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1151 - 챕터 1160

1229 챕터

제1151화

하지만 그때 임유진이 자리에서 버티며 말했다.“손 좀 놓으세요! 나랑 강지혁은 완전히 헤어졌어요. 나랑 얼굴 마주치기도 싫어하는 사람한테 나를 데려가봤자 화만 돋굴 뿐일 거예요.”그 말에 이한이 임유진을 노려보았다.“그럼 정말 지혁이가 살인해도 상관없다는 말입니까? 두 사람이 헤어졌든 아니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당장 저 안에 있는 지혁이를 말리는 것뿐이라고요. 알겠어요?!”그는 말을 마치고는 다시 임유진을 데리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이윽고 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이곳은 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컸고 꼭 큰 홀 같았다. 룸 안에는 라운지 바도 있었고 당구대, 게임 테이블 그리고 작은 무대와 노래방 기계도 있었다.그리고 그런 큰 룸 중앙, 아무것도 없는 바닥 위에 웬 중년 남성이 무릎을 꿇고 계속해서 누군가를 향해 용서를 빌었다.그 중년 남성 앞에는 피가 흥건히 묻어있는 핀셋이 놓여 있었다.임유진은 그 핀셋을 보는 순간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고 순간 시간이 역행해 그날 그 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그날의 기억들은 마치 오래 묵은 낙인처럼 꽤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혔다.그리고 그녀는 몇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이따금 차가운 핀셋이 손가락 살을 파고들어 이윽고 손톱이 하나하나 뽑히는 악몽을 꾸고는 했다.그 고통은 직접 겪어보지 않는 한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대표님, 제발 용서해 주세요.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 테니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중년 남성은 끊임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눈가가 푸르딩딩하고 코와 입 주변에 핏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여러 차례 얻어맞은 것 같았다.“뽑아.”강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유진은 뻣뻣하게 굳은 몸을 돌려 천천히 강지혁 쪽을 바라보았다.그는 검은색 스웨터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원래부터 차가웠던 얼굴은 오늘따라 유난히 더 싸늘하게 느껴졌고 한기마저 감돌아 보는 것만으로도 손이 덜덜 떨려왔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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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2화

하지만 강지혁은 자비 따위 모르는 인간이었다.“뽑아.”“안 돼!”임유진은 강지혁의 앞으로 달려가 그를 막았다.그녀는 이곳이 자신이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강지혁이 무엇을 하든 말릴 자격 같은 거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하지만 눈앞에서 누군가의 손톱이 뽑히는 것을 도저히 모른 체할 수가 없었다.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당시 그녀가 그렇게 큰 고통을 겪었을 때 그 누구 하나 도와준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오직 홀로 감내했어야만 했다.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이 싸늘한 시선이 그녀에게로 다시 향했다.임유진은 그와 눈이 마주치고는 몸을 움찔 떨었다. 그의 두 눈이 너무나도 차갑고 또 싸늘해 꼭 끝이 보이지 않는 늪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안 된다고?”강지혁은 서서히 소파에서 일어서더니 임유진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뭔데?”임유진은 두 손을 덜덜 떨었다.눈앞에 있는 남자는 그녀가 알던 강지혁도 예전에 다정하기만 했던 혁이도 아니었다.지금의 그는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감히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S 시의 꼭대기에 있는 남자였다.“너한테는 누군가의 손톱을 뽑게 만드는 게 숨 쉬는 것만큼 그렇게 쉬운 일이야? 그래?”임유진은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고 말을 내뱉었다.불빛 아래, 그녀의 얼굴을 창백하기 그지없었고 몸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그녀는 강지혁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의 말을 듣고는 흉흉한 기운을 풍기며 미간을 찌푸렸다.이에 이한이 황급히 다가와 먼저 입을 열었다.“참, 아까 이곳으로 오면서 유진 씨한테 물어봤는데 현수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래. 그 영상도 그냥 어쩌다 찍히게 된 것일 뿐이라고 하고.”“그 얘기 하려고 여기까지 얘를 데려온 거야?”분명 이한에게 묻는 말이었지만 강지혁의 시선은 여전히 임유진을 향해 있었다.이한은 그 말을 듣고는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이한, 딱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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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3화

