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봐? 눈알 뽑아버리기 전에 꺼져!”빨강머리 남자가 주변 사람들을 쏘아보며 위협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하나 둘 고개를 돌리며 자기들끼리 수근거렸다. 이들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두려움이 더 컸다.“가자, 가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보기에 저래도 뒷배가 있는 사람들이야. 우리는 상대가 안 돼.”“가자, 괜히 끼어들었다가 우리만 낭패 볼 수 있어.”빨강 머리 남자의 위협에 뿔뿔이 흩어지는 사람들. 남자는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자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때, 어디선가 훤칠하게 생긴 한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혹시 이나라 님 맞으신가요?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아주머니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주름진 얼굴로 대답했다. “말씀하세요. 노족장님과 오신 분인데, 무엇이든 도와드릴게요.”아주머니의 대답을 들은 염구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호의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면현과 대화할 때 무뚝뚝했던 말투는 다른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염구준이 공손히 손을 모으며 예의를 표했다.“똥폼 잡기는, 우리는 안중에도 없다 이 거야?”빨강 머리 남자가 비꼬며 말했다. 여긴 천면 가문이 별로 활동하지 않는 곳이라, 이들은 천면현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음 바꾸기 전에 꺼져.”염구준이 한숨을 내쉬며 귀찮은 듯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벌레보다 하찮은 놈 때문에 괜히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뭐라고? 감히…!”빨강 머리 남자가 막 말을 꺼내려던 찰나, 갑자기 고개가 돌아가며 강한 고통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 것이다. 그는 코와 입으로 피를 뿜으며 옆으로 날아갔다. 정말 반응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빨강 머리 남자가 나가 떨어지자, 옆에 있던 두 남자가 허겁지겁 부축하려 다가왔다. 하지만 이들도 눈 깜빡할
“이나라, 나 들어간다!”천면현이 큰소리치며 공방 안으로 들어섰다.끼익, 나무 문이 열렸다 닫혔다. 곧이어 두 사람의 친밀한 대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나라, 이게 얼마 만이야? 미모는 예전하구나.”“천면현,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썩 꺼져!”두 사람은 평범한 관계가 아닌 것 같았다. 과연 천면도를 나올 때 천면휘가 함께 나오지 못하도록 말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염구준과는 상관없는 일, 그는 한쪽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조용히 약이 완성되길 기다렸다. 그렇게 밤이 되었고, 주변에 있던 불들이 하나둘 꺼지면서 고요함이 찾아왔다. 쓱쓱, 이때 어디선가 수상한 움직임 소리가 들려왔다. 염구준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정말 쥐가 있었네?”멀지 않은 곳에 검은 그림자 열댓 개가 스르륵하고 나타났다.“대장, 정문에 누가 있는 것 같은데, 오늘도 움직입니까?”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인물 옆에 있던 한 남자가 물었다. 대장은 잠시 고민에 빠졌으나, 이내 결심한 듯 단호히 말했다.“더는 못 미뤄. 이미 상부에서 몇 번 독촉장이 내려왔어. 오늘 밤, 성공하지 못한다면 우린 모두 죽은 목숨이다. 저 남자를 밖으로 유인해.”그는 매우 신중했다. 오늘은 절대로 예상밖의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날이었다. 그러자 한 남자가 기척을 대놓고 드러낸 채 염구준을 향해 다가갔다. 유인하려면 일단 들켜야 했기 때문이다. ‘재밌군!’나타난 것은 열댓 명인데, 혼자만 인기척을 드러냈다? 뻔한 의도에 염구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맺혔다. “누구야?”그는 일단 상대의 장단에 맞춰 주기로 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앗, 이런! 들켰어!”그러자 남자가 과장되게 놀라며 어딘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한편, 염구준은 그 모습을 보며 어처구니가 없었다. 연기를 할 거면 제대로 할 것이지, 발연기도 이런 발연기가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빠르게 어둠속에서 사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대장은 매우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일이 생각보다 순조로웠기
