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영은 멈칫하고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되물었다.“그런데 엄마. 이런 마땅한 결말이 아니잖아.”예전엔 육시준 마음을 누군가가 이미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한 발짝 물러서서 육시준한테 더 많은 시간을 준거였다. 육시준이 현실을 똑바로 깨닫고 나서 그녀가 자기랑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알아차리게 하고 싶었다. 그때가 되면 육시준은 저절로 나한테 다가올 테니까.하지만 그 결과는?다른 사람이 먼저 육시준 마음을 차지했고 심지어 육시준은 그녀를 전에 사람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결말은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전에 그 여자한테 지는 건 그렇다 치자. 내가 육시준을 더 늦게 알았으니까 그럴 수도 있는 거였다.하지만 지금 강유리한테 지는 건 말도 안된다. 강유리는 분명 나보다도 더 늦게 육시준을 알았는데…말도 안 돼.강유리 그까짓게 뭔데?가정, 얼굴, 지위 모든 면에서 강유리를 압도할 수 있는데?“사람 사이의 감정은 어쩔 수가 없는 거야. 육시준이 강유리한테 자기 마음을 바치겠다는데 우리는 무슨 수가 있겠어. 엄마가 이미 한번 틀려봤으니, 넌 엄마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차한숙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고주영은 고개를 숙인 채 머릿속에는 온통 차한숙의 “육시준이 강유리한테 자기 마음을 바치겠다는데”라는 말이 맴돌았다. 진심인 건가?책임 때문에 강유리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그게 가능해?그녀가 반박하려던 참에 누군가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가냘픈 몸매에 초췌한 몰골. 성신영이다. 차한숙과 고주영 모두 그녀의 등장에 놀란 모양이다. 지금 고 씨 집안의 태도를 보고도 눈치를 못 챈 모양인 건가?“빌붙기 위해 참 뻔뻔도 하시다!”차한숙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주영도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성신영은 방안을 훑어보더니 물었다.“고 회장님, 집에 없으세요?”“우리 둘째 아가씨 이제 아버지라고도 안 부르고 회장님이라고 부르시네?”성신영은 차한숙을 쳐다
”그게 절 소중하게 대한 건가? 고작 옷 몇 벌에 가방 몇 개? 내가 필요한 게 이거인 것 같아? 신분을 공개한다며 카메라 앞에 적나라하게 혼외딸을 폭로시키고!”이렇게 하는 이유가 모든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으라는 거 아닌가?진짜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고 씨네 가족에 어울리게 도와주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랑 어울리게 도와줘야지!고주영의 표정이 점점 더 안 좋아졌다.“더러운 년. 자기가 일을 망쳐놓고 지금 와서 다른 사람 탓하는 거야?”예전엔 이런 욕을 들으면 화를 내버리는 성신영이였지만 지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이미 지옥에 있기 때문에 그저 자기를 밀쳤던 그 사람도 같이 끌어내리고 싶을 뿐이다. “고주영 아가씨. 제가 혼외딸이라 대접받지 못하는건 사실이지만, 우리 고귀하신 고 씨 아가씨도 저따위 혼외 딸보다도 대접을 못 받으시잖아요.”“…”고주영은 입을 꾹 다문 채 화를 억누르고 있고 차한숙도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사모님, 이렇게 오랫동안 저만 건드려온 건 단지 고정남의 혼외 딸이 득을 보지 않게 하기 위해서잖아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지금 그 혼외 딸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다 사모님이 두 손 모아 바친 거일걸요?”“대체 뭘 말하려는 거야?”“아직도 모르겠어요? 강유리잖아요. 고정남의 혼외 딸.”성신영의 말투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병원에 갇힌 며칠 동안 그녀는 이미 모든 걸 다 알아버렸다.고정남의 태도를 보면 그녀를 친 딸로 생각한 적이 없다.엄마말도 틀린 부분이 없다. 고우신이 그녀한테 접근한 이유는 그녀가 친근해 보여서가 아니라 그녀가 갖고 있는 한 물건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일 의심스러웠던 것이 성홍주가 선물해 준 귀걸이다. 하지만 그날 성홍주는 이 귀걸이가 육경원이 그렇게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칭찬을 너무 해서 성신영도 아무런 의심 없이 그걸 끼고 나간 것이다. 자세히 알아보니 강유리 엄마의 유품인 거였다.차한숙은 멈칫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설마, 지금 내가 널 싫어하는 이유가 단지 네
