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뭐 대단한 거 도와주는 척하긴. 어차피 그것도 내 계획에 있었다고!’“레드브라이드 기획서도 확인했어. 다음 해 첫 신제품으로 출시하자. 우리 결혼식 올리고 바로. 수익 배분은 네가 제시한대로 LK가 3 세마 스튜디오가 7. 어때?”“...”그제야 눈을 뜬 강유리가 묘한 시선으로 육시준을 살폈따.‘호오.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받아들이시겠다? 오히려 미안해지는데?’강유리가 반응을 보이자 육시준의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갔다.“레드브라이드도 내 친구가 하는 곳인데 인테리어 마치고 내가 따로 개인 온천탕을 만들었어. 레드브라이드의 3대 온천탕은 아무한테나 개방하는 거 아닌 거 알지?”풍문으로는 레드브라이드의 3대 개인 온천탕은 세 창업주가 각자 개인 온천탕으로 나눠가졌다더니 그중 하나가 육시준일 줄이야.강유리의 눈이 반짝임을 더했다.“주인이 하나, 나 하나 그리고 이혁이가 하나 이렇게 나눠가졌었지. 우리야 워낙 바쁘니까 자주 못 가긴 하지만 이혁이는 자주 가는 것 같더라.”빌드업을 마친 육시준이 괜히 한숨을 푹 내쉬었다.“얼마 전에 네가 온천욕 하고 싶다길래 오랜만에 거기로 가볼까 했는데 나만 쏙 빼놓고 갈 줄은 몰랐네.”“흐음...”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던 강유리가 물었다.“어차피 잘 안 가는 곳이면 차라리 나한테 넘기는 게 어때?”“하, 뭐라고?”차가운 시선에 강유리가 괜히 헛기침을 해보였다.“큼큼. 농담이야. 내가 뭐 그렇게 이기적인 와이프인가? 설마 내가 혼자 즐기려고 달라고 하겠어?”“그래?”“그럼! 우리 지금 열애 중이잖아. 커플은 당연히 휴가도 같이 가야지.”“...”강유리의 속셈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으나 육시준은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뭐든 이익을 따져대는 이 여자를 와이프로 맞이한 본인이 재력가라는 것이 솔직히 다행스럽게 느껴졌다.“그런데 육경서가 정말 대출금 상환을 추진할까? 성신영과 사이가 틀어지긴 했다지만 그래도 법적으로는 부부사이잖아. 이렇게 해서 자기한테 좋을 게 없을 텐데?”“그렇긴
‘신영이한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위로 한마디는커녕 이렇게 매정하게 관계를 끊어내려 하다니.’이익 앞에서는 사랑이고 의리고 없는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진작 알아보았지만 이정도일 줄이야...유쾌하지 못한 통화를 마친 성홍주는 바로 육경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그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연결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은 육경서의 여유로운 목소리에 성홍주는 더 화가 치밀었다.“육 서방, 지금 이게 무슨 짓인가?”“네? 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깊은 한숨을 내쉰 성홍주가 물었다.“은행에서 대출 상환 독촉전화가 걸려왔던데.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1년 뒤에 갚기로 얘기 다 끝난 거 아니었나? 왜? 내가 갚지 못할까 봐?”“아, 그 일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셨구나...”육경서 역시 이 상황이 난처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유강그룹 상황이 악화되니 은행쪽에서도 불안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아버님도 아시다시피 집안에서 제 말은 딱히 통하지 않아서요. 형이 결정한 일인 것 같습니다.”“개소리! 보증 설 때까지만 해도 이런 소리는 없었잖아!”“...”갑작스러운 침묵에 성홍주는 침을 꿀꺽 삼켰다.하긴, 달라진 게 어디 육경서의 태도뿐일까? 지금 성홍주의 처지에 이렇게 따져물을 자격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잠시 후, 성홍주는 한결 더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어찌 되었든 한 가족인데 이렇게까지 나와야겠나? 지금 대출금을 상환하는 건 불가능하네. 설마 이 별장마저 빼앗아갈 셈인 건가?”“말씀드렸다시피 이건 LK 본부에서 내린 결정이라...”“우리가 남도 아니고 그런 입에 발린 소리는 그만하게! 내 이거 하나만 물을 테니 솔직하게 대답해. 설마 우리 신영이랑 정리하려고 이렇게 나오는 건가?”“아버님께서 먼저 물으시니 저도 솔직하게 대답하겠습니다.”살짝 한숨을 내쉰 육경서가 말을 이어갔다.“저랑 신영이 요즘... 이혼 절차 밟는 중입니다.”“...”통화를 마친 뒤에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성홍주는 소
