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여진은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표정을 번갈아 보았다.솔직히 그녀는 강현수가 임유진의 말을 바로 믿어버릴까 봐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간 누리던 것들이 한순간에 다 사라지게 될까 봐.하지만 다행히 강현수는 끝끝내 임유진의 말을 믿지 않았다.임유진은 배여진의 말을 무시한 채 시선 한번 돌리지 않고 계속해서 강현수를 바라보았다.“너는 내가 사람 하나 살리겠다고 거짓말이나 하는 사람으로 보여?”임유진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분했다. 마치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처럼 눈동자도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반면 강현수는 갑자기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그간의 노력으로 힘들게 좁혔던 그녀와의 거리가 서서히 다시 멀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작 곽동현이라는 남자 때문에, 한 번도 라이벌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남자 때문에 말이다.곽동현은 길가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돌처럼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곽동현이 그렇게도 중요합니까?”강현수가 되물었다.“나는 동현 씨가 짓지도 않은 죄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것뿐이야.”“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유진 씨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판사가 하는 겁니다.”“...동현 씨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는 거야?”임유진은 눈앞에 있는 남자가 너무나도 낯설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는 언제고 다시 차가워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간 계속 따뜻한 보여줘서 잠깐 잊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무정하고 냉정한 사람인지를 말이다.강현수는 그녀가 알고 있는 ‘현수’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동경하고 또 무서워하는 ‘강현수’이기도 했다.강현수는 그녀의 질문에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내가 놓아주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닙니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한 이치인 겁니다.”그 말과 함께 임유진의 마음이 어둠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았다....임유진이 떠나고 병실에는 강현수와 배여진, 이렇게 두 사람만 남았다.배여진은 티슈를 손에 들고는 눈물을
“혹시 어릴 때 산에서 구조되고 나서 나랑 헤어질 때 네가 뭐라고 했었는지 기억해?”강현수가 뜬금없이 어릴 때 얘기를 물었다.“네?”이에 배여진은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이내 술술 얘기를 꺼냈다.“당연히 기억하죠. 그때 내가 현수 씨한테 팔찌를 하나 줬잖아요. 우리만의 증표라고, 나 찾으러 올 때 현수 씨한테 이거 꼭 가지고 오라고 했잖아요. 만약 현수 씨가 늦게 찾아와도 서로 똑같은 팔찌가 있으니까 아무리 얼굴이 변해도 분명히 알아볼 거라고도 했잖아요.”배여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좋아했던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랑 여자주인공이 팔찌로 다시 서로를 알아봤다는 내용이 너무 설레고 좋아서, 그래서 현수 씨한테 그 팔찌를 준 거예요.”강현수는 그 말에 쓰게 웃었다.그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배여진에게 저런 질문을 한 걸까?아직도 그 여자아이가 임유진이기를 바라는 걸까?어릴 때 용감하고 환하게 빛이 났던 그 여자아이가, 오래도록 그리워했던 아이가 아직도 배여진이 아닌 임유진이기를 바라는 걸까?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바람일 뿐 어릴 적 여자아이는 배여진이 맞다.어릴 때처럼 용감하지도 않고 허영심 가득한 여자로 자랐어도 그 여자아이는 배여진이다.“그래. 그 애는 너야.”강현수가 중얼거렸다.“당연히 나죠! 설마 현수 씨... 유진이 말 믿었던 거예요? 유진이는 곽동현이라는 남자를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거예요. 현수 씨가 자기를 좋아하는 걸 아니까. 이런 속이 다 보이는 거짓말도 속아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 거라고요. 만약 현수 씨가 아까 유진이를 믿고 나한테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했으면 나는 아마 알겠다고 했을 거예요. 나는 현수 씨가 원하는 건 뭐든 해줄 수 있으니까...”배여진은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또다시 눈물을 글썽였다.강현수는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배여진은 그 눈빛에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정말 내 말 못 믿는 거예요? 나 찾아온 거 현수 씨잖아요. 내가 찾아간 게 아니라 현수 씨가 나