하지만 염구준 앞에선 이들은 그저 약자에 불과했다. 열댓 명이나 되는 검은 인영들이 동시에 땅을 박차고 지붕 위에 있는 염구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약해 빠진 것들!”염구준이 전혀 긴장감이 없는 목소리로 코웃음 쳤다. 그의 몸이 번쩍하고 사라졌다가 나타난 순간, 뛰어오른 검은 인영들 모두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대장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너, 너 도대체 뭐야?”“그러는 넌, 천무산 쪽 사람인가?”염구준은 이들의 움직임 속에서 단번에 정체를 알아차렸다. “맞아. 난 천무산 소속이다. 그러니 천무산 이름을 봐서라도 살려다오!”자신이 앞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대장이 다짜고짜 염구준에게 빌었다. “천무산 사람이라면, 더더욱 살아서 나갈 수 없지.”염구준이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단번에 대장의 목을 따버렸다. 천무산 사람을 볼 때마다 그는 독에 당한 딸이 떠올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언젠가 반드시 천무산 전체를 불살라 버리리라! 하지만 일단 지금 당장 급한 건 치료제가 될 수 있는 전설의 뱀을 찾는 것이었다. 적들을 모두 처치하고 나니, 밤은 다시 고요해졌다. 염구준은 날이 밝아질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조용히 집을 지켰다. 이때 공방의 문이 열리며 아주머니와 함께 천면현이 나왔다. 다들 모두 굉장히 지친 얼굴이었다.“여기, 원하던 물건입니다. 혹시나 해서 두 개 만들었지만, 하나만 복용해도 충분히 전괴를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아주머니가 떨리는 손으로 약이 담긴 나무 상자를 염구준에게 건넸다.“감사합니다. 보답을 해드리고 싶은데, 뭐 필요하신 거 없나요?”염구준은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었다. “괜찮습니다. 이 일에 대한 대가는 천면현한테 받을 거예요.”아주머니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염구준의 시선이 천면현에게 향했다. 노인이 이렇게까지 해줄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전괴의 치료약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큰 비용이 들었을 텐데, 아주머니의 보상까지 직접 하겠다고 하다니
삼인조는 여전히 호숫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땀 범벅에 핼쑥하진 얼굴, 하루 밤 사이에 족히 십년은 늙은 듯한 얼굴이었다. 하긴 밤새도록 감시를 받으며 춤을 췄는데,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수안아, 가자!”염구준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호숫가를 향해 외쳤다. “네!”수안이 대답하며 순식간에 염구준 옆으로 다가왔다. “오라버니, 그런데 저 셋은 그냥 저렇게 둘 거예요?”그러자 염구준이 무심한 얼굴로 삼인조를 바라보며 답했다.“내버려 둬. 어차피 쓰레기들이라 함부로 못해.”이 정도로 혼났는데도 불구하고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또 이나라를 건드리게 된다면, 그때는 염구준이 아니라 천면현에게 호되게 당하게 될 것이다.그리고, 천면현와 이나라의 분위기를 봐서, 분명 멀지 않은 시기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았다.사랑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젊은 시절은 지났지만 이제라도 자기 짝을 만난다면 그것도 복이었다.두 사람이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삼인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드디어 해방이었다. 한편, 보채성.천무산을 가기 위해선 보채성을 반드시 지나야 했다. 그런데 보채성에 발을 들인 순간, 염구준은 이상한 기류를 느꼈다. “오라버니, 피 냄새가 나요. 좀 전에 흘린 피 같은데요?”수안이 살짝 인상을 쓰며 코를 움찔거렸다. 보채성에 큰 전투가 벌어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꽤 많은 사상자가 나온듯했다.“그러게, 피 냄새가 나네.”염구준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보채성에 큰 전투가 벌어졌다는 건, 대염무관에도 뭔 일이 일어났다는 걸 뜻했다. “가자!”염구준이 발에 힘을 주며 대염무관을 향해 박차고 나갔다. 대염무관과 전갈문은 모두 무리안에서 중요한 거점이었다. 두 세력은 무리안에서 염구준의 눈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곧이어 두 사람은 대염무관에 도착했다. 피가 낭자한 땅, 재앙이 휩쓸고 간 모습이 보였다.염구준은 곧바로 문을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사방에 사람들의 시체가 널브러