“어차피 신영이가 하지도 않는 거 우리 문영이가 좀 하면 어디 덧나니? 자매들끼린 서로 옷도 공유하고 액세서리도 같이 쓰고 그러는 거야!”“참나, 자매는 무슨... 남의 집에서 빌붙는 주제에...”“어머, 형부. 뭐라고 좀 해봐요. 자꾸 오냐오냐하니까 애 버릇이 이렇게 나빠지는 거 아니에요.”어느새 다가온 왕소영까지 싸움에 합세하니 성홍주는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매일매일이 전쟁 같은 이쪽과 달리 JL빌라는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대출 상환으로 성홍주를 압박하기 위해선 회사 상황 악화를 핑계로 대야 했으므로 최근 강유리는 회사 업무는 거의 보지 않는 상태였으니 오히려 전보다 더 여유로운 일상이 이어졌다.금요일 밤.두 사람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각자 일을 하고 있었다.소파에 앉아 스케치를 하던 강유리가 하늘하늘 내리는 눈꽃을 보곤 문득 입을 열었다.“여보, 오늘 금요일이다?”이에 육시준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응. 오늘 밀린 업무 다 처리하고 내일 제대로 놀아줄게.”‘뭐야.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진짜 까먹은 거야.’스케치북을 내려놓은 강유리는 살금살금 육시준에게 다가갔다.‘흠, 회의 중은 아닌 것 같고.’확인을 마친 강유리는 조용히 2층 옷방으로 향했다.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돌린 육시준은 조금 갸웃거렸지만 곧 다시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급한 파일을 확인하고 일어서려던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강유리가 모습을 드러냈다.맨발 상태인 강유리는 실크 소재의 가운을 입고 있었는데 조금 헐렁하게 묶은 끈이 유난히 매혹적으로 보였다.자리에서 일어서던 육시준은 흠칫하다 자연스레 손가락으로 끈을 톡 건드렸다.가운이 스르륵 떨어지며 강유리가 안에 받쳐입은 블루 수영복이 드러났다. 전체적으로 귀여운 스타일의 수영복이었지만 긴 머리카락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쇄골, 빼어난 각선미가 묘한 섹시함을 부각시켜주었다.육시준의 리액션이 꽤 마음이 들었는지 강유리는 나름 포즈까지 취하며 물었다.“내일 이거 입고 가려고 하는데 어때?
“글쎄. 그런 걸로 치부하기엔 너무 많이 꾸몄는데?”육시준의 품에서 홱 도망친 강유리는 의자에 앉아 여유로운 표정으로 펜을 굴렸다.“너무 일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서 관심 좀 끌려고 이렇게 입어봤어.”어느새 소파에서 일어선 육시준이 무심하게 셔츠 단추 두 개를 풀었다.“그러니까 유혹 맞잖아.”“저~언혀. 당신이 응큼하니까 유혹으로 받아들인 거겠지.”강유리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성큼성큼 다가오는 다리를 들어 육시준의 허벅지를 막았다.매끈한 다리가 크로스되고 따뜻한 조명까지 더해지니 어딘가 야릇한 포즈가 연출되었다.육시준은 여전히 차분한 표정이었지만 조금 거칠어진 숨이 지금 그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다.하얀 강유리의 발목을 잡은 육시준이 살짝 허리를 숙였다.“정말 아무 생각없이 이렇게 입은 거 맞아?”“글쎄... 아까 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내 답도 달라질 것 같은데?”“그렇다면 조금 급했네.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기사로 답을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오늘 오후 법원에서 강제 집행이 시작되었으니 아마 내일쯤 기사로 나올 터, 이번 주 안으로 답을 주겠다는 약속을 완벽하게 지킨 육시준이었다.“그래?”드디어 흥미가 생긴 건지 강유리는 자세를 고쳐앉으려 했지만 발목을 잡은 육시준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아!”허리를 더 숙인 육시준이 매력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자, 내 답은 이미 준 것 같은데. 네 답은 뭐야?”“진짜 내일 기사로 나올 거라고? 이렇게 빨리?”솔직히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건지 진도를 묻고 싶었던 건데 생각보다 빠른 진척에 강유리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바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윽... 뭐, 뭐 하는 거야.”육시준의 입술이 다리에 닿자 강유리가 움찔거렸다.“내, 내일 수영복 입어야 한단 말이야. 그만...”“알아. 조심할게.”하지만 대답과 달리 육시준의 입술은 더 과감하게 움직였다.게다가 방금 전 이 수영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더 강조하듯 라인이 보이는 곳만 집요하게 공격하
