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다!해골당 쪽 사람들이 잠시 다른데 신경이 쏠린 틈을 타, 독비가 손에 들려 있던 뱀을 던졌다. 쉑쉑-뱀이 공중에서 크게 입을 벌리며 독을 가득 품은 앞니를 드러냈다. 보통 사람이 한번 물리면 죽을 수 있는 치명적인 독이었다. “해보자 이 거지?”하지만 해골당도 물은 아니었는지, 곧바로 공격을 눈치채고 날아오는 뱀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사실 좀 전의 빈틈은 그가 유도한 것이었다. 망했다! 독비는 아차했지만, 되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싸움이 시작되었다. 엎치락뒤치락, 두 세력은 아주 치열하게 서로를 상대했다.한편, 식사를 하며 상황을 지켜보던 수안이 물었다.“오라버니, 누가 이길 것 같아요?”염준은 음식에 열중하고 있었다. 뻔하고 보잘것없는 싸움, 보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됐다. “지루하게 저런 쓰레기들의 싸움은 구경할 가치도 없어.”반보천인인 그에겐 저들의 무력은 정말 하찮았다. 그리고 잠시 뒤, 드디어 승패가 갈렸다. 독비의 패배였다. 그는 해골당 깡마른 사내에게 어깨를 깊게 베어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게 되었다. 거기에 주 전력인 독사까지 잃은 상태였다.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없었다.“하하, 나한테 안 된다는 거, 뼈저리게 느꼈겠지?”깡마른 남자가 말했다. 사실 겨우 이긴 거였지만, 부하들 앞이라 허세를 부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부하들이 대단하다며 남자를 추켜세우기 시작했다. “역시 대장님, 이기실 줄 알았어요.”“하하, 앞으로 여긴 우리 해골당 거네요!”“독비도 대장님한텐 아무것도 아니네요.”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 호텔 안이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들이 그러던 말던, 식사를 마친 염구준은 쉬기 위해 방으로 향했다. 이런 분쟁은 그의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어이, 거기 둘!”이때, 아까 있었던 일로 앙심을 품은 해골당 대장이 염구준과 수안을 불러 세웠다. “응? 나한테 한 말이야?”염구준이 뒤 돌아서며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럼 너 말고 여기 누가 더 있
“쿨럭쿨럭,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깡마른 남자가 떨면서 고통스럽게 말했다.“전갈문, 수안이다!”수안이 당당히 자신의 이름과 소속을 밝혔다. ‘수안?’“설마 그 전갈문 문주, 전신 중기 강자라고?”남자가 충격 받은 표정이 되더니, 안 그래도 안 좋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오늘 아침부터 일진이 사납던 이유가 있었어!’“나를 아는 눈치구나? 이제 왜 너 보고 쓰레기 같다고 했는지 알겠지?”수안이 다시 젓가락을 집어 들며 냉정하게 말했다. “없습니다!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고, 제가 어리석었습니다!”목숨이 걸린 일이었기에 남자는 넙죽 엎드렸다. 그 전갈문 문주가 우대하는 남자라면, 염구준은 더 한 강자이리라!“꺼져!”염구준은 짧게 축객령을 내린 뒤, 방으로 올라갔다. 겨우 목숨을 부지하게 된 깡마른 남자는 허겁지겁 부하들을 데리고 호텔을 도망쳐 나왔다. 한편, 독비는 잃어버릴 뻔했던 호텔을 다시 되찾게 되어 크게 기뻐했다. “녀석들, 두 분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든 모두 들어줘라! 불만이 나오면 다 죽여버리겠다!”“사장님, 그럼 비용은 어떻게 하나요?”어리석은 부하 한 명이 물었다.“멍청한 놈, 이런 대단한 분들을 우리가 대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 줄 몰라?”독비가 얼간이 같은 부하를 노려보며 호통쳤다. 해질 무력, 천무산 산기슭.하루 푹 쉬며 몸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린 염구준은 수안을 데리고 천무산으로 향했다. 거사를 치르기 전에 먼저 사전 조사하는 것은 그의 오랜 습관이었다. 천무산 문, 산에 들어가기 위해선 필수로 지나가야 하는 통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두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다. “천무산이 봉쇄되면, 이제 어떡하지?”“아니, 느닷없이 산을 봉쇄해버리면 다야? 난 올라가야 한다고! 못 올라가게 하면 강제로라도 뚫고 갈 거야!””“조용히 해. 네가 전신 경지 강자라도 저들에겐 안 돼!”천무산은 옥패를 미끼로 수많은 사람들을 이
