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성충 지궁밖에 없는데, 두 사람이 어디론가 가고 있다면 그곳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염구준은 눈을 빛냈다. 몇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찾아온 기회였다. 덜컹! 앞에 있던 사람이 어느 한 곳을 누르자, 바닥이 들썩이며 희미한 불빛이 비치는 지하 입구가 나타났다.“먼저 내려갈 테니, 문 단속하는 거 잊지 마.”앞에 있던 사람이 뒤따라오던 사람에게 말하며 먼저 지하로 내려갔다. “뭐가 그렇게 급해? 가도 뭐 좋은 일이 있다고.”뒤에 있던 사람이 핸드폰을 보며 콧방귀를 뀌고는 천천히 따라갔다. 서서히 사라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염구준은 재빨리 통로가 닫히기 전에 굳은 마음을 먹었다. ‘해보자!’슉! 바람이 지나가는 듯한 작은 소리와 함께 문이 절반쯤 닫혔을 때, 염구준은 통로 안으로 몸을 날렸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가 한 첫번째 일은 바로 숨을 만한 장소를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직선으로 뚫려 있는 길 때문에 장애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염구준은 최대한 인기척을 죽인 채 핸드폰을 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남자의 뒤를 따랐다. 아무리 통로가 어둡고 인기척을 죽였다고 해도, 이 거리에선 발견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만약 남자가 고개를 뒤로 돌린다면, 즉시 그를 제거해야 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염구준의 우려는 현실이 되지 않았다. 남자는 핸드폰에만 집중할 뿐, 전혀 뒤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염구준은 느긋하니 둘의 뒤를 따랐다. “매일같이 저놈을 보러 와야 하다니, 지겹다, 지겨워.”“쉿, 조용히 해. 저 뱀, 영물이야. 사람 말 다 알아듣는다고. 조심하지 않으면 진짜 먹힐 수도 있어.”한 마디씩 주고받는 두 사람, 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가슴이 덜컹했다. 쌍두성사를 뒤로 뱀 이야기만 나오면 그는 귀가 쫑긋하고 섰다. 만약 이들이 말하는 영물 뱀이 염구준이 찾고 있던 쌍두성사라면? 염구준은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그렇게 두 사람은 어두운 길을 한
전신 경지 한 명, 무성 경지 두 명, 모두 실력이 있는 자들이었다. 어둠 속에서 염구준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세 사람을 바라봤다. ‘더는 들어가지 마, 들킬 거야.’조금만 앞으로 더 가면 독충들이 진을 치고 있는 한 지점이 나온다. 이 독충들은 사람에게 큰 해가 되진 않지만, 침입자가 있다는 경고를 날리는 역할을 했다.이름하여 비명충, 한번 울기 시작하면 최소 이, 삼 킬로미터 밖까지 들린다. 염구준은 그래서 일부로 산을 오를 때 더 멀리 돌아왔었다.그리고 잠시 뒤, 역시나 위웅위웅 벌레 소리가 산에 울려퍼졌고 순찰대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어.’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염구준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저 세 침입자를 후려갈기고 싶었다. 세 사람 때문에 덩달아 그도 난감한 상황에 처해버렸으니. 조용히 침투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빠져나갈 생각이었는데, 모두 무산되었다. “여덟 번째 경계선 쪽에 침입자가 발생했다!”순찰대가 사방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웠던 산이 순식간에 밝아지며, 사각지대가 모두 사라졌다. “도망쳐!”들킨 세 사람은 곧바로 줄행랑치기 시작했다. 단 세 사람만으로 천무산 전체를 상대하긴 무리였기 때문이다. ‘제기랄!’염구준은 속으로 세 사람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세 사람이 도망친 방향이 바로 그가 은신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정말 운이 안 따르는 것 같았다. “저기, 또 한 명 더 있다!”밝은 조명이 비춰지자 염구준의 모습도 드러났다.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빨리 산을 내려가야 했다. 아무리 반보천인이라도 이 많은 숫자를 한번엔 상대하기엔 지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쌍두성사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이상, 지금은 천무산을 전멸시킬 수는 없었다.“형씨, 뒤 좀 부탁해.”세 사람 중 한 명이 염구준을 지나치며 종아리 쪽으로 단검을 던졌다. 그의 움직임을 막아 대신 순찰대의 추격을 늦출 생각이었던 것이다. 아주 비열한 수단이었다.“빌어먹을 자식들!”염구준은 화가
