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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부자 맞아의 모든 챕터: 챕터 621 - 챕터 630

1379 챕터

제621화

“어차피 신영이가 하지도 않는 거 우리 문영이가 좀 하면 어디 덧나니? 자매들끼린 서로 옷도 공유하고 액세서리도 같이 쓰고 그러는 거야!”“참나, 자매는 무슨... 남의 집에서 빌붙는 주제에...”“어머, 형부. 뭐라고 좀 해봐요. 자꾸 오냐오냐하니까 애 버릇이 이렇게 나빠지는 거 아니에요.”어느새 다가온 왕소영까지 싸움에 합세하니 성홍주는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매일매일이 전쟁 같은 이쪽과 달리 JL빌라는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대출 상환으로 성홍주를 압박하기 위해선 회사 상황 악화를 핑계로 대야 했으므로 최근 강유리는 회사 업무는 거의 보지 않는 상태였으니 오히려 전보다 더 여유로운 일상이 이어졌다.금요일 밤.두 사람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각자 일을 하고 있었다.소파에 앉아 스케치를 하던 강유리가 하늘하늘 내리는 눈꽃을 보곤 문득 입을 열었다.“여보, 오늘 금요일이다?”이에 육시준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응. 오늘 밀린 업무 다 처리하고 내일 제대로 놀아줄게.”‘뭐야.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진짜 까먹은 거야.’스케치북을 내려놓은 강유리는 살금살금 육시준에게 다가갔다.‘흠, 회의 중은 아닌 것 같고.’확인을 마친 강유리는 조용히 2층 옷방으로 향했다.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돌린 육시준은 조금 갸웃거렸지만 곧 다시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급한 파일을 확인하고 일어서려던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강유리가 모습을 드러냈다.맨발 상태인 강유리는 실크 소재의 가운을 입고 있었는데 조금 헐렁하게 묶은 끈이 유난히 매혹적으로 보였다.자리에서 일어서던 육시준은 흠칫하다 자연스레 손가락으로 끈을 톡 건드렸다.가운이 스르륵 떨어지며 강유리가 안에 받쳐입은 블루 수영복이 드러났다. 전체적으로 귀여운 스타일의 수영복이었지만 긴 머리카락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쇄골, 빼어난 각선미가 묘한 섹시함을 부각시켜주었다.육시준의 리액션이 꽤 마음이 들었는지 강유리는 나름 포즈까지 취하며 물었다.“내일 이거 입고 가려고 하는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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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글쎄. 그런 걸로 치부하기엔 너무 많이 꾸몄는데?”육시준의 품에서 홱 도망친 강유리는 의자에 앉아 여유로운 표정으로 펜을 굴렸다.“너무 일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서 관심 좀 끌려고 이렇게 입어봤어.”어느새 소파에서 일어선 육시준이 무심하게 셔츠 단추 두 개를 풀었다.“그러니까 유혹 맞잖아.”“저~언혀. 당신이 응큼하니까 유혹으로 받아들인 거겠지.”강유리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성큼성큼 다가오는 다리를 들어 육시준의 허벅지를 막았다.매끈한 다리가 크로스되고 따뜻한 조명까지 더해지니 어딘가 야릇한 포즈가 연출되었다.육시준은 여전히 차분한 표정이었지만 조금 거칠어진 숨이 지금 그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다.하얀 강유리의 발목을 잡은 육시준이 살짝 허리를 숙였다.“정말 아무 생각없이 이렇게 입은 거 맞아?”“글쎄... 아까 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내 답도 달라질 것 같은데?”“그렇다면 조금 급했네.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기사로 답을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오늘 오후 법원에서 강제 집행이 시작되었으니 아마 내일쯤 기사로 나올 터, 이번 주 안으로 답을 주겠다는 약속을 완벽하게 지킨 육시준이었다.“그래?”드디어 흥미가 생긴 건지 강유리는 자세를 고쳐앉으려 했지만 발목을 잡은 육시준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아!”허리를 더 숙인 육시준이 매력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자, 내 답은 이미 준 것 같은데. 네 답은 뭐야?”“진짜 내일 기사로 나올 거라고? 이렇게 빨리?”솔직히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건지 진도를 묻고 싶었던 건데 생각보다 빠른 진척에 강유리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바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윽... 뭐, 뭐 하는 거야.”육시준의 입술이 다리에 닿자 강유리가 움찔거렸다.“내, 내일 수영복 입어야 한단 말이야. 그만...”“알아. 조심할게.”하지만 대답과 달리 육시준의 입술은 더 과감하게 움직였다.