 은인이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될 일은 들어줄 수 없어요.”그 말에 강현수가 싸늘하게 웃었다.“그 남자가 그렇게 중요합니까? 유진 씨한테 그 곽동현이라는 남자가 그렇게도 중요하냐고요!”임유진은 그 질문에 잠깐 침묵했다.그녀가 이렇게까지 뜻을 굽히지 않는 건 곽동현이라는 사람 때문이 아니라 이 사건이 일어나게 된 이유가 자신 때문일까 봐서이다.그리고 곽동현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꼭 무력하게 당하기만 했던 그때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어떻게 해서든지 구해주고 싶었다.강현수는 계속되는 그녀의 침묵에 서서히 얼굴을 굳혀갔다.그때 배여진이 강현수 옆으로 다가오더니 그의 팔을 다정하게 끌어안으며 말했다.“현수 씨,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말아요. 그 남자가 유진이한테 어떤 거짓말을 늘어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진이는 결국 그 남자를 믿기로 한 거예요. 친척인 내가 아니라 그 남자를요. 솔직히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손이 덜덜 떨려요. 만약 그때 차에서 도망치지 못했더라면 나는 정말... 흑...”배여진은 말을 하다 말고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임유진은 배여진의 눈물 쇼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언니 말을 믿어요?”“믿지 않을 이유가 없죠. 전 직장 동료라서 곽동현을 믿는다는 유진 씨의 이유보다 어릴 적 내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라서 배여진을 믿는다는 내 이유가 더 그럴 듯하지 않아요?”강현수는 차갑게 말을 내뱉고는 배여진 쪽을 바라보았다.“여진아, 그만 울어. 네 사건은 내가 책임지고 잘 처리해 줄 테니까.”“현수 씨... 고마워요. 나 믿어줘서 정말 고마워요!”배여진은 감격에 찬 얼굴로 강현수를 바라보았다.임유진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순간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숨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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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5화

“내가 한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언니가 제일 잘 알겠지.”임유진은 배여진에게 그 한마디만 남기고 다시 강현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내 말 믿어줘요.”강현수는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다가 서서히 시선을 내렸다.“유진 씨가 바로 어릴 때 나를 구해줬던 그 여자아이라고요?”“네.”임유진은 자신이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당황스러울지 잘 알고 있다.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었다.“전에 나랑 절벽 바로 앞에서 만났던 거 기억해요? 그때 내가 그 여자아이가 유진 씨냐고 물었을 때 유진 씨는 어떻게 대답했죠?”강현수의 담담한 목소리에 임유진의 몸이 움찔 떨렸다.그날 임유진은 강지혁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 기억을 다 되찾았음에도 결국 아니라고 대답했다.“아니라고 했어요. 하지만 그건...”“내가, 그 후에도 몇 번이나 물어봤잖아요. 정말 유진 씨 아니냐고.”강현수의 입에서 힘이 다 빠진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슬픔도 깃들어 있었다.강현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임유진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니라고 했잖아요. 내가 그렇게 많이 물어봤는데 매번 다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유진 씨 말을 믿어달라고요? 스스로 생각해도 좀 웃기지 않아요?”그 말에 임유진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강현수의 말과 강현수의 시선이 뺨을 세차게 내리치고 있는 듯했다.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이건 모두 그녀가 선택한 결과니까.“내가 지금 하는 말이 얼마나 우습게 들릴지 알아요. 하지만 현수야...”임유진은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정말 네가 어릴 때 만났던 여자애 맞아. 그때는 왜 아니라고 했는지,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설명?”강현수가 싸늘하게 웃었다.“내가 유진 씨를 사랑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다른 남자 때문에 거짓말하는 걸 다 들어줄 정도로 맛이 가지는 않았어요. 나는 똑똑히 기억해요. 내가 유진 씨한테 그 질문을 했을 때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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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6화

