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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1화

병실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육시준한테 알려주자, 육시준은 몇 분간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모두 이유가 있으셨겠지. 항상 할아버지 말씀 잘 들었잖아. 지금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강유리는 육시준을 의아한 눈빛으로 훑어보았다. 육시준의 그녀의 눈빛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물었다.“왜?”“지금 받아들여라고 말리는 거야?”육시준은 멈칫했다.“아니, 그저 궁금해서 그러는 거야. 네 성격에 이런 걸 신경 쓸 것 같지는 않아서 그래.”강유리는 말없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할아버지가 그녀의 태도를 이해 못 하는 건 짐작이 갔지만 육시준은 그러면 안 됐다. 할아버지가 드시던 약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내가 성씨 가문에 불만이 많다는 것도 알고있는 육시준이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건, 항상 아무 말 없이 그녀의 결정을 존중해 왔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뭔가 암시하는 듯한 의견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둘 다 말없이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욕조 안으로 들어가니 온몸의 피로가 풀리는 듯했다. 강유리는 팩 하나 얼굴에 부치고 나서 교외에 온천으로 유명한 호텔이 생각났다. 온천으로 유명해진 그 호텔에 겨울마다 찾아가는 유람객들이 끊이질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이랑 같이 가기로 약속했는데 유강그룹을 책임지고 나면 더 바빠질 것 같으니, 지금이 제일 좋은 기회다. 그녀는 수건으로 손의 물기를 닦아내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마침 소안영의 전화도 걸려들어 왔다.“여보세요?”“내가 사진 보낼 테니 한번 봐봐.”소안영은 흥분을 애써 가라앉히는 듯한 말투였다.강유리는 막연하게 채팅창을 열어보았는데 정교하게 디자인된 귀걸이의 사진이었다. “예쁘네. 이게 왜?”“너 전에 육시준이랑 고정남이 비밀리에 뭘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잖아.”“응. 요즘엔 신경 안 쓰고 있는데.”고성그룹이 성신영을 버린 후에 육시준도 이 일에 관심을 끈 상태였다.“너 고정남이 같이 밥 먹자고 했다며? 게다가 강 씨네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묻고 알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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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당연한 거 아니야?성신영의 신분에 문제가 있다면 그 전달된 자료도 빈틈이 없어야 했는데, 누군가가 일부러 한 것이 분명하다.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고정철이 한 것일 것이다. 고 씨네 일로 강 씨네 까지 휘말리다니. 이 정도는 새로운 정보도 아니었다.그녀는 흥미가 떨어지는 느낌에 팩을 뜯어버리고 뭐라고 말하려고 하는 찰나에 소안영이 말했다. “너 오늘 진짜 우울하구나!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거야?”“…”“이 귀걸이 뭔가 익숙하지 않아?”“???”“이거 네 것이잖아! 정확하게 말하면 민영 아주머니가 너한테 물려준 거!”강유리는 바로 앉아 방금 채팅창의 사진을 다시 열어 자세히 보았다. 소안영도 믿을 수가 없다는 듯 계속 말을 해왔다.“진짜 까먹은 거야? 나, 네 집 처음으로 놀러 갔을 때 이 귀걸이 예쁘다고 너한테 달라고도 했잖아!”“생각났어. 너 안 가져갔잖아.소안영은 액세서리 모으는 걸 좋아해서 그녀가 좋아하는 걸 보니까 선물로 주려고 했는데 엄마가 남긴 물건이란 걸 안 후에 그녀의 호의를 거절했었다.소안영이 이 귀걸이를 기억하고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네가 이렇게 신경 안 쓰는 줄 알았더라면 그때 가지는 거였는데.”“엄마가 준 액세서리가 많아서 너한테 준다고 한 거였는데.”게다가 강유리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그래!”소안영은 비꼬는 듯 말했다.“그래 돈 많아서 좋겠다…”그녀가 대범한 척해서 아끼는 물건도 스스럼없이 주는 건 줄 알았었다. 제일 좋은 친구로서 이런 중요한 의미가 담긴 물건은 받기 이상하다고 생각한 소안영이다. 그녀를 거절하고 나서 소안영은 조금 아쉬웠지만 정확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유혹 앞에서 우정을 선택했다니!하지만 지금 보면 그럴 필요가 하나도 없었다.“이 귀걸이 성신영 스타일도 아닌데, 그날에 끼고 참석한 거지. 뭔가 일부러 그런 것 같지 않아?”강유리는 진지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고우신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네. 