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다!해골당 쪽 사람들이 잠시 다른데 신경이 쏠린 틈을 타, 독비가 손에 들려 있던 뱀을 던졌다. 쉑쉑-뱀이 공중에서 크게 입을 벌리며 독을 가득 품은 앞니를 드러냈다. 보통 사람이 한번 물리면 죽을 수 있는 치명적인 독이었다. “해보자 이 거지?”하지만 해골당도 물은 아니었는지, 곧바로 공격을 눈치채고 날아오는 뱀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사실 좀 전의 빈틈은 그가 유도한 것이었다. 망했다! 독비는 아차했지만, 되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싸움이 시작되었다. 엎치락뒤치락, 두 세력은 아주 치열하게 서로를 상대했다.한편, 식사를 하며 상황을 지켜보던 수안이 물었다.“오라버니, 누가 이길 것 같아요?”염준은 음식에 열중하고 있었다. 뻔하고 보잘것없는 싸움, 보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됐다. “지루하게 저런 쓰레기들의 싸움은 구경할 가치도 없어.”반보천인인 그에겐 저들의 무력은 정말 하찮았다. 그리고 잠시 뒤, 드디어 승패가 갈렸다. 독비의 패배였다. 그는 해골당 깡마른 사내에게 어깨를 깊게 베어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게 되었다. 거기에 주 전력인 독사까지 잃은 상태였다.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없었다.“하하, 나한테 안 된다는 거, 뼈저리게 느꼈겠지?”깡마른 남자가 말했다. 사실 겨우 이긴 거였지만, 부하들 앞이라 허세를 부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부하들이 대단하다며 남자를 추켜세우기 시작했다. “역시 대장님, 이기실 줄 알았어요.”“하하, 앞으로 여긴 우리 해골당 거네요!”“독비도 대장님한텐 아무것도 아니네요.”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 호텔 안이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들이 그러던 말던, 식사를 마친 염구준은 쉬기 위해 방으로 향했다. 이런 분쟁은 그의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어이, 거기 둘!”이때, 아까 있었던 일로 앙심을 품은 해골당 대장이 염구준과 수안을 불러 세웠다. “응? 나한테 한 말이야?”염구준이 뒤 돌아서며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럼 너 말고 여기 누가 더 있
“쿨럭쿨럭,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깡마른 남자가 떨면서 고통스럽게 말했다.“전갈문, 수안이다!”수안이 당당히 자신의 이름과 소속을 밝혔다. ‘수안?’“설마 그 전갈문 문주, 전신 중기 강자라고?”남자가 충격 받은 표정이 되더니, 안 그래도 안 좋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오늘 아침부터 일진이 사납던 이유가 있었어!’“나를 아는 눈치구나? 이제 왜 너 보고 쓰레기 같다고 했는지 알겠지?”수안이 다시 젓가락을 집어 들며 냉정하게 말했다. “없습니다!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고, 제가 어리석었습니다!”목숨이 걸린 일이었기에 남자는 넙죽 엎드렸다. 그 전갈문 문주가 우대하는 남자라면, 염구준은 더 한 강자이리라!“꺼져!”염구준은 짧게 축객령을 내린 뒤, 방으로 올라갔다. 겨우 목숨을 부지하게 된 깡마른 남자는 허겁지겁 부하들을 데리고 호텔을 도망쳐 나왔다. 한편, 독비는 잃어버릴 뻔했던 호텔을 다시 되찾게 되어 크게 기뻐했다. “녀석들, 두 분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든 모두 들어줘라! 불만이 나오면 다 죽여버리겠다!”“사장님, 그럼 비용은 어떻게 하나요?”어리석은 부하 한 명이 물었다.“멍청한 놈, 이런 대단한 분들을 우리가 대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 줄 몰라?”독비가 얼간이 같은 부하를 노려보며 호통쳤다. 해질 무력, 천무산 산기슭.하루 푹 쉬며 몸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린 염구준은 수안을 데리고 천무산으로 향했다. 거사를 치르기 전에 먼저 사전 조사하는 것은 그의 오랜 습관이었다. 천무산 문, 산에 들어가기 위해선 필수로 지나가야 하는 통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두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다. “천무산이 봉쇄되면, 이제 어떡하지?”“아니, 느닷없이 산을 봉쇄해버리면 다야? 난 올라가야 한다고! 못 올라가게 하면 강제로라도 뚫고 갈 거야!””“조용히 해. 네가 전신 경지 강자라도 저들에겐 안 돼!”천무산은 옥패를 미끼로 수많은 사람들을 이