배여진은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표정을 번갈아 보았다.솔직히 그녀는 강현수가 임유진의 말을 바로 믿어버릴까 봐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간 누리던 것들이 한순간에 다 사라지게 될까 봐.하지만 다행히 강현수는 끝끝내 임유진의 말을 믿지 않았다.임유진은 배여진의 말을 무시한 채 시선 한번 돌리지 않고 계속해서 강현수를 바라보았다.“너는 내가 사람 하나 살리겠다고 거짓말이나 하는 사람으로 보여?”임유진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분했다. 마치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처럼 눈동자도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반면 강현수는 갑자기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그간의 노력으로 힘들게 좁혔던 그녀와의 거리가 서서히 다시 멀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작 곽동현이라는 남자 때문에, 한 번도 라이벌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남자 때문에 말이다.곽동현은 길가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돌처럼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곽동현이 그렇게도 중요합니까?”강현수가 되물었다.“나는 동현 씨가 짓지도 않은 죄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것뿐이야.”“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유진 씨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판사가 하는 겁니다.”“...동현 씨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는 거야?”임유진은 눈앞에 있는 남자가 너무나도 낯설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는 언제고 다시 차가워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간 계속 따뜻한 보여줘서 잠깐 잊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무정하고 냉정한 사람인지를 말이다.강현수는 그녀가 알고 있는 ‘현수’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동경하고 또 무서워하는 ‘강현수’이기도 했다.강현수는 그녀의 질문에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내가 놓아주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닙니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한 이치인 겁니다.”그 말과 함께 임유진의 마음이 어둠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았다....임유진이 떠나고 병실에는 강현수와 배여진, 이렇게 두 사람만 남았다.배여진은 티슈를 손에 들고는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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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7화

“혹시 어릴 때 산에서 구조되고 나서 나랑 헤어질 때 네가 뭐라고 했었는지 기억해?”강현수가 뜬금없이 어릴 때 얘기를 물었다.“네?”이에 배여진은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이내 술술 얘기를 꺼냈다.“당연히 기억하죠. 그때 내가 현수 씨한테 팔찌를 하나 줬잖아요. 우리만의 증표라고, 나 찾으러 올 때 현수 씨한테 이거 꼭 가지고 오라고 했잖아요. 만약 현수 씨가 늦게 찾아와도 서로 똑같은 팔찌가 있으니까 아무리 얼굴이 변해도 분명히 알아볼 거라고도 했잖아요.”배여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좋아했던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랑 여자주인공이 팔찌로 다시 서로를 알아봤다는 내용이 너무 설레고 좋아서, 그래서 현수 씨한테 그 팔찌를 준 거예요.”강현수는 그 말에 쓰게 웃었다.그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배여진에게 저런 질문을 한 걸까?아직도 그 여자아이가 임유진이기를 바라는 걸까?어릴 때 용감하고 환하게 빛이 났던 그 여자아이가, 오래도록 그리워했던 아이가 아직도 배여진이 아닌 임유진이기를 바라는 걸까?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바람일 뿐 어릴 적 여자아이는 배여진이 맞다.어릴 때처럼 용감하지도 않고 허영심 가득한 여자로 자랐어도 그 여자아이는 배여진이다.“그래. 그 애는 너야.”강현수가 중얼거렸다.“당연히 나죠! 설마 현수 씨... 유진이 말 믿었던 거예요? 유진이는 곽동현이라는 남자를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거예요. 현수 씨가 자기를 좋아하는 걸 아니까. 이런 속이 다 보이는 거짓말도 속아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 거라고요. 만약 현수 씨가 아까 유진이를 믿고 나한테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했으면 나는 아마 알겠다고 했을 거예요. 나는 현수 씨가 원하는 건 뭐든 해줄 수 있으니까...”배여진은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또다시 눈물을 글썽였다.강현수는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배여진은 그 눈빛에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정말 내 말 못 믿는 거예요? 나 찾아온 거 현수 씨잖아요. 내가 찾아간 게 아니라 현수 씨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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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8화

‘배여진은 곽동현을 이용해 나와 강현수의 사이를 완전히 갈라놓을 생각이야.’결국 곽동현은 임유진 때문에 말려든 것이 맞았다.임유진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머리를 꾹꾹 주물렀다.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강현수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지?강현수와 다시 둘이서 얘기를 나눠봐야 하나? 어릴 때 일을 하나하나 다 얘기를 하면 그때는 믿어줄까?그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임유진은 상념에서 빠져나와 바로 전화를 받았다.“유진 씨, 동현 씨 일 어떻게 됐어요? 윤이가 요즘 불안한 건지 자꾸 동현 씨를 찾네요.”“상황이 많이 불리해요. 하지만 방법을 생각해볼게요. 결백을 증명할 방법을요.”지금은 아무리 작을 가능성이라도 뭐라도 해봐야 한다.“도울 거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요.”“네, 알겠어요.”임유진은 전화를 끊고 고개를 들고 나서야 자신이 지금 GH 그룹 건물 앞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탁유미네 가게에서 일했을 때 이 건물을 자주 드나들었다. 강지혁과 그녀의 점심 도시락과 함께 말이다.임유진은 자신의 걸음이 이곳으로 향한 것에 상당히 당황한 듯했다.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 이곳을 떠나려는데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며 머리가 핑 돌았다.임유진은 건물 옆 커다란 나무를 짚은 채 토를 하기 시작했다.지난번에는 강지혁의 앞에서 토하더니 이번에는 강지혁의 회사 앞에서 또 토를 했다.임유진은 자기가 생각해도 자신의 행동이 기가 막힌 지 쓰게 웃었다.그때 경비원이 다가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여기서 토하면 어떡합니까? 곧 있으면 대표님께서 회사로 돌아오시는데, 쯧!”그 말에 임유진의 몸이 움찔 떨렸다.강지혁이 온다고?“죄송합니다. 지금... 지금 바로 갈게요.”임유진은 입을 틀어막은 채 힘겹게 말을 꺼냈다. 그러고는 빨리 이곳을 뜨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하지만 몸을 일으키자마자 또다시 머리가 아파 왔고 속도 다시 울렁거렸다.이에 임유진은 어쩔 수 없이 다시 허리를 숙이고 나무 아래에서 토를 했다.경비원은 그녀의 행동에 골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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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9화