게다가 방금 전 이 수영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더 강조하듯 라인이 보이는 곳만 집요하게 공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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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엥? 얼마 전에 LK그룹 육시준 대표랑 강유리 대표가 사귄다는 스캔들 있지 않았나? 이렇게까지 매정하게 나온다는 건 두 사람이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건가?”“꼭 그렇게도 볼 수 없는 게 부녀 사이가 안 좋은 건 알 사람들은 다 아니까.”“두 사람 진짜 사귀는 거 맞는 것 같던데?”“...”유강그룹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댓글들 사이에서 뜬금없이 육시준과 강유리 사이를 응원하는 글들이 보이자 강유리는 웃음을 터트렸다.또 댓글 알바라도 고용한 거냐며 물으려던 그때, 사무실 책상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는 걸 발견한 강유리의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그녀의 시선을 느낀 육시준이 물었다.“왜 그래?”“아, 아니야.”어느새 평소의 표정을 되찾은 강유리가 대답했다.“그냥. 기사 내용만 보면 유강그룹은 파산 직전인 회사인 것 같은데 사람들 반응은 꽤 낙관적인 것 같아서.”“그거야 네 이미지 덕분 아닐까?”“아니야. 당신과 나 사이에 뭔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정말 우리 두 사람이 사귄다면 유강그룹이 위기에 빠졌을 때 LK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을 테니까.”“뭐, 그렇지.”고개를 끄덕인 육시준은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강유리는 더 이상 집중할 수 없었다. 방금 전 얼핏 보였던 서랍속 여성용 라이터 때문이었다.흡연자인 릴리에게 라이터를 선물하기 위해 여러 브랜드를 뒤지다 워낙 독특한 디자인이라 꽤 인상이 깊었었기에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런데... ‘왜 육시준 서랍장 속에 저 라이터가...’그리고 고주영이 몇 번이나 강조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시준 씨, 진심으로 좋아했던 여자 있었던 거 알아요? 그래서 레이싱도 그만 둔 거예요.’그녀의 도발에 강유리가 의연할 수 있었던 건 과거에 좋아했던 여자가 있었다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일 뿐이고 지금 두 사람의 관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어서였다.‘그런데 저 라이터는 왜... 지금까지 남겨두고 있는 거지?’“그런데... 레이싱은 왜 갑자기 그만둔 거야?”뜬금없는 그녀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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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그의 질문에도 강유리는 여전히 시선을 휴대폰에 둔 채 심드렁하게 대답했다.“서재에 중요한 물건이라도 있나 봐?”“이 서재에 중요하지 않은 물건도 있나?”이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강유리의 손이 멈칫했다.‘하긴... 계약서며, 회사 파일이며... 서재엔 중요한 물건들뿐이지. 그렇다는 건 그 라이터도...’“그래.”어딘가 심드렁한 대답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워낙 평소에도 뜬금없는 질문을 자주 하는 강유리인지라 별 생각없이 다시 일에 열중하기 시작했다.종잇장을 넘기는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하고 무심하게 일만 하고 있는 육시준을 빤히 바라보던 강유리는 어두운 표정으로 안방으로 향했다....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강유리는 육시준보다 더 빨리 일어나는 기록을 세웠다.밤새 내린 눈이 정원에 소복히 쌓인 풍경은 굉장히 아름다웠다.평소라면 잔뜩 흥분해선 정원으로 뛰쳐나갔겠지만 창밖을 내다보는 강유리의 표정은 여전히 우울하기만 했다.한참 뒤, 정원에 익숙한 차량이 들어올 때쯤에야 강유리는 시선을 돌렸다.잠시 후, 시끄러운 육경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수님, 오늘 왜 이렇게 일찍 깨셨대? 오늘 노을빌리지로 놀러 간다면서요? 픽업 왔습니다.”“형수님 아침 식사는 하셨어요? 우리 촬영장 밥차 맛있는데 주리 픽업도 갈겸 같이 가실래요?”“아이참, 또 뭐 그런 눈으로 봐요. 설마 형수님도 저랑 주리 사이 반대하는 거예요?”쉴새 없이 몰아치는 말 폭탄에 강유리는 더 짜증이 치밀었다.“도련님, 조용히 좀 하시죠. 형 아직 자는 중이에요.”“쯧, 아니, 형수님도 이렇게 깨셨는데 아직도 자는 중이라고요?”“왜? 난 늦잠 좀 자면 안 돼?”이때 갑자기 울리는 차가운 목소리에 육경서가 움찔거렸다.잠옷 차림으로 천천히 계단을 내려온 육시준이 퉁명스레 물었다.“넌 왜 왔어?”뒷담화를 하다 딱 걸린 육경서는 조각상처럼 굳어있다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형수님 데리러 왔지.”“네 형수를 왜 네가 신경써? 