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닥치고 있으면 있던 일이 없던 일이 돼? 그리고 라크, 너가 그랬지? 이나라의 고충을 반드시 가져오겠다고. 하지만 지금 어떻게 됐지? 한번 설명해보지 그래?”라크라 불린 남자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으나, 산주가 콕 집어 압박하자 어쩔 수 없이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죄송합니다, 산주님. 제가 보낸 인원들이 모두 연락이 끊겼습니다. 도중에 뭔가 일이 생긴 게 분명합니다.”라크가 조심스레 돌려 임무가 실패했음을 시인했다. 산주는 화가 나면 물불 안 가리는 인물로, 가능한 최대한 자극하지 말아야 했다.하지만 현충은 그의 말을 듣고 더 분노에 차올랐다.“그건 네 사정이지. 임무 기간은 끝났고, 난 결과만 본다. 넌 실패했어, 아니야?”라크는 그의 말 속에 담긴 위협을 느꼈다. 정말 죽을지도 몰랐다. 그는 다급히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산주님, 제발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제가 직접 팀을 꾸려 가서 물건을 찾아오겠습니다.”하지만 현충의 반응은 냉랭했다.“늦었어! 끌어내, 법규에 따라 처리해버려.”라크는 공포에 질린 채 계속해서 애원했지만, 결국 밖으로 끌려 나가 즉결 처형당했다. 회의장은 깊은 침묵에 빠졌다. 모두들 산주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그 모습을 보며 현충은 몰래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본보기가 되었을 테니, 당분간 이 긴장된 분위기가 풀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이건 일종의 경고였다. “이런, 이런. 오자마자 피비린내 나는 광경이라니, 기운이 좋지 않군요.”이때, 갑자기 문 밖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오며 조용한 분위기를 깼다. 대부분 알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산주, 현충만큼은 그를 단번에 알아봤고 현충의 얼굴에 경멸이 담겼다. “네가 여긴 무슨 일이지?”흑풍존주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회의장 안으로 들어왔다. “염구준과 대적하려 한다는 얘기를 듣고 도와주러 왔습니다.”“용건이 그게 다야?”현충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하, 오랜
“꺼지라고 했다.”현충이 끈질기게 구는 흑풍존주를 노려보며 손을 뻗어 장풍을 날려 멀리 날려 보냈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그는 제대로 한방 맞고 기혈이 뒤틀리며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커걱, 망할 늙은이!”결국 흑풍존주는 나지막한 욕설과 함께 더 이상 천무산에 있지 못하고 뒤꽁무니 빠지게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회의장은 안엔 다시 침묵이 찾아왔고, 이때 현충이 입을 열었다.“지나간 일은 다시 묻지 않겠다. 하지만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목숨 내놓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그의 말이 떨어지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산주는 한번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다. 현충은 반짝 긴장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삼장로, 지금 하던 거 모두 중지하고, 모든 인원을 천무산으로 불러들여.”“이장로, 무산채 쪽도 모두 포기하고 철수해라.”“대장로, 삼장로랑 이장로가 돌아오는 대로 즉시 산을 봉쇄하고 경계 수준을 최고치로 올려라.”이유 모를 위기감를 느낀 현충은 만반의 준비를 시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직접 움직일 예정이었기에, 따로 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천무산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긴장과 압박감이 흘렀다. 무산채. 이곳은 꽤 거금을 들여 만든 천무산 소유 휴양지였다. 하지만 그들이 철수하고 나자 외부인들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의 목적은 하나, 어떻게든 옥패를 빼앗는 것, 그것뿐이었다. 무산채 입구, 한 남녀가 나타났다. 바로 염구준과 수안이었다. “오라버니, 저희 바로 천무산으로 가는 거 아니었나요?”수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우린 정보가 부족해. 일단 상황파악부터 하고 움직이자.”염구준은 딸이 걱정되었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확실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당장 전신전 전주로서 천무산쯤 멸문시키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쌍두성사였다.