임유진으로 인해 회사 건물 앞에는 현재 이상한 풍경이 펼쳐졌다.임유진은 나무 아래서 토를 하고 있었고 회사 경비원은 그런 그녀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으며 강지혁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대로 멈춰선 채 무표정한 얼굴로 임유진이 토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그리고 고이준과 기사들, 그리고 몇몇 회사 임원들은 차례대로 강지혁의 뒤에 서 있었다.임유진은 더 이상 토할 것이 없어진 후에야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고개를 들고나서야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사람들의 시선을 가득 받으며 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리고 그 시선 중에는 강지혁의 시선도 있었다.강지혁은 오늘 검은색 정장 셋업에 안에는 차가운 컬러의 목티를 입고 있었다.옷 색깔 때문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더 차가워 보였다.임유진은 민망한 마음에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하지만 막 발걸음을 떼려고 보니 버스 정류장으로 가려면 강지혁을 지나쳐 가야만 했다.이에 임유진은 잠깐 망설이다가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가방에서 티슈를 뽑아 입가를 닦은 다음 빠른 걸음으로 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강지혁은 미동도 없이 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시선을 계속해서 임유진을 쫓고 있었다.임유진은 그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머리를 더 푹 숙였다.그렇게 빠르게 강지혁을 지나쳐 가려는데 갑자기 또다시 속이 울렁거렸다.“웩...”임유진은 참지 못하고 또다시 허리를 숙인 채 토를 하기 시작했다.강지혁의 뒤에 있던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얼굴이 사색이 된 채 바라보았고 동시에 머릿속으로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이 여자는 곧 죽겠구나.’ 하는 생각을 말이다.그도 그럴 것이 임유진은 강지혁의 앞에서 토한 것도 모자라 자기 토사물을 강지혁의 신발에 튀게까지 했다.하지만 다들 임유진을 안타깝게 생각할 때 고이준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아까 임유진이 참지 못하고 허리를 숙였을 때 강지혁이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는데도 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강지혁은 확실히 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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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0화

임유진은 강지혁의 신발 위에 튀었던 토사물을 말끔히 처리한 후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이러면 될까?”그녀의 얼굴은 지금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혈색 하나 돌지 않는 것이 무척이나 유약해 보였다.강지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언짢음이 밀려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임유진은 한참을 기다려도 그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머쓱하게 웃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러고는 뒤에 있는 경비를 바라보며 말했다.“빗자루랑 쓰레받기 좀 빌려주실래요? 걸레도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청소해야 할 것 같아서요.”경비는 임유진의 말에 넋을 잃은 듯 계속 멍하니 있다가 고이준의 시선을 받고는 그제야 헐레벌떡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아, 네! 잠시만요.”그러고는 빠르게 다시 밖으로 나와 청소도구들을 임유진에게 건넸다.임유진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토사물을 청소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강지혁은 그런 그녀의 옆에 서서 여전히 자리를 뜨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임원들은 강지혁을 내버려 두고 먼저 갈 수는 없었기에 마찬가지로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임유진이 청소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강지혁은 바닥을 쓸고 있는 임유진의 모습을 보며 그녀가 환경미화원으로 일했을 때의 모습을 떠올렸다.그때도 마른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말라 있었고 바람이 불면 이대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강지혁은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쓰러지든, 각혈하든, 이제는 가만히 내버려 둬야 한다는 것 또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하지만 그의 시선은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그녀를 쫓았다. 꼭 그의 시선은 원래부터 그녀만 향해야만 한다고 세팅된 사람처럼 말이다.강지혁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미간은 점점 더 세게 찌푸려졌다.강지혁의 바로 옆에 있던 고이준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그때 한창 청소를 하던 임유진의 발이 꼬이고 뭐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의 몸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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