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으로 인해 회사 건물 앞에는 현재 이상한 풍경이 펼쳐졌다.임유진은 나무 아래서 토를 하고 있었고 회사 경비원은 그런 그녀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으며 강지혁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대로 멈춰선 채 무표정한 얼굴로 임유진이 토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그리고 고이준과 기사들, 그리고 몇몇 회사 임원들은 차례대로 강지혁의 뒤에 서 있었다.임유진은 더 이상 토할 것이 없어진 후에야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고개를 들고나서야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사람들의 시선을 가득 받으며 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리고 그 시선 중에는 강지혁의 시선도 있었다.강지혁은 오늘 검은색 정장 셋업에 안에는 차가운 컬러의 목티를 입고 있었다.옷 색깔 때문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더 차가워 보였다.임유진은 민망한 마음에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하지만 막 발걸음을 떼려고 보니 버스 정류장으로 가려면 강지혁을 지나쳐 가야만 했다.이에 임유진은 잠깐 망설이다가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가방에서 티슈를 뽑아 입가를 닦은 다음 빠른 걸음으로 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강지혁은 미동도 없이 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시선을 계속해서 임유진을 쫓고 있었다.임유진은 그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머리를 더 푹 숙였다.그렇게 빠르게 강지혁을 지나쳐 가려는데 갑자기 또다시 속이 울렁거렸다.“웩...”임유진은 참지 못하고 또다시 허리를 숙인 채 토를 하기 시작했다.강지혁의 뒤에 있던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얼굴이 사색이 된 채 바라보았고 동시에 머릿속으로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이 여자는 곧 죽겠구나.’ 하는 생각을 말이다.그도 그럴 것이 임유진은 강지혁의 앞에서 토한 것도 모자라 자기 토사물을 강지혁의 신발에 튀게까지 했다.하지만 다들 임유진을 안타깝게 생각할 때 고이준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아까 임유진이 참지 못하고 허리를 숙였을 때 강지혁이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는데도 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강지혁은 확실히 임유진
임유진은 강지혁의 신발 위에 튀었던 토사물을 말끔히 처리한 후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이러면 될까?”그녀의 얼굴은 지금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혈색 하나 돌지 않는 것이 무척이나 유약해 보였다.강지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언짢음이 밀려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임유진은 한참을 기다려도 그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머쓱하게 웃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러고는 뒤에 있는 경비를 바라보며 말했다.“빗자루랑 쓰레받기 좀 빌려주실래요? 걸레도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청소해야 할 것 같아서요.”경비는 임유진의 말에 넋을 잃은 듯 계속 멍하니 있다가 고이준의 시선을 받고는 그제야 헐레벌떡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아, 네! 잠시만요.”그러고는 빠르게 다시 밖으로 나와 청소도구들을 임유진에게 건넸다.임유진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토사물을 청소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강지혁은 그런 그녀의 옆에 서서 여전히 자리를 뜨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임원들은 강지혁을 내버려 두고 먼저 갈 수는 없었기에 마찬가지로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임유진이 청소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강지혁은 바닥을 쓸고 있는 임유진의 모습을 보며 그녀가 환경미화원으로 일했을 때의 모습을 떠올렸다.그때도 마른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말라 있었고 바람이 불면 이대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강지혁은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쓰러지든, 각혈하든, 이제는 가만히 내버려 둬야 한다는 것 또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하지만 그의 시선은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그녀를 쫓았다. 꼭 그의 시선은 원래부터 그녀만 향해야만 한다고 세팅된 사람처럼 말이다.강지혁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미간은 점점 더 세게 찌푸려졌다.강지혁의 바로 옆에 있던 고이준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그때 한창 청소를 하던 임유진의 발이 꼬이고 뭐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의 몸은 그대로