그렇게 전신 경지 강자의 한 마디를 시작으로 셋은 순찰대원들을 향해 돌진했다. 산을 내려가기 위해선 지금 이 길을 뚫을 수밖에 없었다. 칼부림과 비명소리가 산에 울려 퍼져 나갔다. 그러는 사이 염구준은 산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는 바로 현장을 떠나지 않고, 산 초입구에 있는 바위 옆에 몸을 기댄 채 대기했다. 비록 계획이 그가 의도한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원하는 정보도 얻었고 나쁘진 않았다. 곧 눈앞에 이어서 검은 그림자와 함께 발소리가 들려왔다. 염구준이 가지 않고 이곳에 아직 머물고 있었던 이유였다. 산에 남은 세 명 중 한명인, 전신 경지 강자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처참한 모습으로 내려왔다. 나머지 무성 강자 두 명은 전투 중에 죽은 것 같았다.“도망가지 않고 기다리다니, 제 발로 죽을 길을 택했구나!”전신 경지 강자가 눈이 가득 충혈된 채로 살기를 내뿜으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용케 살아남았네.”염구준이 남자의 공격에 맞서며 다리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이전에 받은 공격에 대한 복수였다. 결국 남자는 한쪽 다리가 부러진 채 중상을 입었다.“차라리 죽여라!”주변에 슬금슬금 접근해오는 벌레들을 보며 남자가 겁에 질린 채 외쳤다. 벌레들에게 고통스럽게 먹혀 죽는 것보단, 차라리 한방에 죽는 것을 택한 것이다.“싫은데? 내 손이 더러워지잖아.”이 말을 마지막으로 염구준은 자리를 떠났다. 그가 여기에 기다리고 있었던 건 언제까지나 좀 전에 받은 기습에 대한 복수이지, 남자의 목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안 돼!”전신 경지 남자의 처절한 외침이 뒤에 울려 퍼졌다. 반면, 염구준은 다시 수안과 헤어졌던 작은 공터로 돌아왔다. “오라버니, 가셨던 일은 잘 해결됐어요?”수안이 돌아온 그를 보며 반갑게 물었다. “응, 순조롭게 끝냈어. 이제 그 할망구가 움직이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돼.”염구준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잠시 뒤, 날은 밝아졌지만, 떠올라야 할 태양은 구름에
그러나 그 기쁨은 얼마가지 못했다. 땅 아래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전에 나왔던 벌레는 그저 맛보기였던 듯, 상상 이상으로 많은 벌레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소름 돋는 광경에 말문이 막히고 다시 슬금슬금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두려워하지 마! 겨우 이 정도로 물러서면 안 돼! 다들 공격해!”노파가 손에 든 지팡이로 벌레 떼를 향해 공격을 쏟아 부으며 외쳤다. 그제야 사람들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함께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말 벌레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아무리 사람들이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해도,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비교적 무력이 약했던 사람을 시작으로 희생자가 늘어갔다. “아악! 살려줘!”“옥패 따위 필요 없어. 여길 탈출하게 해줘!”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만고탈혼 관문에서는 방어가 가장 중요했기에 주변을 돌볼 여지가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염구준은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자기 능력이 되지도 않는 일에 뛰어드니 이 꼴이 나지.”그 또한 실력을 숨기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자기 방어에만 집중했다. 성인이라면 모두 자기 선택에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법, 그것이 목숨이라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한바탕 소란스러움이 지나간 뒤, 벌레들 대부분 죽었고 나머지는 땅속으로 도망갔다. 그렇게 첫 관문이 진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전투에 참가한 중 많은 인원이 죽었고, 사기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이 와중에 관문은 넘어가야 할 관문은 열 일곱 개나 되니, 당연했다.“빨리 신속하게 이곳을 통과해야 해. 그래야 조금이라도 쉴 틈이 생겨!”노파가 현장을 지휘하며 말했다. 만약 이 상황에 또다시 벌레가 튀어나온다면 답이 없었다. 사람들도 이곳에 더 오래 머물며 안 된다는 자각은 하고 있었기에, 옆에 있는 부상자를 부축하며 다시 앞으로 전진했다.물론 가벼운 상처가 아닌 움직이기 힘든 중상자와 시체는 자연스레 버려지게 되었
