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중요한 게 아니긴 하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릴리 라이터를 왜 너가 갖고 있어?”“그걸 나한테 물어?”“…”이렇게 뻔한데 물어보면 안 된다고?하지만 육시준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치면 뭔가 묻지 말아야 할 질문을 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니까 짝사랑했다는 여자가 릴리인 거야?이건 더 말이 안 되잖아, 그럴 리가 없는데…육시준은 일 분에 팔백 번 정도 바뀌는 강유리의 표정을 보고 옆에서 귀띔해 주었다.“Lost클럽 글로벌매치 참가했었지? 그런데 너에 대한 정보를 내가 찾아내진 못했거든. 게다가 네가 쓰던 차가 캐번디시 가문 거야.”“왜 그걸 조사한 건데?”“VIP휴게실에서 누군가 너한테 약을 먹이고 원나잇 했잖아. 그걸 내가 참고만 있을 것 같아?”이 쪽팔린 일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였구나.그런데 이거 육청수가 계획한 일 아니야?당한 여자는 고주영이고.잠깐만!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 것 같은데!그 레이싱매치에서 누군가한테 추월당한 후 승부욕때문에 상대방이랑 사적으로 연락해 한 번 더 겨루기로 했으나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정신을 잃고 말았다.이 일, 그리고 육시준의 운전실력, 게다가 그가 갖고 있은 그 여성용 라이터.갑자기 어떤 생각이 들었다.“설마 네가 그 변태야?”강유리는 격분된 말투가 육시준을 짚으며 말했다.하지만 육시준이 굳은 표정에 다시 손가락을 거뒀다. 그러니까, 진짜 우리가 그 전부터 만났던 사이라고?“날 언제 알아봤는데?”강유리는 아직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지난번 반산 클럽 매치 후에.”“…”강유리는 생각이 났다. 소안영도 전에 그녀한테 육시준이 lost클럽매치 참석자리스트 찾고 있다고 말해줬었는데. 나랑 잔 사람을 찾아내려 했던게 아니라 의심하고 있었던 거였어?주위는 정적으로 가득 찼고 강유리는 방금 육시준이 방안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짝사랑까지는 아니고, 그저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는 말.관심이 있었던 여자가 돌고 돌아 결국 그의 아내가 되었다니…거짓말이 아니고, 진짜였다
강유리는 삐쭉 내밀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내가 앞뒤가 다른 사람이라고 일부러 생각한 게 아니야?”“…”강유리는 입을 다물었다.“아니면 내가 거짓말하고 있는 것 같아? 내가 감정에 있어서 그렇게 솔직하지 못한 사람 같아?”“…”죄책감에 강유리는 고개를 푹 숙였다.화날 때 이런 걸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겠어.그저 생각나는 대로 다 말해버리는 거지.“이건 그렇다 치자.”육시준이 웬일로 관대해서 그녀는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림도 없다는 듯 육시준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우리가 한 약속 잊었어?”“약속? 무슨 약속?”전혀 모르는 눈치인 강유리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육시준이다.“불필요한 다툼을 방지하고 우리 부부 사이의 화목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방이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행동이나 말을 꺼냈을 때 특정된 말이나 암호로 신호를 주기.”그럼, 방금 뜬금없이 뽀뽀한 건 그 암호라는 건가?그의 돌발행동에 강유리는 어이가 없어서 더욱 화를 내고 말았는데.무덤덤하게 말하는 육시준을 보고 더 미안해지는 강유리였다.이건 반박할 여지도 없어서…강유리는 뭔가를 결심했다는 듯 다시 말했다.“내가 잘못했으니까, 너도 한 대 쳐.”그러고는 얼굴을 육시준쪽으로 가져갔다. “진심이야?”“응.”마음속의 상처는 메꿀 수 없어도 몸에 입힌 상처는 충분히 갚아줄 수 있다.일부러 한 짓이 아니라 해도 이미 저지른 일이니까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눈을 질끈 감고 한참 기다렸으나 육시준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강유리는 확인하려고 실눈을 떴지만 마침 육시준의 음침한 눈빛과 마주했다.“너…”“됐어.”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도 놓아버렸다.그러니 도리어 강유리가 당황했다.진짜 고작 이걸로 끝이라고?뭐가 됐다는 거지?십분 뒤, 노크소리가 들리고 육시준은 방문을 열어주었다.호텔의 스태프분들이 물건을 전달해 주는 것이 마땅한데 소식을 들은 김찬석이 웬일로 직접 물건
