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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피곤하다는 핑계로 룸을 나선 두 사람을 관리인은 호텔룸으로 안내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육시준은 타이밍 안 좋게 울린 휴대폰을 받기 위해 테라스로 향했고 강유리는 천불을 식히기 위해 냉수부터 벌컥벌컥 마셔댔다.

잠시 후, 통화를 마친 육시준의 시선이 강유리의 얼굴을 스쳐 테이블 위에 놓인 빈 물컵으로 향했다.

“뭘 봐. 물 마시는 거 처음 봐.”

“너 마실 것만 따른 거야?”

‘하, 참 기가 막혀서. 분위기 파악 안 돼?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성질대로 쏘아붙이려던 강유리는 뭔가 떠올린 듯 벌떡 일어서 쿵쾅대며 주방으로 향했다.

탁.

다시 거실로 돌아온 강유리가 테이블 위에 물잔을 내려놓았다.

휴대폰을 확인하며 물을 한 모금 마신 육시준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금 시네.”

‘하, 조금?’

분명 식초를 반 컵이나 부었는데 반응이 마땅치 않으니 아예 식초로 물잔을 채울걸 싶었다.

“앉아. 우리 얘기 좀 해.”

‘하, 얘기? 얘기 좋지.’

마침 할 얘기가 한보따리였던 강유리가 소파에 털썩 앉았다.

요염하게 다리를 꼰 그녀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물었다.

“당신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었네. 낯빛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이 아주 술술 나와?”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 와서 모르는 척이야? 아까는 이야기를 술술 잘도 지어내더니?”

‘뭐? 짝사랑 했던 여자가 돌고 돌아 와이프가 됐다고? 허, 어디서 순정남 코스프레야. 너무 감쪽 같아서 내가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 줄 알았네.’

“우리 처음부터 얘기하자.”

육시준이 차근차근 얘기를 이어나갔다.

“아까, 뭐? 내가 널 친구들한테 소개하는 걸 피한다고? 왜 그런 말을 했어?”

“맞잖아. 처음엔 날 어떻게든 잡으려고 하더니 고주영이 나타나자마자 뭐? 어차피 별로 친한 사람들도 아니니 내 친구들 만나러 가자고? 왜? 고주영이 당신 과거에 대해 다 알고 있으니까 기껏 쌓은 이미지가 무너질까 봐 걱정이라도 됐어?”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쏘아붙이는 강유리의 말을 듣고 있자니 육시준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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