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1161 - 챕터 1170

1229 챕터

제1161화

이경빈은 탁유미에게 네 두 눈은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하며 이제껏 봐왔던 사람 중에서 그녀의 제일 예쁜 눈이라고 항상 얘기했었다.심지어 그는 잠자리를 가질 때도 탁유미의 눈가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매만지곤 했었다.그리고 탁유미는 그가 그럴 때마다 자신의 눈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하지만 지금, 누구보다 그녀의 눈을 좋아했던 이경빈이 그녀에게 스스로 그 눈을 찌르라고 하고 있다.탁유미는 천천히 눈을 뜬 후 고개를 들어 이경빈을 바라보았다.이경빈은 그녀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거리가 가까운 탓인지 어쩐지 사귀던 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다시 사랑하게 될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이경빈은 전처럼 그녀의 허리를 다정하게 감지 않을 테고 그녀 역시 두 손을 뻗어 그의 목을 감싸며 애교를 부리지 않을 테니까.탁유미는 미친 듯이 사랑하고 또 미친 듯이 원망했던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잘생겼다. 이런데 어떻게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 얼굴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순간 탁유미는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병실에 있을 때 윤이 얼굴을 조금 더 많이 봐둘 걸 그랬다며 쓰게 웃었다.“할게.”탁유미는 다시 차분한 얼굴로 돌아와 담담하게 두 글자를 내뱉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오른손을 들어 검지를 쫙 핀 채 눈을 향해 가져갔다.이경빈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눈을 크게 뜨고는 거의 본능적으로 그녀의 오른손을 덥석 잡았다. 순간 심장이 그대로 멈춰버리는 줄 알았다.그리고 그는 오른손이 묶여버린 탁유미가 왼손을 쓰게 될까 봐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그녀의 왼손도 꽉 잡았다.탁유미의 두 눈은... 생채기 하나 없이 모두 멀쩡하다.이경빈은 그녀의 두 눈을 확인하고는 가장 먼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빠르게 반응한 자신의 두 손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만약 1초라도 더 늦었으면 탁유미의 눈에서는 지금쯤 피가 철철 흘러나왔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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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2화

하지만 다급하게 말리는 걸 보면 이경빈은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던 듯하다.“꼭 나한테서 윤이를 뺏어가야 직성이 풀리겠어?”탁유미는 이경빈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이경빈은 그녀의 시선을 받으며 괜히 죄책감이 들었다.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아버지로서 아들의 양육권을 원하는데 죄책감 가질 필요가 뭐가 있단 말인가!“그래. 난 윤이를 꼭 데리고 올 거야. 네 옆에 있으면 윤이는 고생만 하게 될 게 뻔하니까. 너는 윤이한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그깟 포장마차 수익으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다고, 알아?”이경빈이 또다시 그녀를 다그쳤다.이에 탁유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알겠어.”그러고는 차분하게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그에게 꽉 잡힌 두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이 손 좀 풀어줄래? 네가 약속을 깨버린 이상 나도 내 눈 찌를 생각 없어.”이경빈은 그 말에 천천히 손을 풀어주었다.그리고 그제야 자신의 손바닥이 흥건하게 젖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다가 손바닥뿐만 아니라 그의 등줄기에도 식은땀이 흘러내렸다.탁유미는 지난번에 복부를 찔렀을 때처럼 또다시 그를 심장을 철렁하게 했고 또다시 손에 땀을 쥐게 했다.탁유미는 한 걸음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거리가 꽤 많이 벌어졌을 때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갈게.”그러고는 미련 없이 뒤돌아 문을 향해 걸어갔다.그녀의 뒷모습은 바람이 불면 금세 날아갈 것 같았다.이경빈은 심각하게 마른 듯한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사실 아까 탁유미의 손목을 잡았을 때 지난번보다 더 말랐다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그때도 말랐지만 지금은 거의 뼈만 붙어있는 것 같았다.이경빈은 순간 아까 그런 어마어마한 행동을 해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던 탁유미의 얼굴이 떠올랐다.자신은 아직도 심장이 쿵쿵 뛰는데 그녀는 너무나도 평온했다.그는 그게 기분이 나쁘고 심지어 심장이 자꾸 찔린 것처럼 아파 났다.탁유미는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가 문고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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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3화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지금 몸으로 양육권을 가지려고 하고 있다.대체 언제부터 이딴 제안을 스스럼없이 하게 된 거지?이경빈은 잔뜩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좋아. 네가 지금 당장 여기서 옷을 벗으면 생각해 볼게.”그가 이런 말을 한 건 단지 그녀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탁유미는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다시 차분한 얼굴로 돌아와서는 알겠다고 한 뒤 바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이에 이경빈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분노를 터트렸다.“너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알아.”탁유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녀는 이경빈이 단지 자신을 욕보이기 위해 이런 제안을 한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말이 모두 진짜가 아니라고 해도 그녀는 너무 간절했다.그래서 그가 변심이라도 할까 봐 손을 더 바쁘게 움직였다.이제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으니까.이경빈은 그녀의 행동에 주먹을 꽉 말아쥐더니 이내 탁유미의 팔을 잡고 거세게 밖으로 내보냈다.“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널 안을 생각 따위 없으니까!”말을 마친 그는 문을 부술 듯이 세게 닫았다.탁유미는 꽉 닫힌 문을 보며 쓰게 웃었다.오늘 그녀는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 아니, 치욕감만 잔뜩 얻었다.이미 충분히 많은 걸 잃었는데 이제는 아이마저 잃어야 하는 것일까?탁유미는 지금 억울하게 누명 쓴 사건의 재심도 양육권 분쟁도 그 어느 하나 진행하기 무서웠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윤이가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게 되면 진 거나 다름없으니까.청각장애라는 이유로 이미 차별대우를 받고 산 아이에게 여기서 더 큰 상처를 줄 수는 없었다.탁유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터덜터덜 자리를 벗어났다.그리고 이경빈은 문에 기댄 채 실성한 듯 웃었다.“하하... 하하하...”그는 스스로도 왜 이렇게 마음이 복잡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겠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왜 아직도 탁유미만 보면 분노든 뭐든 마음에 파도가 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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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4화

