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신의 귀환의 모든 챕터: 챕터 1281 - 챕터 1290

1562 챕터

제1281화

무너져가는 동굴,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떨어지는 돌에 맞아 다치기 시작했다. “멈춰!”천면현이 손을 들어 올리며 휴전의 신호를 보냈다. “갑자기 왜요?”한참 싸움에 열중하던 와중에 갑자기 중단되자 염구준은 심기가 불편했다. “장소가 너무 좁아서 제대로 싸울 수 없어. 밖으로 나가자.”천면현이 상황을 설명했다. 그제야 염구준의 눈에도 주변의 광경이 들어왔다. 천면 가문 사람들 몇몇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싸움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주변을 미처 신경쓰지 못했다. “그래요.”염구준이 대답했다.“아버지, 그만 싸우세요. 사실은….”두 사람이 멈춘 틈을 타 천면휘가 다급히 끼어들었다. 하지만 풍덩, 두 사람은 듣지도 않고 물속에 뛰어들더니, 빠르게 밖으로 헤엄쳐 나갔다. 천면휘는 이번에도 입 한 번 제대로 못 열어보고 무시당했다. 그는 점점 조초해졌다. 두 사람 모두 무시무시한 강자, 승자가 있으면 반드시 패자가 있게 된다. 누구든 크게 다치게 된다는 뜻이었다. 이건 좋지 않았다. 천면휘가 다급히 사람들에게 외쳤다.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 다들 밖으로 나가!”천면도, 얕은 모래사장 위에 염구준과 천면현이 서로 마주 서 있었다. “젊은이, 여긴 호수가라 물속성을 가진 내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건 알고 있겠지?”천면현이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불을 제압할 수 있는 속성인 물, 물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상관없어요. 싸움터는 제 선택이 아니었지만, 길고 가는 거는 대봐야 아는 법이죠.”염구준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상대가 강할수록 그는 더 흥분되고 전투력이 불타올랐다.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건방지긴!”천면현이 물의 기운이 가득 담긴 분노의 발차기를 날렸다. 그러자 투명한 물줄기가 공중에서 화살처럼 변하며 강력한 기운을 담긴 채 발사되었다. 전투는 시기와 장소도 중요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건 실력이었다. 하지만 천면현은 이를 망각하고 시기와 장소만 따져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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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2화

“에잇! 이판사판이다!”천면현은 위기감을 느꼈다. 이대로 방어만 하다가 진짜 공격다운 공격 한번 하지 못하고 당할 것 같았다. 그는 방어를 포기하고 부상을 입는 한이 있더라도 반격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실책이었다. 염구준은 그가 방어를 포기한 순간, 전보다도 더 매서운 공격을 연달아 날리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천면현은 반격은커녕 주먹에 맞아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노쇠한 데다가 부상까지 입자 그는 더 이상 전투가 불가능해졌다.“쿨럭, 쿨럭. 내가 졌다. 원하는 대로 해.”부상을 입은 천면현이 피를 토하며 항복했다. 애송이라고 생각했건만, 상대는 자신의 실력보다 훨씬 강한 강자였다. 거기에 불굴의 의지까지, 염구준은 자신과 비등하거나 강한 상대일수록 더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정말 사람 질리게 하는 상대였다.“수고하셨습니다.”염구준이 두 손을 모아 천면현을 향해 포권을 했다. 사실 그도 혼신의 공격을 연달아 날리면서 옅은 내상을 입은 상대였다. 천면현은 생각 이상으로 강자였고,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직 충분히 더 싸울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아버지, 괜찮으세요?”천면현이 주먹을 맞고 날아가는 것을 본 천면휘가 다급히 다가가며 상태를 살폈다.“몇 군데 다치긴 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야. 하지만 끝까지 우리 일족을 지키지 못한 것은 많이 아쉽구나.”천면현이 서글픈 얼굴로 말했다.“아버지, 저 분은 적이 아니에요!”그렇게 천면휘는 간단히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아버지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점점 더 안색이 어두워지는 천면현, 얘기가 끝날 때쯤 되니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멍청한 놈! 왜 진작에 말하지 않고 이 사단을 만들어!” 천면현은 참지 못하고 아들의 뒤통수를 후려 갈겼다. 미리 말했더라면 싸우지도 않고, 망신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천면휘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당연히 바로 말하려고 했죠. 그런데 아버지가 기회를 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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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3화

