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시준은 방금 받은 약을 상위에 올려놓았다.잠시 멈칫한 강유리는 바로 약을 들어 육시준의 볼에 발라주기 시작했다. 부어오른 자국은 얼음찜질 조금만 하면 괜찮아질 것 같지만 목에 긁힌 자국은 조금 심각해 보였다.강유리는 면봉을 꺼내 상처에 소독하고 있었다. 가까운 거리인지라 육시준 얼굴의 솜털마저 보였다. 남자치곤 피부도 참 좋아…“씁!”육시준이 숨을 들이쉬는 소리에 놀란 강유리는 바로 소독하고 있는 손길을 멈췄다.“미안. 내가 좀 세게 했나 봐.”“왜 세게 하는 건데?”“…”뭔가 이상한 말투였다.강유리는 바로 동작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엔 많이 부드러워졌고 하면서 ‘흉터 남으면 안 될 텐데.’라고 중얼거리기까지 했다.육시준이 아플까 입으로 호호 불기도 하였다.육시준은 굳어버린 몸으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왜?”“흉터 남으면 예쁘지 않잖아.”눈길이 맞닿고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에 바짝 긴장했다. 육시준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전류처럼 온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듯 했다. 육시준은 그녀의 대답에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강유리가 소독을 끝마치니 육시준은 바로 소파에서 일어섰다. “업무 좀 처리할 거니까 친구랑 놀고 있어.”서재의 문이 닫히고 강유리만 남았다.평소에 육시준이 이런 말을 했다면 벌써 도망가고 남을 강유리였지만 오늘처럼 화가 난 육시준을 앞에 두고 친구를 찾아 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방금 일을 생각하니 후회뿐이었다. 좀만 참지 그랬어.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그렇지, 왜 뺨을 때린거야. 그래서 지금 이렇게 잡혀서 아무것도 못 하잖아.하지만 이렇게 피동적인 상황이 된 건 자신이 먼저 육시준을 때린 것도 있지만 예전에 한 약속을 잊어버린 원인도 있다는 걸 강유리는 잘 알고 있었다.조그만 다툼은 뽀뽀 하나로 끝낼 수 있었는데, 오늘은 상황 자체가 다르다. 육시준과 다른 여자를 의심하다니, 육시준이 그녀의 뽀뽀를 받아준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강유리는 방에서 한창 고민하다 과일을 들고 서재로 들어가 물도
신주리는 소안영을 꼬집었다.소안영도 강유리의 저기압을 느낀 건지 다시 좋은 말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하지만 결혼은 다르지. 연애하면 헤어지지만, 결혼은 그렇게 쉽게 안 헤어지잖아.”“우리 싸웠어.”강유리는 샹들리에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신주리도 수면위에 누워 말했다.“싸우는 게 무슨 심각한 일이야? 나랑 육경서도 맨날 싸워.”“진짜? 그럼 때리기도 하는 거야?”신주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육시준이 널 때렸어?”강유리는 몇 초 침묵하다 대답했다.“때린 거면 죽을죄를 지은거랑 마찬가지인 거야?”신주리의 목소리는 갑자기 높아졌다.“야! 당연하지! 이거 가정폭력이야! 어디 다쳤는데?”그녀는 강유리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소안영은 그런 신주리랑 달리 차분한 모습으로 대답했다.“쟤 소은이 선배인데, 퍽이나 맞고만 있겠다.”“…”어색한 공기가 흘렀다.신주리는 잠깐 조용하더니 다시 말을 바꿔 물어봤다.“육시준은 많이 다쳤어? 고소당할 것 같아?”“그 정도는 아닌데…”강유리는 생각을 조금 다듬고 자초지종을 두 사람한테 알려주었다.“진짜 이건 사고였어. 난 육시준이 피할 줄 알았다니까? 그런데 가만히 맞고만 있는 거지 뭐야. 나도 잠깐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런거고… 솔직히 화날 때 다들 이러잖아.”“…”“왜들 말이 없는데! 이러니까 나도 무서워지잖아.”“…”소안영은 겨우 대답 한마디 했다.“강유리. 너 망함.”“응?”신주리도 덧붙였다.“진짜 누군가를 사랑해야 이성을 잃고 그러는 건데. 망했다 강유리. 너 육시준 사랑하나 봐.”강유리는 그제야 안심이 되듯 대답했다.“난 또 뭐라고. 내가 육시준 좋아하는 걸 너넨 다 알잖아! 나 어떻게 해야 해? 이번엔 진짜 화난 것 같단 말이야.”“…”“…”강유리가 사랑밖에 모르는 여자일 줄 이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이번엔 심상치 않게 푹 빠진 모양이다. 밤이 깊어지고 빌리지도 낮보다는 조금 조용해졌다.이미 눈은 멈췄지만, 여전히 추운 바람이 불고 있어 방금 탈의실에서