발표회가 망한 들, 대중들 앞에 그녀를 소개한 건 사실이다. 고 씨네가 그녀를 버리지 않은 이상, 자기는 고 씨네 사람이다.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내쫓는 건 꿈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지금 내가 할 일은, 강유리의 신분을 밝히고 차한숙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 게다가 이 자리까지 차지하면서 내 미래를 위해 생각하는 것. 그 늙어빠진 년이 한 말 중에 맞는 말은 있다.“모든 건 자기 손에 쥐어있어야 한다.”고주영이랑 차한숙은 몇분간 침묵을 유지했다 고주영이 먼저 말을 걸었다. “엄마, 걔 말을 믿을 만하다고 생각해? 강유리 진짜…”그녀는 말을 계속하지 않았다. 의혹과 불신의 눈빛이었다.“이간질하는 수작이지 뭐.” 차한숙은 결론을 지었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라. 조사는 해봐야겠어.”“…”고주영은 대답이 없었다.강학도은 퇴원 후에 계속 JL빌라에 살고 있었다. 계약하기 전, 성홍주는 예전 모습과는 달리 이것저것 관심하며 강학도을 돌보려고 JL빌라를 자주 드나들었다. 심지어 강학도을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겠다고 제안까지 해왔다. 손녀 집에 살면 사람들의 구설에 오른다면서…하지만 계약을 끝내니, 갑자기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며 다시는 그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전화 한 통도 없었다…“이젠 관심하는 척도 안 하는 거야?”강유리는 소파에 앉아 강학도이랑 얘기하며 불만을 토했다.강학도은 연신 웃으며 대답했다.“목적도 달성했는데 계속 관심하는 척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성홍주는 처음엔 유강그룹만 단단히 붙잡고 있었던 이유는 뒤에 누군가가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지지하는 사람이 없으니, 유강그룹은 그저 빈껍데기일 뿐.어떻게 해야 제일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지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전에는 강유리가 회장이 되는 걸 막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강유리가 회사를 운영하는 능력은 잘 알고 있으니 지금 자기가 회장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유강그룹이 망하지 않는 이상 돈
강유리는 자기도 어느 날부터 손주 문제에 골치가 아파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심지어, 결혼식도 안 올렸는데. 지금 생활이 만족스럽다. 하지만 이미 결혼을 한 상태라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았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얼마 전에 송미연이 결혼식 때문에 이것저것 그녀한테 상의하곤 했었는데 그제야 결혼한 실감이 났다. 이제야 겨우 결혼 할 실감이 났는데 벌써 손주 얘기가 나오다니…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근심 마세요. 항상 노력하고 있는데 방해가 된 건 아닙니다.”육시준은 진지하게 해석했다.강유리는 그런 육시준을 노려보았고 강학도은 웃고만 있었다,“그래, 그러면 됐어. 방해가 안 됐다고 해도 너희 신혼집인데 같이 산다는 건 말이 안 되지. 게다가 나이도 들더니 옛집이 좋아.”“…”이렇게까지 굳건하신데 육시준은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옛집이 좋다고 하는 걸 보니 근처의 연희동 오피스텔로 모시고 싶다던 생각도 때려치웠다.밤이 깊어졌다.강유리는 침대에 누워 옆에서 아이패드를 보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느껴져서 그런지 육시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피곤하다며? 잠이 안 와?’“자기야, 전에 나한테 거짓말한 거지?”“???”강유리는 생각하다 벌떡 일어나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전에 애 때문에 다퉜잖아. 너도 마지막엔 애를 갖지 않기로 타협하고.”육시준은 생각이 났다.전에 강유리가 생리가 미뤄진 탓에 오해가 있었었다.강유리 마음속엔 유강그룹뿐이고 그의 자리가 없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얘기를 해보고 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난 후엔 애를 갖는 일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았다.“그런데 넌 애를 갖고 싶잖아?”강유리는 갸우뚱거리며 진지하게 물었다.