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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1화

작가: 유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9-05 18:00:00
임유진이 조사실로 들어가자 곽동현이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녀를 반겼다.

그러고는 많이 당황한 듯 말을 주저리 없이 늘어놓았다.

“유진 씨, 나 아니에요. 내가 안 그랬어요. 내가 뭣 때문에 그런 짓을 하겠어요. 그 여자가 대체 무슨 억한 심정으로 나를 모함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내가 한 거 아니에요!”

곽동현은 지금 패닉상태였다. 갑자기 강간미수죄로 끌려왔으니 정신이 없을 만도 했다.

“동현 씨, 나 지금 동현 씨 변호사로 여기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근차근 얘기해봐요.”

임유진은 먼저 곽동현을 안심시켰다.

곽동현은 그녀의 말에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히며 진정했다.

“네, 알겠어요.”

그러고는 경찰서에 끌려가기 전 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곽동현은 아까 탁유미를 대신해 검사지를 받으러 갔다가 우연히 배여진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배여진이 갑자기 발을 삐끗했다면서 주차장까지 같이 가줄 수 있냐며 그에게 먼저 부탁을 해왔다. 이에 곽동현은 흔쾌히 알겠다고 했고 그렇게 그녀를 부축해 주차장까지 갔다.

그러다 가는 길, 배여진이 무거운 짐을 가득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자진해서 배여진의 짐까지 들어주었다.

그렇게 주차장에 다다른 다음 들고 있던 물건을 뒷좌석에 내려놓고 다시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배여진이 뒷좌석에 들어가 무언가를 열심히 찾으며 그에게 플래시를 비춰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곽동현은 별다른 의심 없이 뒷좌석으로 들어가 그녀의 요구대로 플래시를 비춰주었다.

그런데 그때 배여진이 갑자기 문을 닫더니 갑자기 옷을 찢고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곽동현은 어찌할 바를 몰랐고 그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몇 분 후, 배여진은 곽동현에게 겁탈당한 사람처럼 눈물을 흘리며 차에서 뛰쳐나왔고 그 광경을 당시 주차장에 차를 가지러 왔던 시민 4명과 경비원이 목격했다.

반 시간은 금방 흘렀고, 임유진은 곽동현의 얘기를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곽동현의 상황은 너무나도 불리했다.