이 익숙한 기운은? 그 분이다!제욱의 눈에 다시 희망이 차올랐다. 그는 눈시울이 뜨거워진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역시나 그곳엔 염구준이 있었다.“적이다! 방어 진형으로 바꿔!”천무산 무리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러자 약 스무 명이 되는 인원 모두가 한곳으로 모여들며 방어태세를 취했다. 무리안에서 오래 살아남은 것만큼, 이들의 결단력과 결속력이 대단했다.“또 꼴도 보기 싫은 천무산이라니. 그냥 오늘 죽는 날이라 생각해.”염구준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염 선생님!”제욱이 걸어오는 그의 모습을 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구세주가 왔다!“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늦어서 죄송해요.”염구준이 제욱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넌 뭐야? 대염무관이랑 어떤 관계야?”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염구준을 경계하며 물었다.“너희들 모두 천무산 소속 맞지?”어차피 곧 죽을 놈들, 알려줄 이유가 없었다.“흥! 우리의 소속을 알고도 끼어들다니!”대장이 비웃으며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 천무산은 무리안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자부심이 대단했다.“그렇다면 봐줄 이유가 없겠군!”상대의 신원이 확실해지자, 염구준은 망설임없이 움직였다.“방어.”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시작된 맹렬한 공격, 이들의 진형은 염구준에 의해 단번에 무너졌다. 그 모습을 보고 제욱은 경악했다. 스무 명이나 되는 인원을 이토록 쉽게 밀어붙이다니!“넌, 악마야!”대장이 피를 토하며 덜덜 떨리는 눈동자로 염구준을 바라봤다.염구준은 특별한 기술 없이, 단순 맨몸 공격으로 절반 이상의 인력을 해치웠다. 천무산 쪽 사람들에겐 염구준은 인간이 아니라 핵폭탄 그 자체였다.“내가 인간이든, 악마든 중요한 게 아니지. 중요한 건 너희들이 오늘 모두 이곳에서 죽게 될 거란 거야.”이 말을 끝으로 염구준은 다시 남은 인원들을 향해 움직였다.이제 천무산과는 같은 하늘 아래에 살 수 없었다. 한쪽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남은 한쪽은
”살고 싶다면 염구준에 대해 아는 것 모두 불어라. 쓸만한 정보가 있다면 살려주겠다.”그제야 대염무관 사람들은 자신들이 왜 이곳에 잡혀 왔는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 “하! 꿈 깨!”제정도가 코웃음 치며 입을 꽉 다물었다. 은인을 배신하라니, 절대로 있을 수 없었다!“오? 입이 꽤 무겁구나?”광사가 손에 들고 있던 사과를 던져버린 뒤, 선글라스를 내리며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결코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고문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주특기는 남의 팔다리 힘줄을 끊는 것이었다.“반 시간 정도 남았다. 그동안 실컷 여유를 즐겨라. 곧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광사가 대염무관 사람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이익! 결투다, 이 개 자식아!”제정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몸에서 남은 전신 영역을 끌어올리며 광사를 향해 돌진했다. 비록 중상 입은 상태였지만, 남은 사람이라도 지켜야만 했다. “쯧! 번거롭게!”하지만 광사는 너무나도 쉽게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제정도는 지금 서심고에 당한 상태였다. 전투력이 평소의 십 프로 밖에 낼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의리를 지키려 해? 너희들이 처참하게 당할 때, 염구준은 나타나지도 않았잖아?”광사가 사람들의 심리를 흔들기 위해 이간질하기 시작했다. “나 여기 있어!”이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흩날리는 먼지속에서 한 인물이 나타났다. 바로 염구준이었다!염구준은 누군가가 몰래 뒤에서 자신의 험담을 늘어놓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염 선생님, 어떻게 여기….”구세주를 본 제정도는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거기까지. 남자는 태어나서 세번만 운다는 말이 있죠. 눈물 거두세요.”염구준이 손을 들어 제정도를 저지시켰다. 그리고 남은 대염무관 사람들을 세어 보았다. 제욱을 제외하곤 이곳에 납치당한 사람이 살아남은 인원의 전부라면, 절반이나 죽임을 당했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안타까움이 치