그렇게 수안을 희롱하려 들었던 남자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년이, 당장 거기 서!”한 남자가 큰 소리로 외치자, 옆에 있던 네 명도 함께 움직이며 염구준과 수안을 둘러쌌다. “당장 너희들을 저놈처럼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거야, 당장 꺼져!”수안이 도도한 표정으로 조금의 동요도 없이 남자들에게 말했다. 그녀가 부드럽게 변하는 건 오직 염구준 앞뿐이었다. “움직여!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모텔로 데려간다!”처음 입을 열었던 남자가 우두머리였는지, 나머지 사람들에게 지시했다. 비록 둘째라 불린 남자가 죽는 모습을 보긴 했지만, 단순히 방심해서 당한 것이라 여겼다. 펑! 하지만 이들은 제대로 한 발 내딛기도 전에 무형의 기운에 맞아 멀리 날아가더니, 즉사해버렸다. 전신 경지 강자를 희롱하려던 대가를 치른 것이다. 그런데 몇몇이 행인들 앞에 나가떨어진 바람에 여기저기에서 불맨 소리가 들려왔다.“제길, 어떤 놈이야?”그러나 곧 수안이 풍기는 무서운 기세에 곧바로 꼬리를 내리며 조용해졌다. 사람이 죽었지만, 그 누구도 나서지 않고 갈 길을 갔다. 여기선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놀랄 게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들을 처리한 후, 염구준과 수안은 계속해서 안쪽으로 들어가며 상황을 살폈다. 정말 혼란 그 자체였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더 질서가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대놓고 물건을 뺏고, 싸우고, 별의 별일이 다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좀 괜찮다는 장소는 모두 강자들에게 점령당한 것 같았다. 염구준은 대충 눈에 보이는 호텔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여기, 먹을 것 좀 있어요?”“있죠. 돈만 지불하시면 뭐든 다 있어요.”유니폼을 입은 한 젊은 남자가 다가왔다. “돈은 충분히 있으니, 일단 먹을 것 좀 준비해줘요. 그리고 방 두 개도요.”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상대가 무슨 의도를 갖고 있든, 자신에게 피해만 안 끼치면 그만이었다. 두 사람을 본 직원이 잠시 망설이
지금이다!해골당 쪽 사람들이 잠시 다른데 신경이 쏠린 틈을 타, 독비가 손에 들려 있던 뱀을 던졌다. 쉑쉑-뱀이 공중에서 크게 입을 벌리며 독을 가득 품은 앞니를 드러냈다. 보통 사람이 한번 물리면 죽을 수 있는 치명적인 독이었다. “해보자 이 거지?”하지만 해골당도 물은 아니었는지, 곧바로 공격을 눈치채고 날아오는 뱀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사실 좀 전의 빈틈은 그가 유도한 것이었다. 망했다! 독비는 아차했지만, 되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싸움이 시작되었다. 엎치락뒤치락, 두 세력은 아주 치열하게 서로를 상대했다.한편, 식사를 하며 상황을 지켜보던 수안이 물었다.“오라버니, 누가 이길 것 같아요?”염준은 음식에 열중하고 있었다. 뻔하고 보잘것없는 싸움, 보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됐다. “지루하게 저런 쓰레기들의 싸움은 구경할 가치도 없어.”반보천인인 그에겐 저들의 무력은 정말 하찮았다. 그리고 잠시 뒤, 드디어 승패가 갈렸다. 독비의 패배였다. 그는 해골당 깡마른 사내에게 어깨를 깊게 베어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게 되었다. 거기에 주 전력인 독사까지 잃은 상태였다.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없었다.“하하, 나한테 안 된다는 거, 뼈저리게 느꼈겠지?”깡마른 남자가 말했다. 사실 겨우 이긴 거였지만, 부하들 앞이라 허세를 부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부하들이 대단하다며 남자를 추켜세우기 시작했다. “역시 대장님, 이기실 줄 알았어요.”“하하, 앞으로 여긴 우리 해골당 거네요!”“독비도 대장님한텐 아무것도 아니네요.”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 호텔 안이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들이 그러던 말던, 식사를 마친 염구준은 쉬기 위해 방으로 향했다. 이런 분쟁은 그의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어이, 거기 둘!”이때, 아까 있었던 일로 앙심을 품은 해골당 대장이 염구준과 수안을 불러 세웠다. “응? 나한테 한 말이야?”염구준이 뒤 돌아서며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럼 너 말고 여기 누가 더 있