엘리베이터는 대표이사실 층에 멈췄다.문이 열리자 강지혁은 성큼성큼 발을 내디디며 임유진을 데리고 그대로 앞으로 걸어갔다.“이거 놔. 대체 왜 이러는 건데!”임유진이 소리를 쳤다.강지혁의 표정은 싸늘하기 그지없었고 몸 주위로는 위험하고 서늘한 기운마저 느껴졌다.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비서들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가 다시 시선을 돌려 일에 집중했다.그러다 강지혁이 임유진을 사무실 안까지 데리고 들어가고 나서야 깜짝 놀란 얼굴로 자기들끼리 눈빛을 주고받았다.비서들은 임유진을 알고 있다. 그리고 한때는 임유진이라면 어쩌면 정말 강지혁과 결혼까지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그도 그럴 것이 강지혁이 그토록 관심을 쏟은 여자는 임유진이 처음이었으니까.하지만 어느 새부턴가 임유진이라는 이름은 회사의 금기어가 되어버렸다. 언젠가 한 번 비서 중 입이 가벼운 한 명이 무심결에 임유진의 이름을 꺼냈다가 그다음 날 바로 회사에서 잘린 적도 있었다.그 일이 있고 난 후, 고이준은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비서들에게 따로 주의까지 주었다.이에 비서들은 그제야 임유진과 강지혁이 완전히 헤어졌다고 확신하며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늘, 두 번 다시 보게 되지 못할 것 같았던 여자의 얼굴이 또다시 이곳에 나타났다.대표이사실.“강지혁, 이것 좀 놓으...!”임유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혁이 갑자기 손을 놓았다.그 반동에 임유진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가 다시 빠르게 중심을 잡았다.“당연히 놓을 거야.”강지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얘기했다.“그 전에 하나 물어보자. 무릎까지 꿇으며 놔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대체 왜 자꾸 내 앞에 나타나는데?”무서운 기세로 압박하듯 다가오는 강지혁에 임유진은 숨을 헙하고 들이켜고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그건... 우연이야. 일부러 네 앞에 나타난 거 아니야.”“하, 우연?”강지혁이 그녀의 말을 비
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의 머릿속으로 아까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 스쳐 지나갔다.강현수에게 어릴 때의 여자아이가 자신이라고 얘기했지만 강현수는 믿지 않았다. 전에 너무나도 많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니까.그리고 그렇게 부인하게 만든 원인이 바로 지금 눈앞에 있다.임유진은 자조하듯 웃더니 이내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고 입을 열었다.“강지혁, 나랑 강현수 사이의 일은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그리고 나 너 찾아온 것도 아니야. 전에 분명히 확실하게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그 말에 강지혁의 눈이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임유진의 턱을 꽉 잡았다.“악!”임유진은 턱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강지혁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을 더 가까이 가져가더니 코가 거의 맞닿을 거리에서 멈췄다.“임유진.”강지혁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임유진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한 번이라도 후회한 적 있어? 그때 나한테 놓아달라고 했던 말, 한 번이라도 후회한 적 있어?”임유진의 몸이 굳어버렸다.후회?만약 그때 강지혁의 앞에서 무릎 꿇고 놓아달라고 하지 않았으면 어쩌면 두 사람은 지금쯤 전처럼 다시 사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그 집에서 강지혁이 무릎을 꿇고 발등에 입을 맞추며 사랑을 속삭였을 때 임유진은 그에게 설레었고 가슴이 뛰었으니까.하지만 그렇게 다시 사귀게 됐다고 해도 두 사람은 여전히 같은 문제로 갈등이 생겼을 것이다.“후회한 적 없어.”그 말이 끝나자마자 강지혁이 무서운 눈빛으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에 어쩐지 오한이 서려 임유진은 몸을 움찔 떨었다.“그러면 앞으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그때는 오늘처럼 이렇게 쉽게 넘어가 주지 않을 거니까!”강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대표이사실에 울려 퍼졌다....집으로 돌아온 임유진은 에너지를 다 뺏긴 사람처럼 소파에 축 늘어졌다.오늘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곽동현의 일, 배여진의 일, 강현수의 일, 그리고... 강지혁의 일, 하나하나가 무거운 돌덩이처럼 임유진의 머리에 쌓였다.강지혁