염구준은 광사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런 명령을 내렸는지 알아차렸지만, 굳이 막으려 들지 않고 수안을 불렀다. “먼저 사람들을 구한 다음에, 저 쓰레기들을 치우자!”두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천무산 사람들이 빠르게 쓰러져 갔다. “아악!”끊이지 않는 비명, 살아남은 이들은 완전히 전투 의욕을 잃은 채 산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오라버니, 쫓아갈까요?”수안이 염구준에게 다가와 물었다.“쫓아가. 그리고 전부 다 죽여버려!”천무산 사람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했다. 한 놈도 살려 두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도망친 인원들도 차례차례 죽음을 맞이했다. 제정도도 둘을 돕고 싶었지만, 서심고에 당해 힘을 쓸 수 없었다. 그렇게 서서히 숲은 다시 고요함을 찾아갔고, 천무산 사람들은 광사를 제외하고 모두 전멸당했다. 그는 소란스러운 틈을 타, 몰래 한쪽 구덩이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부하들에겐 맞서 싸우라고 지시했지만, 이미 실력차이를 실감한 터라 정면승부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광사는 부디 들키지 않기를 기도하며 숨죽였다. “넌 또 뭐야? 거북이야? 숨는다고 내가 못 찾아낼 줄 알아?”이때, 위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광사가 가장 두려워했던 염구준이 나타났다. 이 따위 야비하고 얕은 수단이 통할 거라 생각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피할 수 없다면, 맞설 수밖에! 광사는 공격하기 위해 마지막 힘을 끌어냈다. 그런데 두려움에 자신이 지금 구덩이 속이라는 것을 잊고 영역을 펼친 탓에 제대로 된 실력을 펼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이 펼친 공격에 스스로 타격을 입는 아주 치명적이고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허허, 이런 멍청한 놈이….”그 모습을 보고 염구준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자기 전신 영역에 자기가 당하는 모습은 그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젠장!”입안 가득 흑먼지를 먹은 광사가 침을 뱉으며 다시 염구준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공격이라 허점이 많이 보였다
“뭐야? 닥치고 있으면 있던 일이 없던 일이 돼? 그리고 라크, 너가 그랬지? 이나라의 고충을 반드시 가져오겠다고. 하지만 지금 어떻게 됐지? 한번 설명해보지 그래?”라크라 불린 남자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으나, 산주가 콕 집어 압박하자 어쩔 수 없이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죄송합니다, 산주님. 제가 보낸 인원들이 모두 연락이 끊겼습니다. 도중에 뭔가 일이 생긴 게 분명합니다.”라크가 조심스레 돌려 임무가 실패했음을 시인했다. 산주는 화가 나면 물불 안 가리는 인물로, 가능한 최대한 자극하지 말아야 했다.하지만 현충은 그의 말을 듣고 더 분노에 차올랐다.“그건 네 사정이지. 임무 기간은 끝났고, 난 결과만 본다. 넌 실패했어, 아니야?”라크는 그의 말 속에 담긴 위협을 느꼈다. 정말 죽을지도 몰랐다. 그는 다급히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산주님, 제발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제가 직접 팀을 꾸려 가서 물건을 찾아오겠습니다.”하지만 현충의 반응은 냉랭했다.“늦었어! 끌어내, 법규에 따라 처리해버려.”라크는 공포에 질린 채 계속해서 애원했지만, 결국 밖으로 끌려 나가 즉결 처형당했다. 회의장은 깊은 침묵에 빠졌다. 모두들 산주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그 모습을 보며 현충은 몰래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본보기가 되었을 테니, 당분간 이 긴장된 분위기가 풀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이건 일종의 경고였다. “이런, 이런. 오자마자 피비린내 나는 광경이라니, 기운이 좋지 않군요.”이때, 갑자기 문 밖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오며 조용한 분위기를 깼다. 대부분 알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산주, 현충만큼은 그를 단번에 알아봤고 현충의 얼굴에 경멸이 담겼다. “네가 여긴 무슨 일이지?”흑풍존주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회의장 안으로 들어왔다. “염구준과 대적하려 한다는 얘기를 듣고 도와주러 왔습니다.”“용건이 그게 다야?”현충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하, 오랜
