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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1화

이경빈은 탁유미에게 네 두 눈은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하며 이제껏 봐왔던 사람 중에서 그녀의 제일 예쁜 눈이라고 항상 얘기했었다.

심지어 그는 잠자리를 가질 때도 탁유미의 눈가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매만지곤 했었다.

그리고 탁유미는 그가 그럴 때마다 자신의 눈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누구보다 그녀의 눈을 좋아했던 이경빈이 그녀에게 스스로 그 눈을 찌르라고 하고 있다.

탁유미는 천천히 눈을 뜬 후 고개를 들어 이경빈을 바라보았다.

이경빈은 그녀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거리가 가까운 탓인지 어쩐지 사귀던 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다시 사랑하게 될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이경빈은 전처럼 그녀의 허리를 다정하게 감지 않을 테고 그녀 역시 두 손을 뻗어 그의 목을 감싸며 애교를 부리지 않을 테니까.

탁유미는 미친 듯이 사랑하고 또 미친 듯이 원망했던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잘생겼다. 이런데 어떻게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 얼굴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순간 탁유미는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병실에 있을 때 윤이 얼굴을 조금 더 많이 봐둘 걸 그랬다며 쓰게 웃었다.

“할게.”

탁유미는 다시 차분한 얼굴로 돌아와 담담하게 두 글자를 내뱉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오른손을 들어 검지를 쫙 핀 채 눈을 향해 가져갔다.

이경빈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눈을 크게 뜨고는 거의 본능적으로 그녀의 오른손을 덥석 잡았다. 순간 심장이 그대로 멈춰버리는 줄 알았다.

그리고 그는 오른손이 묶여버린 탁유미가 왼손을 쓰게 될까 봐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그녀의 왼손도 꽉 잡았다.

탁유미의 두 눈은... 생채기 하나 없이 모두 멀쩡하다.

이경빈은 그녀의 두 눈을 확인하고는 가장 먼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빠르게 반응한 자신의 두 손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만약 1초라도 더 늦었으면 탁유미의 눈에서는 지금쯤 피가 철철 흘러나왔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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