‘배여진은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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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백?”강현수가 차갑게 웃었다.“CCTV 확인 결과 모든 게 여진의 말과 일치했어요. 그리고 현장에 있던 5명의 증인도 입을 모아 곽동현이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고 했고요. 위증의 가능성은 없어요. 아예 접점이 없는 다섯 명이었으니까요.”이에 임유진이 그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억울해 본 적 있어요?”“네?”“모든 물증이 다 현수 씨를 가리키고 현수 씨가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봤자 받아들여지지 않는 억울하고 무력감이 온몸을 감싸는 기분, 느껴본 적 있냐고요.”임유진이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나는 있어요. 그래서 동현 씨가 지금 어떤 기분일지 누구보다 잘 알아요. 그러니까 나는 동현 씨 결백을 꼭 증명해 보일 거예요.”강현수는 올곧은 그녀의 눈빛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곽동현의 일에 손을 떼길 바란다고 해도, 그래도 도울 거예요?”“네, 나는 동현 씨 믿어요.”임유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그리고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임유진은 그 뒤로 며칠 동안 곽동현의 사건만 조사했다.하지만 아무리 조사해봐도 곽동현에게 불리한 증거들밖에 나오지 않았다.배여진이 곽동현을 모함한 것은 확실한데 그것을 입증할 만한 방법이 없었다. CCTV도 증인들도 모두 배여진에게 유리한 증거들이었다.물론 증인들의 말만으로 곽동현에게 죄가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증인들이 본 건 곽동현이 배여진을 겁탈하는 장면이 아닌 그저 배여진이 큰소리로 외치며 만신창이가 된 채로 차에서 뛰쳐나오던 장면이었으니까.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곽동현이 겁탈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임유진은 한숨을 푹 내쉬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며칠 전 곽동현의 부모가 합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배여진은 단호하게 합의는 없다고 말하며 반드시 곽동현을 감옥에 넣을 것이라고도 했다.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감방살이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임유진은 어제 구치소로 갔다가 곽동현네 부모와 만난 장면을 떠올렸다. 곽씨 부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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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한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언니가 제일 잘 알겠지.”임유진은 배여진에게 그 한마디만 남기고 다시 강현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내 말 믿어줘요.”강현수는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다가 서서히 시선을 내렸다.“유진 씨가 바로 어릴 때 나를 구해줬던 그 여자아이라고요?”“네.”임유진은 자신이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강현수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당황스러울지 잘 알고 있다.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었다.“전에 나랑 절벽 바로 앞에서 만났던 거 기억해요? 그때 내가 그 여자아이가 유진 씨냐고 물었을 때 유진 씨는 어떻게 대답했죠?”강현수의 담담한 목소리에 임유진의 몸이 움찔 떨렸다.그날 임유진은 강지혁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 기억을 다 되찾았음에도 결국 아니라고 대답했다.“아니라고 했어요. 하지만 그건...”“내가, 그 후에도 몇 번이나 물어봤잖아요. 정말 유진 씨 아니냐고.”강현수의 입에서 힘이 다 빠진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슬픔도 깃들어 있었다.강현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임유진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니라고 했잖아요. 내가 그렇게 많이 물어봤는데 매번 다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유진 씨 말을 믿어달라고요? 스스로 생각해도 좀 웃기지 않아요?”그 말에 임유진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강현수의 말과 강현수의 시선이 뺨을 세차게 내리치고 있는 듯했다.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이건 모두 그녀가 선택한 결과니까.“내가 지금 하는 말이 얼마나 우습게 들릴지 알아요. 하지만 현수야...”임유진은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정말 네가 어릴 때 만났던 여자애 맞아. 그때는 왜 아니라고 했는지,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설명?”강현수가 싸늘하게 웃었다.“내가 유진 씨를 사랑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다른 남자 때문에 거짓말하는 걸 다 들어줄 정도로 맛이 가지는 않았어요. 나는 똑똑히 기억해요. 내가 유진 씨한테 그 질문을 했을 때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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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여진은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표정을 번갈아 보았다.솔직히 그녀는 강현수가 임유진의 말을 바로 믿어버릴까 봐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간 누리던 것들이 한순간에 다 사라지게 될까 봐.하지만 다행히 강현수는 끝끝내 임유진의 말을 믿지 않았다.임유진은 배여진의 말을 무시한 채 시선 한번 돌리지 않고 계속해서 강현수를 바라보았다.“너는 내가 사람 하나 살리겠다고 거짓말이나 하는 사람으로 보여?”임유진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분했다. 마치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처럼 눈동자도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반면 강현수는 갑자기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그간의 노력으로 힘들게 좁혔던 그녀와의 거리가 서서히 다시 멀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작 곽동현이라는 남자 때문에, 한 번도 라이벌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남자 때문에 말이다.곽동현은 길가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돌처럼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곽동현이 그렇게도 중요합니까?”강현수가 되물었다.“나는 동현 씨가 짓지도 않은 죄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것뿐이야.”“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유진 씨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판사가 하는 겁니다.”“...동현 씨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는 거야?”임유진은 눈앞에 있는 남자가 너무나도 낯설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는 언제고 다시 차가워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간 계속 따뜻한 보여줘서 잠깐 잊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무정하고 냉정한 사람인지를 말이다.강현수는 그녀가 알고 있는 ‘현수’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동경하고 또 무서워하는 ‘강현수’이기도 했다.강현수는 그녀의 질문에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내가 놓아주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닙니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한 이치인 겁니다.”그 말과 함께 임유진의 마음이 어둠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았다....임유진이 떠나고 병실에는 강현수와 배여진, 이렇게 두 사람만 남았다.배여진은 티슈를 손에 들고는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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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임유진은 말을 하려다가 순간 깜짝 놀라며 두 손으로 자신의 배를 끌어안았다.“왜 그래?”강지혁이 잔뜩 긴장한 채로 물었다.“방금 아이가 내 배를 찼어!”임유진은 이쯤이면 태동이 느껴질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전까지는 거의 착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태동이 미약했는데 방금 그건 정말 누가 뭐라 해도 확실한 태동이었다.심지어 지금도 계속해서 배를 차고 있다.“아이가 네 배를 찼다고?”강지혁은 시선을 그녀의 배로 옮겨 조금 얼떨떨한 얼굴로 바라보았다.“응! 한번 만져봐.”임유진은 그의 손을 들어 자신의 복부를 만지게 했다.강지혁은 확실하게 느껴지는 태동에 조금 놀랍기도 하고 또 신기하기도 해 그만 몸이 경직되어버렸다.태동이라는 게 무엇이고 언제쯤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 그도 임유진 못지않게 잘 알고 있다.하지만 이론은 어디까지나 이론으로 실제로 이렇게 태동을 느끼게 되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이제야 진정으로 이 작은 배속에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머리에 박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이 조그마한 아이들은 머지않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될 거고 크게 울고 또 활짝 웃으며 서서히 커가게 될 것이다.임유진은 강지혁의 넋을 잃은 표정에 피식 웃었다.평소에도 물론 상당히 귀엽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귀여워 보였다.이런 얼굴은 아마 그녀밖에 보지 못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녀밖에 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임유진은 소파에 앉아 편한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아이가 차고 있는 곳이 어딘지 그의 손을 이곳저곳 움직이며 알려주기 시작했다.아이들은 큼지막한 아빠의 손길을 느껴서 그런지 그에 보답하듯 더 세게 발길질을 해댔다.덕분에 임유진의 배는 계속해서 꿈틀거렸다.강지혁은 무릎을 꿇고 그녀의 복부를 쓰다듬으며 진지한 얼굴로 태동을 느꼈다.임유진은 그 모습을 보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갑자기 사진은 왜 찍어?”강지혁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기념하려고. 나중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4화