염구준이 와준 덕에 많이 진정되었기에 이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간략히 설명했다.“청해시로 돌아온 뒤, 동아리 멤버들의 가족들에게 유골을 전달하고, 가족 당 4천만 원을 위로금으로 드리려고 했어요.”“근데 방금 전에 자고 있을 때, 누군가 제 방 문을 발로 차고 들어와 저를 끌고 나갔어요.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요.”“그리고는 저를 때려죽이는 걸로 죽은 사람들의 복수를 대신 하겠다고 했어요. 그치만 전 정말로 사람 안 죽였어요.”말을 마칠 즈음, 그녀는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염구준은 전에 남긴 증거물이 생각나 입을 열었다.“그때 촬영한 영상은? 그거라면 네가 무죄라는 걸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 거야.”이연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제가 막 핸드폰을 꺼내려고 했는데, 저 사람들이 부숴버렸어요!”그녀는 사람들의 폭력적인 행동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만약 염구준이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했다면, 그녀는 죽었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것이 분명했다.이때, 교장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염 선생님, 저 두 사람을 놓아주는 게 어떨까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어요. 이러다간 진짜 목숨을 잃을 겁니다.”염구준은 그의 말을 듣고서야 자신이 여전히 그 두 사람을 붙잡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팍!곧, 그가 손을 놓자 두 사람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더는 욕설을 퍼붓지 못했다.염구준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핸드폰을 꺼내 영상 한개를 찾아 재생했다.“여러분, 이걸 보고 나면 모든 것이 명확해질 겁니다.”영상은 대장이 죽기 전에 남긴 말이었는데, 그가 당시 초상비더러 이 영상을 찍어두라고 한 이유는 이상한 취향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전에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였다.여덟 명이서 함께 모험을 했는데, 이연 혼자만 살아 돌아온다면 당연히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영상이 몇 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에, 잠시후 영상을 다 본 사람들은 전부 시선을 대장의 부모에게 돌렸다.“저희더러 모이라고 한 게 두 분이셨죠
한적한 도로를 질주하며 가속 페달을 밟은 채, 염구준은 이연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그건 지난번에 진씨 가문의 고택에 갔던 일과 관련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이유는 염구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점쟁이가 아니니까 말이다.한편, 현재 청해시 대학교 정문은 완전히 혼란에 빠져 있었다.백여 명에 가까운 외부인들이 학교 입구를 막고 있었고, 그 중앙에는 너덜너덜한 옷차림의 한 여학생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는데, 머리도 엉망이었고 옷에도 핏자국이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 그 여학생은 다름 아닌 이연이었고, 모습을 보면 금방 폭행을 당한 것 같았는데, 만일 학교의 경비들이 말리지 않았더라면 중상을 입을 게 뻔했다.“여러분, 제발 진정하시고요,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일단 대화로 해결합시다.”감정이 격해진 사람들을 보고 교장은 머리가 아파서 확성기를 들고 의미심장하게 말렸으나 그의 말은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곧 그의 말을 듣고 소리 질렀다.“난 좀 제대로 알아야겠어. 왜 여덟 명이 탐험을 떠났는데, 나머지는 다 죽고 얘 혼자만 살아돌아온 건지!”“이 년이 아이들을 죽인 게 분명해! 살인범을 처벌하라고!”“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갚아야지! 죽여!”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은 모두 일곱 명의 사망자 친척들로, 언제든지 사고를 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불안정했다.물론 그들의 말은 전부 주관적인 추측일 뿐, 어떤 증거도 없었다.이연은 무서워 몸을 떨면서 겁에 질린 눈으로 그들을 바라볼 뿐,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방금 전에 너무 맞아서 트라우마가 생겨서였다.“빨리 먼저 끌고 가. 아니면, 조금 있다가 경찰들이 올 테니까!”사람들 속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말을 들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이에 열여 명 남짓한 경비들은 전혀 저항할 수 없었다.이연이 곧 끌려갈 위기에 처했을 때, 한 대의 포르쉐가 사람들 속으로 돌진해왔다.우웅.리얼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자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차가 옵니다, 다