육시준은 방금 받은 약을 상위에 올려놓았다.잠시 멈칫한 강유리는 바로 약을 들어 육시준의 볼에 발라주기 시작했다. 부어오른 자국은 얼음찜질 조금만 하면 괜찮아질 것 같지만 목에 긁힌 자국은 조금 심각해 보였다.강유리는 면봉을 꺼내 상처에 소독하고 있었다. 가까운 거리인지라 육시준 얼굴의 솜털마저 보였다. 남자치곤 피부도 참 좋아…“씁!”육시준이 숨을 들이쉬는 소리에 놀란 강유리는 바로 소독하고 있는 손길을 멈췄다.“미안. 내가 좀 세게 했나 봐.”“왜 세게 하는 건데?”“…”뭔가 이상한 말투였다.강유리는 바로 동작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엔 많이 부드러워졌고 하면서 ‘흉터 남으면 안 될 텐데.’라고 중얼거리기까지 했다.육시준이 아플까 입으로 호호 불기도 하였다.육시준은 굳어버린 몸으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왜?”“흉터 남으면 예쁘지 않잖아.”눈길이 맞닿고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에 바짝 긴장했다. 육시준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전류처럼 온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듯 했다. 육시준은 그녀의 대답에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강유리가 소독을 끝마치니 육시준은 바로 소파에서 일어섰다. “업무 좀 처리할 거니까 친구랑 놀고 있어.”서재의 문이 닫히고 강유리만 남았다.평소에 육시준이 이런 말을 했다면 벌써 도망가고 남을 강유리였지만 오늘처럼 화가 난 육시준을 앞에 두고 친구를 찾아 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방금 일을 생각하니 후회뿐이었다. 좀만 참지 그랬어.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그렇지, 왜 뺨을 때린거야. 그래서 지금 이렇게 잡혀서 아무것도 못 하잖아.하지만 이렇게 피동적인 상황이 된 건 자신이 먼저 육시준을 때린 것도 있지만 예전에 한 약속을 잊어버린 원인도 있다는 걸 강유리는 잘 알고 있었다.조그만 다툼은 뽀뽀 하나로 끝낼 수 있었는데, 오늘은 상황 자체가 다르다. 육시준과 다른 여자를 의심하다니, 육시준이 그녀의 뽀뽀를 받아준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강유리는 방에서 한창 고민하다 과일을 들고 서재로 들어가 물도
신주리는 소안영을 꼬집었다.소안영도 강유리의 저기압을 느낀 건지 다시 좋은 말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하지만 결혼은 다르지. 연애하면 헤어지지만, 결혼은 그렇게 쉽게 안 헤어지잖아.”“우리 싸웠어.”강유리는 샹들리에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신주리도 수면위에 누워 말했다.“싸우는 게 무슨 심각한 일이야? 나랑 육경서도 맨날 싸워.”“진짜? 그럼 때리기도 하는 거야?”신주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육시준이 널 때렸어?”강유리는 몇 초 침묵하다 대답했다.“때린 거면 죽을죄를 지은거랑 마찬가지인 거야?”신주리의 목소리는 갑자기 높아졌다.“야! 당연하지! 이거 가정폭력이야! 어디 다쳤는데?”그녀는 강유리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소안영은 그런 신주리랑 달리 차분한 모습으로 대답했다.“쟤 소은이 선배인데, 퍽이나 맞고만 있겠다.”“…”어색한 공기가 흘렀다.신주리는 잠깐 조용하더니 다시 말을 바꿔 물어봤다.“육시준은 많이 다쳤어? 고소당할 것 같아?”“그 정도는 아닌데…”강유리는 생각을 조금 다듬고 자초지종을 두 사람한테 알려주었다.“진짜 이건 사고였어. 난 육시준이 피할 줄 알았다니까? 그런데 가만히 맞고만 있는 거지 뭐야. 나도 잠깐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런거고… 솔직히 화날 때 다들 이러잖아.”“…”“왜들 말이 없는데! 이러니까 나도 무서워지잖아.”“…”소안영은 겨우 대답 한마디 했다.“강유리. 너 망함.”“응?”신주리도 덧붙였다.“진짜 누군가를 사랑해야 이성을 잃고 그러는 건데. 망했다 강유리. 너 육시준 사랑하나 봐.”강유리는 그제야 안심이 되듯 대답했다.“난 또 뭐라고. 내가 육시준 좋아하는 걸 너넨 다 알잖아! 나 어떻게 해야 해? 이번엔 진짜 화난 것 같단 말이야.”“…”“…”강유리가 사랑밖에 모르는 여자일 줄 이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이번엔 심상치 않게 푹 빠진 모양이다. 밤이 깊어지고 빌리지도 낮보다는 조금 조용해졌다.이미 눈은 멈췄지만, 여전히 추운 바람이 불고 있어 방금 탈의실에서