그런데 이때, 이변이 발생했다. 쉭쉭 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수많은 벌레들이 기어 나오더니 두 종사를 둘러쌌다. 모두 풍기는 기운이 범상치 않는 벌레들이었다. 천 번째 관문, 만고탈혼이었다.“빨리 처리하고 여기를 벗어나자!”두 종사가 도망치며 공포에 질린 창백한 얼굴로 소리쳤다. 이들의 공격은 강력했지만, 벌레들의 수가 너무 많아 아무리 죽이고 죽여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안 돼!”결국 두 사람이 빈틈을 보인 순간이 왔고, 벌레들은 그 순간을 귀신같이 놓치지 않고 덮쳤다. 둘은 그렇게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세상에서 살아졌다. 침입자를 처리한 벌레들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땅굴로 들어갔다. 주변이 이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 모두 침을 꼴깍 삼키며 공포를 억눌렀다. 만약 분위기에 휩쓸려 저들처럼 천무산을 쳐들어갔더라면, 자신들도 똑같은 처지가 되었으리라! 이들은 다시금 열 여덟 관문의 두려움을 실감했다. “별거 아니네.”하지만 염구준에겐 다르게 비춰졌다. 까다롭긴 하지만 그에겐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 공격들이었다. 한차례 소란이 지난 뒤, 다시 흥미를 잃어버린 염구준은 수안을 데리고 돌아섰다. 그런데 몇 걸음 떼기도 전에,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상황을 보니 수안과 안면이 있는 것 같았다.“문주님, 여기서 뵙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네요.”수안도 남자를 알아보았으나, 별 다른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었기에 시큰둥했다. “만 회장님이네요. 상인이 여긴 어쩐 일인가요?”남자는 이 지역에 무역으로 유명한 사람이었지만, 전혀 무공을 수련하지 않은 일반인이었다.“하하, 옥패에 무공뿐만 아니라, 희귀병도 치료할 수 있는 비법이 있다는 얘기가 있어서요.”그 말과 함께 만 회장이 옆에 있는 두 사람을 가리켰다. 한 명은 전신 경지 초기에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무성 지상 경지에 있는 사람이었다. 만 회장은 옥패를 얻기 위해 두 사람은 꽤 거액을 주고 고용한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수안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
이때, 노파 뒤에서 굉장히 외모가 출중한 한 여인, 리아가 요염하게 걸어 나오며 군중들을 향해 말했다.“천무산에 맞서 옥패를 빼앗아 오려면,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된다는 거 다들 아실겁니다. 오늘 스승님께서 이 모임을 주최한 이유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결코 여러분들께 손해가 아닐 테니, 다들 협조 바랍니다. 저희가 오늘 정해야 할 거는 두가지입니다. 첫째, 동맹을 이끌어줄 대표를 선출하는 것, 둘째, 천무산을 어떻게 공격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눈길을 사로잡는 미모에 사람들의 얼굴이 점점 몽롱해졌다. 모두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자신만 바라보고 있자 리아는 말없이 싱긋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저희 동맹 대표를 선출해 볼까요? 저희를 천무산까지 이끌어 공격을 주도해줄 분!”그제야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라도 동맹 대표 자리보단 중요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동맹 맺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만, 천무산을 점령하게 되면 그 배분은 어떻게 할 겁니까?”한 젊은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뱀 지팡이를 들고 있는 노파, 사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참 질문이 어리석군. 강호 초행인가? 이익은 각자 알아서 챙겨야지, 동맹은 천무산을 공격할 때만 해당된다.”능력만능주의, 이것이 마로 무리안의 규율이다.“알겠습니다.”그러자 질문을 한 남자를 포함해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 하나 둘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이 소란속에서도 한쪽에 유유히 차를 마시고 있는 남녀가 있었다.“오라버니는 대표 자리에 관심이 없나요?”수안이 장난스레 물었다.“관심 없어. 아니, 있다고 해도 이 자리를 만든 사람이 있을 텐데, 과연 대표 자리를 남한테 넘겨줄까?”염구준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홀 중앙에 있는 노파를 바라봤다. 여기 있는 대부분, 이 모임에 응한 순간 노파의 계략에 휘말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동맹 대표로 내가