염구준은 태연한 척하며 진지하게 말했다.“아마도 잘못된 것 같네. 내가 대신 손 봐줄게.”“죽고 싶어?”손가을은 작은 주먹을 쥐고 애교부리듯 그를 톡톡 쳤다.“하하하.”염구준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아내를 껴안고 향기로운 체취를 느꼈다.“구준 씨, 여기 회사야. 이러면 안 좋아.”손가을이 작은 목소리로 귀띔했다.“괜찮아. 이번에 문을 잠갔어.”그는 아내를 놓아주면서 엄지로 뒤를 가리키며 안심시켰다.“그건 무공이 성장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야. 기운이 아주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어.”방금 행동은 아내의 체내에 있는 기운을 잘 감지하기 위해서였다.“알았어.”손가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어서 질문했다.“구준 씨, 내 몸에 넣은 기운이 특별한 거 같아. 또 여분이 있어?”그녀는 체질이 많이 변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야. 이제 없어.”염구준이 손을 양쪽으로 뻗으며 말했다.“그렇구나. 여분이 있으면 부모님들 체력에 도움이 될 거 같아 주려고 했는데 없으면 어쩔 수 없지.”손가을은 가족을 끔찍하게 생각했다.그래도 쉽게 얻을 수 없는 물건이라고 하니 강요하지는 않았다.“앞으로 신경 써서 찾아볼게. 만약 찾으면 또 가져올게.”염구준은 아내의 생각에 찬성했다.그가 하는 일들은 대부분 가족을 위한 것이었다.그러니 가족들의 몸이 건강해진다면 보물을 사용해도 아깝지 않았다.“응, 난 아직 처리할 일이 남았어.”손가을은 갑자기 생각났는지 부랴부랴 노트북 앞에 앉았다.“나도 도와줄게. 그러면 더 빨리 끝낼 수 있지.”염구준이 다가가 함께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렇게 부부는 퇴근시간까지 바쁘게 보내다가 딸을 마중하러 학교로 갔다.누구도 방해하지 않았다면 오늘 그의 삶은 더 충실했을 것이다.이어서 며칠 동안, 강호 인사들이 가끔 청해에 와서 염구준을 찾았다.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어느 날 아침, 염구준이 기상할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전화 소리가 계속 울렸다.그것도 모르는 전화번호였다.몇 번이나
염구준이 테이블 밑에서 현금이 들어 있는 가방을 꺼내더니 지퍼를 열었다.농담할 기분이 아니었다.이놈을 찾기 위해서 요새 꽤 애를 먹었다.“정말입니까?”앞뒤 태도가 너무 달라서 진강은 일시적으로 적응되지 않았다.“그럼요. 난 딴소리를 하지 않아요. 돈은 여기 있으니까 얼마를 가져갈지는 당신들에게 달렸어요.”염구준이 현금을 가리키며 말했다.돈에 함유한 힘은 대부분 사람들이 그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염구준이 병 주고 약 주는 수법에 후배들은 경악했다.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에 이 정도까지 하는 사람은 드물었다.“알겠습니다. 염 선생님이 진심으로 말씀하니 나도 사실대로 말할게요.”진강이 말할 때 계속 돈을 힐끗 쳐다봤다.이어서 그는 거록 존주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일을 전부 토로했다.모든 내용을 들어보면 양쪽에서 말한 것이 별 차이가 없었다.“염 선생님, 이게 다입니다. 대답에 만족합니까?”진강은 떠보듯 물었다.“쓸데없는 소리만 늘어놨군요.”염구준은 200만 원 현금을 던지고 계속 질문했다.“거록 존주의 거주지 어디 있어요? 말만 하면 이것을 전부 드리죠.”유용한 정보야말로 가치가 있는 법이었다.“알고는 있지만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진강은 입맛을 다졌다.“꾸물거리지 말고 말하세요.”염구준은 상대방이 유용한 정보를 내놓으면 돈을 다 가져가도 된다는 뜻으로 가방을 차버렸다.이까짓 돈은 안중에도 없지만 좌천한 은세가문에 있어서는 거액의 숫자였다.“배신자 거록에게 당한 후로 우리도 그놈의 행방을 계속 주시해 왔습니다. 심지어 곁에 부하들도 놓치지 않았어요. 일단 이것을 보세요. 모두 거록이 전에 살았던 거주지입니다.”그는 세계지도를 꺼내 보였다.위에 수백 개의 붉은 점이 있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뻗어 있었다.활동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보기만 해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당신들한테 첩자가 있다면서 거록이 어디 있는지 말씀하세요. 내가 가서 당신들 대신 복수해 줄게요.”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 안 됩
“게다가 쇄룡산맥의 진씨는 20년 전에 멸망했어요.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마세요.”염구준은 모두의 망상을 단념시키고 거록 존주에 대해 말을 꺼내려 했다.그런데 뺨을 맞은 젊은 남자가 참지 못하고 격분하며 말했다.“용의 기운을 돌려주지 않으면 당신도 도둑놈이야. 세력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는 거라고!”이런 도덕적인 유괴를 능숙하게 사용하다니 처음은 아닌 것 같았다.염구준은 이해되지 않았다.“그렇다고 치자. 나를 어쩔 건데?”“너…”젊은 남자는 말문이 막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염구준이 스스로 자신의 명성을 망가트릴 줄은 몰랐다.실력이 되지 않으니 무능한 분노만 남았다.옆에 젊은이들은 얕잡아 보이지 않으려고 끼어들었다.“흥, 그래도 체신이 있는 분인데 내가 나가서 당신이 저지른 악행들을 죄다 알릴 거예요.”“게다가 방금 대화를 전부 녹음했어요. 인터넷에 올리면 다들 당신을 공격할 거라고요.”도덕적인 유괴가 통하지 않자 사이버폭력을 내세웠다.수법이 아주 혁신적이었다.사이버폭력 앞에서 강력한 염구준도 함부로 맞서지 못했다.