“아니요. 많이 괜찮아졌어요...”여성은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아까 저 남자가 네 손톱을 뽑으려고 했으니 이번에는 네가 저 남자 손톱을 뽑아. 열 손가락 다.”“강 대표님께서 나서주지 않으셨다면 아마 저는 아까 손톱이 다 뽑히고 말았을 거예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 남성분도 반성하고 있는 것 같으니 이제 그만 용서해주세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여성은 청순한 매력을 내뿜으며 거기에 가해자를 용서해주는 착한 마음씨도 어필했다.아주 남성들의 보호 본능을 마구 자극하는 그런 여자였다.임유진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는 흠칫했다. 그리고 이 상황이 어이없고 웃기게 느껴졌다.무릎 꿇은 중년 남성은 알고 보니 가해자였고 손가락을 다친 여성은 하나터면 손톱이 다 뽑힐 뻔한 피해자였다.그리고 강지혁은 그 여성을 위해 나서주는 중이었다.임유진은 그 여성을 바라보는 강지혁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강지혁은 그 여성을 바라본 뒤로 임유진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았고 꼭 임유진의 존재 자체를 까먹기라도 한 듯 계속 그 여성에게만 말을 걸었다.순간 임유진의 머릿속으로 ‘네 결백은 내가 꼭 찾아줄게.’라고 했던 강지혁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강지혁은 그 말을 증명해 보였고 정말 그녀에게 결백을 찾아주었다.그리고 지금은... 다른 여성을 위해 나서주고 있었다.임유진은 강지혁에게서 서서히 시선을 거두고 이제 이곳의 일은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며 차가운 바닥을 바라보았다.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곳을 조용히 떠나는 일뿐이다.하지만 이제 막 몸을 돌리려던 찰나 누군가가 룸으로 뛰쳐 들어와 그대로 임유진의 앞에 멈춰 섰다.“유진 씨, 괜찮아요?!”이에 임유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강현수가 숨을 헐떡인 채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괜... 찮아요. 그런데 현수 씨가 왜 여기 있어요?”임유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그건 이따 얘기해줄게요.”강현수는 말을 마치고 강지혁 쪽을 바라보았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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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4화

“가요. 집까지 데려다줄게요.”강현수는 임유진의 손을 잡고 룸 밖으로 걸어 나갔다.강지혁은 떠나는 강현수와 임유진의 뒷모습을 힐끔 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이한을 향해 말했다.“네 사람들 내보내.”“응? 그럼 이 둘은...”이한은 손가락이 다친 여성과 아직 바닥에 꿇고 있는 이 사장을 가리키며 물었다.“둘만 빼고 내보내.”그 말에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웨이터들과 다른 여자들에게 전부 다 룸에서 멀리 떨어질 것을 명했다.몇 초 후 룸 안에는 강지혁과 이한, 손가락을 다친 여성과 이 사장, 그리고 고이준과 강지혁의 경호원들만 남았다.강지혁은 여성의 손을 다시금 잡더니 붕대가 감긴 그녀의 손가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에 여성의 얼굴을 빨갛게 물들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한은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진짜 저 여자한테 반하기라도 한 거야?’그때 굳게 닫혔던 강지혁의 입이 열리고 이내 그 입에서 무시무시한 말이 흘러나왔다.“그렇게도 손톱이 뽑히는 게 소원이라면 그렇게 해. 소원대로 해주지.”강지혁은 말을 마치고는 여성의 손을 다시 내려놓았다.그 말에 당황한 여성은 얼굴이 사색이 돼서 물었다.“강 대표님...? 저... 방금 한 말 농담이시죠? 왜 제가 손톱을...”“왜냐고?”강지혁은 그녀에게 되묻고는 이내 시선을 돌려 옆에 있던 고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고 비서, 왜 손톱이 뽑혀야 하는지 이 여자한테 알려줘.”그 말에 고이준은 고개를 한번 숙이더니 여성의 앞으로 다가가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친척 중에 감방살이했던 분이 마침 임유진 씨와 같은 방이었죠? 아마 그 친척분한테서 들었을 겁니다. 임유진 씨의 손톱이 뽑힌 적 있었다는 사실을요. 그걸 듣고 기회다 싶어 평소 친분이 있었던 이 사장한테 부탁했겠죠. 강 대표님 눈에 들 수 있게 도와달라고. 어떻게, 이제 그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이 정도면 충분히 설명된 것 같은데.”강지혁이 임유진과 연인이었다는 건 상류계층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공연히 다 알려진 사실이고 서민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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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5화