“엥? 얼마 전에 LK그룹 육시준 대표랑 강유리 대표가 사귄다는 스캔들 있지 않았나? 이렇게까지 매정하게 나온다는 건 두 사람이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건가?”“꼭 그렇게도 볼 수 없는 게 부녀 사이가 안 좋은 건 알 사람들은 다 아니까.”“두 사람 진짜 사귀는 거 맞는 것 같던데?”“...”유강그룹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댓글들 사이에서 뜬금없이 육시준과 강유리 사이를 응원하는 글들이 보이자 강유리는 웃음을 터트렸다.또 댓글 알바라도 고용한 거냐며 물으려던 그때, 사무실 책상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는 걸 발견한 강유리의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그녀의 시선을 느낀 육시준이 물었다.“왜 그래?”“아, 아니야.”어느새 평소의 표정을 되찾은 강유리가 대답했다.“그냥. 기사 내용만 보면 유강그룹은 파산 직전인 회사인 것 같은데 사람들 반응은 꽤 낙관적인 것 같아서.”“그거야 네 이미지 덕분 아닐까?”“아니야. 당신과 나 사이에 뭔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정말 우리 두 사람이 사귄다면 유강그룹이 위기에 빠졌을 때 LK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을 테니까.”“뭐, 그렇지.”고개를 끄덕인 육시준은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강유리는 더 이상 집중할 수 없었다. 방금 전 얼핏 보였던 서랍속 여성용 라이터 때문이었다.흡연자인 릴리에게 라이터를 선물하기 위해 여러 브랜드를 뒤지다 워낙 독특한 디자인이라 꽤 인상이 깊었었기에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런데... ‘왜 육시준 서랍장 속에 저 라이터가...’그리고 고주영이 몇 번이나 강조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시준 씨, 진심으로 좋아했던 여자 있었던 거 알아요? 그래서 레이싱도 그만 둔 거예요.’그녀의 도발에 강유리가 의연할 수 있었던 건 과거에 좋아했던 여자가 있었다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일 뿐이고 지금 두 사람의 관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어서였다.‘그런데 저 라이터는 왜... 지금까지 남겨두고 있는 거지?’“그런데... 레이싱은 왜 갑자기 그만둔 거야?”뜬금없는 그녀의 질문
그의 질문에도 강유리는 여전히 시선을 휴대폰에 둔 채 심드렁하게 대답했다.“서재에 중요한 물건이라도 있나 봐?”“이 서재에 중요하지 않은 물건도 있나?”이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강유리의 손이 멈칫했다.‘하긴... 계약서며, 회사 파일이며... 서재엔 중요한 물건들뿐이지. 그렇다는 건 그 라이터도...’“그래.”어딘가 심드렁한 대답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워낙 평소에도 뜬금없는 질문을 자주 하는 강유리인지라 별 생각없이 다시 일에 열중하기 시작했다.종잇장을 넘기는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하고 무심하게 일만 하고 있는 육시준을 빤히 바라보던 강유리는 어두운 표정으로 안방으로 향했다....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강유리는 육시준보다 더 빨리 일어나는 기록을 세웠다.밤새 내린 눈이 정원에 소복히 쌓인 풍경은 굉장히 아름다웠다.평소라면 잔뜩 흥분해선 정원으로 뛰쳐나갔겠지만 창밖을 내다보는 강유리의 표정은 여전히 우울하기만 했다.한참 뒤, 정원에 익숙한 차량이 들어올 때쯤에야 강유리는 시선을 돌렸다.잠시 후, 시끄러운 육경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수님, 오늘 왜 이렇게 일찍 깨셨대? 오늘 노을빌리지로 놀러 간다면서요? 픽업 왔습니다.”“형수님 아침 식사는 하셨어요? 우리 촬영장 밥차 맛있는데 주리 픽업도 갈겸 같이 가실래요?”“아이참, 또 뭐 그런 눈으로 봐요. 설마 형수님도 저랑 주리 사이 반대하는 거예요?”쉴새 없이 몰아치는 말 폭탄에 강유리는 더 짜증이 치밀었다.“도련님, 조용히 좀 하시죠. 형 아직 자는 중이에요.”“쯧, 아니, 형수님도 이렇게 깨셨는데 아직도 자는 중이라고요?”“왜? 난 늦잠 좀 자면 안 돼?”이때 갑자기 울리는 차가운 목소리에 육경서가 움찔거렸다.잠옷 차림으로 천천히 계단을 내려온 육시준이 퉁명스레 물었다.“넌 왜 왔어?”