이때, 누군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군중들 속에서 말했다. 노파가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 미리 심어둔 스파이들이었다.그러자 동요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하나 둘 동조하기 시작했고, 점점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처음 완고히 거부하던 사람들 마저도 대세가 기울어지니, 어쩔 수 없이 찬성을 들었다. 어찌 되었든 혼자서는 얻을 이익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수안님도 동맹에 동참하시겠습니까?”리아가 수안이 말이 없자 공손히 물었다. 수안은 오늘 모인 인원들 중에도 손꼽히는 강자로서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오라버니?”수안이 옆에 있던 염구준에게 의견을 묻듯 불렀다.“급할 거 없어. 상황이 끝난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아.”염구준이 평온하게 답했다.어리석게도 이들은 지금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지 못했다.리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그의 말 뜻을 되물으려던 찰나였다.“죽여! 한 명도 남기지 말고!”갑자기 누군가가 외쳤다. 그러자 홀 곳곳에서 사람들이 무차별한 공격을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무력이 약했던 자들은 정말 반응할 틈도 없이 죽었다.“모두 죽여라!”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홀 문이 열리더니, 한가득 무장한 사람들이 쳐들어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동맹은 날아가고 사람들의 얼굴이 배신감만이 가득 찼다. 그렇게 각자도생, 서로가 서로의 적이 되었다.“크흑!”염구준이 자신을 향해 칼을 들어 올린 남자의 목을 단단히 비틀어 올렸다.천무산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이제 막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기세만으로 밀리기 시작했다.“오라버니, 저희도 나서야 할까요?”수안이 주변을 경계하며 물었다.“아니, 우리를 노리고 온 사람도 아니니, 굳이 끼어들 필요 없어.”염구준이 주변을 관찰하며 답했다. 방 안은 혼란스러웠고, 비명과 욕설 그리고 피비린내로 가득 찼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 십여 명이 되는 천무산 강자들이 노파를 향해 달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전장에서는 적장의 우두머리를 잡는 것만큼
만 회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다급히 말을 이었다.“제 기억이 맞다면, 당신 그 염구준 맞죠?”질문이긴 했지만, 그는 이미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만.”염구준은 숨길 이유가 없었기에 솔직하게 인정했다.염구준! 소문에 의하면, 그의 손엔 이미 옥패가 세 개나 있었다!곧이어 주변에서 둘의 대화를 얼떨결에 듣게 된 사람들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들이 오늘 이곳에 온 이유도 옥패 때문이었는데, 그 옥패 중에 세 개나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이야! “정말 그 옥패를 세 개나 가지고 있다고?”전신 경지에 있는 한 강자가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 무슨 문제라도?”염구준이 냉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자신이 옥패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이들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확답이 들려오자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탐욕스러운 눈빛을 한 채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이 들어왔다. “선생님, 가지고 계신 옥패 잠시 볼 수 있을까요?”“안 될 거 없지.”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아이고, 감사합니다.”좀 전에 질문을 던졌던 남자가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그는 염구준이 옥패를 건네면 곧바로 가지고 도망칠 생각이었다. “뭐 하자는 거지? 내 옥패를 보고 싶다면, 먼저 네 옥패부터 내놓아야 공평하지 않겠어?”염구준이 뒷짐을 진 채 남자에게 말했다. 바보도 아니고, 설마 그 중요한 것을 아무에게나 보여줄까?“이… 감히 날 가지고 놀다니!”그제야 남자는 자신이 우롱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분개했다. “아니, 하도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길래, 장단에 좀 맞춰줬을 뿐이잖아. 뭘 그렇게 화내? 화는 내가 내야 맞지.”염구준이 계속해서 조롱했다.“빌어먹을 놈이! 죽고 싶어?”분노한 남자가 전신 영역을 풀어 젖히며 염구준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채 닿기도 전에 수안에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남자는 쾅하고 충돌과 함께 뒤로 튕겨 나가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싸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나와라. 얼마든지 받아주지.”수안이 주변을 둘러보며 당