이한은 이에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는 네 스스로가 대단한 가치라도 있는 줄 아나 보지? 그리고 이따위 멍청한 연극을 계획하기 전에 이런 결말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단단히 각오했었어야지.”그는 말을 마치고는 여자의 손을 차갑게 뿌리쳐버렸다. 그리고 아무런 미련도 없이 유유하게 룸을 빠져나갔다....임유진을 차에 태워 그녀의 집으로 향하는 길, 강현수는 핸들을 꽉 잡으며 먼저 말을 건넸다.“만약 이한 그놈이 또다시 쓸데없는 일로 유진 씨 찾아가면 그때는 나한테 바로 연락 줘요.”임유진은 그 말에 잠깐 침묵하더니 손가락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어제... 버스에서 말이에요. 그냥 날 깨우지 그랬어요.”“아, 영상 봤어요? 곤히 자고 있길래 깨우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설마 그 모습을 누가 찍고 있었을 줄이야. 게다가 그걸 인터넷에 올리기까지... 만약 그 영상이 신경 쓰이면 지금 당장 모든 영상을 내리도록 지시할게요.”강현수는 도촬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예민한 사람이었지만 어제 버스 안에서는 온 신경을 전부 다 임유진에게 쏟는 바람에 주변을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어제 그녀가 버스에서 졸았던 시간은 고작 반 시간 남짓이었지만 강현수에게 그 반 시간은 그 어느 순간보다 더 소중한 시간이었다.심지어 영상을 찍은 사람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주고 싶은 기분이었다.강현수는 영상 속에 찍힌 자신의 얼굴을 보며 이토록 가슴이 따뜻해지고 또 설렘으로 부풀어 올랐던 순간이 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네, 그렇게 주세요.”비록 얼굴 전체가 찍힌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생판 모르는 타인이 자신의 모습이 찍힌 영상을 보고 있다는 건 많이 불쾌한 일이었다.그때 임유진의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가 탁유미라는 것을 확인한 임유진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유진 씨, 혹시 지금 40만 원만 송금해줄 수 있어요? 급하게 쓸 데가 있어서요.”“언니, 혹시 무슨 일 있어요?”탁유미는 평소와 달리 목소리에 힘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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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6화

“고맙다라... 난 너한테서 그런 말이 듣고 싶은 게 아니야...”강현수는 언제나 타인과는 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왔었다. 그 때문에 친구인 이한도 가끔은 그에게 너무 차갑다며 이유 모를 벽이 느껴진다고까지 했었다.하지만 그런 말을 들어도 강현수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쉽게 곁을 허락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그러나 막상 자신이 누군가의 바운더리 밖에서 들어가지 못하자 조바심이 나고 초조해 났다.강현수는 계속해서 임유진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임유진은 좀처럼 그와의 거리를 좁히려고 하지 않았고 일정한 선을 그어 그가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그에게 지어주는 미소도 그저 예의상 짓는 미소일 뿐 큰 의미는 없었다.“대체 어떻게 해야 너랑 더 가까워질 수 있는지 알려줘, 유진아...”...임유진은 헐레벌떡 병원 안으로 들어가 윤이의 이름을 대고 간호사에게서 병실 번호를 들은 다음 다시 발걸음을 돌려 빠르게 거기로 뛰어갔다.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윤이는 이미 곤히 자고 있었다.하지만 평온한 아이 얼굴과는 달리 다리에는 두꺼운 붕대가 감겨 있었고 얼굴에는 멍이 들어있었다.누가 봐도 다른 누군가에게 맞은 얼굴이었다.그리고 병상 바로 옆에는 탁유미의 엄마인 김수영이 빨개진 눈가로 윤이를 바라보고 있었다.임유진은 병상 가까이 다가가 윤이가 깨지 않게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주머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윤이는 괜찮아요?”“왔어요?”김수영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유치원에서 아이들이랑 싸웠어요. 검사는 했고 의사 선생님도 큰 문제는 없대요.”김수영의 말에 임유진은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온순한 성격의 윤이가 누군가와 싸웠다는 게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윤이는 진심으로 누군가를 싫어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그 사람을 무시하는 아이지 손부터 먼저 나갈 아이는 절대 아니었다.“싸운 이유는요?”임유진의 질문에 김수영은 더 크게 한숨을 쉬었다.“유미 때문에요.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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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7화