‘배여진은 곽동현을 이용해 나와 강현수의 사이를 완전히 갈라놓을 생각이야.’결국 곽동현은 임유진 때문에 말려든 것이 맞았다.임유진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머리를 꾹꾹 주물렀다.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강현수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지?강현수와 다시 둘이서 얘기를 나눠봐야 하나? 어릴 때 일을 하나하나 다 얘기를 하면 그때는 믿어줄까?그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임유진은 상념에서 빠져나와 바로 전화를 받았다.“유진 씨, 동현 씨 일 어떻게 됐어요? 윤이가 요즘 불안한 건지 자꾸 동현 씨를 찾네요.”“상황이 많이 불리해요. 하지만 방법을 생각해볼게요. 결백을 증명할 방법을요.”지금은 아무리 작을 가능성이라도 뭐라도 해봐야 한다.“도울 거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요.”“네, 알겠어요.”임유진은 전화를 끊고 고개를 들고 나서야 자신이 지금 GH 그룹 건물 앞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탁유미네 가게에서 일했을 때 이 건물을 자주 드나들었다. 강지혁과 그녀의 점심 도시락과 함께 말이다.임유진은 자신의 걸음이 이곳으로 향한 것에 상당히 당황한 듯했다.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 이곳을 떠나려는데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며 머리가 핑 돌았다.임유진은 건물 옆 커다란 나무를 짚은 채 토를 하기 시작했다.지난번에는 강지혁의 앞에서 토하더니 이번에는 강지혁의 회사 앞에서 또 토를 했다.임유진은 자기가 생각해도 자신의 행동이 기가 막힌 지 쓰게 웃었다.그때 경비원이 다가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여기서 토하면 어떡합니까? 곧 있으면 대표님께서 회사로 돌아오시는데, 쯧!”그 말에 임유진의 몸이 움찔 떨렸다.강지혁이 온다고?“죄송합니다. 지금... 지금 바로 갈게요.”임유진은 입을 틀어막은 채 힘겹게 말을 꺼냈다. 그러고는 빨리 이곳을 뜨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하지만 몸을 일으키자마자 또다시 머리가 아파 왔고 속도 다시 울렁거렸다.이에 임유진은 어쩔 수 없이 다시 허리를 숙이고 나무 아래에서 토를 했다.경비원은 그녀의 행동에 골치가
임유진으로 인해 회사 건물 앞에는 현재 이상한 풍경이 펼쳐졌다.임유진은 나무 아래서 토를 하고 있었고 회사 경비원은 그런 그녀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으며 강지혁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대로 멈춰선 채 무표정한 얼굴로 임유진이 토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그리고 고이준과 기사들, 그리고 몇몇 회사 임원들은 차례대로 강지혁의 뒤에 서 있었다.임유진은 더 이상 토할 것이 없어진 후에야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고개를 들고나서야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사람들의 시선을 가득 받으며 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리고 그 시선 중에는 강지혁의 시선도 있었다.강지혁은 오늘 검은색 정장 셋업에 안에는 차가운 컬러의 목티를 입고 있었다.옷 색깔 때문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더 차가워 보였다.임유진은 민망한 마음에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하지만 막 발걸음을 떼려고 보니 버스 정류장으로 가려면 강지혁을 지나쳐 가야만 했다.이에 임유진은 잠깐 망설이다가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가방에서 티슈를 뽑아 입가를 닦은 다음 빠른 걸음으로 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강지혁은 미동도 없이 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시선을 계속해서 임유진을 쫓고 있었다.임유진은 그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머리를 더 푹 숙였다.그렇게 빠르게 강지혁을 지나쳐 가려는데 갑자기 또다시 속이 울렁거렸다.“웩...”임유진은 참지 못하고 또다시 허리를 숙인 채 토를 하기 시작했다.강지혁의 뒤에 있던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얼굴이 사색이 된 채 바라보았고 동시에 머릿속으로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이 여자는 곧 죽겠구나.’ 하는 생각을 말이다.그도 그럴 것이 임유진은 강지혁의 앞에서 토한 것도 모자라 자기 토사물을 강지혁의 신발에 튀게까지 했다.하지만 다들 임유진을 안타깝게 생각할 때 고이준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아까 임유진이 참지 못하고 허리를 숙였을 때 강지혁이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는데도 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강지혁은 확실히 임유진