“휴, 다행이네요.”한지영은 이곳으로 오기 전 윤이가 시무룩해 있을까 봐 일부러 마트에 들러 장난감을 사 왔다.“자, 이거 윤이 선물이야.”“고맙습니다, 이모.”윤이는 장난감이 마음에 드는 듯 배시시 웃었다.그때 한지영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이에 한지영이 서둘러 전화를 받아보자 전화를 건 사람은 병원 경비원이었다.“안녕하세요. XXX 차주 맞으시죠? 지금 그쪽 차에서 경보음이 계속해서 울리고 있거든요? 빨리 이쪽으로 오셔서 어떻게 해주셔야겠습니다.”“그래요? 알겠습니다. 바로 갈게요.”한지영은 전화를 끊은 후 임유진을 향해 말했다.“유진아, 나 잠깐 주차장 좀 갔다 올게. 경보음이 계속 울린다네?”“그래, 갔다 와.”한지영은 다급하게 병실을 나섰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간호사가 병실 안으로 들어오더니 탁유미를 밖으로 불러냈다.그렇게 병실 안에는 임유진과 윤이밖에 남지 않았다.탁유미가 나간 후 윤이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손에 들린 장난감을 살포시 옆에 내려놓았다.“왜? 재미없어?”임유진이 묻자 윤이가 꿍얼거리며 말했다.“이모... 윤이 이제 나쁜 아이죠?”“왜 그렇게 생각해?”“친구랑 싸우고 입원까지 해서 엄마 돈을 많이 섰으니까요. 엄마 돈 버는 거 엄청 힘들 텐데...”임유진은 윤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윤이는 어렸을 때부터 청력을 잃은 탓인지 항상 또래들보다 더 성숙하게 행동했고 철도 빨리 들었다.그리고 그만큼 무척이나 섬세하고 또 예민했다.물론 아이처럼 뛰어놀며 활짝 웃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항상 조용히 있었다.임유진은 어제 김수영이 해줬던 말을 떠올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윤이에게 물었다.“윤이 친구랑 싸운 거 엄마 지켜주려고 그런 거지? 친구가 윤이 엄마를 나쁘게 말해서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었던 거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윤이는 절대 나쁜 아이가 아니야. 윤이는 아주 따뜻하고 남도 지켜줄 줄 아는 멋있는 아이야!”윤이는 그 말에 눈을 깜빡이며 임유진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아무리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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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5화