그런데 이때, 이변이 발생했다. 쉭쉭 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수많은 벌레들이 기어 나오더니 두 종사를 둘러쌌다. 모두 풍기는 기운이 범상치 않는 벌레들이었다. 천 번째 관문, 만고탈혼이었다.“빨리 처리하고 여기를 벗어나자!”두 종사가 도망치며 공포에 질린 창백한 얼굴로 소리쳤다. 이들의 공격은 강력했지만, 벌레들의 수가 너무 많아 아무리 죽이고 죽여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안 돼!”결국 두 사람이 빈틈을 보인 순간이 왔고, 벌레들은 그 순간을 귀신같이 놓치지 않고 덮쳤다. 둘은 그렇게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세상에서 살아졌다. 침입자를 처리한 벌레들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땅굴로 들어갔다. 주변이 이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 모두 침을 꼴깍 삼키며 공포를 억눌렀다. 만약 분위기에 휩쓸려 저들처럼 천무산을 쳐들어갔더라면, 자신들도 똑같은 처지가 되었으리라! 이들은 다시금 열 여덟 관문의 두려움을 실감했다. “별거 아니네.”하지만 염구준에겐 다르게 비춰졌다. 까다롭긴 하지만 그에겐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 공격들이었다. 한차례 소란이 지난 뒤, 다시 흥미를 잃어버린 염구준은 수안을 데리고 돌아섰다. 그런데 몇 걸음 떼기도 전에,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상황을 보니 수안과 안면이 있는 것 같았다.“문주님, 여기서 뵙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네요.”수안도 남자를 알아보았으나, 별 다른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었기에 시큰둥했다. “만 회장님이네요. 상인이 여긴 어쩐 일인가요?”남자는 이 지역에 무역으로 유명한 사람이었지만, 전혀 무공을 수련하지 않은 일반인이었다.“하하, 옥패에 무공뿐만 아니라, 희귀병도 치료할 수 있는 비법이 있다는 얘기가 있어서요.”그 말과 함께 만 회장이 옆에 있는 두 사람을 가리켰다. 한 명은 전신 경지 초기에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무성 지상 경지에 있는 사람이었다. 만 회장은 옥패를 얻기 위해 두 사람은 꽤 거액을 주고 고용한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수안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
이때, 노파 뒤에서 굉장히 외모가 출중한 한 여인, 리아가 요염하게 걸어 나오며 군중들을 향해 말했다.“천무산에 맞서 옥패를 빼앗아 오려면,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된다는 거 다들 아실겁니다. 오늘 스승님께서 이 모임을 주최한 이유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결코 여러분들께 손해가 아닐 테니, 다들 협조 바랍니다. 저희가 오늘 정해야 할 거는 두가지입니다. 첫째, 동맹을 이끌어줄 대표를 선출하는 것, 둘째, 천무산을 어떻게 공격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눈길을 사로잡는 미모에 사람들의 얼굴이 점점 몽롱해졌다. 모두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자신만 바라보고 있자 리아는 말없이 싱긋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저희 동맹 대표를 선출해 볼까요? 저희를 천무산까지 이끌어 공격을 주도해줄 분!”그제야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라도 동맹 대표 자리보단 중요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동맹 맺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만, 천무산을 점령하게 되면 그 배분은 어떻게 할 겁니까?”한 젊은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뱀 지팡이를 들고 있는 노파, 사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참 질문이 어리석군. 강호 초행인가? 이익은 각자 알아서 챙겨야지, 동맹은 천무산을 공격할 때만 해당된다.”능력만능주의, 이것이 마로 무리안의 규율이다.“알겠습니다.”그러자 질문을 한 남자를 포함해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 하나 둘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이 소란속에서도 한쪽에 유유히 차를 마시고 있는 남녀가 있었다.“오라버니는 대표 자리에 관심이 없나요?”수안이 장난스레 물었다.“관심 없어. 아니, 있다고 해도 이 자리를 만든 사람이 있을 텐데, 과연 대표 자리를 남한테 넘겨줄까?”염구준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홀 중앙에 있는 노파를 바라봤다. 여기 있는 대부분, 이 모임에 응한 순간 노파의 계략에 휘말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동맹 대표로 내가