“언니, 아니면 내가 지영이한테 부탁해서 윤이 유치원 바꿔 달라고 할까요?”임유진이 물었다.지금쯤이면 유치원 전체에 탁유미의 일이 다 퍼졌을 것이고 앞으로 또다시 오늘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임유진은 윤이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이미 벌어진 사실을 바꿀 수 없다면 지금 해야 할 건 윤이의 상황을 바꿔주는 것뿐이다.하지만 임유진의 제안에 탁유미는 대답이 아닌 다른 것을 물었다.“유진 씨, 만약 내가 사건을 뒤집으려고 한다면 결백을 받을 수 있을 확률이 어느 정도 될까요?”임유진은 잠깐 멈칫하다가 이내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30%일 거예요.”그 말에 탁유미는 쓰게 웃었다.고작 30%...이 적은 확률로 정말 사건을 뒤집을 수 있을까?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단 1%라도 사건을 뒤집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탁유미는 그럴 수 없었다.“시간이 꽤 지난 사건이라 당시 언니한테 유리한 증거들이 다 사라졌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뒤집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사건을 다시 자세하게 훑어보고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면 돼요.”임유진은 당시 탁유미의 사건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전에도 생각했던 것이지만 탁유미의 사건은 허술한 구석이 많았고 그 점을 확실하게 찌르면 어쩌면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만약 거기에 새로운 증거까지 생겨나면 사건을 뒤집을 확률이 더더욱 커지게 되고 말이다.“만약 정말 사건을 뒤집으려 하면 기사화되어 사람들이 다 알게 되겠죠? 그러면 그 영향으로 윤이까지 거론될 수 있고요?”임유진은 잠깐 멈칫했다.“그렇게 되는 건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하겠지만... 이경빈 씨가 이름이 알려진 사업가라 막는 것이 쉽지는 않을 거예요.”탁유미는 두 손을 꽉 말아 쥐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나한테 생각할 시간을 줘요.”정말 재심 절차를 밟게 된다면 그때는 꼭 무죄를 받아야 내야 한다. 만약 패소하게 되면 그때는 전 국민이 그녀에게 비난을 쏟아낼 테니까.그리고 그렇게 되면 윤이는 아마 지금보다 더 큰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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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8화

“너는 억울한 피해자야!”김수영이 분개하며 말했다.“죄지은 얼굴을 해야 할 건 네가 아니라 공수진이야! 차라리 이럴 거면 그냥 재심 청구해. 유진 씨도 확률이 30%는 된다잖아.”탁유미는 그 말에 그저 가만히 윤이만 바라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한참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엄마, 내가 지금 좀 많이 피곤해서요. 윤이 옆에는 엄마가 대신 있어 줘요. 나는 이만 쉬러 갈게요.”김수영은 그 말에 조금 의아했다.탁유미라면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윤이 옆에 있어 주려 했을 테니까.하지만 이내 요즘 포장마차 때문에 낮과 밤이 거의 바뀐 것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기도 해 김수영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제대로 자지도 못했을 텐데 빨리 돌아가서 쉬어.”“네, 내일 아침에 다시 올게요.”탁유미는 가방을 챙겨 병실을 나왔다.하지만 병원에서 나온 후 그녀는 집 방향이 아닌 반대편으로 걸어가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탁유미예요. 윤이 일로 이경빈이랑 할 얘기가 있어요. 연락처를 알려주는 게 불편하시면 제가 만나고 싶어 한다고 대신 전해주세요. 꼭 오늘 만나야 해요.”그녀가 건 번호는 양육권 소송 때문에 고용된 이경빈 쪽 변호사의 번호였다.전에 소장을 받았을 때 이경빈 변호사의 명함도 같이 동봉되어 있었다.“네, 알겠습니다. 금방 다시 연락 드리죠.”변호사는 정중하게 얘기를 건넨 후 전화를 끊었다.탁유미는 버스 정류장에 서서 버스가 한 대 한 대 앞으로 지나가는 것을 텅 빈 눈으로 바라보았다.10월의 찬 바람이 매섭게 불며 그녀의 볼을 스쳐 지나갔다.그렇게 5분 정도 지나자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건 사람은 아까 그 변호사였다.“이경빈 씨께서 알겠다고 하셨습니다.”변호사는 이경빈이 있는 호텔 이름을 알려주며 거기로 가면 된다고 얘기했다.반 시간 후, 탁유미는 택시를 타고 호텔 앞에 도착했다.이곳은 S 시에서 꽤 이름 있는 호텔이고 지난번 이경빈이 그녀를 데리고 왔던 곳이기도 했다.그리고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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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9화