탁유미가 병실로 돌아온 후 임유진과 한지영은 그녀와 얼마간 더 대화를 나누다 슬슬 몸을 일으켰다.병실을 나선 후, 한지영은 조금 놀란 얼굴로 말했다.“솔직히 윤이가 싸울 줄은 몰랐어.”한지영이 아는 윤이는 조용하고 부끄럼이 많으며 가끔 장난을 치면 금세 볼이 빨개지던 순진무구한 아이였으니까.“누구라도 건드리면 안 되는 게 있는 거야. 윤이한테는 그게 유미 언니고.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아마 겁먹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야.”임유진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윤이는 아이치고는 생각보다 멘탈이 단단했고 청각장애를 앓고 있기 때문인지 또래 아이들보다 인내심도 강하고 스트레스에도 강했다.인공와우를 장착하고 단기간에 말을 잘 할 수 있었던 것도 물론 선천적으로 머리가 똑똑한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홀로 계속 노력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쉽게 이성을 잃지 않지만 한번 이성을 잃으면 집요하고 끝까지 간다.임유진은 윤이에게 맞은 아이는 윤이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그건 그래.”두 사람은 말을 하며 병원 주차장으로 향했다.“데려다줄게. 타.”“그래.”한지영은 임유진을 태운 후 서서히 시동을 걸었다.“참, 너 강현수 씨랑은 어떻게 됐어? 아직도 그냥 친구야?”한지영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뭐 어떻게 될 게 있나... 하지만 그냥 친구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해.”임유진은 한지영의 앞에서는 모든 걸 술술 털어놓았다.“강현수가 나한테 좋은 감정을 품고 있는 건 알아.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누구랑 연애하고 싶은 생각 없어. 그래서 거절했는데... 큰 효과는 없었던 것 같아. 다음번에 만나면 조금 더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연애할 생각이 없다고? 유진아, 너 설마 강지혁 때문에 네 앞으로의 남자들을 모조리 다 쳐낼 생각이야?”한지영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너 그 생각 당장 버려. 그리고 강지혁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나. 그래서 보란 듯이 강지혁을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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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6화