하지만 그 전에 소문을 퍼트린 사람은 해결할 수 있었다.“어르신, 이것이 진씨 가문의 뜻입니까?”염구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당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본인 의지대로 행사할 권력이 있어요. 안 그렇습니까?”“아, 그럼 됐어요.”염구준은 더는 논쟁을 벌이지 않고 좋은 구경거리를 기다렸다.퍽! 퍽!갑자기 호찬이 움직이더니 젊은이들을 전부 바닥에 쓰러뜨렸다.그러나 거기서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이러다가 사람을 죽일 것 같았다.염구준과 꽤 오랫동안 함께 있어서 그의 눈빛만 보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염 선생님,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사람을 죽이는 겁니까?”진강은 똥줄이 탔다.전신지상 실력으로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하, 어르신 말처럼 호찬이 하는 일은 나랑 상관없어요. 진씨 가문을 멸망시켜도 호찬의 일이지 않나요?”염구준은 상대방이 말하는 도리로 따졌다.사람이 착하면
한창 시끄러울 때 염구준이 도착했다.“당신들이 진씨 가문이에요?”밖에서 소리를 들었을 때 열댓 명이 온 줄 알았는데 다섯 사람이 말하고 있었다.“당신이 염구준이에요? 왜 이제 왔어요?”젊은 남자가 일어서서 짜증스럽게 물었다.“그럼 내가 언제 와야 됩니까?”염구준이 되물었다.이것은 사정하는 것이 아니라 빚을 독촉하는 것 같았다.“당연히 우리가 왔을 때 바로 왔어야죠.”젊은 남자가 당당하게 말했다.“여기는 청해 손씨 그룹이에요. 당신들 집인 줄 아세요?”염구준이 의자를 끌어 앉으며 병신들을 보듯 쳐다보았다.이런 인간들은 먼저 기세를 꺽어야지 아니면 답이 없었다.“이게 손님을 대하는 태도입니까?”젊은 남자가 버럭 화를 냈다.“할 말이 없으면 가세요. 당신들과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손님은 아니죠.”염구준은 전혀 봐주지 않았다.“무례하구나. 당장 사과해.”촤아악!젊은 남자는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뺨을 맞았다.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호찬의 소리가 들렸다.“감히 염 선생님한테 무례하게 굴다니 쳐 맞아야 정신 차리지.”뺨을 맞은 젊은 남자가 얌전해지자 나머지 사람들도 더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노인은 일이 틀어지자 속으로 안절부절했다.“염 선생, 좋게 얘기합시다. 후배들이 아직 철이 없어서 그래요.”이제 나서서 만회해 보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염구준이 노인을 힐끗 쳐다봤다.“그쪽은 또 누구세요?”겁을 주려는 것이었다.그가 진짜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가문에 처리할 일이 남아 있었다.“진강이라고 합니다. 방금 후배들이 무례를 범했으니 대신 사과할게요.”그제야 상대방은 자세를 낮췄다.염구준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요점만 말했으면 나도 덜렁이들과 신경전을 벌이지 않았어요.”‘덜렁이?’그 말에 젊은이들이 발끈하려다가 방금 일행이 뺨을 맞은 것이 떠올랐다.어쩔 수 없이 참아야 했다.진강은 그들이 일을 망칠까 봐 재빨리 나섰다.“염 선생님, 우리
“또 맞선다면 문씨 가문을 멸망시킬 수 있어.”염구준은 바로 무시했다.공격이 점점 더 맹렬해져서 초식마다 치명상을 날렸다.광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문수풍에게 공격을 퍼부었다.감히 가족을 인질로 협박하면서 허울 좋은 말을 하다니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문수풍은 문씨 가문을 의지하고 있지만 염구준에게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매서운 공격 앞에서 그는 마치 외줄타기에 오른 것처럼 겁에 지른 비명소리를 냈다.“안 돼. 나 죽으면…”하지만 말을 끝내기 전에 염구준이 심장에 일격을 가하여 목숨을 끊어버렸다.모든 것이 그렇게 쉬웠다.염구준은 주먹을 거두고 나머지 세 가문을 쳐다보았다.“싸우고 싶으면 지금 덤벼. 각자 찾아가서 공격할 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불평하지 말고.”지금 염구준의 실력이라면 그들이 전부 달려들어도 두렵지 않았다.“염 선생, 무슨 말을 합니까?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 나설 리가 없습니다.”누군가 나서서 상황을 설명했다.방금 싸우는 것을 보고 염구준의 전력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았다.그러니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서 공격해도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았다.왜냐면 문수풍의 실력은 5대 은세가문에서 경지가 가장 높은데 어쩌지도 못하고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싸우기 싫다면 문씨 가문 소재지를 알려줘.”염구준은 사전에 방비하려 했다.문씨 가문에서 정말 문수풍 말처럼 염구준의 가족을 겨냥한다면 가차 없이 멸망시킬 것이다.“문씨 가문은 여기 있습니다.”굳이 힘들게 조사할 필요 없이 누군가 나서서 위치를 알려줬다.며칠 사이에 문씨 가문의 반보천인은 두 명이 죽고 한 사람은 중상을 입었다.참담한 손해로 가문의 기반이 휘청거렸다.하지만 염구준이 염려했던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왜냐면 그가 나서기 전에 몇몇 은세가문에서 삼켜버렸기 때문이다.양육강식은 여전히 세상에서 살아남는 생존 법칙이었다.문수풍의 위협은 정말 우습기 그지없었다.아무리 10년을 머리를 굴려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동생 문수찬에 비해