“할아버지한테 한 말 때문에 전에는 내가 거짓말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거짓말까지는 아니고… 물러선 거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지.”“내가 물러설 사람으로 보여?”“…”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강유리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당연히 내 문제는 아니지! 이런 경우는 보통 남자들 탓이거든.”육시준의 안색은 갑자기 안 좋아졌다.“내 능력을 아직도 잘 모르겠어?”“…”갑자기 이러면 반칙이지. “아니면 오늘 밤에 한 번 해봐?”“아니, 아니. 괜찮아.”“…”육시준은 그녀만 뚜렷이 바라보고 있었다. 방 안의 온도도 그 차가운 눈빛 때문에 떨어지는 듯하였고 강유리는 어쩔 줄 몰라 하였다.눈빛을 저도 모르게 돌렸고 중얼거리며 해명했다.“연애만 하기로 협의했잖아. 갑자기 왜 애기 얘기가 나와.”이거야 말로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육시준의 차가운 눈빛은 점점 온기로 따뜻해졌다.“그래. 그러면 먼저 연애만 하는 거로 해.”“???”연애한다면서 왜 만지작거리는데.강학도는 역시 행동파인지 옛 저택으로 이사 가겠다고 말하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떠날 준비를 모두 끝냈다.토요일 오전.강유리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일찍 기상하여 강 씨네 옛 저택으로 향했다.가는 길 내내, 강유리는 강학도가 달라졌다며 불만을 토했다. 분명 전에는 자기를 그렇게 예뻐했으면서 지금 와서 떨어져 살질 못해서 안달이라고.“그저 빨리 깨난 거에 불만이 있는 거 아니야? 너더러 바라다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시준이가 나랑 같이 가면 되지.”강학도는 그녀의 꼼수를 집어냈다.“걔가 뭘 안다고 그래요? 옛 저택이 이젠 비어있은 지도 얼마나 됐는데, 진짜 들어가 살 수 있는 거 맞아요?”운전석에 있던 남자가 대꾸했다.“류 집사님이 먼저 몇 명 데리고 갔어. 미리 가서 청소해 놓을 거야.”먼저 이것저것 수선하고 청소하고 며칠 뒤에 이사할 계획이었지만 강학도가 이렇게나 빨리 돌아가고 싶어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강유리는 말하고 있는 육시준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은근히 세심한 면이 있네.강학도랑 수다를 떨다보니 점심쯤 되어야 옛 저택에 도착했다.강유리가 상상했던 스산한 모습과 달리 웅장하고 깔끔한 저택이었다. 까만 대문은 반짝거렸고 겨울이지만 마당의 꽃들은
지금 뻔뻔하게 말하고 있는 건 왕소영의 가족들이다 강학도가 아프고 강유리도 해외로 간 후에 왕소영의 가족들이 이 저택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몇 년 살다 보니, 진짜 자기 집이라고 생각한 모양인 것 같다.경치도 좋고 시설도 완벽하니, 내어주기 싫은 건 당연하다. 예전 같으면 강학도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는 걸 알면 바로 도망갔을 사람들이다. 강 씨네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하니까. 하지만 지금은…“유리야, 너도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예의를 잘 모르네. 비록 엄마없이 컸다고 하지만 네 이모한테서도 많이 배웠을 텐데, 날 적어도 아주버니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겠어?”“참 염치가 없으시네요. 그쪽이 왜 제 아주버니세요?”남자의 표정이 갑자기 뒤바뀌었다.“강유리, 내가 경고하는데 말조심해. 지금 유강그룹이 누구 덕을 보고 있는지 생각해 봐! 소영이가 안 도왔으면 너네 유강그룹은 내일 당장 망해버리는 거야.”강유리는 그의 말에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이 터져버렸다.“유강그룹이 왕소영 돈을 가지고 버티고 있는 거라고 누가 알려준 거에요? 성홍주?”왜 갑자기 이렇게 당당해졌나 했더니 이것 때문이네. 왕기현은 그녀의 태도를 보고 불쾌한 듯 눈썹을 찌푸렸다.바로 대꾸하려고 했는데 연륜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별장 대문이 열리고 지팡이를 짚고 있는 어르신이 걸어 나왔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의 모든 사람을 훑어보았다.결국 그의 시선은 강학도한테로 머물렀고 입을 열었다.“시댁이 오셨네. 밖에 있지만 말고 들어오세요.”마치 이 집의 주인인 듯한 말투였다. 자기가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도 하지 않는 모양이다.강유리가 반박하려고 했으나 옆에 있던 강학도가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이면서 달래주고는 집안으로 들어섰다.육시준은 류 집사님한테 눈치를 주고 강유리의 손을 잡고는 강학도 뒤를 따랐다.객실에는 이미 왕 씨네 가족들이 소파에 앉아있었다.강유리 일행은 그 옆에 서 있었고 누가 봐도 이 집의 손