뒷담화를 하다 딱 걸린 육경서는 조각상처럼 굳어있다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형수님 데리러 왔지.”“네 형수를 왜 네가 신경써? 네 형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물론 형 의견도 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주방으로 향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던 육시준이 살짝 미가늘 찌푸렸다.어젯밤부터 태도가 묘하게 차가워지더니 아침 내내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다니.그리고 아침 식사 자리에서 육시준은 자신의 의심이 괜한 착각이 아니었음을 인지한다.“자, 도련님. 아침 일찍 일어나느라 수고 많았어요.”그가 젓가락을 뻗을 때마다 끼어들어 육경서의 접시에 음식을 집어주는 강유리의 모습은 무신경한 육경서가 봐도 어딘가 이상했다.그는 서늘한 육시준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미소를 지었다.“형수님, 그만, 그만요. 저 배 터지겠어요. 전 이만 일어날게요.”“에이, 아직도 성장기인데 많이 먹어둬야죠.”친절한 미소와 함께 강유리는 육시준 앞에 놓인 우윳잔까지 빼앗아 육경서에게 건넸다.‘큼, 30대에 성장기라니. 제발 부부싸움은 둘이 있을 때만 하세요. 고래 싸움에 새우는 등이 터진다고요!’탁.이때 포크를 내려놓은 육시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강유리.”“왜?”고개를 돌린 강유리의 순진무구한 표정이 육시준은 기가 막혔다.“나한테 뭐 섭섭한 거 있어?”확신이 담긴 질문이었다.“그럴 리가. 우리 남편 잘생겼지 능력있지 자상하기까지. 백점짜리 남편인데 내가 왜 서운하겠어.”“...”‘뭔가 있는 건 확실한데...’곧이어 육시준의 시선이 두 사람 사이에서 눈치만 살피고 있는 육경서에게로 향했다.눈빛을 캐치한 육경서가 자연스레 일어서려던 그때, 강유리가 먼저 선수를 쳤다.“다 먹었으면 떠날 채비하죠? 지금 출발하면 도착해서 바로 점심 먹을 수 있겠다.”말을 마친 강유리가 주방을 나서고...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육경서가 망설이다 물었다.“형수님 왜 저러시는 거야?”“내가 어떻게 알아?”육시준의 시선이 방금 전 강유리가 넘긴 우윳잔에 있다는 걸 발견한 육경서가 두 손으로 곱게 컵을 돌려주었다.“자, 형 마셔.”식탁 위의 애매한 분위기는 노을빌리지로 향하는 내내 이어졌다.‘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주리한테 더 매달려 볼걸.
솔직히 지금 기분 같아선 육시준의 얼굴 따위 보고 싶지 않았지만 육시준과 오래 알고 지냈다는 사실을 묘하게 자랑하는 듯한 고주영의 말투에 괜한 승부욕이 불타올랐다.“그럴 리가요.”강유리가 자연스레 육시준의 팔짱을 꼈다.“우리 남편이 어디 친구에 눈 팔려서 와이프를 내버려 둘 사람인가요. 그런데 오늘 동생은 왜 안 데리고 왔어요? 걔도 이런 파티 좋아하는데.”“...”강유리가 성신영을 언급하자 고주영의 표정이 바로 일그러졌다.성신영과 얽혔다는 것 사실만으로 고성그룹은 물론, 연예계에서 그녀의 이미지마저 타격을 입었으니 그 이름이 달갑게 느껴질 리가 없었다.“어머, 주영 씨, 표정이 왜 그래요? 내가 무슨 실수라도...”강유리가 괜히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글쎄요. 동생이 제대로 맞긴 한 건지... 아, 유리 씨, 우리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 같은데 앞으로 언니, 동생으로 지내는 게 어때요?”의미심장한 표정, 뜬금없는 말에 강유리가 미간을 찌푸리던 그때... 가만히 있던 육시준이 문득 입을 열었다.“친구들 보러 간다면서?”“어?”“김찬석은 이혁이랑 친하고 김찬욱은 경서랑 친해. 난 뭐 대충 가끔씩 연락만 주고 받는 사이고. 딱히 인사 안 해도 되니까 그냥 네 친구들 만나러 가자.”어렸을 때부터 각별한 사이었다는 고주영의 주장을 반박하는 말이었으나 강유리의 포인트는 이상한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아까까지 날 잡던 사람이 고주영이 나타나니 바로 날 따라나서겠다. 왜?’“왜? 나도 당신 친구들 만나고 싶은데 당신은 싫은가 봐?”어젯밤 섭섭함까지 더해져서인지 말투에서 불쾌함이 그대로 들어났다.“강유리, 너 오늘따라 왜 이래?”누구보다 이성적이던 강유리가 왜 오늘은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걸까? 섭섭한 것이 있는 것은 확실한데 그 이유가 짐작조차 가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당신이야말로 오늘따라 왜 이렇게 변덕이야?”“...”두 사람이 워낙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 탓에 대화내용을 들을 수 없는 고주영은 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