이때, 누군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군중들 속에서 말했다. 노파가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 미리 심어둔 스파이들이었다.그러자 동요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하나 둘 동조하기 시작했고, 점점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처음 완고히 거부하던 사람들 마저도 대세가 기울어지니, 어쩔 수 없이 찬성을 들었다. 어찌 되었든 혼자서는 얻을 이익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수안님도 동맹에 동참하시겠습니까?”리아가 수안이 말이 없자 공손히 물었다. 수안은 오늘 모인 인원들 중에도 손꼽히는 강자로서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오라버니?”수안이 옆에 있던 염구준에게 의견을 묻듯 불렀다.“급할 거 없어. 상황이 끝난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아.”염구준이 평온하게 답했다.어리석게도 이들은 지금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지 못했다.리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그의 말 뜻을 되물으려던 찰나였다.“죽여! 한 명도 남기지 말고!”갑자기 누군가가 외쳤다. 그러자 홀 곳곳에서 사람들이 무차별한 공격을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무력이 약했던 자들은 정말 반응할 틈도 없이 죽었다.“모두 죽여라!”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홀 문이 열리더니, 한가득 무장한 사람들이 쳐들어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동맹은 날아가고 사람들의 얼굴이 배신감만이 가득 찼다. 그렇게 각자도생, 서로가 서로의 적이 되었다.“크흑!”염구준이 자신을 향해 칼을 들어 올린 남자의 목을 단단히 비틀어 올렸다.천무산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이제 막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기세만으로 밀리기 시작했다.“오라버니, 저희도 나서야 할까요?”수안이 주변을 경계하며 물었다.“아니, 우리를 노리고 온 사람도 아니니, 굳이 끼어들 필요 없어.”염구준이 주변을 관찰하며 답했다. 방 안은 혼란스러웠고, 비명과 욕설 그리고 피비린내로 가득 찼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 십여 명이 되는 천무산 강자들이 노파를 향해 달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전장에서는 적장의 우두머리를 잡는 것만큼
만 회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다급히 말을 이었다.“제 기억이 맞다면, 당신 그 염구준 맞죠?”질문이긴 했지만, 그는 이미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만.”염구준은 숨길 이유가 없었기에 솔직하게 인정했다.염구준! 소문에 의하면, 그의 손엔 이미 옥패가 세 개나 있었다!곧이어 주변에서 둘의 대화를 얼떨결에 듣게 된 사람들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들이 오늘 이곳에 온 이유도 옥패 때문이었는데, 그 옥패 중에 세 개나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이야! “정말 그 옥패를 세 개나 가지고 있다고?”전신 경지에 있는 한 강자가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 무슨 문제라도?”염구준이 냉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자신이 옥패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이들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확답이 들려오자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탐욕스러운 눈빛을 한 채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이 들어왔다. “선생님, 가지고 계신 옥패 잠시 볼 수 있을까요?”“안 될 거 없지.”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아이고, 감사합니다.”좀 전에 질문을 던졌던 남자가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그는 염구준이 옥패를 건네면 곧바로 가지고 도망칠 생각이었다. “뭐 하자는 거지? 내 옥패를 보고 싶다면, 먼저 네 옥패부터 내놓아야 공평하지 않겠어?”염구준이 뒷짐을 진 채 남자에게 말했다. 바보도 아니고, 설마 그 중요한 것을 아무에게나 보여줄까?“이… 감히 날 가지고 놀다니!”그제야 남자는 자신이 우롱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분개했다. “아니, 하도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길래, 장단에 좀 맞춰줬을 뿐이잖아. 뭘 그렇게 화내? 화는 내가 내야 맞지.”염구준이 계속해서 조롱했다.“빌어먹을 놈이! 죽고 싶어?”분노한 남자가 전신 영역을 풀어 젖히며 염구준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채 닿기도 전에 수안에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남자는 쾅하고 충돌과 함께 뒤로 튕겨 나가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싸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나와라. 얼마든지 받아주지.”수안이 주변을 둘러보며 당
