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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0화

너라는 존재는 이제 나한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는 것처럼 말이다.

탁유미는 이경빈의 말에 마음이 아파 났다. 그라는 사람을 내려놓은 지 오라지만, 더 이상 그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없지만 그럼에도 범죄자라는 입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가슴이 미어졌다.

“나는 공수진을 계단에서 밀지 않았어. 계단에서 멋대로 구른 건 공수진이야. 내 말 좀 믿어주면 안 돼...?”

탁유미는 그에게 믿어달라고 애원했다.

이경빈이 자신을 믿어주기를, 자신을 범죄자로 보지 말아주기를 빌었다.

물론 이경빈이 믿든 믿지 않든 그녀가 감옥살이한 사실은 변하지 않고 법적으로 전과자가 되었다는 사실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탁유미는 그 사실이 윤이에게 상처로 돌아갈까 봐 무서웠다.

이경빈은 그녀의 말에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지었다.

“믿어달라고? 너를? 탁유미, 너는 정말 양심이라는 게 없어? 수진이는 너 때문에 아이를 잃었고 평생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어! 그런데 한다는 말이 뭐? 너를 믿어달라고? 가슴에 손을 얹고 네 스스로에게 물어봐. 지금 네가 그런 말을 입에 올리는 게 맞는지!”

“정말 내가 한 거 아니야.”

탁유미는 이경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경빈, 눈에 보이는 게 꼭 진실은 아니야.”

“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 그날 내가 봤던 장면이 다 거짓이라는 거야? 그래서 내가 한 증언도 거짓이고?”

이경빈이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

탁유미는 그런 그를 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사실 그녀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지금이 처음이 아니다. 5년 전 공수진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직후 탁유미는 바로 그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사실대로 얘기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벌레 보듯 쳐다보며 아예 귀를 닫아버렸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 그는 변한 것이 없다. 그는 여전히 탁유미의 말을 믿지 않고 있다.

하긴 그에게 있어 그녀는 언제나 원수의 딸일 뿐이었으니 믿어달라고 하는 게 오히려 멍청한 짓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를 해쳐본 적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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