“에이, 허락한 걸로 알고 앉을게요.”천면항이 뻔뻔한 얼굴로 말하며 수안이 식사하고 있는 테이블에 합석했다. 그는 사랑에 빠졌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짝사랑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끈질긴 태도는 수안의 혐오만을 부추길 뿐이었다. “밥 맛 떨어지게, 무슨 짓이야?”수안은 애써 천면항을 쥐어 패고 싶은 마음을 잠재우며 자리에서 일어나 염구준이 있는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괜히 여기서 소란을 피웠다가 애꿎은 염구준에게 피해가 갈까 봐 신경쓰였기 때문이다. 계속 거절당하자 화난 천면항은 모든 분노를 염구준에게 돌렸다. “거기, 도전이요!”천면항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염구준을 향해 소리쳤다.연회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뒤,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하하, 천면항, 장난해?”“노족장님도 못 이기셨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취했으면 얼른 집에 돌아가, 창피 당하지 말고.”염구준에게 도전하다니, 모두가 어이없어 했다. 천면휘도 나서 꾸짖었다.“천면항, 염 선생님 덕분에 목숨을 구한 녀석이, 그만해.”“겁먹었습니까?”하지만 천면항은 들은 체도 안 하고 더 강하게 도발했다.“그래? 뭐로 도전할 생각인데?”염구준이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물었다. 치기어린 소년의 도전에 나름 흥미가 일었기 때문이다.“술이요!”천면항이 아주 자신만만한 얼굴로 도전 종목을 말했다. 이건 그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였다. 천면도에서 아직까지 술로 그를 이긴 사람이 없었다. 염구준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왜요? 자신 없어요?”그 반응에 천면항은 순간 발끈해 또다시 염구준을 자극했다.“자신? 너나 조심해. 정말 골로 갈 수 있어.”염구준의 주량은 전신전에서도 최고였다. 심지어 그는 여태껏 진심으로 취했던 적도 없었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도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모처럼 재미있는 볼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술 가져와!”천면항이 손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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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4화

수안이 한쪽 손으로 입을 가리며 나지막이 비웃었다. 안 그래도 자꾸만 질척거려 잔뜩 짜증이 난 상태였다. 그런데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인과응보, 꼴 좋다고 생각했다.작은 소동이 지나간 뒤, 사람들은 다시 연회에 집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염구준도 함께 시간을 조금 더 보낸 뒤, 쉬겠다는 핑계로 마련된 숙소로 돌아가 손가을과 통화를 했다. 염희주가 독에서 자유로워진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항상 마음속 어딘가 불안했다.천면도, 동쪽 호수가.새벽이 되자 하늘이 살짝 희끄무레해지며 겨우 사물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노족장님, 정말 여기에 그게 있습니까?”염구준이 고요한 호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동쪽 호수가엔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 하나가 전해진다. 이곳엔 매우 오래된 암석이있는데, 거기에 들어간 사람 모두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살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방심하면 안 됩니다.”천면현은 염구준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길 바랐다.그 사이, 조금씩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때가 왔다. “준비해!”천면현이 지시를 내리자 사람들이 무언가를 꺼내 조립하기 시작했다. 해가 점차 떠오르며 천면도를 밝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빛을 받은 호수 표면에 소용돌이가 생기며 요란한 마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건 도무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바다도 아닌 잠잠한 호수가에 해가 떴다는 것만으로 어떻게 갑자기 소용돌이가 생긴단 말인가?곧이어 소용돌이 안에 글씨가 새겨진 돌무더기 몇 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 자리하고 있는 한 평정도 되어 보이는 돌 단상. 이것이 오늘의 목표였다. 돌 단상 위로 파여 있는 홈, 거기에 이 시기마다 물방울 모양의 구체가 맺혔다. 사람들은 이 신비한 구체를 새벽이슬이라 불렀다. 그리고 바로 전괴를 치료하는데 쓰이는 약재 재료 중 가장 얻기 어려운 하나였다. “빨리, 움직여!”천면현이 소리치며 현장을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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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5화

