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1201 - Chapter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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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1화

엘리베이터는 대표이사실 층에 멈췄다.문이 열리자 강지혁은 성큼성큼 발을 내디디며 임유진을 데리고 그대로 앞으로 걸어갔다.“이거 놔. 대체 왜 이러는 건데!”임유진이 소리를 쳤다.강지혁의 표정은 싸늘하기 그지없었고 몸 주위로는 위험하고 서늘한 기운마저 느껴졌다.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비서들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가 다시 시선을 돌려 일에 집중했다.그러다 강지혁이 임유진을 사무실 안까지 데리고 들어가고 나서야 깜짝 놀란 얼굴로 자기들끼리 눈빛을 주고받았다.비서들은 임유진을 알고 있다. 그리고 한때는 임유진이라면 어쩌면 정말 강지혁과 결혼까지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그도 그럴 것이 강지혁이 그토록 관심을 쏟은 여자는 임유진이 처음이었으니까.하지만 어느 새부턴가 임유진이라는 이름은 회사의 금기어가 되어버렸다. 언젠가 한 번 비서 중 입이 가벼운 한 명이 무심결에 임유진의 이름을 꺼냈다가 그다음 날 바로 회사에서 잘린 적도 있었다.그 일이 있고 난 후, 고이준은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비서들에게 따로 주의까지 주었다.이에 비서들은 그제야 임유진과 강지혁이 완전히 헤어졌다고 확신하며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늘, 두 번 다시 보게 되지 못할 것 같았던 여자의 얼굴이 또다시 이곳에 나타났다.대표이사실.“강지혁, 이것 좀 놓으...!”임유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혁이 갑자기 손을 놓았다.그 반동에 임유진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가 다시 빠르게 중심을 잡았다.“당연히 놓을 거야.”강지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얘기했다.“그 전에 하나 물어보자. 무릎까지 꿇으며 놔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대체 왜 자꾸 내 앞에 나타나는데?”무서운 기세로 압박하듯 다가오는 강지혁에 임유진은 숨을 헙하고 들이켜고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그건... 우연이야. 일부러 네 앞에 나타난 거 아니야.”“하, 우연?”강지혁이 그녀의 말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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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2화

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의 머릿속으로 아까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 스쳐 지나갔다.강현수에게 어릴 때의 여자아이가 자신이라고 얘기했지만 강현수는 믿지 않았다. 전에 너무나도 많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니까.그리고 그렇게 부인하게 만든 원인이 바로 지금 눈앞에 있다.임유진은 자조하듯 웃더니 이내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고 입을 열었다.“강지혁, 나랑 강현수 사이의 일은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그리고 나 너 찾아온 것도 아니야. 전에 분명히 확실하게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그 말에 강지혁의 눈이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임유진의 턱을 꽉 잡았다.“악!”임유진은 턱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강지혁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을 더 가까이 가져가더니 코가 거의 맞닿을 거리에서 멈췄다.“임유진.”강지혁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임유진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한 번이라도 후회한 적 있어? 그때 나한테 놓아달라고 했던 말, 한 번이라도 후회한 적 있어?”임유진의 몸이 굳어버렸다.후회?만약 그때 강지혁의 앞에서 무릎 꿇고 놓아달라고 하지 않았으면 어쩌면 두 사람은 지금쯤 전처럼 다시 사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그 집에서 강지혁이 무릎을 꿇고 발등에 입을 맞추며 사랑을 속삭였을 때 임유진은 그에게 설레었고 가슴이 뛰었으니까.하지만 그렇게 다시 사귀게 됐다고 해도 두 사람은 여전히 같은 문제로 갈등이 생겼을 것이다.“후회한 적 없어.”그 말이 끝나자마자 강지혁이 무서운 눈빛으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에 어쩐지 오한이 서려 임유진은 몸을 움찔 떨었다.“그러면 앞으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그때는 오늘처럼 이렇게 쉽게 넘어가 주지 않을 거니까!”강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대표이사실에 울려 퍼졌다....집으로 돌아온 임유진은 에너지를 다 뺏긴 사람처럼 소파에 축 늘어졌다.오늘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곽동현의 일, 배여진의 일, 강현수의 일, 그리고... 강지혁의 일, 하나하나가 무거운 돌덩이처럼 임유진의 머리에 쌓였다.강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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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3화