“젊은이, 뭘 이리 서두르나? 우리 좀 얘기하지 않겠는가?”이때, 뱀 지팡이를 든 노파, 사우가 앞을 가로막았다. 사우는 자신이 전력을 다해 반보천인으로서 그와 붙는다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 한 명이 앞장서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 둘 용기를 내어 노파의 편에 섰다. “염 선생, 우린 그저 옥패를 좀 구경하려는 것뿐이야.”“맞아. 거의 다 죽어서 남은 사람도 많지 않은데,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정말 좀 보기만 하자고.”염구준은 주제를 모르고 함부로 도전하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기만 한다고? 당신들이?”싸늘한 눈빛, 아무리 떼거지로 몰려와도 염구준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홀로 수많은 적들을 상대해온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릴 탓하지 마라.”노파가 음산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전투를 치룰 준비를 마쳤다. 자의로 내놓지 않겠다면, 강제로라도 빼앗을 수밖에!“그래, 전력 다해 덤벼봐!”이 말과 함께, 염구준은 몸에서 기운을 풀어 젖히며 어마어마한 기세를 내뿜었다. 곧이어 그의 실루엣이 희미해지더니, 순식간에 노파의 앞에 모습을 들어냈다. 기왕 싸울 거면 강한 상대를 선호했다. 수안도 함께 전신 영역을 펼치며 가까이 있는 사람들부터 공격했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먼저 공격을 날려 주도권을 가지고 올 수밖에!노파의 부하들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노파가 손을 들어 이들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물러나. 너희들은 상대가 안 된다. 나한테 맡겨.”이 말을 끝으로 노파 또한 몸에서 기운을 폭발시키며 천인의 힘을 들어냈다. 그렇게 노파의 지팡이와 염구준의 주먹이 허공에 맞닿았다. 쾅! 생각보다 빠른 반응에 염구준은 속으로 살짝 놀랐다. 자신의 주먹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노파는 생각보다 막기 어렵지 않은 염구준의 공격에 쾌재를 불렀다. 예상했던 대로 실력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것 같았다. “부서져라!”염구준이 다시 한번
그렇게 두 사람은 빠르게 현장을 빠져나갔다. 현장엔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노파마저 패배한 마당에 그 누구도 앞을 가로막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추적해. 인원이 많으니, 마을 전체를 수색하는 것 따위 어렵지 않을 거야.”그러자 즉시 모두 사방으로 흩어지며 두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그날 밤, 무산채는 소란스러운 밤을 보내고 있었다. 반면, 염구준은 마을 밖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정말 어리석고 욕심이 많은 놈들이군. 별 볼일 없는 것들이 옥패를 노리다니.”“오라버니, 그 옥패 그렇게 대단한가요?”수안이 반짝이는 눈동자로 물었다. “자, 여기. 직접 보던가.”염구준이 품에서 옥패를 꺼내 수안에게 건네주었다. 청용, 백호, 주작, 현무, 모두 옥패를 봤지만, 각자 받아들인 것은 모두 달랐다. 결국 제대로 옥패의 능력을 이어받으려면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야 했다. 이건 마치 수학과도 같았다. 어떤 이들은 이론 한 번에 바로 이해하지만, 어떤 이들은 여러 번 봐도 풀지 못하는 것처럼.잠시 후, 수안이 옥패를 돌려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안에 들어있는 것은 기억했지만, 이해하려면 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아, 맞다. 그런데 아까 왜 그 할망구를 죽이지 않았어요?”노파와의 전투에서 염구준은 압도적인 실력차이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충분히 상대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직 쓸데가 있어서, 일단 내버려 두려고.”그에게 패배한 이상, 노파는 반드시 동맹을 맺어 천무산을 공격하려 할 것이다. 염구준은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알아서 이들이 파멸하는 모습을 지켜볼 생각이었다.“아, 손 안 쓰고 코 풀기?”수안이 깨달은 듯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그들에겐 그럴만한 능력이 없을 것 같으니,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겠지.”거저 생긴 인력, 이용할 수 있으면 기꺼이 이용해줘야지!“수안아, 넌 여기 남아 있어. 난 잠깐 산 좀 둘러보고 올게.”
