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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왕소윤의 까칠한 얼굴에는 순간 웃음으로 가득 찼고 연신 고맙다는 인사만 했다. 이 기세를 보면 당장에 강학도를 아버지로 삼을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런 왕소윤의 친아버지인 왕순혁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다.

강학도의 의도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부자들만 살 수 있다는 JL빌라는 너무 유혹적이어서 거절하기 어려웠다.

그러기에 머뭇거리면서 다시 확인을 해왔다.

“JL빌라의 집은 돈만 있다고 해도 사기 어려운데. 언제 샀습니까? 진짜 저희가 가서 살아도 괜찮습니까?”

재미있네. 지금 “저희”라고 말한 거야?

육시준은 눈썹을 슬쩍 치켜들었다.

“당연하죠. 제가 JL빌라에 집이 두 채 있는데 하나는 제 손녀한테 줄 신혼집이고 하나는 시댁네 손녀한테 줄 신혼집입니다. 시댁네 손녀가 저희 고 씨 가족 사람이 된 다음부터 그 집이 비어있었는데, 지금 시댁 네가 들어가면 딱 맞죠.”

이 말에 왕소윤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성신영 신혼집을 말하는 거네?

그 집은 이미 알고 있는지 오라다. 예전부터 그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왕소윤이 죽어도 싫다고 하는 탓에 가질 못하고 이 촌구석에서 살게 된 것이다.

“지금 놀리시는 거에요? 그 집이 우리 조카네 신혼집이라는 걸 제가 모를 줄 알세요? 갑자기 그게 왜 당신 집이 됐는데?”

그녀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질문을 해왔다.

강학도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모두 한 가족인데. 내 물건, 네 물건이 어디 있어요.”

“걔 물건이 왜 당신 거에요? 진짜 이렇게까지 뻔뻔하다니. 남의 신혼집도 제멋대로 안배하고.”

강학도는 웃음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뻔뻔하다는 말도 아는 사람이 왜 남의 집에 이렇게 눌러살면서 나가지 않는 건가요?”

“난…”

“자네가 밟고 있는 이 땅, 우리 강 씨네 재산인데. 지금 우리 강 씨네 가족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겠다는데 당신들 눈치도 봐야 되는건가?”

“…”

강학도는 평소에 엄청 온화한 사람이지만 화만 내면 기세가 엄청났다.

소파 중간에 앉아있다고 해서 이 집의 주인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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