“젊은이, 뭘 이리 서두르나? 우리 좀 얘기하지 않겠는가?”이때, 뱀 지팡이를 든 노파, 사우가 앞을 가로막았다. 사우는 자신이 전력을 다해 반보천인으로서 그와 붙는다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 한 명이 앞장서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 둘 용기를 내어 노파의 편에 섰다. “염 선생, 우린 그저 옥패를 좀 구경하려는 것뿐이야.”“맞아. 거의 다 죽어서 남은 사람도 많지 않은데,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정말 좀 보기만 하자고.”염구준은 주제를 모르고 함부로 도전하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기만 한다고? 당신들이?”싸늘한 눈빛, 아무리 떼거지로 몰려와도 염구준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홀로 수많은 적들을 상대해온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릴 탓하지 마라.”노파가 음산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전투를 치룰 준비를 마쳤다. 자의로 내놓지 않겠다면, 강제로라도 빼앗을 수밖에!“그래, 전력 다해 덤벼봐!”이 말과 함께, 염구준은 몸에서 기운을 풀어 젖히며 어마어마한 기세를 내뿜었다. 곧이어 그의 실루엣이 희미해지더니, 순식간에 노파의 앞에 모습을 들어냈다. 기왕 싸울 거면 강한 상대를 선호했다. 수안도 함께 전신 영역을 펼치며 가까이 있는 사람들부터 공격했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먼저 공격을 날려 주도권을 가지고 올 수밖에!노파의 부하들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노파가 손을 들어 이들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물러나. 너희들은 상대가 안 된다. 나한테 맡겨.”이 말을 끝으로 노파 또한 몸에서 기운을 폭발시키며 천인의 힘을 들어냈다. 그렇게 노파의 지팡이와 염구준의 주먹이 허공에 맞닿았다. 쾅! 생각보다 빠른 반응에 염구준은 속으로 살짝 놀랐다. 자신의 주먹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노파는 생각보다 막기 어렵지 않은 염구준의 공격에 쾌재를 불렀다. 예상했던 대로 실력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것 같았다. “부서져라!”염구준이 다시 한번
그렇게 두 사람은 빠르게 현장을 빠져나갔다. 현장엔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노파마저 패배한 마당에 그 누구도 앞을 가로막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추적해. 인원이 많으니, 마을 전체를 수색하는 것 따위 어렵지 않을 거야.”그러자 즉시 모두 사방으로 흩어지며 두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그날 밤, 무산채는 소란스러운 밤을 보내고 있었다. 반면, 염구준은 마을 밖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정말 어리석고 욕심이 많은 놈들이군. 별 볼일 없는 것들이 옥패를 노리다니.”“오라버니, 그 옥패 그렇게 대단한가요?”수안이 반짝이는 눈동자로 물었다. “자, 여기. 직접 보던가.”염구준이 품에서 옥패를 꺼내 수안에게 건네주었다. 청용, 백호, 주작, 현무, 모두 옥패를 봤지만, 각자 받아들인 것은 모두 달랐다. 결국 제대로 옥패의 능력을 이어받으려면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야 했다. 이건 마치 수학과도 같았다. 어떤 이들은 이론 한 번에 바로 이해하지만, 어떤 이들은 여러 번 봐도 풀지 못하는 것처럼.잠시 후, 수안이 옥패를 돌려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안에 들어있는 것은 기억했지만, 이해하려면 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아, 맞다. 그런데 아까 왜 그 할망구를 죽이지 않았어요?”노파와의 전투에서 염구준은 압도적인 실력차이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충분히 상대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직 쓸데가 있어서, 일단 내버려 두려고.”그에게 패배한 이상, 노파는 반드시 동맹을 맺어 천무산을 공격하려 할 것이다. 염구준은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알아서 이들이 파멸하는 모습을 지켜볼 생각이었다.“아, 손 안 쓰고 코 풀기?”수안이 깨달은 듯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그들에겐 그럴만한 능력이 없을 것 같으니,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겠지.”거저 생긴 인력, 이용할 수 있으면 기꺼이 이용해줘야지!“수안아, 넌 여기 남아 있어. 난 잠깐 산 좀 둘러보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