“서커스단 일 때문이야?”손가을이 눈살을 찌푸렸다.청해에서 최고 여성 사업가 신분으로 며칠 전에 있었던 서커스단의 사건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맞아. 서커스단과 연관이 있어.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거야.”염구준이 인정했다.“그럼 빨리 다녀와. 난 희주를 지키면서 집에서 기다릴게.”손가을은 서운했지만 억지로 웃었다.남편이 하려는 일에 그만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아내로서 가정과 손씨 그룹을 지켜서 남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지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말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다.“가을아, 넌 정말 최고야.”염구준은 다가가 아내를 와락 끌어안았다.손가을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염구준은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다들 보고 있어. 집에 가서 안아줘.”손가을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누가 보는데?”염구준이 뒤돌아보았더니 들어올 때 문을 닫지 않아서 직원들이 목을 길게 빼고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다들 깨알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흠흠.”염구준이 헛기침을 하자 다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눈길을 돌려버렸다.문을 닫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았다.염구준은 아내를 풀어주고 또 구경하러 몰려들까 봐 사무실 문을 닫으러 갔다.손가을은 이어서 업무를 보고 염구준은 옆에서 가끔 서류를 건네며 퇴근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부부는 학교에 들러 딸을 데리고 밖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다.이튿날 아침, 염구준은 미리 아침밥을 준비해 놓고 귀울진으로 향했다.빨리 처리하고 일찍 돌아올 생각이었다.용하와 접한 국경 도로에 소 수레 한 대가 여유 있게 가고 있다.수레에 앉은 사람이 바로 염구준이었다.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어 도로는커녕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길조차 없었다.그는 안내원을 찾아 원시적인 교통 수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길에서 노인이 이곳의 풍습을 소개했다.하지만 진씨 가문을 들어본
망기술의 역할을 알고 있는 염구준은 문제점을 말했다.“진씨 가문은 어디 있어? 거록이 혹시 거기에 있나?”고대영은 숨기지 않고 염구준의 질문에 바로 답했다.“진씨 가문은 해외로 쫓겨나서 국경에 있는 귀울진에 있어. 거록이 거기 있는지는 나도 몰라.”염구준은 용하의 은세가문이 왜 해외로 쫓겨났는지 알 수 없었다.이런 상황은 정말 흔치 않았다.“수고했어. 약속대로 내가 수고비는 보내줄게.”염구준이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그가 원하는 정보는 이것밖에 없었다.“돈은 됐어. 우리 고씨 가문의 외가 가주 자리가…”고대영은 돈을 받는 대신 다른 말을 하려고 했는데 염구준이 끊어버렸다.“됐어. 이따가 계좌로 이체할게. 시간 되면 청해에 놀러와.”염구준은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끊어버렸다.계속 통화를 했다면 고대영이 또 이 말을 꺼낼 게 뻔했다.“모두 같은 핏줄이니 네가 고씨 외가의 가주가 되어라.”비록 염구준의 생모 고유란이 고씨 외가의 가주였지만 지금 그와 관련이 없으니 이어받을 의무도 없었다.지금도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았다.염구준은 집으로 나가 주차장으로 갔다.손가을을 만나 자초지종을 말하고 귀울진에 갈 생각이었다.그런데 주자창에 갔을 때 살기를 느끼고 걸음을 멈추었다.“숨어 있지 말고 당장 나와.”아직 싸우기 전에 살기부터 흘리다니 정말 모자란 놈들이었다.스스슥!갑자기 나무 위, 관목 안, 하수도 뚜껑 아래서 그림자들이 뛰쳐나왔다.모두 복면을 써서 진짜 얼굴은 볼 수 없었다.“하, 실력이 제일 강한 놈이 정진왕자라니, 죽으러 왔어?”염구준이 그들을 훑어보았다.“거록 존주께서 말씀을 전달하라 하셨다. 청해에만 있어라. 밖으로 나가면 바로 죽는다!”일행은 먼저 협박 어린 말을 전달했다.“청해에서 나가겠다면 어떡할 건데?”염구준이 껄껄 웃으면서 되물었다.“그럼 죽인다!”한 사람이 싸늘하게 말하더니 일행이 동시에 염구준을 공격했다.아마도 그의 실력을 모르는 것 같았다.촤아악!염구준이 몸을 번쩍
