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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7화

“혹시 어릴 때 산에서 구조되고 나서 나랑 헤어질 때 네가 뭐라고 했었는지 기억해?”

강현수가 뜬금없이 어릴 때 얘기를 물었다.

“네?”

이에 배여진은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이내 술술 얘기를 꺼냈다.

“당연히 기억하죠. 그때 내가 현수 씨한테 팔찌를 하나 줬잖아요. 우리만의 증표라고, 나 찾으러 올 때 현수 씨한테 이거 꼭 가지고 오라고 했잖아요. 만약 현수 씨가 늦게 찾아와도 서로 똑같은 팔찌가 있으니까 아무리 얼굴이 변해도 분명히 알아볼 거라고도 했잖아요.”

배여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

“좋아했던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랑 여자주인공이 팔찌로 다시 서로를 알아봤다는 내용이 너무 설레고 좋아서, 그래서 현수 씨한테 그 팔찌를 준 거예요.”

강현수는 그 말에 쓰게 웃었다.

그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배여진에게 저런 질문을 한 걸까?

아직도 그 여자아이가 임유진이기를 바라는 걸까?

어릴 때 용감하고 환하게 빛이 났던 그 여자아이가, 오래도록 그리워했던 아이가 아직도 배여진이 아닌 임유진이기를 바라는 걸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바람일 뿐 어릴 적 여자아이는 배여진이 맞다.

어릴 때처럼 용감하지도 않고 허영심 가득한 여자로 자랐어도 그 여자아이는 배여진이다.

“그래. 그 애는 너야.”

강현수가 중얼거렸다.

“당연히 나죠! 설마 현수 씨... 유진이 말 믿었던 거예요? 유진이는 곽동현이라는 남자를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거예요. 현수 씨가 자기를 좋아하는 걸 아니까. 이런 속이 다 보이는 거짓말도 속아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 거라고요. 만약 현수 씨가 아까 유진이를 믿고 나한테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했으면 나는 아마 알겠다고 했을 거예요. 나는 현수 씨가 원하는 건 뭐든 해줄 수 있으니까...”

배여진은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또다시 눈물을 글썽였다.

강현수는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배여진은 그 눈빛에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내 말 못 믿는 거예요? 나 찾아온 거 현수 씨잖아요. 내가 찾아간 게 아니라 현수 씨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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