    강지혁은 꼭 무엇을 무서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대체 뭘?혹시 진기태와 연관이 있는 건가?아까 진기태는 분명...임유진은 순간 뭔가 알아차린 듯 고개를 들며 그에게 물었다.“혁아, 너 혹시 내가 화낼까 봐 무서워서 이러는 거야?”그녀의 말에 강지혁은 몸은 또다시 굳어졌고 호흡도 다시 거칠어졌다.그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닌 조금 더 그녀를 제 품에 끌어안았다.‘정답인가 보네.’강지혁은 지금 진기태가 마지막에 한 말 때문에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다.‘하긴 아까 엄청 세게 화를 내기는 했지.’강지혁은 아까 꼭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모습으로 진기태를 협박했다.꼭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이 건드려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걱정하지 마. 화 안 낼 거니까.”강지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임유진에게 물었다.“정말...? 정말 화 안 내?”“응. 안 내.”임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쌌다.“진 회장이 너 찾아온 거 진가원 프로젝트 때문이지? 네가 내 복수를 해주겠다고 이러는 거, 나 알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고작 그 사람 말 때문에 우리 사이가 흔들릴 일은 없으니까.”강지혁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그 인간이 했던 말, 정말 신경 안 써?”“응. 그때는 너도 내가 누군지 몰랐을 때잖아. 그때의 나는 그저 너한테 네 약혼녀를 차로 죽인 사람일 뿐이었어. 너한테 잘 보이겠다고 사람들이 일부러 나를 더 괴롭히기는 했지만 그게 네 탓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너 원망할 생각 없어.”임유진은 강지혁을 빤히 바라보며 그의 눈가를 부드럽게 매만졌다.“사실 너랑 사귀고 너를 정말 사랑하게 됐던 순간부터 나는 그 일을 이미 내 마음속에서 지웠어. 그리고 너도 그랬잖아. 만약 조금만 더 빨리 나를 알게 됐으면 절대 내가 그런 고통을 겪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그녀의 말에 강지혁의 눈빛이 더욱 심하게 흔들렸다.그녀는 그가 무서워하는 게 그저 그 이유일 뿐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방관한 것으로 여태 이렇게까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3화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진기태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다만 진기태는 몸을 비스듬히 한 채 앞이 아닌 사무실 안을 바라보고 있어 임유진의 존재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강지혁, 네가 뭘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임유진이 그렇게 된 건 네 탓도 있어!”진기태의 분노 어린 말에 임유진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으며 저도 모르게 앞으로 두어 걸음 걸어갔다.그러자 그때 사무실 안에서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거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그때는 진화 그룹과 당신 가문을 완전히 없애버릴 거야.”임유진은 비스듬히 열린 문틈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강지혁은 평소와 달리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고 심지어 그 예쁜 두 눈에 살기도 어려 있었다.‘살기...? 내가 뭘 잘 못 본 건가?’진기태는 강지혁의 위협에 겁을 먹고는 그의 눈을 피하려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드디어 임유진과 눈이 마주쳤다.그는 임유진의 얼굴을 보더니 금세 험악한 표정을 지었고 곧바로 씩씩거리며 자리를 떠났다.강지혁도 그때쯤 임유진이 밖에 있다는 것을 눈치챘고 그는 그녀를 보더니 그대로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서둘러 분노를 지우고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려고 해봤지만 눈가에 서린 당황함과 초조함은 감춰지지 않았다.진기태와의 대화를 들은 걸까?만약 들었으면 어떡하지?임유진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멀리하려고 들면...강지혁은 그 생각에 순간 호흡하는 것조차 곤란해지며 온몸이 차갑게 식었다.임유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혁아, 방금 진기태 회장이랑...”“일 얘기 했어. 일 얘기만...”강지혁은 서둘러 대답하며 평정심을 되찾으려고 애썼다.하지만 심장은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빨리 뛰고 호흡은 점점 더 딸리기 시작했다.“너 얼굴이 왜 그래? 괜찮아?!”임유진은 창백한 그의 얼굴이 걱정돼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다.하지만 얼굴에 닿기도 전에 강지혁에 의해 손이 저지당하고 말았다.“난... 괜찮아.”임유진은 강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2화