임유진은 서둘러 한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무슨 일인지 한지영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뒤로 몇 통을 더 걸었는데도 여전히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임유진은 순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왜 전화를 안 받지...?”임유진은 초조한 얼굴로 다시 포털사이트로 들어가 백연신에 관한 뉴스를 검색했다. 혹시 한지영과 관련된 뉴스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하지만 오직 백연신이 실종됐다는 얘기만 실려 있을 뿐 한지영에 관한 얘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백연신에 관한 기사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그도 그럴 것이 백연신은 연예인이 아닌 단지 재계 인물 중 한 명일 뿐이었으니까. 사람들의 이목을 확 끌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임유진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한지영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문자에 카톡, 그리고 DM까지 보냈다.하지만 연락이 닿을 만한 일은 뭐든 다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아무것도 없었다.“대체 어디 있는 거야, 지영아... 걱정되니까 제발, 제발 전화 좀 받아...”그때 임유진의 머릿속으로 누군가가 떠올랐다.한지영의 부모님.임유진은 아직 한지영 부모님의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있다. 감방살이하게 된 후로는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전화번호를 말이다.한지영의 부모는 임유진을 싫어했다. 한지영이 임유진 때문에 학업도 포기하고 귀국해서 작은 디자인 숍에 취직했으니까.임유진은 전화번호를 보고 잠깐 머뭇거리다가 결국에는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두어 번 가고 이내 멈추더니 전화기 너머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임유진은 이해영의 목소리에 잠깐 흠칫하다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아줌마. 저... 임유진이에요...”이해영은 임유진이라는 말을 듣더니 대뜸 화를 내기 시작했다.“임유진? 네가 염치가 있으면 나한테 전화를 하면 안 되지! 재수 없게 하필이면 이런 때...! 앞으로 우리 지영이 앞에 나타나지도 말고 전화도 하지 마! 알겠니?!”말을 마친 이해영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임유진은 끊긴 전화를 보며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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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병원에 도착한 후 한지영이 확실히 병원에 실려 온 게 맞다는 것을 확인한 임유진은 완전히 굳어버렸다.크게 다쳐 응급실에 실려 왔다가 지금은 중환자실에 있으며 위험한 시기를 벗어나야만 일반 병실로 이실 될 수 있다고 한다.임유진은 간호사의 설명을 듣고는 눈앞이 다 깜깜해졌다.떨리는 다리를 애써 부여잡고 중환자실 쪽으로 가보자 이해영과 한종훈이 유리 벽에 기대 울고 있는 것이 보였다.4년 만이었다.임유진은 4년 만에 한지영의 부모를 뵙는 곳이 설마 중환자실 앞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지영이는... 지영이는 지금... 어떤 상태인 거지? 괜찮은 거 맞나?’임유진은 한지영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싶으면서도 또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병상에 누워있는 한지영이 어떤 모습일지 차마 보기 두려웠다.하지만 그럼에도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몇 미터 안되는 거리인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무척이나 멀게 느껴졌다.잠시 후, 임유진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드디어 유리 벽 앞에 멈춰 섰다. 유리 벽 너머로 한지영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 나왔다.정말 한지영이 맞나...?머리에 두꺼운 붕대가 감긴 채 산소호흡기를 달고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사람이 정말 한지영이 맞나?병상 옆에 있는 기계 모니터 속에서 숫자가 움직이고 있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더라면 죽은 사람인 줄 알았을 것이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S 시를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무척이나 활기찬 모습이었는데, 돌아오면 맛집으로 가 맛있는 것도 먹고 백화점으로 가 쇼핑도 하자고 약속까지 했는데... 대체 왜 이런 꼴로 돌아온 걸까?백연신은 왜 실종된 거고 한지영은 왜 이렇게 크게 다친 걸까?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지영이가 왜...”임유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녀의 목소리에 한씨 부부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이해영은 시선 끝에 있는 임유진을 보더니 화풀이라도 하듯 큰소리로 외쳐댔다.“네가 왜 여기 있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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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5화