임유진은 강지혁의 신발 위에 튀었던 토사물을 말끔히 처리한 후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이러면 될까?”그녀의 얼굴은 지금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혈색 하나 돌지 않는 것이 무척이나 유약해 보였다.강지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언짢음이 밀려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임유진은 한참을 기다려도 그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머쓱하게 웃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러고는 뒤에 있는 경비를 바라보며 말했다.“빗자루랑 쓰레받기 좀 빌려주실래요? 걸레도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청소해야 할 것 같아서요.”경비는 임유진의 말에 넋을 잃은 듯 계속 멍하니 있다가 고이준의 시선을 받고는 그제야 헐레벌떡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아, 네! 잠시만요.”그러고는 빠르게 다시 밖으로 나와 청소도구들을 임유진에게 건넸다.임유진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토사물을 청소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강지혁은 그런 그녀의 옆에 서서 여전히 자리를 뜨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임원들은 강지혁을 내버려 두고 먼저 갈 수는 없었기에 마찬가지로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임유진이 청소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강지혁은 바닥을 쓸고 있는 임유진의 모습을 보며 그녀가 환경미화원으로 일했을 때의 모습을 떠올렸다.그때도 마른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말라 있었고 바람이 불면 이대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강지혁은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쓰러지든, 각혈하든, 이제는 가만히 내버려 둬야 한다는 것 또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하지만 그의 시선은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그녀를 쫓았다. 꼭 그의 시선은 원래부터 그녀만 향해야만 한다고 세팅된 사람처럼 말이다.강지혁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미간은 점점 더 세게 찌푸려졌다.강지혁의 바로 옆에 있던 고이준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그때 한창 청소를 하던 임유진의 발이 꼬이고 뭐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의 몸은 그대로
엘리베이터는 대표이사실 층에 멈췄다.문이 열리자 강지혁은 성큼성큼 발을 내디디며 임유진을 데리고 그대로 앞으로 걸어갔다.“이거 놔. 대체 왜 이러는 건데!”임유진이 소리를 쳤다.강지혁의 표정은 싸늘하기 그지없었고 몸 주위로는 위험하고 서늘한 기운마저 느껴졌다.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비서들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가 다시 시선을 돌려 일에 집중했다.그러다 강지혁이 임유진을 사무실 안까지 데리고 들어가고 나서야 깜짝 놀란 얼굴로 자기들끼리 눈빛을 주고받았다.비서들은 임유진을 알고 있다. 그리고 한때는 임유진이라면 어쩌면 정말 강지혁과 결혼까지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그도 그럴 것이 강지혁이 그토록 관심을 쏟은 여자는 임유진이 처음이었으니까.하지만 어느 새부턴가 임유진이라는 이름은 회사의 금기어가 되어버렸다. 언젠가 한 번 비서 중 입이 가벼운 한 명이 무심결에 임유진의 이름을 꺼냈다가 그다음 날 바로 회사에서 잘린 적도 있었다.그 일이 있고 난 후, 고이준은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비서들에게 따로 주의까지 주었다.이에 비서들은 그제야 임유진과 강지혁이 완전히 헤어졌다고 확신하며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늘, 두 번 다시 보게 되지 못할 것 같았던 여자의 얼굴이 또다시 이곳에 나타났다.대표이사실.“강지혁, 이것 좀 놓으...!”임유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혁이 갑자기 손을 놓았다.그 반동에 임유진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가 다시 빠르게 중심을 잡았다.“당연히 놓을 거야.”강지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얘기했다.“그 전에 하나 물어보자. 무릎까지 꿇으며 놔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대체 왜 자꾸 내 앞에 나타나는데?”무서운 기세로 압박하듯 다가오는 강지혁에 임유진은 숨을 헙하고 들이켜고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그건... 우연이야. 일부러 네 앞에 나타난 거 아니야.”“하, 우연?”강지혁이 그녀의 말을 비