    “지혁아, 아무리 그래도 너랑 우리랑은 사돈이 될 뻔했던 집안이잖냐. 그간의 정도 있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진기태가 먼저 말을 꺼냈다.“진가원 프로젝트는 우리한테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야. 너희가 가져가봤자 사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도 않을 텐데 굳이 왜 그걸 가져가려고 해.”“진화 그룹도 이제는 슬슬 무대 아래로 내려가야 하지 않겠어요?”강지혁이 담담하게 말하며 그를 바라보았다.잔뜩 긴장한 진기태와 달리 그는 아주 여유롭다 못해 느긋해 보이기까지 했다.“우리 그간 사업 파트너로서 좋은 관계를 잘 이어왔잖아. 뭐 서운한 거 있으면 그냥 나한테 직접 얘기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그럼 진화 그룹과 진화 그룹 산하의 모든 회사를 다 저한테로 넘기세요.”강지혁의 말에 진기태의 얼굴이 한순간에 변했다.모든 회사를 다 넘기라니, 그건 헐벗고 거지가 되라는 말과도 같았다.“너...!”진기태는 주먹을 꽉 말아쥐며 강지혁을 바라보았다.“너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니? 설마...”그때 그의 머릿속으로 한가지 이유가 떠올랐다. 하지만 몇 초도 안 돼 아무리 강지혁이 미친놈이라고는 해도 그 이유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강지혁이 여자 하나 때문에 멀쩡한 가문 하나를 없애버리려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하지만...’하지만 그거 말고는 강지혁이 갑자기 이러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진씨 가문과 강지혁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하면 그건 임유진이 감옥에 간 일밖에 없으니까.“너 혹시... 임유진 때문은 아니지?”진기태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이 말을 입밖에 내뱉었다.“왜 아닐 거라고 생각하세요?”강지혁은 아주 빠르게 인정했다.“허...!”진기태는 강지혁이 정말 임유진 하나 때문에 이런다는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하, 하지만 그 일은 그때 세령이가 이미 대가를 치렀잖아!”일전 진세령은 임유진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강지혁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연예계에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1화