임유진은 서둘러 한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무슨 일인지 한지영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뒤로 몇 통을 더 걸었는데도 여전히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임유진은 순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왜 전화를 안 받지...?”임유진은 초조한 얼굴로 다시 포털사이트로 들어가 백연신에 관한 뉴스를 검색했다. 혹시 한지영과 관련된 뉴스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하지만 오직 백연신이 실종됐다는 얘기만 실려 있을 뿐 한지영에 관한 얘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백연신에 관한 기사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그도 그럴 것이 백연신은 연예인이 아닌 단지 재계 인물 중 한 명일 뿐이었으니까. 사람들의 이목을 확 끌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임유진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한지영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문자에 카톡, 그리고 DM까지 보냈다.하지만 연락이 닿을 만한 일은 뭐든 다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아무것도 없었다.“대체 어디 있는 거야, 지영아... 걱정되니까 제발, 제발 전화 좀 받아...”그때 임유진의 머릿속으로 누군가가 떠올랐다.한지영의 부모님.임유진은 아직 한지영 부모님의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있다. 감방살이하게 된 후로는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전화번호를 말이다.한지영의 부모는 임유진을 싫어했다. 한지영이 임유진 때문에 학업도 포기하고 귀국해서 작은 디자인 숍에 취직했으니까.임유진은 전화번호를 보고 잠깐 머뭇거리다가 결국에는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두어 번 가고 이내 멈추더니 전화기 너머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임유진은 이해영의 목소리에 잠깐 흠칫하다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아줌마. 저... 임유진이에요...”이해영은 임유진이라는 말을 듣더니 대뜸 화를 내기 시작했다.“임유진? 네가 염치가 있으면 나한테 전화를 하면 안 되지! 재수 없게 하필이면 이런 때...! 앞으로 우리 지영이 앞에 나타나지도 말고 전화도 하지 마! 알겠니?!”말을 마친 이해영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임유진은 끊긴 전화를 보며 한숨
병원에 도착한 후 한지영이 확실히 병원에 실려 온 게 맞다는 것을 확인한 임유진은 완전히 굳어버렸다.크게 다쳐 응급실에 실려 왔다가 지금은 중환자실에 있으며 위험한 시기를 벗어나야만 일반 병실로 이실 될 수 있다고 한다.임유진은 간호사의 설명을 듣고는 눈앞이 다 깜깜해졌다.떨리는 다리를 애써 부여잡고 중환자실 쪽으로 가보자 이해영과 한종훈이 유리 벽에 기대 울고 있는 것이 보였다.4년 만이었다.임유진은 4년 만에 한지영의 부모를 뵙는 곳이 설마 중환자실 앞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지영이는... 지영이는 지금... 어떤 상태인 거지? 괜찮은 거 맞나?’임유진은 한지영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싶으면서도 또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병상에 누워있는 한지영이 어떤 모습일지 차마 보기 두려웠다.하지만 그럼에도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몇 미터 안되는 거리인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무척이나 멀게 느껴졌다.잠시 후, 임유진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드디어 유리 벽 앞에 멈춰 섰다. 유리 벽 너머로 한지영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 나왔다.정말 한지영이 맞나...?머리에 두꺼운 붕대가 감긴 채 산소호흡기를 달고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사람이 정말 한지영이 맞나?병상 옆에 있는 기계 모니터 속에서 숫자가 움직이고 있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더라면 죽은 사람인 줄 알았을 것이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S 시를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무척이나 활기찬 모습이었는데, 돌아오면 맛집으로 가 맛있는 것도 먹고 백화점으로 가 쇼핑도 하자고 약속까지 했는데... 대체 왜 이런 꼴로 돌아온 걸까?백연신은 왜 실종된 거고 한지영은 왜 이렇게 크게 다친 걸까?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지영이가 왜...”임유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녀의 목소리에 한씨 부부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이해영은 시선 끝에 있는 임유진을 보더니 화풀이라도 하듯 큰소리로 외쳐댔다.“네가 왜 여기 있어? 내