염구준이 손을 들어올리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렇게 몇 걸음을 들어갔을까, 생각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다 소문이 과장된 거라며 여기며 염구준은 더 안으로 쑥쑥 들어갔다. 그런데 이때, 그르렁하고 웅장한 울음소리와 함께 커다란 용이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났다. 용이라니? 전날 밤 먹었던 술이 아직 안 깬 것인가? 염구준은 눈을 비비며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의심했다. 하지만 몇 번을 다시 보아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용이 입을 쩍하고 벌리며 그를 향해 번개를 내뿜었다. 염구준도 이런 전설 속 생물은 처음이었기에, 공격을 일단 피하기로 했다. 그러자 좀 전에 그가 서 있던 곳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며 사방으로 돌무리가 뿌려졌다. 단 한 번의 공격이었지만, 그 위력은 정말 상상 초월이었다. 반면, 호수가에서 그의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의아했다.“왜 저기에 멀뚱히 서 계시지? 햇볕을 쐬나?”“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분명 뭔가 문제가 생긴 걸 거야.”천면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뭔가 잘못 됐음을 직감했다. 비록 고서에 적힌 것이 없어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었지만, 이유 없이 저렇게 멀뚱히 서 있을 리가 없었다.“제가 돕고 올게요!”두 사람의 말을 들고 있던 수안이 당장이라도 염구준을 뒤따라갈 듯 자세를 취했다.“잠깐만!”천면현이 전에 겪었던 것을 떠올리며 재빠르게 그녀를 막았다.“염 선생도 해결 못하는 일이라면, 당신이 나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방해가 되면 됐지.”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결국 수안은 이를 악문 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염구준은 용과 아주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용은 확실히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피하는 건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염구준은 용기를 내 용과 정면으로 맞서기로 마음먹었다. 상대가 누구든, 무엇이든, 이기면 그만이었다.용이 또다시 입을 벌리며 벼락을 뿜어댔다. 염구준도 몸속에서 기운을 끌어올리며 그것을 최대한 무력화시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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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6화

시간이 지나자, 점점 마음이 조급해진 수안은 몇 번이고 돌무더기 속으로 뛰어들 뻔했다. 하지만 매번 천면현이 막아 어쩔 수 없이 호수가에서 목소리 높여 염구준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나 괜찮아!”염구준이 손을 들어올리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런 다음 빠르게 다시 새벽이슬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곳은 오래 머물 곳이 못 됐다. 최대한 빨리 떠나야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목적을 쉽게 이룰 수 없었다. 또다시 환영이 나타나 염구준을 괴롭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를 공격하는 건 용뿐만이 아니었다. 온갖 전설적 동물, 옛날 적들, 그의 마음속에 있던 모든 것들이 환영으로 튀어나왔다. 만약 아무런 자각이 없었다면 정말 정처 없이 이 환영들에 휘둘렸을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은 이것이 이미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던 터라, 그리 힘들지 않았다. 이때, 갑자기 쉭쉭 뱀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손가락 세 마디 정도 되는 굵기의 뱀 두개가 화살처럼 그를 향해 쏟아져 나왔다. ‘이건 환각이 아니야!’본능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면서 염구준은 위협이 느껴졌다. 염구준은 망설임없이 기운을 흘려 내보내며 검은 뱀을 폭파시켰다. 터져 나오는 핏방울들을 느끼며 염구준은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아차렸다. 이곳은 실제와 허구가 섞여 있는 공간, 점점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어려워졌다. 염구준은 주저하지 않고 현실을 자각한 순간을 이용해 바닥에 떨어져 있던 도자기 용기에 빠르게 새벽 이슬을 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손에 새벽이슬이 닿는 순간 그동안 겪었던 모든 환상이 사라지며 정신이 맑아졌다. 놀라운 감각에 염구준이 감탄하고 있던 순간, 갑자기 호수가 요동치며 슬슬 잠기려는 기색을 비쳤다. 물건을 얻었으니, 그는 지체하지 않고 빠르게 돌무더기를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두 걸음 내딛지도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퇴로가 막혀버렸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수많은 뱀들이 빽빽히 돌무더기 주변을 채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쏟아져 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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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7화