네 형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물론 형 의견도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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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주방으로 향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던 육시준이 살짝 미가늘 찌푸렸다.어젯밤부터 태도가 묘하게 차가워지더니 아침 내내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다니.그리고 아침 식사 자리에서 육시준은 자신의 의심이 괜한 착각이 아니었음을 인지한다.“자, 도련님. 아침 일찍 일어나느라 수고 많았어요.”그가 젓가락을 뻗을 때마다 끼어들어 육경서의 접시에 음식을 집어주는 강유리의 모습은 무신경한 육경서가 봐도 어딘가 이상했다.그는 서늘한 육시준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미소를 지었다.“형수님, 그만, 그만요. 저 배 터지겠어요. 전 이만 일어날게요.”“에이, 아직도 성장기인데 많이 먹어둬야죠.”친절한 미소와 함께 강유리는 육시준 앞에 놓인 우윳잔까지 빼앗아 육경서에게 건넸다.‘큼, 30대에 성장기라니. 제발 부부싸움은 둘이 있을 때만 하세요. 고래 싸움에 새우는 등이 터진다고요!’탁.이때 포크를 내려놓은 육시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강유리.”“왜?”고개를 돌린 강유리의 순진무구한 표정이 육시준은 기가 막혔다.“나한테 뭐 섭섭한 거 있어?”확신이 담긴 질문이었다.“그럴 리가. 우리 남편 잘생겼지 능력있지 자상하기까지. 백점짜리 남편인데 내가 왜 서운하겠어.”“...”‘뭔가 있는 건 확실한데...’곧이어 육시준의 시선이 두 사람 사이에서 눈치만 살피고 있는 육경서에게로 향했다.눈빛을 캐치한 육경서가 자연스레 일어서려던 그때, 강유리가 먼저 선수를 쳤다.“다 먹었으면 떠날 채비하죠? 지금 출발하면 도착해서 바로 점심 먹을 수 있겠다.”말을 마친 강유리가 주방을 나서고...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육경서가 망설이다 물었다.“형수님 왜 저러시는 거야?”“내가 어떻게 알아?”육시준의 시선이 방금 전 강유리가 넘긴 우윳잔에 있다는 걸 발견한 육경서가 두 손으로 곱게 컵을 돌려주었다.“자, 형 마셔.”식탁 위의 애매한 분위기는 노을빌리지로 향하는 내내 이어졌다.‘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주리한테 더 매달려 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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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솔직히 지금 기분 같아선 육시준의 얼굴 따위 보고 싶지 않았지만 육시준과 오래 알고 지냈다는 사실을 묘하게 자랑하는 듯한 고주영의 말투에 괜한 승부욕이 불타올랐다.“그럴 리가요.”강유리가 자연스레 육시준의 팔짱을 꼈다.“우리 남편이 어디 친구에 눈 팔려서 와이프를 내버려 둘 사람인가요. 그런데 오늘 동생은 왜 안 데리고 왔어요? 걔도 이런 파티 좋아하는데.”“...”강유리가 성신영을 언급하자 고주영의 표정이 바로 일그러졌다.성신영과 얽혔다는 것 사실만으로 고성그룹은 물론, 연예계에서 그녀의 이미지마저 타격을 입었으니 그 이름이 달갑게 느껴질 리가 없었다.“어머, 주영 씨, 표정이 왜 그래요? 내가 무슨 실수라도...”강유리가 괜히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글쎄요. 동생이 제대로 맞긴 한 건지... 아, 유리 씨, 우리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 같은데 앞으로 언니, 동생으로 지내는 게 어때요?”의미심장한 표정, 뜬금없는 말에 강유리가 미간을 찌푸리던 그때... 가만히 있던 육시준이 문득 입을 열었다.“친구들 보러 간다면서?”“어?”“김찬석은 이혁이랑 친하고 김찬욱은 경서랑 친해. 난 뭐 대충 가끔씩 연락만 주고 받는 사이고. 딱히 인사 안 해도 되니까 그냥 네 친구들 만나러 가자.”어렸을 때부터 각별한 사이었다는 고주영의 주장을 반박하는 말이었으나 강유리의 포인트는 이상한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아까까지 날 잡던 사람이 고주영이 나타나니 바로 날 따라나서겠다. 왜?’“왜? 나도 당신 친구들 만나고 싶은데 당신은 싫은가 봐?”어젯밤 섭섭함까지 더해져서인지 말투에서 불쾌함이 그대로 들어났다.“강유리, 너 오늘따라 왜 이래?”누구보다 이성적이던 강유리가 왜 오늘은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걸까? 섭섭한 것이 있는 것은 확실한데 그 이유가 짐작조차 가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당신이야말로 오늘따라 왜 이렇게 변덕이야?”“...”두 사람이 워낙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 탓에 대화내용을 들을 수 없는 고주영은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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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와... 와이프요?”“어머, 우린 전혀 몰랐어요. 어쩜 그렇게 감쪽같이 숨기실 수가 있어요.”“에이, 다들 정보력이 좀 딸리시네. 전 진작 알고 있었습니다. 