용의 기운을 얻으려고 그를 포위하는 것은 괜찮지만 가족들을 건드린다면 선을 넘었다.“너희들이 내 가족들 습격했어?”염구준이 일행을 둘러보더니 마지막에 문수풍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그가 협박하자마자 가족들이 습격을 당했기 때문이다.“맞아. 내가 부하들을 보냈다. 분개하지 마라. 내가 죽으면 문씨 가문에서 미친듯이 네 가문을 공격할 것이다.”문수풍은 두려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했다.그는 염구준이 함부로 공격하지 않는다고 믿었다.‘미친놈.’나머지 가주들이 속으로 욕을 했다.문수풍이 이런 짓을 벌이기 전에 그들과 상의하지 않은 것이 원망스러웠다.갑작스러운 습격에 그들까지 공범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이 발광하는 모습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도망친 부하에게서 들었었다.“당신들도 한패야?”염구준이 다른 가문을 쳐다봤다.“우리는 모르는 일입니다. 문수풍이 혼자서 벌인 일이에요. 우리는 용의 기운 때문에 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한 사람이 나서서 설명했다.그러자 세 가문은 참여하지 않으려고 옆으로 물러났다.“겁쟁이들!”문수풍이 경멸하면서 욕했다.마지막에 와서 마음을 바꾸다니 정말 개탄할 일이었다“강호의 일은 강호 방식으로 해결하지. 당신은 선을 넘었어.”그때 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강력한 기운을 발사하더니 단번에 제이든을 왕구혼에게 던져버렸다.상대방의 위협은 그에게 쥐뿔도 통하지 않았다.문씨 가문이 엄청난 가문인 줄 착각하는 모양이었다.염구준이 몸을 번쩍 들어 곧바로 문수풍에게 돌진했다.“문씨 장병들! 나랑 같이 싸우자!”문수풍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염구준이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문씨 가문에 반보천인 세 명이 있었는데 한 명은 진씨 저택에서 죽고 한 사람은 임무로 파견 중이고 나머지는 문수풍이었다.1 대 1과 싸운다면 전혀 승산이 없었다.쿵!염구준은 돌진하면서 전신 경지 고수를 두 명 살해하고는 숨도 돌리지 않고 문수풍에게 달려들었다.분노의 필살기를 펼친 것이다.‘황금빛 기운? 용의 기
“돌려달라고? 그렇게 말한다면 용의 기운을 진씨 가문에 돌려줘야 규칙에 부합되지.”염구준은 이 사람들이 말한 규칙에 어처구니가 없었다.지금도 용의 기운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그 당시 이들이 한 짓은 도둑놈이나 다름없는데 이제 와서 저들의 물건인 것처럼 당당하게 굴었다.이익 앞에서 모두 뻔뻔한 놈들이었다.“돌려주지 않겠다는 건가?”문수풍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방금 염구준의 말투를 통해 자신들에게 도발한다는 것을 알아챘다.4대 가문은 속에서 열불이 났지만 감히 나서서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염구준의 실력은 그들도 꺼리게 만들었다.쿵!염구준이 몸을 흔들어 기운을 폭발시키면서 앞을 가로막은 사람들을 물리쳤다.“뭘 자꾸 물어? 내 말 뜻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나? 용의 기운은 내 몸에 있어. 원하면 실력으로 얘기해.”손에 넣은 보물을 다시 내놓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진씨 저택에서 대결은 초상비가 늦게 도착하여 염구준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었다.그러니 목숨으로 용의 기운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염구준, 그럼 내 동생을 죽인 복수는 어떻게 갚아야 하냐?”문수풍이 매섭게 소리쳤다.문씨 가문에서 20명 넘는 정예병을 보냈는데 결국 3명이 돌아오고 반보천인 고수까지 잃어버려서 속에서 천불이 났다.아주 큰 손해를 본 것이다.문수풍의 말은 몇몇 가문을 끌어들여 함께 염구준을 상대하려는 뜻이었다.문씨 가문의 실력으로 그럴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웃겨. 그놈들이 나를 죽이려 해서 정당방위로 죽인 것인데 어떻게 갚겠다는 거야? 특히 문수찬은 나랑 손을 잡자면서 결국 배신했어. 죽어 마땅해.”염구준은 언성을 높이며 기운으로 문수풍을 제압했다.두 사람은 말이 통하지 않자 바로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했다.염구준은 두렵지 않았다.이곳은 청해, 그의 영역이니 외부인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기세로 제압하자 왕구혼이 다급하게 나서서 말렸다.“두 분, 여기까지 하고 나중에 다시 상의합시다.”염구준은 그가 초대한 것인데 정말 싸운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