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의 머릿속으로 아까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 스쳐 지나갔다.강현수에게 어릴 때의 여자아이가 자신이라고 얘기했지만 강현수는 믿지 않았다. 전에 너무나도 많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니까.그리고 그렇게 부인하게 만든 원인이 바로 지금 눈앞에 있다.임유진은 자조하듯 웃더니 이내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고 입을 열었다.“강지혁, 나랑 강현수 사이의 일은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그리고 나 너 찾아온 것도 아니야. 전에 분명히 확실하게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그 말에 강지혁의 눈이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임유진의 턱을 꽉 잡았다.“악!”임유진은 턱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강지혁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을 더 가까이 가져가더니 코가 거의 맞닿을 거리에서 멈췄다.“임유진.”강지혁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임유진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한 번이라도 후회한 적 있어? 그때 나한테 놓아달라고 했던 말, 한 번이라도 후회한 적 있어?”임유진의 몸이 굳어버렸다.후회?만약 그때 강지혁의 앞에서 무릎 꿇고 놓아달라고 하지 않았으면 어쩌면 두 사람은 지금쯤 전처럼 다시 사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그 집에서 강지혁이 무릎을 꿇고 발등에 입을 맞추며 사랑을 속삭였을 때 임유진은 그에게 설레었고 가슴이 뛰었으니까.하지만 그렇게 다시 사귀게 됐다고 해도 두 사람은 여전히 같은 문제로 갈등이 생겼을 것이다.“후회한 적 없어.”그 말이 끝나자마자 강지혁이 무서운 눈빛으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에 어쩐지 오한이 서려 임유진은 몸을 움찔 떨었다.“그러면 앞으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그때는 오늘처럼 이렇게 쉽게 넘어가 주지 않을 거니까!”강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대표이사실에 울려 퍼졌다....집으로 돌아온 임유진은 에너지를 다 뺏긴 사람처럼 소파에 축 늘어졌다.오늘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곽동현의 일, 배여진의 일, 강현수의 일, 그리고... 강지혁의 일, 하나하나가 무거운 돌덩이처럼 임유진의 머리에 쌓였다.강지혁
임유진은 서둘러 한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무슨 일인지 한지영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뒤로 몇 통을 더 걸었는데도 여전히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임유진은 순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왜 전화를 안 받지...?”임유진은 초조한 얼굴로 다시 포털사이트로 들어가 백연신에 관한 뉴스를 검색했다. 혹시 한지영과 관련된 뉴스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하지만 오직 백연신이 실종됐다는 얘기만 실려 있을 뿐 한지영에 관한 얘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백연신에 관한 기사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그도 그럴 것이 백연신은 연예인이 아닌 단지 재계 인물 중 한 명일 뿐이었으니까. 사람들의 이목을 확 끌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임유진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한지영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문자에 카톡, 그리고 DM까지 보냈다.하지만 연락이 닿을 만한 일은 뭐든 다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아무것도 없었다.“대체 어디 있는 거야, 지영아... 걱정되니까 제발, 제발 전화 좀 받아...”그때 임유진의 머릿속으로 누군가가 떠올랐다.한지영의 부모님.임유진은 아직 한지영 부모님의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있다. 감방살이하게 된 후로는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전화번호를 말이다.한지영의 부모는 임유진을 싫어했다. 한지영이 임유진 때문에 학업도 포기하고 귀국해서 작은 디자인 숍에 취직했으니까.임유진은 전화번호를 보고 잠깐 머뭇거리다가 결국에는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두어 번 가고 이내 멈추더니 전화기 너머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임유진은 이해영의 목소리에 잠깐 흠칫하다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아줌마. 저... 임유진이에요...”이해영은 임유진이라는 말을 듣더니 대뜸 화를 내기 시작했다.“임유진? 네가 염치가 있으면 나한테 전화를 하면 안 되지! 재수 없게 하필이면 이런 때...! 앞으로 우리 지영이 앞에 나타나지도 말고 전화도 하지 마! 알겠니?!”말을 마친 이해영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임유진은 끊긴 전화를 보며 한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