형수님, 저 그 사이에 누구한테도 얘기 안 했습니다?”김찬욱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뭐야? 이렇게 뜬금없이...’갑작스러운 소개에 당황하던 강유리가 표정을 추스르고 대답했다.“찬욱 씨야 우리 도련님과 특별한 사이니까. 당연히 알고 있어야죠.”‘이런... 저분은 아직도 나랑 육경서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알고 있지.’“하하... 저랑 경서가 어려서부터 워낙 친하긴 했죠. 어? 그러고 보니까 걔가 왜 안 보이지?”“여자친구 만나러 갔을걸요?”“...”육시준이 강유리를 와이프라고 소개하자 방금 전까지 그저 무덤덤하게 인사를 건네던 사람들이 훨씬 더 친절하게 다가왔고 속셈이 빤히 보이는 그들의 친절에 강유리는 그저 친절한 미소로 응했다.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누군가 술자리 게임을 제안했다.게임의 룰은 이러했다.자기만 했을 법한 경험을 얘기하고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을 경우 벌주를 마셔야 하는 게임.게임을 제안한 사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난 바람을 피운 적 있다.”“...”‘시작부터 세게 나오네.’하지만 그녀가 보수적이었던 걸까? 놀랍게도 그의 말에 멀쩡하게 생긴 남자들 몇 명이 어색하게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허, 솔직한 건지 뻔뻔한 건지.’두 번째 차례는 김찬욱.주위를 살피던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난 내가 게이라고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어색한 침묵이 이어지고 김찬욱이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이 사실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이런 황당한 경험을 가진 이가 또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김찬욱이 술을 원샷하려던 그때,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송이한이 술잔을 들었다.모두의 의아한 시선에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해명했다.“저도 누군가를 거절하기 위해 똑같은 거짓말을 한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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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남의 연애사보다 더 좋은 안주거리가 있을까?모두의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육시준 대표님과 짝사랑이라니. 그런데 그런 거 치곤 너무 결혼을 일찍 하신 거 아닙니까? 아쉽네요.”“그러니까요. 회장님이 너무 재촉하신 거 아니에요?”“우리 집도 어찌나 닥달인지.”...다들 강유리도 이 자리에 있다는 걸 잊은 건지 한 마디씩 내뱉었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은 육시준이 입을 열려던 그때, 김찬욱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자자, 게임 계속 합시다. 어차피 다 과거형 아닙니까.”“그래요.”다들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느새 묘하게 변한 분위기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그중에서도 고주영은 육시준의 짝사랑 상대가 본인이라고 확신한 건지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듯 슬픈 표정을 지어보였다.한편, 지금 이 순간 입장이 가장 애매해진 강유리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육시준... 그런 거였어?’몰래 주먹을 꽉 쥔 강유리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누구일까? 우리 대단하신 육시준님께서 짝사랑까지 하게 만든 사람이. 아무리 생각해도 고주영은 아닌 것 같고...’강유리가 몰래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그때, 어느새 육시준의 차례가 되었다.잠깐 고민하던 육시준이 방금 전 김찬욱의 개입으로 하지 못했던 말을 내뱉었다.“엄밀히 말하면 짝사랑은 아니고 그냥 관심 정도?”하지만 너무 늦은 해명은 오히려 분위기를 더 어색하게 만들 뿐이었다.옆에 와이프가 있으니 어떻게든 넘어가려는 거겠지.모두가 동시에 든 생각이었다.“그럼요. 우리 대표님도 남자인데 여자한테 관심가는 거 자연스러운 거죠.”“뭐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아쉽긴 하지만...”“아쉽지 않습니다.”육시준이 단호하게 말했다.“제가 유일하게 관심을 가졌던 여자가 돌고 돌아 제 부인이 되었으니까요.”“허?”육시준의 해명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한 남자의 양심고백인 줄 알았더니 뭐야? 두 사람의 사랑을 자랑하는 거였어?깜짝 놀란 건 강유리 역시 마찬가지였다.육시준의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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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하지만 강유리의 머릿속에는 온통 육시준의 말뿐이었다.