고우신의 눈에 띄어야 하는데 마침, 이 귀걸이도 특별한 의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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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강유리는 한참 말이 없더니 슬쩍 웃고는 다시 욕조에 기댔다.“나 뭔가 알 것 같아.”육시준이 고정남을 그렇게 싫어하는데 뭔가 같이 계획하고 있다고 해도 분명 그 일이 신경 쓰여서 그런거 일것 이다. 그는 고정남이 하는 일을 지지하고 고 씨네 발표회가 순조롭게 흘러가길 원한다. 분명 자신과는 관계가 없는 일인데. 이러면 가능성은 딱 한 가지 남았다. 이일이 그녀랑 연관이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도 성신영이 메꾸고 있는 그 자리가 사람들한테 공격받길 원하지 않는다.문기준은 그녀의 경호원이고 고정남을 지켜보고 그녀를 위해 모든 일을 하고 있지만 육시준은 나한테 모든 걸 알리지 말라고 그한테 부탁한 모양이다. 소안영처럼 그녀가 자신의 “혼외 딸” 신분을 받아들일 수 없을까 봐 근심한 것 같았다.심지어 전에 고정남이 찾고 있던 딸이 혼외 딸이 아니라고 강조도 한 적도 있었다.모든 퍼즐이 순식간에 맞춰지는 느낌이다. 소안영은 이해가 안 되는듯했다.“뭘 알았다는 거야?”“네 말이 맞아. 그럴 리가 없어.”“그니까! 아주머니를 믿으셔야지. 유부남을 좋아하는 그런 일을 할 분이 아니잖아!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고정남이 잘생긴 편도 아니고!”“객관적으로 봤을 때 괜찮게 생기셨지.”강유리는 이성적으로 그녀를 지적해 줬다. 소안영은 콧방귀를 꼈다.“얼굴에서 한 사람의 심성이 보인댔는데 딱 봐도 젊을 때 이리저리 여자만 꼬시고 다닌 것 같은 사람인데. 그리고! 지금 결혼도 했는데 옛 애인을 잊지 못하고 있는 건 나쁜 남자잖아!”소안영의 나쁜 남자 평가에 인정하려던 참에 그녀는 말을 바꾸었다.“안돼, 생각하면 할수록 짜증 난단 말이야! 나쁜 남자는 변하지 않는단 말이야!”“???”“안 되겠어. 온천 나 혼자 갈 거야.”“…”전에는 둘이 오려고 한거 였나?갑자기 어떤 분의 온천 체험 기회가 취소된 느낌이다. 불쌍하군.소안영과의 통화로 강유리의 궁금증이 해결된 느낌이다. 샤워를 끝내고 나서 강유리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말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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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눈이 마주쳤다.덤덤한 강유리와는 비교되게 육시준의 눈가는 한순간의 당황함이 스쳐 지나갔다.그러고는 웃더니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유리가 이렇게 똑똑한데 내가 너한테 털어놓지 않은 일은 다 좋은 일이 아니라서 그런 거라는 걸 알잖아? 좋은 일이 아니면 왜 알려고 하는데?”강유리는 그의 손을 톡톡 쳤다.“뭐, 도리가 있는 말이지만, 내가 꼭 알고 싶다면?”“…”육시준이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려고 하던 순간, 강유리는 한숨을 쉬고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품속에 안겼다.“자기 나한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야?”육시준은 그녀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나 그런 나약한 사람 아니야. 생각보다 강하다고. 그러니까 이런 일로 제약받지 마.”육시준도 그렇고, 할아버지도 그렇고.그녀가 상처받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한 일이라는 걸 알고있다.아무리 생각해도 할아버지가 성홍주한테 타협하고 10퍼센트의 주식을 내어줄 수 있게 하는 건 나에 연관된 일밖에 없다. 그녀와 가까운 사람들이면 모두 그녀가 자존심이 강하고 성신영 모녀가 다른 사람의 감정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혐오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성신영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더 정확하게 말하면 성신영이란 사람 자체가 별로이다.게다가 고성그룹에 관한 일은 육시준이 이미 그녀한테 말해줬다. 모두 고정남의 잘못이고 그가 애인이랑 딸을 배신한 거라고. 이게 그녀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육시준은 멈칫하더니 의아하듯 그녀를 보았다.“이미 알고 있었어?”강유리는 화가 난 나머지 웃음밖에 안 나왔다.우리 사이에 이 정도 신임이 있지 않나?강유리는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하고 마지막에 결론을 낸 후 그의 가슴팍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물었다.“내가 사기 칠까 무서운 거야? 네 맘속엔 내가 그런 사람밖에 안 되는 거였어?”“자기가 너무 똑똑해서 조심 안 하면 안 돼.”육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입가에 뽀뽀했다.따뜻한 촉감이 손끝으로부터 온몸으로 퍼져왔다. 강유리는 애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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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왜 알고 있냐 물은 게 아니라 알고 있으면서 왜 알려주지 않았냐 묻는것이다. 