염구준의 말에 좀 전에 소리쳤던 남자의 입이 조개처럼 다물어졌다. 자신의 목숨은 소중하지만, 남의 목숨은 파리처럼 여기는 전형적인 비겁한 인간이었다. 이때, 옆에 있던 노파, 사우가 웃으며 끼어들었다.“젊은이, 준비되려면 시간 더 필요해?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시간을 미룬다고 해서 저기를 올라가야 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어.”‘뻔뻔하기는!’노파는 상냥하게 말했지만, 내용은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알겠어요. 바로 올라갈 게요.”이 말과 함께 염구준은 천천히 오른발을 들어올려 첫 계단을 밟았다. 사실 어젯밤 이곳을 방문하면서 이미 대책을 세워둔 상태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끝까지 가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 오감 차단!사실 좀 전에 계단 앞에서 시간을 끈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오감을 차단하기 위해선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 조용한 환경속에 유난히 크게 들리는 발소리, 염구준의 오른발이 계단에 닿았다. 모두 숨 쉬는 법도 잊은 채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깊이 관찰했다. 속으론 그가 무사히 이 계단의 끝자락까지 도달하길 바라면서. 그런데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성공하길 바랐지만, 정말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자 노파는 의아했다. “젊은이, 괜찮은 것 같으니까 앞으로 두어 걸음만 더 가봐.”그렇지만 오감을 모두 차단한 그는 노파의 목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염구준은 말없이 계속해서 스무 계단 정도 더 올랐다. 그리고 뒤 돌아 사람들을 바라보며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지만 노파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못한 채 옆에 있던 사람에게 지시했다.“너도 올라가 봐.”“네.”염구준이 무사한 것을 복고 안심한 사람은 망설임 없이 계단을 밟았다. 그렇게 한 계단, 두 계단, 별일 없는 듯했으나, 세번째 계단을 밟았을 때,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을 질렀다. “아악! 몸 안에 뭔가 들어왔어!”곧이어 급격이 몸이 팽창하기 시작한 남자, 큰 폭
좀 전에 사람이 폭발하는 장면은 그에게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그럼 죽어!”노파가 손을 들어 남자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 남자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자리에 즉사했다. “이득을 얻고자 하면서 대가는 치르기 싫어하다니, 어리석구나.”“스승님, 제가 가겠습니다.”이때, 리아가 앞으로 나서 스스로 본보기가 되기를 자청했다. 사우가 동맹의 대표로서 힘을 쓰려면 그에 걸맞은 명분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녀는 오감을 차단한 뒤,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계단을 뛰어올랐다. 역시나 노파의 말 대로 오감을 차단한 것이 답이었는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리나는 포자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입을 다문 채, 고개만 돌려 사람들을 향해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봤겠지? 날 믿고 오감을 차단한 뒤, 한 사람씩 계단을 올라!”운 좋게 맞춘 거지만, 노파는 티를 내지 않고 뻔뻔하게 말했다.“역시 어르신이네요. 경험이 많은 분 답게 단번에 이 어려운 관문을 돌파할 방법을 찾으시다니!”“어르신을 저희 동맹 대표로 선출한 게 정말 큰 행운이네요!”“정말 위대하십니다. 앞으로는 전적으로 어르신만 믿고 따르겠습니다!”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아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그녀의 말에 따라 오감을 차단한 채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가 순조롭게 성공하진 못했다. 일부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말을 내뱉으며 포자가 체내로 들어가 폭발을 일으켰다. 덩달아 옆에 있던 사람들까지 함께 피해를 보게 되었다. 그렇게 열대명의 사상자가 나오긴 했지만, 다행히 나머지는 무사히 관문을 통과했다. “오! 다들 잘 올라오셨네요!”먼저 올라가 있던 염구준이 차례로 도착하기 시작한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어이! 해결책을 알고 있었으면, 미리 말해야 할 거 아니야!”이때, 한 남자가 나서며 그에게 따졌다. 이들은 염구준이 일부러 경쟁자를 죽이기 위해 입을 다문 것이라 생각했다.“멍청한 소리 하지 마시죠.”염구준이 냉랭한 눈빛을 보