‘정말일까? 거짓말을 해서 육시준이 얻는 게 뭐지? 내가 어색할까 봐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건가?’온갖 복잡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그때...“피곤해?”귓가에 육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충 즐겼으면 이만 갈까?”‘뭐야. 이 말투는. 꼭 내가 떼써서 온 것 같잖아.”“그래. 가!”어차피 이런 유흥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육시준인지라 먼저 자리를 뜨는 것에 다들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아니, 오히려 두 사람이 자리를 뜨면 마음 편히 뒷담화를 할 수 있으니 잘됐다 싶었다.역시나 두 사람이 자리를 뜨자마자 누군가 입을 열었다.“두 사람 전부터 아는 사이였다니. 이래서 인연이 있다는 건가 봐요. 어쩐지 전부터 여자는 가까이 안 하시더라니. 그래서 그런 소문까지 돌았잖아요.”“무슨 소문이요?”“혹시 성적 취향이 남다른 거 아니냐 그런 소문이요. 아니 찬욱 씨도 그런 소문 파다한 거 다 알면서 하필 게이라는 말을 꺼내요. 내가 다 당혹스러웠네.”“참나. 시준이 형 그렇게 쪼잔한 사람 아니거든요.”김찬욱이 어깨를 으쓱했다.“그리고 두 사람이 사귀는 거 진작 알고 있었다고요.”“하긴. 사실이 아닌데 소문 따위가 신경 쓰였겠어요.”“그럼 두 사람 어떻게 결혼한 거예요. 어쩜 그렇게 모두를 감쪽같이 속이고...”“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이중에서는 나름대로 내막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김찬욱이 어깨가 으쓱해져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려던 그때.탕!거칠게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고주영이 심드렁하게 말했다.“그냥 와이프 체면 봐서 변명한 거예요.”그녀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고주영에게 쏠렸다.“오빠가 짝사랑했다는 그 사람, 해외에서 만났고 그 뒤론 만난 적도 없어요. 강유리일 리가.”육미경 역시 같잖다는 표정으로 눈을 흘겼다.“시준이 연애사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송이혁의 비아냥거림에도 고주영은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회장님께서 점찍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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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피곤하다는 핑계로 룸을 나선 두 사람을 관리인은 호텔룸으로 안내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육시준은 타이밍 안 좋게 울린 휴대폰을 받기 위해 테라스로 향했고 강유리는 천불을 식히기 위해 냉수부터 벌컥벌컥 마셔댔다.잠시 후, 통화를 마친 육시준의 시선이 강유리의 얼굴을 스쳐 테이블 위에 놓인 빈 물컵으로 향했다.“뭘 봐. 물 마시는 거 처음 봐.”“너 마실 것만 따른 거야?”‘하, 참 기가 막혀서. 분위기 파악 안 돼? 손이 없어 발이 없어.’성질대로 쏘아붙이려던 강유리는 뭔가 떠올린 듯 벌떡 일어서 쿵쾅대며 주방으로 향했다.탁.다시 거실로 돌아온 강유리가 테이블 위에 물잔을 내려놓았다.휴대폰을 확인하며 물을 한 모금 마신 육시준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조금 시네.”‘하, 조금?’분명 식초를 반 컵이나 부었는데 반응이 마땅치 않으니 아예 식초로 물잔을 채울걸 싶었다.“앉아. 우리 얘기 좀 해.”‘하, 얘기? 얘기 좋지.’마침 할 얘기가 한보따리였던 강유리가 소파에 털썩 앉았다.요염하게 다리를 꼰 그녀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물었다.“당신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었네. 낯빛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이 아주 술술 나와?”“그게 무슨 소리야?”“이제 와서 모르는 척이야? 아까는 이야기를 술술 잘도 지어내더니?”‘뭐? 짝사랑 했던 여자가 돌고 돌아 와이프가 됐다고? 허, 어디서 순정남 코스프레야. 너무 감쪽 같아서 내가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 줄 알았네.’“우리 처음부터 얘기하자.”육시준이 차근차근 얘기를 이어나갔다.“아까, 뭐? 내가 널 친구들한테 소개하는 걸 피한다고? 왜 그런 말을 했어?”“맞잖아. 처음엔 날 어떻게든 잡으려고 하더니 고주영이 나타나자마자 뭐? 어차피 별로 친한 사람들도 아니니 내 친구들 만나러 가자고? 왜? 고주영이 당신 과거에 대해 다 알고 있으니까 기껏 쌓은 이미지가 무너질까 봐 걱정이라도 됐어?”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쏘아붙이는 강유리의 말을 듣고 있자니 육시준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이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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