차 안에 있을 때부터 VIP 병실의 CCTV에 관해 물었는데 모조리 대답해주지 않았었다.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준답시고…그래!나도 결정했다. 온천에 남자 따위는 데리고 가지 않는다고.강지남이 깨어나면서 유강그룹의 대리 회장이 그만두고 그룹 내부의 모든 사무를 강 씨 아가씨가 맡게 된다는 소식이 업계 내에서 퍼졌다.월요일 아침, 주주대회에서.웬일로 분위기가 심각했다. 다들 강유리에 대한 칭찬으로 끝이 없었다.이 모든 원인은 무대 위에 앉아있는 이 노인 때문이다. 몇 년간 투병하고 있어도 강지남은 여전히 그룹 내부에서 위망이 가득했다. 그룹의 관리자들도 그에 대해 경건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마음 졸이고 있는 건 강유리한테 공격을 해오던 사람일 것이다. 강지남이 강유리한테 자리를 물려준 일이 너무 갑자기 일어난 건 사실이니까. 모든 절차는 순조로웠고 반대의견을 내놓는 사람도 없었다.싸인이 끝나고 강유리의 자신만만한 모습을 본 성홍주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 덧붙였다.“그룹 상황이 네가 상상한 것처럼 좋은 건 아니야.”“성 주주님이 그룹 운영을 책임진 몇 년간 그룹 상황이 좋을 것이라고 상상한 적은 없습니다.”강유리는 덤덤하게 얄미운 말을 내뱉었다. 성홍주의 얼굴색은 더 안 좋게 변했다.그는 인정하고 있었다. 자기가 맡은 몇 년간은 확실히 강지남과 강민영이 맡고 있을 때보다 못하다는걸. 하지만 항상 흑자 상태라 주얼리 업계에서도 명성이 자자하다. 그렇지만 이번엔…“주얼리는 유강그룹의 주요 업무입니다. 하지만 이번 시합은 다른 사람을 위해 홍보한 셈이네요.”성홍주는 정색했다.“이익 앞에선 순진한 우정이 존재하지 않죠. Seema는 눈이 높기로 유명한데 이번엔 추연화마저도 밟아 버렸으니 우리 유강그룹이랑 협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경고의 말투로 강유리한테 사실을 알려줬다. 이 말이 끝나자 다른 주주들의 안색도 안 좋게 변해버렸다.유강그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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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성홍주는 그녀의 오만한 태도가 불만스러운 모양이었다.하지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홀린 듯이 강유리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입가에 귀를 기울였다.“제가 Seema니까요.”성홍주느 눈을 둥그렇게 뜨고 의아함을 들어냈다.“!!!”돌아가는 차 안에서 피곤한 강학도은 눈을 질끈 감고 쉬고 있었다. 하지만 곧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 옆에 앉아있는 강유리를 보고 물었다.“방금 네 아빠랑 뭐라고 했는데? 나 몰래 귓속말도 하고.”강유리는 문자를 보내고 강학도한테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할아버지고 저한테 알려주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잖아요.”강학도은 그녀의 애교에 즐거운 모양인지 연신 웃어댔다.“아직도 이 일 때문에 뾰로통하고 있는 거야?”“당연하죠! 아니면 제가 기회 한 번 드릴 테니까, 우리 비밀 교환해 볼까요?”“별로네. 난 비밀이 없으니까, 너도 이상한 생각하지 마!”“…”할아버지는 고집도 세셔서 여지를 하나도 남겨주지 않는다. 하지만 육시준이랑은 다른 분이다. 강유리를 예뻐해 주셔서 그녀가 자존심이 강한 것도 알고 있어서 혼외 딸이라는 사실도 몇십 년간 잘 숨기고 계셨다. 지금 이렇게 묻고 있어도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하지만 육시준은 모든 자초지종을 알고 난 후 그녀가 받아들일 수 있나 생각하고 알려준 것이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신경을 써주는데 강유리도 모르는 척하고 즐거운 강 씨네 아가씨 역할만 잘하면 되는 법이다. “할아버지.”그녀는 가볍게 강학도을 불렀다.“저 다 컸어요. 할아버지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라고요. 그러니까 제 근심하지 마시고 나쁜 사람들의 속임수에 걸려들면 안 돼요.”강학도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진짜 할아버지가 늙은 줄 알아?”“아니에요…”“그런 거지~ 할아버지가 뭐든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유리는 몇 살이 되든 할아버지가 제일 아끼는 공주님인데! 누구든 유리 건드리면 할아버지는 참지 않을 거야.”“…”강학도의 말에 울컥한 듯한 강유리다. 그녀는 더 이상 뭐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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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고주영은 멈칫하고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되물었다.“그런데 엄마. 이런 마땅한 결말이 아니잖아.”예전엔 육시준 마음을 누군가가 이미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한 발짝 물러서서 육시준한테 더 많은 시간을 준거였다. 