한지영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전에 한 토크쇼에서 유명한 여배우가 팬이라면서 강현수 씨한테 뽀뽀해달라고 했었거든? 볼이라도 좋으니 소원이라고 했어. 톱배우가 그런 말을 하는데 엔간하면 방송 재미도 보장할 겸 들어줄 만도 하잖아. 그런데 강현수 씨는 딱 잘라 거절했어. 당신은 내가 찾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소원은 들어줄 수 없다고.”한지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감탄을 해댔다.“참, 그리고 강현수 씨 그림도 엄청 잘 그린대. 화실도 따로 있다는데 대외적으로 공개된 적은 한 번도 없대. 또 전에 강현수 씨랑 사귀던 동갑내기 여배우가 방송에 나와서 강현수 이야기를 좀 풀었거든? 그런데 절대 ‘현수야’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다는 거야. 그런데 그 방송을 본 다른 여배우가 어떻게 해서든 강현수 씨랑 사귀어보려고 일부러 ‘현수야’라며 친한 척했거든? 그 뒤로 어떻게 됐을 것 같아? 그 여배우 연예계에서 영원히 사라졌대.”임유진은 가는 길 내내 그녀의 말을 듣기만 했다.그리고 집에 거의 도착할 때쯤 한지영은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브레이크를 밟았다.하지만 어쩐 일인지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량이 멈추지 않았다.이에 한지영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몸도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조수석에 앉은 임유진은 한지영의 상태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다급하게 물었다.“왜 그래?”“브레이크가 고장 났어!”병원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브레이크가 갑자기 말을 듣지 않았다. 게다가 더 무서운 건 차량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만약 이대로 속도가 계속 오르고 차가 멈추지 않으면 대형사고가 나게 된다.“유진아, 내... 내가 이따 사람 없는 쪽으로 최대한 차를 붙이면 기회를 봐서 차에서 뛰어내려, 알겠지?”한지영은 덜덜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하며 임유진을 향해 말했다.다행히 핸들은 아직 움직일 수 있었기에 잘만 하면 이대로 뛰어내리게 해도 크게 다치지 않을지도 모른다.임유진은 한지영의 의도를 바로 파악했다.“내가 먼저 뛰어내리면 너는? 너는 언제 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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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7화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한 후 탈출 준비를 위해 신속하게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렇게 속도가 70까지 올랐을 때 한적한 곳에서 빠르게 차를 버리고 뛰어내리려는데 갑자기 대각선 방향에서 대형차 한 대가 다가왔다.대형차 기사는 한지영의 차량을 발견하고는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하지만 브레이크를 밟은 것은 아니었다. 교통법규에 따르면 원래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건 한지영 쪽이었으니까.하지만 한지영 차의 브레이크는 고장이 나 멈출 수가 없었다.만약 이대로 대형차를 들이받게 되면 한지영네 차는 아예 대형차 아래 깔려버리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두 사람 모두 무사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이에 한지영은 대형차와 부딪히는 것을 피하고자 있는 힘껏 핸들을 꺾었다.그리고 그때 대형차도 마침내 한지영네 차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서둘러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한지영은 두 차량이 곧 있으면 충돌하려는 걸 보고는 절규하며 외쳤다.“유진아, 빨리 뛰어내려! 빨리!”그러나 그때 웬 승용차 한 대가 한지영의 차와 대형차 반대편에서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쾅.차체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맞은편 승용차가 그대로 한지영의 차를 받아버렸다.그 충격으로 한지영의 차는 드디어 폭주를 멈췄고 대형차도 큰 사고 없이 천천히 멈춰 섰다.고작 몇 초였지만 그 짧은 시간 속 마치 세상이 뒤바뀌어버린 것 같았다.한지영과 임유진은 제때 터진 에어백 덕에 다행히 큰 부상은 면했다.“지영아, 너... 괜찮아?”임유진은 온몸의 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느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아프기는 해도 차에서 뛰어내리는 것보다는 훨씬 더 안전한 결과였다.“응... 괜찮아... 너는?”한지영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바로 임유진의 안부를 물었다.“응, 나도 괜찮아...”임유진은 다행히 괜찮아 보이는 그녀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까는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대형차와 부딪히려는 순간 갑자기 웬 승용차가 우리 차를 들이받았어.’아까는 그 승용차가 아니었으면 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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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8화

임유진은 그 누군가를 보는 순간 숨을 헙하고 들이켰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남자는 바로 강현수였다.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봐도 운전석에 앉은 남자는 강현수가 맞았다.임유진은 이쪽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강현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그의 얼굴은 피투성이였고 꼴은 엉망진창이었다.다른 사람 앞에서는 언제나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남자인데 지금은 그런 것 따위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걸어왔다.빨간 피는 그의 얼굴을 지나 베이지색 그의 외투를 빨갛게 물들였다.강현수는 성한 구석 하나 없는 몸을 이끈 채 어느새 조수석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차 문을 열고는 힘겹게 허리를 숙여 피범벅이 된 얼굴로 물었다.“괜찮아요? 다친 데는 없어요?”강현수의 목소리는 이미 잔뜩 가라앉아있었고 그녀에게 내민 두 손은 빨간색 피투성이였다.임유진은 그 모습을 보고는 코가 시큰거렸다.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지금 자기가 제일 많이 다쳤으면서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있다.“일부러 들이받았죠? 그렇죠? 왜 그랬어요. 대체 왜!”임유진은 속상한 나머지 그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유진 씨가 차에 타고 있잖아요.”그의 대답은 지나치게 심플했다.하지만 그 짧은 대답 안에 그의 마음 전부 다 담겨있었다.강현수가 목숨을 걸고 몸을 내던진 건 임유진이 차에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유진이라서 무모한 짓도 망설임 없이 한 것이다.임유진을 그만큼 사랑하고 있으니까......임유진과 한지영, 그리고 강현수는 빠르게 재일 병원으로 옮겨졌다.임유진과 한지영은 가벼운 찰과상이라 큰 문제 없었지만 강현수의 상태는 조금 심각했다.의사는 그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금방 수술실로 옮겼다.임유진과 한지영은 수술실 밖에서 강현수의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한지영은 불안해 보이는 임유진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걱정하지 마. 강현수 씨 수술해주는 의사 선생님, 매우 유명한 선생님이야. 그러니까 분명히 괜찮을 거야.”하지만 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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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9화