    하지만 아무리 내리쳐도 고통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윽...”이경빈의 머릿속으로 당시의 장면이 하나둘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탁유미는 그때 이경빈에게 자신은 억울하다고, 자신이 그런 게 아니라고 수백 번을 더 말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었음에도 그는 전혀 믿어주지 않았고 오로지 탁씨 가문에 복수할 것만을 생각하며 공수진이 그렇게 된 게 전부 탁유미 때문이라고 확정을 지었다.그때는 그렇게 해야만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다. 비참한 그녀의 말로를 봐야만 가슴속의 응어리가 다 사라질 줄 알았다.그는 법을 무기로 그녀의 몸을 잔인하게 찔러댔다.그리고 이윽고 그녀의 자존심과 순박함 그리고 세상을 믿는 그 맑은 눈을 완전히 부숴버렸다.“경빈이 너는 운명을 믿어?”“글쎄. 너는?”“나는 믿어. 그리고 그 운명과 평생 함께한다는 얘기도 믿어. 운명이라면 서로 말고는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을 거야. 만약 다른 누군가가 눈에 들어오면 이전 사람은 운명이 아니었던 거지. 경빈아, 나는 네가 내 운명의 사람이라고 믿어.”“날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거야?”“응. 나는 이번 생에 이경빈이 아닌 다른 남자를 좋아하고 사랑할 계획은 없거든. 난 너만 사랑할 거야!”너만 사랑할 거라는 말을 했던 탁유미의 얼굴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그녀는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그에게 내어줄 수 있을 정도로 그를 사랑했다.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의 사랑을 짓밟고 더럽히고 또 처참하게 버렸다.임유진은 면회실에서 나와 천천히 이경빈의 앞으로 다가갔다.바닥에 엎드린 채 몸을 덜덜 떠는 그를 보며 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이경빈 씨는 언니한테 목숨을 한번 빚졌어요. 그 목숨 다시 언니한테 줄 수 있어요?”이경빈은 그 말에 고개를 들더니 처연하게 웃었다.“내 목숨 같은 거 유미한테 큰 가치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만약 유미가 원한다면 내 목숨 따위 언제든지 내어줄 수 있어요.”만약 탁유미가 그의 목숨을 원한다면 그는 몇백 번이고 죽어줄 수 있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20화