“필요 없어. 겁 먹고 외국에 도망친 너랑 달라. 정말 창피해. 우리 떠돌이 7인조의 명성에 먹칠했어. 염구준 따위가 감히 내 대업에 끼어들었으니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역시 자극을 받은 거록 존주는 흑풍을 경멸하면서 말했다.지금 흑풍은 그가 말한 것처럼 염구준이 무서워서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다.지난번 윤씨 가문에서 염구준과 맞붙었을 때 한 손을 잃어버려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았다.“넷째 형, 잘 생각해 봐. 그러다 훅 가는 수가 있어.”흑풍은 속으로 기뻤지만 겉으로 여전히 걱정하는 것처럼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늘어놓지 마. 그보다 네가 준 사술법으로 천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냐?”지금 거록의 관심사는 염구준보다 사술법이었다.천인 경지는 꿈에서도 도달하고 싶은 것이라 매우 유혹적이었다.“물론이지. 심혈주를 만들어서 삼키면 바로 천인 경지에 도달할 수 있어.”흑풍은 더는 설득하지 않고 확실하게 대답했다.거록이 단호하게 나오니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그렇다면 됐다. 내가 천인 경지를 돌파하면 너 대신 염구준 그놈을 죽여줄게.”거록은 자신있게 말했다.그 단계에 도달하는 순간, 그는 세상에서 최고 고수로 거듭나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고마워, 형. 만약 기회가 된다면 염구준의 손에 있는 옥패 4개도 챙겨줘.”흑풍은 공수하며 인사를 올렸다.그의 목표는 지금도 옥패였으니 천인 경지에 도달하는 사술법에 관심이 없었다.어쩌면 다른 방법을 알기에 사술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걱정 마. 난 옥패에 관심이 없어. 만약 손에 넣으면 너한테 줄게.”거록도 승낙했다.옥패 8개에 심도 깊은 무학이 있어서 보물이라는 것은 다들 알지만 더 깊은 의미는 알지 못했다.“그럼 이만 끊을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흑풍은 말을 끝내고 통화를 끊어버렸다.지금 그가 있는 곳은 어두운 지하였다.그곳에 허약한 몸의 사내가 견갑골을 입고 있었다.“젠장.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 사술법을 알려주면 날 풀어준다고 했잖아.”사내는
염구준은 초상비 일행에게 철창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해서 병원에 데려가라고 지시했다. 물론 치료비는 모두 그가 부담할 것이다.광대와 서커스단 관련자들은 경찰에 보내서 법으로 다스리도록 안배했다.서커스단의 동물들은 청해 동물원에 보내져서 적절하게 배치했다.그 바람에 동물원에서 땡잡았다.더는 허스키를 늑대라고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이 호랑이로 분장할 필요도 없었다.모든 후사를 처리한 후, 염구준은 공연장에서 나와 모녀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서 스트레스를 풀었다.그날 저녁, 염구준에게 전화가 왔었다.“염구준 씨.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서커스단은 원래 합법이었는데 단장이 살해된 후 나쁜 놈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파렴치한 짓을 했더군요.”“이들 우두머리는 코브라라 부르고 거대한 조직의 일원으로서 유사한 패거리가 더 있는 걸로 추측합니다. 구제척인 것은 아직 자백받지 못했어요.”경찰 측에서 조사한 것을 모두 염구준에게 알려줬다.“알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염구준이 대답했다.이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경찰에게 맡기면 되니 그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이어서 초상비에게서도 연락이 왔다.구출한 사람들이 모두 고비를 넘겼지만 치료비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치료비는 염구준이 모두 낼 테니 이 일에 대한 모든 권한을 초상비에게 맡겨서 처리하게끔 안배했다.심혈을 뽑으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었다.아무리 치료를 해도 수명이 최소한 10년은 줄어들 것이다.떠돌이 7인조에서 하는 짓들은 어느 하나 정당한 것이 없었다.이런 독종들은 반드시 제거해야 했다.염구준은 거록 존주의 소식을 얻지 못했지만 다른 방면으로 단서를 찾았다.망기술이라는 독특한 방법은 용하에서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그는 은세가족의 윤대약, 고대영에게 연락해 단서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동시에 직접 얼음 인간 즉 봉유곡의 초상화를 그려 전신전에서 행방을 찾으라 지시했다.모든 일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거록 존주가 사람의 심혈을 뽑았던
서커스단 공연은 염구준이 사라진 후로 잠시 중단되었다.손가을은 손씨 그룹에서 절반 넘는 경호원들을 불러 수색하기 시작했다.거기에 호찬, 초상비 등 고수들도 있고 신위무관의 원종과 정경림도 있었다.이 기세로 보아 은세가문과 전쟁을 치러도 충분할 것 같았다.용필은 신혼여행을 떠나서 연락하지 않았다.“당장 사람을 풀어줘!”손가을이 언성을 높이며 모처럼 화를 냈다.평소 그녀는 성격이 털털해서 어떤 일에 부딪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남편이 눈앞에서 사라졌으니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아무리 남편의 실력이 대단해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여사님, 저희 계약서까지 작성했어요.”광대가 계약서를 내밀며 말했다.촤아악!“부끄럽지 않아서 이런 불법 계약서를 꺼내?”손가을은 빼앗아와서 바로 찢어버리고 바닥에 내팽개쳤다.오늘 염구준을 찾지 못한다면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근데 마술사가 사라져서 저희도 찾을 수 없어요.”광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시큰둥하게 말했다.“땅을 파서라도 찾아내세요!”손가을이 뒤에 있는 경호원에게 지시했다.“아빠 예전처럼 사라지는 거예요?”깜짝 놀란 염희주가 울면서 물었다.