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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5화

탁유미가 병실로 돌아온 후 임유진과 한지영은 그녀와 얼마간 더 대화를 나누다 슬슬 몸을 일으켰다.

병실을 나선 후, 한지영은 조금 놀란 얼굴로 말했다.

“솔직히 윤이가 싸울 줄은 몰랐어.”

한지영이 아는 윤이는 조용하고 부끄럼이 많으며 가끔 장난을 치면 금세 볼이 빨개지던 순진무구한 아이였으니까.

“누구라도 건드리면 안 되는 게 있는 거야. 윤이한테는 그게 유미 언니고.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아마 겁먹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야.”

임유진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윤이는 아이치고는 생각보다 멘탈이 단단했고 청각장애를 앓고 있기 때문인지 또래 아이들보다 인내심도 강하고 스트레스에도 강했다.

인공와우를 장착하고 단기간에 말을 잘 할 수 있었던 것도 물론 선천적으로 머리가 똑똑한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홀로 계속 노력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쉽게 이성을 잃지 않지만 한번 이성을 잃으면 집요하고 끝까지 간다.

임유진은 윤이에게 맞은 아이는 윤이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건 그래.”

두 사람은 말을 하며 병원 주차장으로 향했다.

“데려다줄게. 타.”

“그래.”

한지영은 임유진을 태운 후 서서히 시동을 걸었다.

“참, 너 강현수 씨랑은 어떻게 됐어? 아직도 그냥 친구야?”

한지영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뭐 어떻게 될 게 있나... 하지만 그냥 친구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해.”

임유진은 한지영의 앞에서는 모든 걸 술술 털어놓았다.

“강현수가 나한테 좋은 감정을 품고 있는 건 알아.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누구랑 연애하고 싶은 생각 없어. 그래서 거절했는데... 큰 효과는 없었던 것 같아. 다음번에 만나면 조금 더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연애할 생각이 없다고? 유진아, 너 설마 강지혁 때문에 네 앞으로의 남자들을 모조리 다 쳐낼 생각이야?”

한지영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너 그 생각 당장 버려. 그리고 강지혁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나. 그래서 보란 듯이 강지혁을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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