물론 염구준은 어젯밤 경험 덕에 이미 모든 관문을 파악해둔 상태였다. 그래서 실력을 숨긴 채 어떤 관문에 들어가게 되어도 무사히 통과할 자신이 있었다. 그의 말을 들은 노파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무리 중 아무나 가리키며 지시했다.“거기 너, 네가 한번 올라가 봐!”비록 두번째 관문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는 하지만, 노파는 아직 염구준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다.“예!”운 없게 지목된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숲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남자는 돌아올 기색이 없었다. 노파는 또다시 사람을 파견했다. 그런데 반나절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참다 못한 그녀는 열댓 명을 한 번에 들어가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숲은 마치 블랙홀처럼 사람을 삼키기만 할 뿐, 돌려주지 않았다.“스승님, 제가 가볼까요?”리아가 앞으로 나서며 자청했다. 그녀가 노파의 제자이자 오른팔이 될 수 있었던 건 강해서가 아니었다. 결정적인 순간, 항상 알맞게 지지해주며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어려운 순간에 도와주는 사람만큼 기억에 남는 것도 없으니까.“아니, 됐어. 다 같이 들어가자. 어쩌면 앞서 나간 사람들, 무사히 숲을 지나 다음 관문에 갔을지도 몰라.”노파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귀가 솔깃했다. 노파는 앞서 나간 사람들이 위험에 빠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득을 봤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은연중 암시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욕심에 눈먼 사람들은 떠밀지 않아도 알아서 자진해 숲으로 들어갈 것이다. 아주 교활한 계략이었다.그렇게 노파의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모두 발등에 불이 붙은 듯 숲으로 돌진했다. “숲에 들어가면 최대한 내 옆에 붙어있어. 저 숲은 기운이 안 좋아.”염구준이 주의를 주었다. 어젯밤 가장 그의 발목을 가장 오래 잡았던 관문이 이 숲이었기 때문이다.“네, 알겠어요.”수안은 결연한 얼굴로 대답한 뒤, 양 볼을 붉히며 수줍게 염구준의 옷자락을 잡았다. 이 숲은 전갈문 대나무 숲
어둠 속에서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독안개로 가득한 숲은 사람들의 비명소리로 큰 혼란에 빠졌다.“나무가 움직여, 나무가 사람을 먹고 있다고!”“다가오지 마! 다 베어버릴 거야!”“이런 미친놈, 눈깔이 삐었어? 어디를 찌르고 난리야!”적을 보지도 못했는데, 아군은 이미 혼란에 빠졌다.서로 언제 뒤통수 때려도 이상할 것 없는 오합지졸들이 모인 동맹 답게, 단합심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다들 진정해! 우왕좌왕하지 말고 서로 등 맞대고 방어해!”노파가 목이 찢어져라 외쳤다. 그녀의 해결책은 이 상황에 매우 타당했지만, 이미 흔들리기 시작한 사람들의 귀엔 들어가지 않았다. 비명 소리의 빈도를 보아 최소 스무 명은 공격당했고, 그 수는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었다. ‘왔어!’염구준의 오른쪽 귀가 움찔거리며 미세한 움직임 소리를 포착했다. 무언가가 그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것을 본 염구준의 눈이 크게 떠졌다. 공격해온 것의 정체는 바로 나무였다! 손처럼 뻗은 나무!하지만 곧 이질적인 기운도 함께 느껴졌다. 그것은 바로 나무 속에 숨어 있는 사람, 역시나 식물이 자기 의지가 있을 리 없었다.‘요상한 짓거리 하기는!’쾅하고 염구준이 주먹을 날리자 나뭇가지와 함께 안에 숨어 있던 사람도 함께 날려버렸다. 이 정도는 그에게 운동거리도 되지 않았다.“오라버니, 천무산은 정말 상상력이 대단한 집단 같아요.”수안도 상황을 알아차리고 감탄을 내뱉었다. “그러게… 하지만 실력은 생각보다 대단치 않아. 지금 상황에 전신 경지 강자 몇몇만 보냈어도, 여기 사람 중 절반은 죽였을 텐데 생각보다 부진해.”염구준은 적의 문제점을 단번에 짚어낸 것도 모자라 해결 방안까지 내놓았다. 전신전 전주로서 본능과도 같은 사고였다.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노파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나무는 천무산 놈들이 위장한 껍데기에 불과하다. 전력으로 나무들을 부숴라!”정체를 알게 되자 사람들은 다시 희망에 차기 시작했다. 이제 뭐가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