지난 일은 어린 가슴속에 응어리가 되어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팠다.이번 일로 인해 아마 평생 서커스단에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았다.“아니야. 아빠는 우리랑 숨박꼭질하는 거야.”손가을은 애써 웃으면서 딸을 진정시켰다.지시를 받은 손씨 그룹 경호원은 이미 굴착기까지 불러서 땅을 팔 기세였다.서커스 경호원들은 아무리 말려도 역부족이었다.관중들은 그 장면을 보고 혹시나 불똥이 튈까 봐 뿔뿔이 사라졌다.“가자. 대표님 화 나셨어. 보통 일이 아니야.”“손 대표님 사람이 얼마나 좋은데, 부디 남편을 찾길 바라.”“이제 보니 서커스가 문제 있네. 방금 무대에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야.”떠들썩하던 관중석은 텅텅 비어서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펑!경호원이 굴착기를 작동해 땅을 파려고 할 때 굉장한 소리가 들리
“잠깐만, 당신 이름이 뭐야?”이런 실력이라면 아무리 부하들이 많아도 승산이 없었다.“염구준이다.”이름일 뿐 염구준은 솔직하게 말해주었다.그가 정체를 밝히자 코브라는 겁에 질려 목소리까지 떨렸다.속으로 망했다고 별의별 욕을 다하고 싶었다.“염 선생님, 오해입니다. 정말 죄송해요. 이제 가셔도 됩니다.”이 사람만큼은 절대 건드릴 수 없었다.“그럼 저 사람들은?”염구준이 주변 철창을 둘러보며 말했다.“그게…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해드릴게요.”코브라는 살짝 망설이다가 웃으면서 타협했다.“아니, 내 뜻을 오해했어. 내 말은 저 사람들 복수는 어떻게 갚아야지?”염구준이 엄하게 질문했다.용하에서 국민들을 해쳤으니 여기서 쉽게 끝내면 안 되었다.상대방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느낀 코브라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어떻게 하고 싶습니까?”“무슨 상황인지 전부 말하고 너희는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 그러면 살려 줄게.”염구준은 말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상대방은 올 게 왔다고 생각했는지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상의할 여지는 없습니까?”코브라가 질문하는 척하면서 슬그머니 기운을 움직이며 공격할 준비를 했다.“하, 저 사람들의 피를 뽑을 때 상의하고 했나?”염구준이 비웃으면서 되물었다.어떤 일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이러나 저러나 죽게 생겼는데 한번 붙어보자.”코브라가 독하게 마음을 먹고 명령을 내렸다.스스슥!한 무리 그림자가 한 사람을 향해 전신 경지 실력을 펼치며 공격했다.그 반면, 코브라는 뒤로 물러서며 도망치려고 했다.“뭘 그렇게 급하게 도망쳐?”염구준은 몸을 번쩍 들어 앞을 가로막았다.공격하러 온 부하들은 어느새 바닥에 쓰러진 채 생사를 알 수 없었다.“겨우 이 정도로 앞길을 막다니 너무 자신만만하지 않나?”“날 죽이면 안 됩니다. 저는 거록 존주의 사람이에요.”코브라는 도망칠 수 없게 되자 뒷배를 내세웠다.“거록 존주?”염구준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머릿속에 정보를 떠올렸다.흑풍, 여우, 청목과 맞
방심했었다.우두머리는 제자리에 서서 식은땀을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보스가 CCTV를 통해 지켜보고 있으니 어떤 말은 함부로 할 수 없었다.“벙어리야?”염구준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과감하게 공격했다.몇 차례 공격을 퍼부어서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했다.“잘 생각하고 말해. 한 번만 기회를 줄게.”염구준이 마지막으로 통보했다.“할 말 없어!”그드득!우두머리가 말하는 동시에 염구준은 목을 부러트렸다.그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모든 것이 순식간에 발생했다.염구준은 죽은 사람을 옆에 던지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보스는 뒤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감시실에서 마술사가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이제 보니 정보가 틀렸군. 하지만 무성의 실력이라면 통제할 수 있어.”그가 신경 쓰는 것은 염구준일 뿐 부하들이 죽든 말든 상관없었다.마술사는 부하들을 이끌고 감시실에서 나왔다.염구준을 잡으러 가는 것이다.상대방의 실력을 파악했으니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한편, 염구준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이것은 함정이었다.“살려줘…”그가 한참 걸어갔을 때 앞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목소리를 들으니 곧 죽을 것 같았다.염구준은 걸음을 재촉하여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희미한 불빛을 빌어 상황을 살펴보다 조금은 경악했다.이곳에 철창 10개 정도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갇혀 있었다.남자, 여자할 것 없이 노인과 아이들도 있었다.그 사람들 상태는 몹시 허약했다.방금 관중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아마도 마술쇼를 하면서 사라진 사람들 같았다.염구준처럼 말이다.이 사람들은 가슴에 감은 붕대에 핏자국이 묻어 있고 공기에도 피비린내가 풍겼다.‘설마 심혈?’이 사람들 심장에서 피를 뽑은 것 같았다.전에 고전 서적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이런 수법은 이미 사라진 고대 사술에서만 사용했고 보통 무술인의 실력을 제고할 때 사용했다.그러나 선정된