강현수의 부모님은 굳게 닫힌 수술실 문을 바라보며 의사에게서 강현수의 현 상황을 전해 들었다.의사는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고 했고 두 사람은 그 말에 그제야 안심한 듯 조금 긴장을 풀었다.한은정은 한숨 돌린 후 고개를 돌려 임유진과 한지영 쪽을 바라보았다.더 정확히 말하면 임유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그쪽이 임유진 씨죠.”한은정은 임유진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싸늘한 얼굴로 경고했다.“임유진 씨가 우리 현수와 지금 어떤 사이인지는 모르지만 현수 엄마로서 두 번 다시 이런 꼴을 보고 싶지 않네요.”한지영은 임유진을 대신해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하지만 임유진은 그런 그녀를 말리며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아들을 하마터면 잃을 뻔했는데 한은정 정도면 많이 참은 것이다.임유진은 솔직히 그녀에게 머리채를 잡힐 것도 각오했었다.“됐어. 지금은 현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는 게 먼저야.”강재호가 얼굴을 굳힌 채로 말했다.이에 한은정은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별말 없이 다시 강재호의 옆으로 다가갔다.두 시간 후, 길었던 수술이 드디어 끝이 났다.갈비뼈가 부러지고 이마에 일곱 바늘이나 꿰매긴 했지만 다행히 수술은 순조롭게 끝이 났고 이제는 휴식만 제대로 취해주면 된다.강재호와 한은정은 그 말에 드디어 얼굴을 완전히 피며 간호사의 안내를 따라 병실로 향했다.임유진은 그들을 따라가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병실로 가보지 않아도 돼?”한지영의 말에 임유진은 쓰게 웃었다. 당연히 그녀도 가고 싶었다. 가서 강현수가 깰 때까지 옆에 있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강현수 부모님이 내 얼굴 보고 싶지 않아 할 거야.”그녀는 그들의 아들을 다치게 만든 원흉이나 다름없었으니까.“그럼... 내일 나랑 같이 다시 올까?”한지영도 강현수 덕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기에 감사의 인사를 해야만 했다.“그러자.”내일이면 아마 강현수도 깨어날 것이다.만약 내일 얼굴을 마주하게 되면 뭐라고 해야 할까.임유진은 심장이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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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0화

임유진은 진애령의 차와 부딪혔을 당시 느꼈던 두려움과 공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하지만 이번 사고는 두려움보다는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난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한 것뿐이에요.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요.”강현수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배여진은 그 미소가 향하는 곳이 임유진이라는 사실에 질투 나 미칠 것 같았다.“현수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단순한 사고 아니었어요?”그 말에 강현수는 시선을 돌렸다.“여진아, 나 따뜻한 차 마시고 싶은데 사다 줄래?”배여진은 그가 지금 자리를 비켜달라는 말을 에둘러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마땅히 거절할 명분도 없었기에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알겠어요. 금방 다녀올게요.”그녀는 병실 문을 열고 나가기 전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남녀를 보고는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임유라의 말대로 임유진이 있는 한 그녀는 강현수와 결혼은 물론이고 연애도 꿈을 꿀 수 없다.강현수가 임유진을 마음속 깊이 증오하거나 혹은 임유진에게 철저하게 실망해야만 그녀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나아가 강현수의 옆자리에 설 수 있을 것이다.배여진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문을 닫으며 드디어 결심을 내렸다.병실 안.임유진은 강현수를 걱정하며 물었다.“몸은 좀 어때요? 상처가 난 곳은 많이 아파요?”그러자 강현수가 더 환하게 웃었다.“드디어 내 걱정을 해주네요.”“현수 씨 덕에 무사할 수 있었는데 당연히 걱정해야죠!”“만약 유진 씨를 구하지 않았으면요?”강현수는 그 말을 내뱉고는 바보 같은 질문이라는 생각에 금방 다시 입을 열었다.“방금 한 말은 잊어줘요.”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진지한 얼굴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유진 씨를 구할 수 있어서 기뻐요. 진심이에요.”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이 지경이 되고서도 기쁘다는 말이나 하고 있다.임유진은 순간 코가 시큰거렸다.강현수는 이제껏 여자친구를 셀 수도 없이 많이 사귀었지만 이게 과연 연인이 맞나 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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