    또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돈을 받아? 공수진이 원하는 대로 해줘?”이경빈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의사를 바라보았다.“당신 의사잖아. 사람 목숨을 살리는 의사잖아! 그런데 그 간사한 혀로 죄 없는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의사는 이경빈의 호통에 깜짝 놀란 듯 몸을 웅크리며 그의 눈을 피했다.“제가 보냈다뇨. 저... 저는 그냥 공수진 씨가 유산했다는 말밖에 안 했어요. 그 여자가 공수진 씨를 계단에서 밀었다고 증언한 건... 이경빈 씨잖아요.”그의 말에 이경빈은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의사 말대로 탁유미가 공수진을 계단에서 밀었다고 증언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였으니까.그 어떤 증거보다 그의 한마디가 제일 크게 작용했다.이경빈은 한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고 은이 얼어붙은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이경빈 씨는 그때 공수진 씨의 치마가 피로 물든 것을 봤다고 했어요. 그런데 공수진 씨는 임신하지 않았죠. 그러니 유산은 더더욱 없을 일이고요. 그렇다면 그 피는 대체 뭐였을까요?”임유진이 이경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이경빈은 덜덜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눈을 감자마자 당시의 화면이 하나둘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어떻게 임신도 아니고 유산도 아닌데 피를 흘릴 수 있었을까요. 그것도 하필 유미 언니랑 얘기하다가 마침 계단에서 떨어져서요. 제 생각은 이래요. 애초에 공수진 씨는 유미 언니를 모함하기 위해 미리 피가 든 팩을 준비했고 언니를 계단으로 불러 일부러 마치 언니한테 밀쳐진 것처럼 계단에서 구른 거죠.”임유진은 계속해서 이경빈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이경빈 씨, 그날 정말 유미 언니가 공수진 씨를 밀었나요? 그걸 확실히 두 눈으로 보셨어요? 사실은 공수진 씨가 언니가 밀었다고 하니까 그렇겠거니 한 건 아니고요? 사실 그 사건은 조금만 제대로 조사해보면 금방 진실이 뭔지 알 수 있는 사건이에요. 그런데 이경빈 씨는 그때 복수심에 눈이 멀었고 마침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9화

    “가 보면 알아요.”임유진은 담담하게 대꾸했다.조금 있으면 이경빈도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가 탁유미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얼마나 멍청한 짓을 저질렀는지 역시 알게 된다.그때가 되면 이번에는 뭐로 보상하겠다고 할까.어쩌면 강지혁의 말대로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그는 남은 생을 평생 후회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게 살아갈지도 모른다.병원에서 나온 후 이경빈은 임유진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가는 길, 이경빈이 임유진을 보며 물었다.“주원호를 병실로 보낸 것도 임유진 씹니까?”“네.”임유진은 그간 줄곧 강지혁의 도움으로 주원호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기에 공항에 간다는 것을 듣자마자 바로 그를 잡아 왔다.사실 그녀의 계획대로라면 주원호를 등장시킬 필요도 없었다. 이경빈에게만 조용히 따로 진실을 얘기해주려고 했었으니까.그런데 그사이 공수진이 또다시 일을 저질렀고 탁유미는 그로 인해 큰 상처를 입게 됐다.이경빈은 가만히 있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유미가 나한테 골수를 기증해줬다는 것도 훨씬 전에 이미 알고 있었겠네요.”“네. 사실은 그걸 알게 되고 나서 유미 언니한테 얘기를 했었어요. 어쩌면 이경빈 씨를 구한 사람이 언니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이경빈 씨한테 얘기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그런데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어차피 자신이 말해봤자 이경빈 씨는 믿지 않을 거라고요.”이경빈은 그 말에 심장이 또다시 욱신거리며 아파 났다.탁유미는 이미 모든 걸 다 파악하고 있었다.그가 믿지 않을 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대체 탁유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자기가 구한 사람이 화를 내고 사과하라고 윽박지르고 강제로 무릎까지 꿇으라고 명령하는 걸 보며.이경빈이 또다시 자책하고 있을 그때 차량이 드디어 목적지인 구치소 앞에 도착했다.이경빈은 차에서 내린 후 의문 섞인 얼굴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여기는 왜 온 거지?대체 누가 있길래?이경빈은 임유진을 따라 구치소 안 면회실에 도착했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어딘가 낯이 익은 한 남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8화