한종훈은 말을 마친 후 임유진 쪽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지영이 상황이 어떤지 너도 이제 봤으니 이만 돌아가. 지금 우리 두 사람 모두 제정신이 아니라 험한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어. 물론 지영이가 이렇게 된 게 네 탓이 아니라는 건 안다. 하지만 네 얼굴을 보면 자꾸 그때 지영이가 너를 위해서 포기했던 것들이 생각나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구나.”“네, 잘... 알고 있어요.”임유진은 단 한 번도 한씨 부부를 원망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들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임유진만 아니면 한지영은 학업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고 해외에서 발전하며 지금쯤 더 잘 나갔을지도 모르니까.그때 간호사 한 명이 다가와 한씨 부부를 향해 말했다.“한지영 씨 보호자 되시죠?”“네.”“한지영 씨는 앞으로 두 번 정도 더 수술을 받아야 할 겁니다. 그리고 중환자실에서 당분간 경과를 지켜봐야 하고요. 입원비용과 중환자실 비용, 그리고 수술비용까지 합하면... 대략 2억 정도 될 거예요.”억대 병원비에 한씨 부부가 깜짝 놀랐다.2억이라니!일반 서민 가정에서 감당할 수 있을 만한 돈이 아니었다.“그... 그렇게나 많습니까?”한종훈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자세한 건 의사 선생님 소견에 따라 다르겠지만... 2억은 최소한의 돈입니다. 이후 집중치료로 들어가면 더 많이 들지도 모르고요.”간호사가 떠난 후 한씨 부부는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어떡하죠? 2억이라니...”이해영이 손을 덜덜 떨며 중얼거렸다.한지영 집의 자산으로는 턱도 없는 숫자였다. 여기저기 끌어다 모은다고 해봤자 1억도 채 되지 않는다.하지만 만약 병원비를 납부하지 못하게 되면 병원에서는 치료를 중단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지영은 목숨만 간신히 붙어있는 상태가 될 것이다.사랑하는 딸이 그런 모습이 되는 걸 달가워할 부모는 없었다.한종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결심을 내린 듯 이해영을 바라보았다.“괜찮아. 정 안되면 집을 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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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강현수에게 있어 2억이라는 돈은 보잘것없는 돈일지도 모르지만 한지영에게는 목숨값이다.임유진은 휴대폰을 꺼내 강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에 임유진은 재일 병원으로 달려가 강현수의 병실로 향했다. 하지만 병실 안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간호사에게 물어보니 강현수는 오늘 오후 퇴원 수속하고 나갔다고 한다.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어디로 가면 강현수를 만날 수 있지?그때 임유진의 머릿속으로 전에 강현수가 자신은 평소 본가가 아닌 개인별장에서 지낸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그리고 강현수의 개인별장은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적이 있다.가십거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강현수의 집을 끈질기게 추적해서 자랑하듯 인터넷에 올린 탓에 말이다.물론 집 주소를 안다고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집은 아니었다. 최첨단 보안 시스템과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었으니까.임유진은 택시를 잡은 후 바로 강현수의 집 주소를 얘기했다.그러자 택시 기사가 그녀를 만류했다.“그거 강현수 집 주소죠? 혹시 아가씨도 강현수 그 남자 눈에 들어보겠다고 지금 이러는 거예요? 아서요. 내가 아가씨 같은 사람을 처음 보는 게 아니거든. 거기로 가봤자 경비원에게 바로 막혀버리고 말 거예요.”“출발해주세요.”임유진의 단호한 태도에 기사를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결국 차에 시동을 걸었다.가는 길, 기사는 운전하면서 전에 강현수의 별장으로 가달라고 했던 여자들을 많이 태워봤다며 그 여자들 모두 경비원 쪽에서 막혀 들어가지 못했다고 얘기해주었다. 그리고 담을 넘어 들어가려던 사람들은 바로 경찰서에 연행되었다고도 했다.“왜 이렇게 다들 비이성적으로 구는지 모르겠네. 부자랑 결혼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닌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꿈을 꿔야지. 강현수가 아무리 여자친구를 많이 사귀었다고 해도 그 눈에 일반인이 차겠냐고, 쯧쯧.”기사는 임유진이 강현수와 어떻게 해보려는 여자 중 한 명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한편 임유진은 머릿속이 온통 한지영이라 기사의 말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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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7화