한종훈은 말을 마친 후 임유진 쪽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지영이 상황이 어떤지 너도 이제 봤으니 이만 돌아가. 지금 우리 두 사람 모두 제정신이 아니라 험한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어. 물론 지영이가 이렇게 된 게 네 탓이 아니라는 건 안다. 하지만 네 얼굴을 보면 자꾸 그때 지영이가 너를 위해서 포기했던 것들이 생각나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구나.”“네, 잘... 알고 있어요.”임유진은 단 한 번도 한씨 부부를 원망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들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임유진만 아니면 한지영은 학업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고 해외에서 발전하며 지금쯤 더 잘 나갔을지도 모르니까.그때 간호사 한 명이 다가와 한씨 부부를 향해 말했다.“한지영 씨 보호자 되시죠?”“네.”“한지영 씨는 앞으로 두 번 정도 더 수술을 받아야 할 겁니다. 그리고 중환자실에서 당분간 경과를 지켜봐야 하고요. 입원비용과 중환자실 비용, 그리고 수술비용까지 합하면... 대략 2억 정도 될 거예요.”억대 병원비에 한씨 부부가 깜짝 놀랐다.2억이라니!일반 서민 가정에서 감당할 수 있을 만한 돈이 아니었다.“그... 그렇게나 많습니까?”한종훈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자세한 건 의사 선생님 소견에 따라 다르겠지만... 2억은 최소한의 돈입니다. 이후 집중치료로 들어가면 더 많이 들지도 모르고요.”간호사가 떠난 후 한씨 부부는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어떡하죠? 2억이라니...”이해영이 손을 덜덜 떨며 중얼거렸다.한지영 집의 자산으로는 턱도 없는 숫자였다. 여기저기 끌어다 모은다고 해봤자 1억도 채 되지 않는다.하지만 만약 병원비를 납부하지 못하게 되면 병원에서는 치료를 중단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지영은 목숨만 간신히 붙어있는 상태가 될 것이다.사랑하는 딸이 그런 모습이 되는 걸 달가워할 부모는 없었다.한종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결심을 내린 듯 이해영을 바라보았다.“괜찮아. 정 안되면 집을 팔면
강현수에게 있어 2억이라는 돈은 보잘것없는 돈일지도 모르지만 한지영에게는 목숨값이다.임유진은 휴대폰을 꺼내 강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에 임유진은 재일 병원으로 달려가 강현수의 병실로 향했다. 하지만 병실 안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간호사에게 물어보니 강현수는 오늘 오후 퇴원 수속하고 나갔다고 한다.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어디로 가면 강현수를 만날 수 있지?그때 임유진의 머릿속으로 전에 강현수가 자신은 평소 본가가 아닌 개인별장에서 지낸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그리고 강현수의 개인별장은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적이 있다.가십거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강현수의 집을 끈질기게 추적해서 자랑하듯 인터넷에 올린 탓에 말이다.물론 집 주소를 안다고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집은 아니었다. 최첨단 보안 시스템과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었으니까.임유진은 택시를 잡은 후 바로 강현수의 집 주소를 얘기했다.그러자 택시 기사가 그녀를 만류했다.“그거 강현수 집 주소죠? 혹시 아가씨도 강현수 그 남자 눈에 들어보겠다고 지금 이러는 거예요? 아서요. 내가 아가씨 같은 사람을 처음 보는 게 아니거든. 거기로 가봤자 경비원에게 바로 막혀버리고 말 거예요.”“출발해주세요.”임유진의 단호한 태도에 기사를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결국 차에 시동을 걸었다.가는 길, 기사는 운전하면서 전에 강현수의 별장으로 가달라고 했던 여자들을 많이 태워봤다며 그 여자들 모두 경비원 쪽에서 막혀 들어가지 못했다고 얘기해주었다. 그리고 담을 넘어 들어가려던 사람들은 바로 경찰서에 연행되었다고도 했다.“왜 이렇게 다들 비이성적으로 구는지 모르겠네. 부자랑 결혼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닌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꿈을 꿔야지. 강현수가 아무리 여자친구를 많이 사귀었다고 해도 그 눈에 일반인이 차겠냐고, 쯧쯧.”기사는 임유진이 강현수와 어떻게 해보려는 여자 중 한 명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한편 임유진은 머릿속이 온통 한지영이라 기사의 말 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