“쿨럭쿨럭,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깡마른 남자가 떨면서 고통스럽게 말했다.“전갈문, 수안이다!”수안이 당당히 자신의 이름과 소속을 밝혔다. ‘수안?’“설마 그 전갈문 문주, 전신 중기 강자라고?”남자가 충격 받은 표정이 되더니, 안 그래도 안 좋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오늘 아침부터 일진이 사납던 이유가 있었어!’“나를 아는 눈치구나? 이제 왜 너 보고 쓰레기 같다고 했는지 알겠지?”수안이 다시 젓가락을 집어 들며 냉정하게 말했다. “없습니다!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고, 제가 어리석었습니다!”목숨이 걸린 일이었기에 남자는 넙죽 엎드렸다. 그 전갈문 문주가 우대하는 남자라면, 염구준은 더 한 강자이리라!“꺼져!”염구준은 짧게 축객령을 내린 뒤, 방으로 올라갔다. 겨우 목숨을 부지하게 된 깡마른 남자는 허겁지겁 부하들을 데리고 호텔을 도망쳐 나왔다. 한편, 독비는 잃어버릴 뻔했던 호텔을 다시 되찾게 되어 크게 기뻐했다. “녀석들, 두 분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든 모두 들어줘라! 불만이 나오면 다 죽여버리겠다!”“사장님, 그럼 비용은 어떻게 하나요?”어리석은 부하 한 명이 물었다.“멍청한 놈, 이런 대단한 분들을 우리가 대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 줄 몰라?”독비가 얼간이 같은 부하를 노려보며 호통쳤다. 해질 무력, 천무산 산기슭.하루 푹 쉬며 몸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린 염구준은 수안을 데리고 천무산으로 향했다. 거사를 치르기 전에 먼저 사전 조사하는 것은 그의 오랜 습관이었다. 천무산 문, 산에 들어가기 위해선 필수로 지나가야 하는 통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두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다. “천무산이 봉쇄되면, 이제 어떡하지?”“아니, 느닷없이 산을 봉쇄해버리면 다야? 난 올라가야 한다고! 못 올라가게 하면 강제로라도 뚫고 갈 거야!””“조용히 해. 네가 전신 경지 강자라도 저들에겐 안 돼!”천무산은 옥패를 미끼로 수많은 사람들을 이
그런데 이때, 이변이 발생했다. 쉭쉭 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수많은 벌레들이 기어 나오더니 두 종사를 둘러쌌다. 모두 풍기는 기운이 범상치 않는 벌레들이었다. 천 번째 관문, 만고탈혼이었다.“빨리 처리하고 여기를 벗어나자!”두 종사가 도망치며 공포에 질린 창백한 얼굴로 소리쳤다. 이들의 공격은 강력했지만, 벌레들의 수가 너무 많아 아무리 죽이고 죽여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안 돼!”결국 두 사람이 빈틈을 보인 순간이 왔고, 벌레들은 그 순간을 귀신같이 놓치지 않고 덮쳤다. 둘은 그렇게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세상에서 살아졌다. 침입자를 처리한 벌레들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땅굴로 들어갔다. 주변이 이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 모두 침을 꼴깍 삼키며 공포를 억눌렀다. 만약 분위기에 휩쓸려 저들처럼 천무산을 쳐들어갔더라면, 자신들도 똑같은 처지가 되었으리라! 이들은 다시금 열 여덟 관문의 두려움을 실감했다. “별거 아니네.”하지만 염구준에겐 다르게 비춰졌다. 까다롭긴 하지만 그에겐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 공격들이었다. 한차례 소란이 지난 뒤, 다시 흥미를 잃어버린 염구준은 수안을 데리고 돌아섰다. 그런데 몇 걸음 떼기도 전에,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상황을 보니 수안과 안면이 있는 것 같았다.“문주님, 여기서 뵙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네요.”수안도 남자를 알아보았으나, 별 다른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었기에 시큰둥했다. “만 회장님이네요. 상인이 여긴 어쩐 일인가요?”남자는 이 지역에 무역으로 유명한 사람이었지만, 전혀 무공을 수련하지 않은 일반인이었다.“하하, 옥패에 무공뿐만 아니라, 희귀병도 치료할 수 있는 비법이 있다는 얘기가 있어서요.”그 말과 함께 만 회장이 옆에 있는 두 사람을 가리켰다. 한 명은 전신 경지 초기에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무성 지상 경지에 있는 사람이었다. 만 회장은 옥패를 얻기 위해 두 사람은 꽤 거액을 주고 고용한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수안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