그때 임유진 쪽으로 승용차 한 대가 가까이 다가왔다.차에서 내린 배여진은 문 앞에 서 있는 임유진을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가가 물었다.“유진아, 네가 여기는 어쩐 일이야?”임유진은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고 배여진을 향해 말했다.“현수 씨를 만나고 싶어. 친구가... 지금 중환자실에 있어. 현수 씨 도움이 절실히 필요해서 그러는데 언니가 나 데리고 현수 씨 만나게 해주면 안 될까?”곽동현의 사건으로 배여진이 이 부탁을 들어줄 일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부탁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배여진은 그 말을 듣더니 금세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어떡하지? 네 부탁, 들어주지 못할 것 같아. 현수 씨가 지금 너 때문에 화가 엄청 많이 났거든. 그런데 내가 널 데리고 들어가면 그때는 나한테 화를 낼지도 모르잖아. 나 이해하지? 미안해.”배여진은 말을 마친 후 곧바로 다시 차에 올라탔다.그리고 그녀를 태운 차는 천천히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배여진은 차창 너머로 보이는 고통에 일그러진 임유진의 얼굴을 보고는 입꼬리를 활짝 올렸다.‘내가 미쳤니? 너를 안으로 들여보내게?’배여진은 임유진과 강현수의 사이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지기를 바라고 있다.임유진은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배여진의 차를 쓸쓸한 얼굴로 바라보았다.차량이 완전히 안으로 진입하자 문이 또다시 서서히 닫혔다.이렇게 된 이상 이곳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강현수가 별장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임유진은 곁에 있는 경비원을 향해 말했다.“저 이대로 돌아갈 생각 없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담장을 넘는다거나 무리하게 들어가려고 하지는 않을 거예요. 제가 지금 서 있는 이 도로는 강현수 씨의 소유가 아니니 제가 밤새 이곳에 서 있다고 해도 문제 될 건 없을 거예요.”그 말에 경비원이 움찔하더니 다시 원래 서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그는 아까 임유진이 배여진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어쩌면 임유진이 정말 강현수와 아는 사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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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8화

별장 거실.끊임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강현수는 흔들리는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도 끝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임유진의 전화를 받고 어떤 태도로, 어떤 목소리로 그녀와 얘기를 나눠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전화를 이렇게 많이 거는 건 곽동현 때문인 걸까?결국에는 또다시 그를 봐달라는 소리를 하려고?그때 막 별장 안으로 들어온 배여진이 강현수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끊임없이 울려대는 휴대폰의 발신자를 보고는 모르는 척 물었다.“유진이네요? 전화 안 받아요? 아... 뭐 지금 전화하는 걸 보면 백 퍼센트 곽동현 그 남자 일 때문일 테지만요. 방금 별장으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유진이를 만났어요. 현수 씨를 만나야 한다고, 꼭 할 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휴, 난 유진이가 그 남자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배여진은 일부러 임유진이 이곳으로 찾아온 이유가 곽동현 때문이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강현수의 표정이 삽시에 어두워지더니 그대로 휴대폰을 꺼버렸다.배여진은 그 모습을 보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정말, 안 받아도 되겠어요? 어쩌면 지금도 별장 밖에서...”“그만. 안으로 들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할 문제야.”강현수가 차가운 목소리로 얘기했다.그는 임유진이 이러는 것이 곽동현 때문이라고 확신했다.곽동현이 그렇게도 마음이 쓰이나? 그 별 볼 일 없는 남자가?강현수는 지금 곽동현을 질투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임유진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별장 밖에 서 있었다.그 뒤로 몇 번이나 더 전화를 걸어봤지만 역시 기계음 소리만 들려올 뿐 강현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임유진은 쓰게 웃으며 별장을 바라보았다.