육시준이 현실을 똑바로 깨닫고 나서 그녀가 자기랑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알아차리게 하고 싶었다. 그때가 되면 육시준은 저절로 나한테 다가올 테니까.하지만 그 결과는?다른 사람이 먼저 육시준 마음을 차지했고 심지어 육시준은 그녀를 전에 사람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결말은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전에 그 여자한테 지는 건 그렇다 치자. 내가 육시준을 더 늦게 알았으니까 그럴 수도 있는 거였다.하지만 지금 강유리한테 지는 건 말도 안된다. 강유리는 분명 나보다도 더 늦게 육시준을 알았는데…말도 안 돼.강유리 그까짓게 뭔데?가정, 얼굴, 지위 모든 면에서 강유리를 압도할 수 있는데?“사람 사이의 감정은 어쩔 수가 없는 거야. 육시준이 강유리한테 자기 마음을 바치겠다는데 우리는 무슨 수가 있겠어. 엄마가 이미 한번 틀려봤으니, 넌 엄마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차한숙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고주영은 고개를 숙인 채 머릿속에는 온통 차한숙의 “육시준이 강유리한테 자기 마음을 바치겠다는데”라는 말이 맴돌았다. 진심인 건가?책임 때문에 강유리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그게 가능해?그녀가 반박하려던 참에 누군가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가냘픈 몸매에 초췌한 몰골. 성신영이다. 차한숙과 고주영 모두 그녀의 등장에 놀란 모양이다. 지금 고 씨 집안의 태도를 보고도 눈치를 못 챈 모양인 건가?“빌붙기 위해 참 뻔뻔도 하시다!”차한숙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주영도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성신영은 방안을 훑어보더니 물었다.“고 회장님, 집에 없으세요?”“우리 둘째 아가씨 이제 아버지라고도 안 부르고 회장님이라고 부르시네?”성신영은 차한숙을 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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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그게 절 소중하게 대한 건가? 고작 옷 몇 벌에 가방 몇 개? 내가 필요한 게 이거인 것 같아? 신분을 공개한다며 카메라 앞에 적나라하게 혼외딸을 폭로시키고!”이렇게 하는 이유가 모든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으라는 거 아닌가?진짜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고 씨네 가족에 어울리게 도와주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랑 어울리게 도와줘야지!고주영의 표정이 점점 더 안 좋아졌다.“더러운 년. 자기가 일을 망쳐놓고 지금 와서 다른 사람 탓하는 거야?”예전엔 이런 욕을 들으면 화를 내버리는 성신영이였지만 지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이미 지옥에 있기 때문에 그저 자기를 밀쳤던 그 사람도 같이 끌어내리고 싶을 뿐이다. “고주영 아가씨. 제가 혼외딸이라 대접받지 못하는건 사실이지만, 우리 고귀하신 고 씨 아가씨도 저따위 혼외 딸보다도 대접을 못 받으시잖아요.”“…”고주영은 입을 꾹 다문 채 화를 억누르고 있고 차한숙도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사모님, 이렇게 오랫동안 저만 건드려온 건 단지 고정남의 혼외 딸이 득을 보지 않게 하기 위해서잖아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지금 그 혼외 딸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다 사모님이 두 손 모아 바친 거일걸요?”“대체 뭘 말하려는 거야?”“아직도 모르겠어요? 강유리잖아요. 고정남의 혼외 딸.”성신영의 말투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병원에 갇힌 며칠 동안 그녀는 이미 모든 걸 다 알아버렸다.고정남의 태도를 보면 그녀를 친 딸로 생각한 적이 없다.엄마말도 틀린 부분이 없다. 고우신이 그녀한테 접근한 이유는 그녀가 친근해 보여서가 아니라 그녀가 갖고 있는 한 물건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일 의심스러웠던 것이 성홍주가 선물해 준 귀걸이다. 하지만 그날 성홍주는 이 귀걸이가 육경원이 그렇게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칭찬을 너무 해서 성신영도 아무런 의심 없이 그걸 끼고 나간 것이다. 자세히 알아보니 강유리 엄마의 유품인 거였다.차한숙은 멈칫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설마, 지금 내가 널 싫어하는 이유가 단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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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발표회가 망한 들, 대중들 앞에 그녀를 소개한 건 사실이다. 고 씨네가 그녀를 버리지 않은 이상, 자기는 고 씨네 사람이다.