    이경빈이 손을 다쳤나 하는 의문이 아주 잠깐 들었지만 탁유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멈췄다.이경빈과 관련된 일은 이제 그 무엇도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언니를 찾아와서 뭐라 하던가요?”임유진이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골수를 기증해준 사람이 나라는 걸 아는 눈치였어요. 그리고 공수진이 유산한 게 나 때문이 아니라 공수진의 자작극 때문이라는 것도요.”탁유미가 담담하게 말했다.“보상을 해주겠다고는 하는데 이경빈한테는 그 어떤 것도 받고 싶지 않아요.”태연한 얼굴로 얘기하고 있지만 임유진은 알고 있다.이 반응은 상처를 너무나도 많이 받아 모든 것이 공허해진 표현이라는 것을.“공수진은 언니를 모함한 것뿐만이 아니라 이경빈도 속였어요. 몇 년을 속았으니 이경빈은 무조건 공씨 일가에게 자신의 당한 것의 몇 배를 갚아줄 거예요.”“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임유진은 탁유미가 이경빈의 얘기를 썩 반기지 않자 얼른 화제를 바꿨다.“윤이는 유치원에 갔나 봐요?”“네. 엄마가 등원시켜줬어요.”요 며칠 김수영은 매일 밤 윤이와 함께 이곳으로 와 탁유미의 곁을 지켰다.‘아주머니랑 윤이도 이경빈이 병실 밖에 있는 걸 봤을 텐데... 아주머니는 보나 마나 화를 내셨겠지만 윤이는...’임유진은 속으로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언니, 정말 항암치료 안 받을 거예요?”“네, 항암 치료를 시작하면 그때는 정말 병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거예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참, 나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대요. 유진 씨, 그날은 정말 고마웠어요.”만약 임유진이 타이밍 좋게 쳐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더 끔찍한 일을 당했을 것이다.“벌써요?”임유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언니, 그러지 말고 며칠 더 입원하는 게 어때요?”아무래도 병원에 있으면 의료진들의 케어를 바로바로 받을 수 있을 테니까.“아니요. 그냥 퇴원할래요. 계속 입원해 있으면...”계속 입원해 있으면 생명의 카운트다운이 더 빨리 흘러가는 느낌이니까.탁유미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7화

    “응. 친구가 앞으로는 건강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간절하게 기도했으니 부처님도 분명히 들어주실 거야.”“친구? 친구 누구?”“나도 아직 본 적 없는 친구야. 아마 기회가 되면 그 어디선가 만날 수도 있겠다.”탁유미가 환하게 웃었다.“친군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뭐 인터넷으로만 아는 친구야?”“비밀. 나중에 얘기해줄게.”탁유미는 그날 미소를 지으며 끝내 친구에 관해서 얘기해주지 않았다.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녀가 말한 친구는 바로 그였다.탁유미는 기증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이름도 모르는 그 젊은이를 위해 건강해지기를 빌어주고 있었다.정작 그 기도 덕에 살아난 그는 그녀의 인생을 처참하게 무너트렸는데 말이다.어쩌면 그날 그녀에게 친구가 누군지 조금만 더 자세하게 물어봤더라면 기증 사실에 대해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경빈은 당시 그녀를 그저 복수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고 그녀와는 미래를 꿈 꿀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그 친구에 관해서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그때 이경빈의 경호원이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대표님, 괜찮으십...”경호원은 말을 하다 말고 조금 벙찐 얼굴로 이경빈을 바라보았다.그도 그럴 것이 이경빈의 모습이 꼭 영혼이 다 빠져나간 듯한 사람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임유진이 탁유미를 보러 찾아왔을 때도 이경빈은 여전히 병실 앞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것이 꼭 죽은 사람 같았다.임유진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아주 조금이라도 공수진을 의심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텐데.’하지만 그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이경빈은 정말 탁유미를 진심으로 사랑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사랑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을 테니까.“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어요?”임유진이 병실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에게 물었다.“어젯밤부터 줄곧 이곳에 있으셨습니다.”임유진은 이경빈을 힐끔 보더니 별말 없이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병실 안에는 탁유미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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