바람이 일자 가녀린 그녀의 몸이 그대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보다 못한 경비원이 이만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렸지만 임유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계속 기다리겠다고 했다.피로감이 쌓이고 머리가 점점 더 멍해져 왔다.임유진은 이대로 다 포기하고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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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다.임유진이 지금 이러고 있는 건 곽동현 때문이었다.얼굴이 초췌한 것도,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것도 전부 다 곽동현 때문이었다.“출발해.”강현수는 기사에게 지시를 내리고는 시트에 기댄 채 서서히 눈을 감았다.그 말에 기사가 차창을 내려 밖에 있는 경비원을 향해 말했다.“대표님께서 저 여자를 만나고 싶지 않으시다고 하시니 지금 당장 끌어내 주세요.”그 말에 임유진의 동공이 흔들리더니 큰소리로 외쳤다.“현수야, 부탁이야!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 사실은 내 친구...!”그때 차창이 다시 올라가고 경비원이 다가와 임유진의 팔을 잡아당겼다.방해물이 사라지자 차량은 서서히 다시 시동을 켜고 앞으로 나아갔다.임유진은 차량이 떠나는 것을 보더니 있는 힘껏 경비원을 밀쳐버리고 차량 뒤를 쫓기 시작했다.하지만 아무리 미친 듯이 뛰어봐도 달리는 차를 앞지를 수는 없었고 계속 거리만 벌어질 뿐이었다.배여진은 차 안에서 열심히 쫓아오는 임유진의 모습을 보며 몰래 미소를 지었다.‘임유진,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 그러게 애초에 기억이 돌아왔으면 빨리 말을 했었어야지. 강현수를 버린 건 너야! 너는 이제 더 이상 강현수를 가지지 못해. 강현수는 내 거야!’...임유진은 자신이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그렇게 있는 힘껏 달렸다.하지만 야속하게도 강현수의 차량은 끝끝내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주체할 수 없는 무력감과 절망감이 그녀를 휘감았다.또 누가 있지?한지영을 구해줄 사람이 또 누가 있지?임유진은 도로에 주저앉아 공허해진 눈으로 땅을 바라보았다.또 누가... 또 누가 한지영을 구해줄 수 있지?그녀는 한지영만 구할 수 있다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었다.그때, 임유진의 머릿속으로 강지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순간 축 늘어졌던 그녀의 몸에 다시 에너지가 돌기 시작하며 절망으로 가득했던 두 눈에도 희망의 빛이 어렸다.강지혁이 있었다.강지혁이 자신을 혐오하고 경멸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한지영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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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0화

차 문이 열리고 강지혁이 뒷좌석에서 내렸다.강지혁은 차에서 내린 후 임유진을 보고는 멈칫하며 발걸음을 멈췄다.“부탁이 있어...”임유진이 힘겹게 말을 건넸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던 터라 목이 너무나도 말랐다.“나한테?”강지혁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기억력이 안 좋은 거야 아니면 내 말이 말 같지 않은 거야? 내가 어제 분명히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런데 하루도 못 넘기고 또 찾아왔네?”임유진은 강지혁과의 거리를 좁히고는 그의 팔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내 얼굴 꼴도 보기 싫은 거 알아. 아는데 제발 부탁이야... 4억만 빌려주면 안 될까? 갚을게! 이자까지 다 해서 꼭 갚을게! 나 정말 그 돈이 너무 필요해...”“4억?”그녀의 말에 강지혁이 미간을 찌푸렸다.생각지도 못한 부탁에 그의 입에서는 더욱더 신랄한 조롱이 쏟아져 나왔다.“강현수라면 4억 정도는 금방 줄 수 있을 텐데? 왜, 강현수가 못 주겠대? 그래서 나한테 부탁하러 온 거야?”임유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가뜩이나 밤을 새운 것 때문에 안색이 좋지 않은데 그의 말을 듣자 더더욱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유진은 뭐라 말을 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가 결국에는 다시 입을 닫았다.“내 말이 맞나 보네.”강지혁은 말을 하면서 임유진에게 잡힌 팔을 서서히 뺐다.“그런데 너는 뭘 믿고 나한테 찾아온 거야? 내가 너한테 순순히 돈을 빌려줄 것 같았어? 우리가 그런 사이는 아니지 않나?”강지혁의 팔이 완전히 그녀의 손에서 빠졌다.“임유진, 무릎까지 꿇으며 나한테 널 놓아달라고 했던 건 너야. 그날 너는 내 감정을 아무것도 아닌 쓰레기로 만들었어. 그리고 어제도 나한테 딱 잘라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고. 그랬으면, 그렇게 말을 했으면 미안해서라도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았어야지.”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아무런 미련도 없이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리고 임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강지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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