마술사는 모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후, 갑자기 문을 열어서 상자 안을 보여줬다.사람은 사라지고 상자는 텅 비어 있었다.“아빠 사라졌나 봐요.”그 장면을 본 염희주가 얼떨떨해졌다.관중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라진 염구준을 찾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인근 도시에서 전해진 말이 진짜인 것 같았다.한편, 염구준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그곳의 불빛은 희미하고 주변은 어두컴컴했다.무대 아래였다.그는 상자에 들어가자마자 얼마되지 않아 아래로 추락하는 느낌이 들면서 무대 아래로 떨어진 것이었다.무대에 장치가 있었다. 이것이 서커스단의 속임수였다.무대가 앞에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선반 위에 무대가 있고 아래는 텅 비어 있었다.서커스단에서 왜 염구준을 죽이려고 하는지 아직 이유를 찾지 못했다.“일단 지켜보자.”그는 전방으로 걸어갔다. 어차피 이곳에 통로는 하나였다.방음은 엄청 잘 처리되어서 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하하하.”갑자기 몸통 절반이 나타나면서 음침한 웃음소리를 냈다.도구였다.그는 힐끗 쳐다보고는 무표정으로 바로 지나갔다.기운도 없고 위기감도 없어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귀신집에서 염구준 같은 손님을 만난다면 바로 문을 닫을 것이다.이어서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지만 그는 공격하지 않았다.CCTV를 통해서 그를 지켜보면 누구는 속이 바짝 탔다.이런 식으로 염구준이 공격하도록 유도해서 실력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그런데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한 팀을 데리고 내려가서 실력을 테스트해 봐.”감시실에서 마술사가 입을 열었다.“네.”옆에 있던 사람은 공수하며 대여섯 명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이 사람들은 아주 신중하게 움직였다.통로에서 한참을 걷던 염구준은 걸음을 멈추고 귀를 움직였다.‘누가 오고 있어.’발자국 소리가 아무리 조용해도 그의 예민한 귀를 피하지 못했다.그는 어떤 경지의 힘을 사용할지 고민했다.만약 제대로 싸우면 배후가 실력을 알고 도망칠 수 있으니까.스스슥!그때 몇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이 시작되었다.종목들은 정말 신나고 하나같이 감탄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었다.암퇘지가 철사슬 위로 걸어가고, 곰이 외발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본 아이들이 깔깔 웃으면서 연신 박수를 쳤다.방금 일로 염구준은 자꾸 주변을 살펴보며 경계했다.여러 종목이 끝난 후, 광대 진행자가 나와서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존경하는 여러분, 이어서 저희 피날레 종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활인을 할 텐데 어느 분이 게스트로 올라오시겠습니까?”그 말에 현장이 조용해지고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어떤 아이들은 자기가 나가겠다고 했지만 부모가 한사코 입을 막으면서 말렸다.“나가면 안 돼. 이 서커스단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야.”“나도 들었어요. 인근 도시에서 발생했는데 게스트가 계약서까지 작성했대요.”“무서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서커스 공연은 재미있지만 이 종목은 다들 뒤로 물러나며 지켜보기만 했다.“아빠, 내가 나가도 돼요?”그때 염희주가 말했다.“가지 마. 나중에 내가 믿을 만한 마술사를 불러서 체험하게 해 줄게.”옆에서 하는 말을 들었으니 딸을 위험하게 내보낼 수 없었다.“알았어요.”염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무룩해 있었다.곧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공연장의 불빛이 어두워지며 한 줄기 전등만 광대를 비추었다.“여러분, 제가 행운 게스트를 뽑으면 전등이 그분을 비출 겁니다. 물론 나올지 말지는 그분이 결정하면 되겠습니다.”서커스의 수법은 한번 또 한 번 곤란한 상황으로 밀어붙였다.정말 게스트로 당첨된다면 체면 때문이라도 무대에 올라갈 것이다.“감격스러운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광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전등이 현장을 누비며 빠르게 움직였다.“멈추세요!”한참 뒤, 광대의 말에 전등이 멈추었다.게스트로 염구준이 당첨되었다.이번에야말로 현장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 되었다.역시 나름 계획이 있었다.염구준은 방금 몰래 감시하던 사람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했다.“축하드립니다. 무대에 올라와서 협조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