이때, 노파 뒤에서 굉장히 외모가 출중한 한 여인, 리아가 요염하게 걸어 나오며 군중들을 향해 말했다.“천무산에 맞서 옥패를 빼앗아 오려면,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된다는 거 다들 아실겁니다. 오늘 스승님께서 이 모임을 주최한 이유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결코 여러분들께 손해가 아닐 테니, 다들 협조 바랍니다. 저희가 오늘 정해야 할 거는 두가지입니다. 첫째, 동맹을 이끌어줄 대표를 선출하는 것, 둘째, 천무산을 어떻게 공격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눈길을 사로잡는 미모에 사람들의 얼굴이 점점 몽롱해졌다. 모두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자신만 바라보고 있자 리아는 말없이 싱긋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저희 동맹 대표를 선출해 볼까요? 저희를 천무산까지 이끌어 공격을 주도해줄 분!”그제야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라도 동맹 대표 자리보단 중요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동맹 맺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만, 천무산을 점령하게 되면 그 배분은 어떻게 할 겁니까?”한 젊은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뱀 지팡이를 들고 있는 노파, 사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참 질문이 어리석군. 강호 초행인가? 이익은 각자 알아서 챙겨야지, 동맹은 천무산을 공격할 때만 해당된다.”능력만능주의, 이것이 마로 무리안의 규율이다.“알겠습니다.”그러자 질문을 한 남자를 포함해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 하나 둘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이 소란속에서도 한쪽에 유유히 차를 마시고 있는 남녀가 있었다.“오라버니는 대표 자리에 관심이 없나요?”수안이 장난스레 물었다.“관심 없어. 아니, 있다고 해도 이 자리를 만든 사람이 있을 텐데, 과연 대표 자리를 남한테 넘겨줄까?”염구준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홀 중앙에 있는 노파를 바라봤다. 여기 있는 대부분, 이 모임에 응한 순간 노파의 계략에 휘말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동맹 대표로 내가
이때, 누군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군중들 속에서 말했다. 노파가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 미리 심어둔 스파이들이었다.그러자 동요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하나 둘 동조하기 시작했고, 점점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처음 완고히 거부하던 사람들 마저도 대세가 기울어지니, 어쩔 수 없이 찬성을 들었다. 어찌 되었든 혼자서는 얻을 이익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수안님도 동맹에 동참하시겠습니까?”리아가 수안이 말이 없자 공손히 물었다. 수안은 오늘 모인 인원들 중에도 손꼽히는 강자로서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오라버니?”수안이 옆에 있던 염구준에게 의견을 묻듯 불렀다.“급할 거 없어. 상황이 끝난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아.”염구준이 평온하게 답했다.어리석게도 이들은 지금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지 못했다.리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그의 말 뜻을 되물으려던 찰나였다.“죽여! 한 명도 남기지 말고!”갑자기 누군가가 외쳤다. 그러자 홀 곳곳에서 사람들이 무차별한 공격을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무력이 약했던 자들은 정말 반응할 틈도 없이 죽었다.“모두 죽여라!”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홀 문이 열리더니, 한가득 무장한 사람들이 쳐들어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동맹은 날아가고 사람들의 얼굴이 배신감만이 가득 찼다. 그렇게 각자도생, 서로가 서로의 적이 되었다.“크흑!”염구준이 자신을 향해 칼을 들어 올린 남자의 목을 단단히 비틀어 올렸다.천무산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이제 막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기세만으로 밀리기 시작했다.“오라버니, 저희도 나서야 할까요?”수안이 주변을 경계하며 물었다.“아니, 우리를 노리고 온 사람도 아니니, 굳이 끼어들 필요 없어.”염구준이 주변을 관찰하며 답했다. 방 안은 혼란스러웠고, 비명과 욕설 그리고 피비린내로 가득 찼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 십여 명이 되는 천무산 강자들이 노파를 향해 달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전장에서는 적장의 우두머리를 잡는 것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