위기가 지나가자, 천면현은 감탄하며 염구준을 바라봤다. “하하, 염 선생은 참 신기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정말 저 금지 구역에서 살아 돌아올 줄이야, 정말 놀랍네요!”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했지만, 지금까지 저기에 발을 들여놓고도 살아 돌아온 사람은 염구준이 처음이었다.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염구준은 그의 반응에도 매우 덤덤했다. 오히려 새벽이슬이 담긴 도자기 용기를 꺼내며 천면현을 재촉했다.“물건을 가져왔으니, 얼른 전괴 치료하는 약을 만들어주세요.”“그건….”천면현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흐렸다. “설마 또 뭐 있습니까?”그의 반응을 본 염구준이 목소리를 내리깔며 물었다. 이것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얘기해서 이 고생을 하며 가지고 왔는데, 이제 와서 또 머뭇거리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오해 마세요. 필요한 재료는 이게 다인 건 맞습니다. 제조법도 저한테 있고요. 하지만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선 이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합니다.”염구준의 표정에 천면현이 얼른 해명을 덧붙였다. “그럼 빨리 움직이시죠. 여기서 시간 끌지 마시고.”염구준은 얼른 이 일을 해결하고 또다른 전설속 생물인 머리 두 개짜리 뱀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그들은 호숫가에 있는 시장으로 행했다. “어이, 아줌마. 얼른 이 물건들 치우고 썩 꺼지지 못해?”볶음밥 노점 앞, 어디서 공연이라도 한 듯 화려한 머리와 화장을 한, 충격적인 모습을 가진 남자 세명이 다가왔다. “총각들, 얌전히 장사하고 있는 사람한테 왜 이래? 내가 언제 그쪽한테 피해를 끼쳤어?”노점 주인인 아주머니가 계속해서 볶음밥을 만들어내며 대꾸했다.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연약한 아주머니였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남자들에게 겁먹은 기색이 없었다. “피해? 지금 말 다 했어?”“사람이 친절하게 구니, 호구로 아네? 어이, 아줌마! 가게 완전히 접고 싶어? 험하게 다뤄줘?”세명 중 빨간 머리를 한 남자가 앞으로 나오더니, 위협적으로 노점을 쾅쾅 내리치며 말했다.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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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8화

“뭘 봐? 눈알 뽑아버리기 전에 꺼져!”빨강머리 남자가 주변 사람들을 쏘아보며 위협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하나 둘 고개를 돌리며 자기들끼리 수근거렸다. 이들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두려움이 더 컸다.“가자, 가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보기에 저래도 뒷배가 있는 사람들이야. 우리는 상대가 안 돼.”“가자, 괜히 끼어들었다가 우리만 낭패 볼 수 있어.”빨강 머리 남자의 위협에 뿔뿔이 흩어지는 사람들. 남자는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자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때, 어디선가 훤칠하게 생긴 한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혹시 이나라 님 맞으신가요?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아주머니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주름진 얼굴로 대답했다. “말씀하세요. 노족장님과 오신 분인데, 무엇이든 도와드릴게요.”아주머니의 대답을 들은 염구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호의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면현과 대화할 때 무뚝뚝했던 말투는 다른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염구준이 공손히 손을 모으며 예의를 표했다.“똥폼 잡기는, 우리는 안중에도 없다 이 거야?”빨강 머리 남자가 비꼬며 말했다. 여긴 천면 가문이 별로 활동하지 않는 곳이라, 이들은 천면현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음 바꾸기 전에 꺼져.”염구준이 한숨을 내쉬며 귀찮은 듯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벌레보다 하찮은 놈 때문에 괜히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뭐라고? 감히…!”빨강 머리 남자가 막 말을 꺼내려던 찰나, 갑자기 고개가 돌아가며 강한 고통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 것이다. 그는 코와 입으로 피를 뿜으며 옆으로 날아갔다. 정말 반응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빨강 머리 남자가 나가 떨어지자, 옆에 있던 두 남자가 허겁지겁 부축하려 다가왔다. 하지만 이들도 눈 깜빡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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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9화