탁유미는 이를 꽉 깨문채 방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이경빈은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탁자 위에 있는 커피를 마셨다.“그래서, 할 얘기가 뭔데? 설마 양육권 포기해달라고 부탁하러 온 건 아니지?”탁유미는 그와 시선을 마주치며 말했다.“부탁하면 포기해 줄 거야? 윤이만 포기해주면 뭐든 다 할게.”“뭐든 다 하겠다고?”“응.”“네가 지금 나한테 뭘 해줄 수 있는데?”이경빈이 콧방귀를 뀌며 물었다.“불임이 되어버린 수진이한테 아이라도 낳아주게? 하지만 그것도 윤이를 데려오면 해결되는 문제야. 그런데 네가 이 상황에서 뭘 더 할 수 있는데?”탁유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지금의 그녀는 그에게 자비를 요구할 명분도 없었고 조건을 내밀 처지도 되지 않았다.탁유미는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너 아직 나 원망하잖아. 우리 아빠가 그때 너희 집안을 벼랑 끝으로 내몬 것 때문에. 네가 나한테 접근한 것도 나한테 복수하려고 했던 거 아니야? 아직 복수 다 못한 거면 지금 해. 때리든 뭘 하든 뭐든 받아줄 테니까.”그녀는 윤이만 옆에 둘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윤이는 그녀에게 정신적 지주자 다 꺼져가는 생명에 불을 밝혀준 유일한 숨구멍이니까.이경빈은 탁유미를 차가운 눈길로 바라보았다.그의 집안은 그때 탁유미의 아버지 때문에 하마터면 하루아침에 쫄딱 망할 뻔했다.결과적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지만 이경빈은 그녀의 아버지를 증오하고 또 증오했다. 그래서 성인이 되고 바로 복수하려고 찾아갔었다.하지만 그가 찾아갔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탁유미의 아버지는 이미 10년 전에 돌아가셨으니까.결국 복수 대상을 잃은 이경빈은 모든 원망과 분노를 탁유미에게로 돌렸다.하지만 그녀와 연애하는 것으로 시작했던 복수는 마지막이 그렇게 통쾌하지 않았다.이경빈은 차라리 그때 연애가 아닌 다른 방법을 택했으면 지금쯤 복수고 뭐고 다 잊고 탁유미라는 여자도 진작에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복수? 그럼 윤이를 네 옆에서 강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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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0화

너라는 존재는 이제 나한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는 것처럼 말이다.탁유미는 이경빈의 말에 마음이 아파 났다. 그라는 사람을 내려놓은 지 오라지만, 더 이상 그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없지만 그럼에도 범죄자라는 입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가슴이 미어졌다.“나는 공수진을 계단에서 밀지 않았어. 계단에서 멋대로 구른 건 공수진이야. 내 말 좀 믿어주면 안 돼...?”탁유미는 그에게 믿어달라고 애원했다.이경빈이 자신을 믿어주기를, 자신을 범죄자로 보지 말아주기를 빌었다.물론 이경빈이 믿든 믿지 않든 그녀가 감옥살이한 사실은 변하지 않고 법적으로 전과자가 되었다는 사실도 변하지 않는다.하지만 탁유미는 그 사실이 윤이에게 상처로 돌아갈까 봐 무서웠다.이경빈은 그녀의 말에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지었다.“믿어달라고? 너를? 탁유미, 너는 정말 양심이라는 게 없어? 수진이는 너 때문에 아이를 잃었고 평생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어! 그런데 한다는 말이 뭐? 너를 믿어달라고? 가슴에 손을 얹고 네 스스로에게 물어봐. 지금 네가 그런 말을 입에 올리는 게 맞는지!”“정말 내가 한 거 아니야.”탁유미는 이경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이경빈, 눈에 보이는 게 꼭 진실은 아니야.”“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 그날 내가 봤던 장면이 다 거짓이라는 거야? 그래서 내가 한 증언도 거짓이고?”이경빈이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탁유미는 그런 그를 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사실 그녀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지금이 처음이 아니다. 5년 전 공수진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직후 탁유미는 바로 그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사실대로 얘기했다.하지만 그는 그녀를 벌레 보듯 쳐다보며 아예 귀를 닫아버렸다.그리고 지금도 역시 그는 변한 것이 없다. 그는 여전히 탁유미의 말을 믿지 않고 있다.하긴 그에게 있어 그녀는 언제나 원수의 딸일 뿐이었으니 믿어달라고 하는 게 오히려 멍청한 짓일 지도 모른다.하지만...“나는 누군가를 해쳐본 적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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