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내쫓는 건 꿈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지금 내가 할 일은, 강유리의 신분을 밝히고 차한숙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 게다가 이 자리까지 차지하면서 내 미래를 위해 생각하는 것. 그 늙어빠진 년이 한 말 중에 맞는 말은 있다.“모든 건 자기 손에 쥐어있어야 한다.”고주영이랑 차한숙은 몇분간 침묵을 유지했다 고주영이 먼저 말을 걸었다. “엄마, 걔 말을 믿을 만하다고 생각해? 강유리 진짜…”그녀는 말을 계속하지 않았다. 의혹과 불신의 눈빛이었다.“이간질하는 수작이지 뭐.” 차한숙은 결론을 지었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라. 조사는 해봐야겠어.”“…”고주영은 대답이 없었다.강학도은 퇴원 후에 계속 JL빌라에 살고 있었다. 계약하기 전, 성홍주는 예전 모습과는 달리 이것저것 관심하며 강학도을 돌보려고 JL빌라를 자주 드나들었다. 심지어 강학도을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겠다고 제안까지 해왔다. 손녀 집에 살면 사람들의 구설에 오른다면서…하지만 계약을 끝내니, 갑자기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며 다시는 그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전화 한 통도 없었다…“이젠 관심하는 척도 안 하는 거야?”강유리는 소파에 앉아 강학도이랑 얘기하며 불만을 토했다.강학도은 연신 웃으며 대답했다.“목적도 달성했는데 계속 관심하는 척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성홍주는 처음엔 유강그룹만 단단히 붙잡고 있었던 이유는 뒤에 누군가가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지지하는 사람이 없으니, 유강그룹은 그저 빈껍데기일 뿐.어떻게 해야 제일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지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전에는 강유리가 회장이 되는 걸 막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강유리가 회사를 운영하는 능력은 잘 알고 있으니 지금 자기가 회장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유강그룹이 망하지 않는 이상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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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강유리는 자기도 어느 날부터 손주 문제에 골치가 아파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심지어, 결혼식도 안 올렸는데. 지금 생활이 만족스럽다. 하지만 이미 결혼을 한 상태라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았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얼마 전에 송미연이 결혼식 때문에 이것저것 그녀한테 상의하곤 했었는데 그제야 결혼한 실감이 났다. 이제야 겨우 결혼 할 실감이 났는데 벌써 손주 얘기가 나오다니…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근심 마세요. 항상 노력하고 있는데 방해가 된 건 아닙니다.”육시준은 진지하게 해석했다.강유리는 그런 육시준을 노려보았고 강학도은 웃고만 있었다,“그래, 그러면 됐어. 방해가 안 됐다고 해도 너희 신혼집인데 같이 산다는 건 말이 안 되지. 게다가 나이도 들더니 옛집이 좋아.”“…”이렇게까지 굳건하신데 육시준은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옛집이 좋다고 하는 걸 보니 근처의 연희동 오피스텔로 모시고 싶다던 생각도 때려치웠다.밤이 깊어졌다.강유리는 침대에 누워 옆에서 아이패드를 보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느껴져서 그런지 육시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피곤하다며? 잠이 안 와?’“자기야, 전에 나한테 거짓말한 거지?”“???”강유리는 생각하다 벌떡 일어나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전에 애 때문에 다퉜잖아. 너도 마지막엔 애를 갖지 않기로 타협하고.”육시준은 생각이 났다.전에 강유리가 생리가 미뤄진 탓에 오해가 있었었다.강유리 마음속엔 유강그룹뿐이고 그의 자리가 없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얘기를 해보고 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난 후엔 애를 갖는 일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았다.“그런데 넌 애를 갖고 싶잖아?”강유리는 갸우뚱거리며 진지하게 물었다.“할아버지한테 한 말 때문에 전에는 내가 거짓말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거짓말까지는 아니고… 물러선 거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지.”“내가 물러설 사람으로 보여?”“…”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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