“이나라, 나 들어간다!”천면현이 큰소리치며 공방 안으로 들어섰다.끼익, 나무 문이 열렸다 닫혔다. 곧이어 두 사람의 친밀한 대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나라, 이게 얼마 만이야? 미모는 예전하구나.”“천면현,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썩 꺼져!”두 사람은 평범한 관계가 아닌 것 같았다. 과연 천면도를 나올 때 천면휘가 함께 나오지 못하도록 말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염구준과는 상관없는 일, 그는 한쪽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조용히 약이 완성되길 기다렸다. 그렇게 밤이 되었고, 주변에 있던 불들이 하나둘 꺼지면서 고요함이 찾아왔다. 쓱쓱, 이때 어디선가 수상한 움직임 소리가 들려왔다. 염구준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정말 쥐가 있었네?”멀지 않은 곳에 검은 그림자 열댓 개가 스르륵하고 나타났다.“대장, 정문에 누가 있는 것 같은데, 오늘도 움직입니까?”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인물 옆에 있던 한 남자가 물었다. 대장은 잠시 고민에 빠졌으나, 이내 결심한 듯 단호히 말했다.“더는 못 미뤄. 이미 상부에서 몇 번 독촉장이 내려왔어. 오늘 밤, 성공하지 못한다면 우린 모두 죽은 목숨이다. 저 남자를 밖으로 유인해.”그는 매우 신중했다. 오늘은 절대로 예상밖의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날이었다. 그러자 한 남자가 기척을 대놓고 드러낸 채 염구준을 향해 다가갔다. 유인하려면 일단 들켜야 했기 때문이다. ‘재밌군!’나타난 것은 열댓 명인데, 혼자만 인기척을 드러냈다? 뻔한 의도에 염구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맺혔다. “누구야?”그는 일단 상대의 장단에 맞춰 주기로 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앗, 이런! 들켰어!”그러자 남자가 과장되게 놀라며 어딘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한편, 염구준은 그 모습을 보며 어처구니가 없었다. 연기를 할 거면 제대로 할 것이지, 발연기도 이런 발연기가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빠르게 어둠속에서 사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대장은 매우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일이 생각보다 순조로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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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0화

하지만 염구준 앞에선 이들은 그저 약자에 불과했다. 열댓 명이나 되는 검은 인영들이 동시에 땅을 박차고 지붕 위에 있는 염구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약해 빠진 것들!”염구준이 전혀 긴장감이 없는 목소리로 코웃음 쳤다. 그의 몸이 번쩍하고 사라졌다가 나타난 순간, 뛰어오른 검은 인영들 모두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대장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너, 너 도대체 뭐야?”“그러는 넌, 천무산 쪽 사람인가?”염구준은 이들의 움직임 속에서 단번에 정체를 알아차렸다. “맞아. 난 천무산 소속이다. 그러니 천무산 이름을 봐서라도 살려다오!”자신이 앞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대장이 다짜고짜 염구준에게 빌었다. “천무산 사람이라면, 더더욱 살아서 나갈 수 없지.”염구준이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단번에 대장의 목을 따버렸다. 천무산 사람을 볼 때마다 그는 독에 당한 딸이 떠올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언젠가 반드시 천무산 전체를 불살라 버리리라! 하지만 일단 지금 당장 급한 건 치료제가 될 수 있는 전설의 뱀을 찾는 것이었다. 적들을 모두 처치하고 나니, 밤은 다시 고요해졌다. 염구준은 날이 밝아질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조용히 집을 지켰다. 이때 공방의 문이 열리며 아주머니와 함께 천면현이 나왔다. 다들 모두 굉장히 지친 얼굴이었다.“여기, 원하던 물건입니다. 혹시나 해서 두 개 만들었지만, 하나만 복용해도 충분히 전괴를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아주머니가 떨리는 손으로 약이 담긴 나무 상자를 염구준에게 건넸다.“감사합니다. 보답을 해드리고 싶은데, 뭐 필요하신 거 없나요?”염구준은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었다. “괜찮습니다. 이 일에 대한 대가는 천면현한테 받을 거예요.”아주머니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염구준의 시선이 천면현에게 향했다. 노인이 이렇게까지 해줄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전괴의 치료약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큰 비용이 들었을 텐데, 아주머니의 보상까지 직접 하겠다고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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