지금 다들 부자 집안의 질서에 적응을 다 한 모양이다. 남존여비에 장유유서…중간에 앉아서 이 난장판을 지켜보고 있는 노인네는 이미 습관이 된 모양인지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았다.강유리가 뭔가 말하려던 참에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육시준의 손이 살짝 그녀를 일깨웠다.고개를 돌리니 웃음기 가득한 그의 얼굴과 마주했다. 왜 이러지 싶을 때 육시준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대고 가볍게 말했다.“할아버지가 알아서 하실 테니까, 우리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자.”“…”육시준의 따가운 기운이 귀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 온몸이 간질간질했다.항상 무슨 일이 생기면 앞서서 해결해 온 강유리이기에 누군가의 뒤에 숨어있는 느낌을 거의 까먹을 뻔했다.육 씨네 가족이랑 같이 지낼때만은 달랐다.육지원이랑 송미연은 조그만 일이 있어도 항상 강유리와 육시준대신에 해결해 주기 때문에 강유리는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사랑을 받기만 하면 됐었다.하지만 이건 육 씨네에 있을 때만 한정된 거라는 걸 강유리도 잘 알고 있다.자기 일에 있어서는 그래도 강유리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괜찮아?”육시준은 그녀의 의견을 다시 물어왔다.강유리는 순진한 눈망울로 웃으며 육시준한테 대답했다.“응. 할아버지가 계신다는 걸 까먹었어.”왕 씨네는 방 하나 놓고 정신없이 다투기 시작했다. 이걸 본 강학도는 웃으며 그들을 말렸다.“이런 작은 문제가지고 싸우면 뭐가 돼. 다들 가족인데, 이런걸로 감정 상하면 안 되지.”“네가 손해 본 것도 아니니까 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겠지!”그 까탈스러운 중년 여자가 대뇌를 거치지 않고 막 말을 내뱉었다.“왕소윤!”왕순혁이 드디어 소리를 내서 제지했다.하지만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에 위엄함을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어서 더욱더 불만을 털어놓는 여자였다.“맞잖아요! 갑자기 와서 저희 계획을 망쳐버린 게 아니라면 제가 왜 오빠랑 방 하나 가지고 다퉈야 해요?”왕순혁은 경고하는 듯한 눈빛을 날리고 다시 머쓱하게 강학도를 쳐다보았다.
왕소윤의 까칠한 얼굴에는 순간 웃음으로 가득 찼고 연신 고맙다는 인사만 했다. 이 기세를 보면 당장에 강학도를 아버지로 삼을것만 같았다.하지만 이런 왕소윤의 친아버지인 왕순혁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다. 강학도의 의도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부자들만 살 수 있다는 JL빌라는 너무 유혹적이어서 거절하기 어려웠다.그러기에 머뭇거리면서 다시 확인을 해왔다.“JL빌라의 집은 돈만 있다고 해도 사기 어려운데. 언제 샀습니까? 진짜 저희가 가서 살아도 괜찮습니까?”재미있네. 지금 “저희”라고 말한 거야?육시준은 눈썹을 슬쩍 치켜들었다.“당연하죠. 제가 JL빌라에 집이 두 채 있는데 하나는 제 손녀한테 줄 신혼집이고 하나는 시댁네 손녀한테 줄 신혼집입니다. 시댁네 손녀가 저희 고 씨 가족 사람이 된 다음부터 그 집이 비어있었는데, 지금 시댁 네가 들어가면 딱 맞죠.”이 말에 왕소윤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성신영 신혼집을 말하는 거네?그 집은 이미 알고 있는지 오라다. 예전부터 그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왕소윤이 죽어도 싫다고 하는 탓에 가질 못하고 이 촌구석에서 살게 된 것이다. “지금 놀리시는 거에요? 그 집이 우리 조카네 신혼집이라는 걸 제가 모를 줄 알세요? 갑자기 그게 왜 당신 집이 됐는데?”그녀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질문을 해왔다.강학도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모두 한 가족인데. 내 물건, 네 물건이 어디 있어요.”“걔 물건이 왜 당신 거에요? 진짜 이렇게까지 뻔뻔하다니. 남의 신혼집도 제멋대로 안배하고.”강학도는 웃음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대답했다.“뻔뻔하다는 말도 아는 사람이 왜 남의 집에 이렇게 눌러살면서 나가지 않는 건가요?”“난…”“자네가 밟고 있는 이 땅, 우리 강 씨네 재산인데. 지금 우리 강 씨네 가족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겠다는데 당신들 눈치도 봐야 되는건가?”“…”강학도는 평소에 엄청 온화한 사람이지만 화만 내면 기세가 엄청났다.소파 중간에 앉아있다고 해서 이 집의 주인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