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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3화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지금 몸으로 양육권을 가지려고 하고 있다.

대체 언제부터 이딴 제안을 스스럼없이 하게 된 거지?

이경빈은 잔뜩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좋아. 네가 지금 당장 여기서 옷을 벗으면 생각해 볼게.”

그가 이런 말을 한 건 단지 그녀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탁유미는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다시 차분한 얼굴로 돌아와서는 알겠다고 한 뒤 바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에 이경빈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분노를 터트렸다.

“너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알아.”

탁유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이경빈이 단지 자신을 욕보이기 위해 이런 제안을 한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말이 모두 진짜가 아니라고 해도 그녀는 너무 간절했다.

그래서 그가 변심이라도 할까 봐 손을 더 바쁘게 움직였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으니까.

이경빈은 그녀의 행동에 주먹을 꽉 말아쥐더니 이내 탁유미의 팔을 잡고 거세게 밖으로 내보냈다.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널 안을 생각 따위 없으니까!”

말을 마친 그는 문을 부술 듯이 세게 닫았다.

탁유미는 꽉 닫힌 문을 보며 쓰게 웃었다.

오늘 그녀는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 아니, 치욕감만 잔뜩 얻었다.

이미 충분히 많은 걸 잃었는데 이제는 아이마저 잃어야 하는 것일까?

탁유미는 지금 억울하게 누명 쓴 사건의 재심도 양육권 분쟁도 그 어느 하나 진행하기 무서웠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윤이가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게 되면 진 거나 다름없으니까.

청각장애라는 이유로 이미 차별대우를 받고 산 아이에게 여기서 더 큰 상처를 줄 수는 없었다.

탁유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터덜터덜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이경빈은 문에 기댄 채 실성한 듯 웃었다.

“하하... 하하하...”

그는 스스로도 왜 이렇게 마음이 복잡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겠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왜 아직도 탁유미만 보면 분노든 뭐든 마음에 파도가 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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