마당의 노란색 불빛이 주위도 따뜻하게 밝혀주는 듯했다.하지만 육시준은 여전히 냉기를 뿜으며 아무도 다가오지 말라는 포스를 풍기고 있다.이런 육시준이 익숙한 강유리다.화가 난 건 사실이지만 강유리를 아예 무시할 정도로 화가 나는 건 아니다.심지어 지금은 자기를 달래달라고 하는 듯한 말도 해가며.강유리는 왠지 모르게 맘속이 따뜻해 왔다.“아직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돌아가지 않은거였어.”울음기 섞인 말투에 육시준은 잠깐 당황하고는 강유리를 끌어안았다.“너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가 있어?”“응. 너 화낼 때 너무 무서웠어. 나 영원히 용서해 주지 않을 줄 알았어.”“…”육시준은 말문이 막혔다.육시준이 보기엔 강유리는 고작 약을 발라줄 때만 조금 미안해하는 것 같았고 여전히 당당해 보였기 때문이다. 서재에 몇 번이나 드나들며 이것주것 가져다줄 때도 이렇게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줄 알아서 그녀를 무시했던 것이다. 그래도 마음이 약해져 업무를 미리 끝내고 강유리를 찾으러 여기까지 왔다.그런데 지금은 도리어 강유리가 더 억울한 척 하고있다.“내가 널 영원히 용서 안 할 수가 없잖아.”“그런데 네가 먼저 됐다고 했잖아.”“응?”강유리는 훌쩍이며 애써 침착을 유지했다.“나 때리라고 했을 때 네가 됐다고 했잖아.”육시준은 그녀의 붉어진 눈망울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약해졌다.“무슨 뜻이겠어. 내가 그렇다고 어떻게 널 때려.”“고작 그것뿐이야? 나랑 그만하겠다는 게 아니고?”“네 친구들은 그렇게 분석 해 준거야?”“…”얼추 그렇게 분석해 준 것이 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어.”“내 의도를 너무 왜곡하는 거 아니야?”육시준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강유리는 그의 거친 손길이 불편했는지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나 오후에 계획까지 다 짜놓았어. 네가 만약에 나한테 소송까지 건다면 난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배상해 주고 이혼할 거라고…”“강유리!”육시준은 진지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왔다.“난 이혼 같은 거, 단 한
‘뭐지?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지?’육시준이 침묵하니 괜히 불안해지는 강유리였다.“뭐, 그냥 그랬어. 딱히 즐길 기분도 아니었고.’“나랑 온천욕 하기로 했으면서 혼자 가고 말이야.”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육시준의 표정이 보이지 않아 조금은 애가 탔다.“나랑 다시 같이 가자.”“그래.”10분 뒤.팔을 벌리고 눈까지 지긋이 감은 채 육시준은 온천욕을 즐기기 시작했다.탕에서 뿜겨져 나오는 김이 육시준의 훤한 이목구비에 묘한 신비로움까지 더해 주었다.그리고 가운 차림의 강유리는 탕 옆에 무릎을 꿇은 상당히 굴욕적인 자세로 육시준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다.“여보, 따뜻한 탕에 혼자 몸 담그니까 허전하지 않아? 와이프 이렇게 부려먹어도 괜찮은 거야?”강유리의 질문에 실눈을 뜬 육시준이 대답했다.“그러는 당신은? 혼자 있을 때 안 허전했어?”“...”‘하여간 남자가 돼서 속이 왜 이렇게 좁아? 이놈의 뒤끝, 뒤끝...’“그런데 내가 널 부려먹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어?”이어지는 질문에 강유리가 멈칫했다.“그게 아니라...”“전혀 반성이 없네, 반성이.”“...”잘못한 게 있으니 말싸움도 제대로 안 되는구나 싶은 강유리였다.그렇게 저녁식사를 거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육시준의 수발을 든 강유리는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눈꺼풀이 아래로 내려오기시작했다.육시준의 허리를 끌어안은 강유리가 졸음 가득 섞인 목소리로 웅얼거렸다.“잘자.”“잘자? 이제부터 진짜 사과를 할 줄 알았는데.”천근만근인 눈을 겨우 치켜뜬 강유리가 피식 웃었다.“내가 화난 남편 달래겠다고 몸으로 들이대는 그런 여자로 보여?”강유리의 질문에 육시준은 말없이 눈썹만 치켜세웠다.그걸 몰라서 물어라고 묻는 듯한 눈빛에 강유리는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맞지. 난 그런 여자지. 아주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해.”말을 마친 강유리가 육시준의 목을 끌어안고 깊은 키스가 시작되었다.따뜻한 조명, 코앞에 보이는 차가운 눈동자가 점차 욕정으로 달궈지는 게 느껴지고..
“용서를 받고 싶다면 진심으로 성의를 보여 사과를 해야지.”육시준의 말에 따라 지금까지 항상 성의를 보여왔고 그게 나름 잘 먹혀왔었는데 이렇게 철벽을 치다니.‘뭐지? 이제 내가 매력이 없어진 건가?’강유리가 나름대로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팔베게까지 푼 육시준은 강유리의 잠옷까지 잘 정리해 주었다.“잘자.”‘잘자긴 개뿔. 지금 잠이 오게 생겼나?’“...”커다란 눈으로 천장의 샹들리에와 옆에 누운 남자를 번갈아 돌아보던 강유리가 문득 물었다.“혹시... 지금 나한테 복수하는 거야?”‘나만 달아오르게 만들고 혼자 쏙 발 빼는 게 복수가 아니면 뭔데.’만약 이것이 육시준의 전략이었다면, 인정하긴 싫지만 아주 정확하게 먹혀들어갔다고 볼 수 있었다.“아니, 그냥 사과에 성의가 듬뿍 담긴 것 같아서 용서해 주기로 했어.”무덤덤한 목소리에 강유리는 더 짜증이 치밀었다.“어제도 잘 못 잤잖아. 안 졸려?”“졸려...”‘멀쩡하게 자는 사람 깨운 게 누군데... 하여간 얄미워.’쪽.강유리의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춘 육시준이 말을 이어갔다.“앞으로 궁금한 거 있으면 직접 물어봐.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큼, 별 큰일도 아니고 다 지난 일인데 묻긴 뭘 물어.”“쿨한 척하긴. 별일이 아닌데 밤새 잠을 설쳐?”“...”훅 들어온 팩폭에 강유리는 육시준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잠깐의 침묵 후, 강유리가 말했다.“나... 당신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어둠속에서 육시준의 몸이 살짝 떨려왔다.“그건 좋은 현상이네.”“그러는 당신은?”“어?”“당신은 어때? 내가 더 좋아졌어?”“그걸 못 느끼겠어?”육시준의 질문에 강유리는 진지하게 지난 결혼생활을 돌아보기 시작했다.항상 독립적이고 강한 성격이던 그녀가 지금처럼 걸핏하면 삐지고 마음이 약해지는 데는 항상 오냐오냐해주는 육시준이 크게 한몫 하기도 했다.“뭐야? 왜 대답이 없어? 그럼 제대로 보여줘야겠네.”과거를 회상하는 그녀의 귓가에 육시
성홍주가 지내던 별장이 경매로 넘어가며 갈 곳이 없어진 가족들이 전부 성신영이 살고 있는 JL빌라로 몰려든 것이었다.애초에 집을 사는 데 든 돈은 전부 성홍주의 지갑에서 나온 것이긴 했지만 성신영의 명의로 되어 있어 경비원들에게 발목을 잡힌 그가 목소리를 높였다.“아니, 새로 온 경비원인가? 나 몰라요? 우리 딸이 성신영이에요. 몇 달 전에 여기로 이사왔다고요!”하지만 경비원은 단호한 태도로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손님수가 워낙 많으셔서 집주인 허락이 있어야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이런...!”“뭐야. 신영이 얘는 왜 전화를 안 받아?”“많이 바쁜가 보지. 조금만 기다려!”언니의 재촉에 왕소영이 앙칼진 목소리로 대꾸했다.“참나. 어차피 연예계는 반강죄 은퇴 아니야? 백수나 다름없는데 뭐가 그렇게 바빠? 어디서 놀고 있는 거 아니야? 얼른 다시 한번 걸어봐!”왕소윤의 비아냥거림에 왕소영은 바로 버럭했다.“어머,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뭐 연예계 일만 일이야? 다른 볼일이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참나, 내가 뭐 못할 말 했어?”“야!”“저기요. 죄송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떠드시면 안 됩니다.”이때 다가온 경비원들이 그들을 밖으로 밀어냈다.“지금 누구한테 손을 대. 우리 딸이 여기 산다니까!”성홍주가 경비원의 팔을 낚아챘다.“아니 그게 아니라. 규정이 그렇습니다. 밖에서 기다려주세요.”“여기가 내 집인데 어딜 나가라는 건데!”“...”성홍주 일행이 경비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그때.롤스로이스가 멈춰 서더니 조수석 창문이 스르륵 열렸다.“무슨 일이죠?”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경비원이 부랴부랴 달려갔다.“죄송합니다. 저희 빌라 주민 손님분이신 것 같은데 전화를 안 받으셔서요. 바로 처리하겠습니다.”한편 이 사람들 전부 데리고 호텔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시간이 길어질 수록 마음이 점점 더 다급해지던 성홍주가 강유리를 발견하고 성큼성큼 다가왔다.“잠깐만요. 저쪽도 제 딸입니다. 강유리, 얼른 우리 좀 안으로 들여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