마당의 노란색 불빛이 주위도 따뜻하게 밝혀주는 듯했다.하지만 육시준은 여전히 냉기를 뿜으며 아무도 다가오지 말라는 포스를 풍기고 있다.이런 육시준이 익숙한 강유리다.화가 난 건 사실이지만 강유리를 아예 무시할 정도로 화가 나는 건 아니다.심지어 지금은 자기를 달래달라고 하는 듯한 말도 해가며.강유리는 왠지 모르게 맘속이 따뜻해 왔다.“아직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돌아가지 않은거였어.”울음기 섞인 말투에 육시준은 잠깐 당황하고는 강유리를 끌어안았다.“너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가 있어?”“응. 너 화낼 때 너무 무서웠어. 나 영원히 용서해 주지 않을 줄 알았어.”“…”육시준은 말문이 막혔다.육시준이 보기엔 강유리는 고작 약을 발라줄 때만 조금 미안해하는 것 같았고 여전히 당당해 보였기 때문이다. 서재에 몇 번이나 드나들며 이것주것 가져다줄 때도 이렇게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줄 알아서 그녀를 무시했던 것이다. 그래도 마음이 약해져 업무를 미리 끝내고 강유리를 찾으러 여기까지 왔다.그런데 지금은 도리어 강유리가 더 억울한 척 하고있다.“내가 널 영원히 용서 안 할 수가 없잖아.”“그런데 네가 먼저 됐다고 했잖아.”“응?”강유리는 훌쩍이며 애써 침착을 유지했다.“나 때리라고 했을 때 네가 됐다고 했잖아.”육시준은 그녀의 붉어진 눈망울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약해졌다.“무슨 뜻이겠어. 내가 그렇다고 어떻게 널 때려.”“고작 그것뿐이야? 나랑 그만하겠다는 게 아니고?”“네 친구들은 그렇게 분석 해 준거야?”“…”얼추 그렇게 분석해 준 것이 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어.”“내 의도를 너무 왜곡하는 거 아니야?”육시준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강유리는 그의 거친 손길이 불편했는지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나 오후에 계획까지 다 짜놓았어. 네가 만약에 나한테 소송까지 건다면 난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배상해 주고 이혼할 거라고…”“강유리!”육시준은 진지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왔다.“난 이혼 같은 거, 단 한
‘뭐지?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지?’육시준이 침묵하니 괜히 불안해지는 강유리였다.“뭐, 그냥 그랬어. 딱히 즐길 기분도 아니었고.’“나랑 온천욕 하기로 했으면서 혼자 가고 말이야.”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육시준의 표정이 보이지 않아 조금은 애가 탔다.“나랑 다시 같이 가자.”“그래.”10분 뒤.팔을 벌리고 눈까지 지긋이 감은 채 육시준은 온천욕을 즐기기 시작했다.탕에서 뿜겨져 나오는 김이 육시준의 훤한 이목구비에 묘한 신비로움까지 더해 주었다.그리고 가운 차림의 강유리는 탕 옆에 무릎을 꿇은 상당히 굴욕적인 자세로 육시준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다.“여보, 따뜻한 탕에 혼자 몸 담그니까 허전하지 않아? 와이프 이렇게 부려먹어도 괜찮은 거야?”강유리의 질문에 실눈을 뜬 육시준이 대답했다.“그러는 당신은? 혼자 있을 때 안 허전했어?”“...”‘하여간 남자가 돼서 속이 왜 이렇게 좁아? 이놈의 뒤끝, 뒤끝...’“그런데 내가 널 부려먹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어?”이어지는 질문에 강유리가 멈칫했다.“그게 아니라...”“전혀 반성이 없네, 반성이.”“...”잘못한 게 있으니 말싸움도 제대로 안 되는구나 싶은 강유리였다.그렇게 저녁식사를 거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육시준의 수발을 든 강유리는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눈꺼풀이 아래로 내려오기시작했다.육시준의 허리를 끌어안은 강유리가 졸음 가득 섞인 목소리로 웅얼거렸다.“잘자.”“잘자? 이제부터 진짜 사과를 할 줄 알았는데.”천근만근인 눈을 겨우 치켜뜬 강유리가 피식 웃었다.“내가 화난 남편 달래겠다고 몸으로 들이대는 그런 여자로 보여?”강유리의 질문에 육시준은 말없이 눈썹만 치켜세웠다.그걸 몰라서 물어라고 묻는 듯한 눈빛에 강유리는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맞지. 난 그런 여자지. 아주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해.”말을 마친 강유리가 육시준의 목을 끌어안고 깊은 키스가 시작되었다.따뜻한 조명, 코앞에 보이는 차가운 눈동자가 점차 욕정으로 달궈지는 게 느껴지고..
“용서를 받고 싶다면 진심으로 성의를 보여 사과를 해야지.”육시준의 말에 따라 지금까지 항상 성의를 보여왔고 그게 나름 잘 먹혀왔었는데 이렇게 철벽을 치다니.‘뭐지? 이제 내가 매력이 없어진 건가?’강유리가 나름대로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팔베게까지 푼 육시준은 강유리의 잠옷까지 잘 정리해 주었다.“잘자.”‘잘자긴 개뿔. 지금 잠이 오게 생겼나?’“...”커다란 눈으로 천장의 샹들리에와 옆에 누운 남자를 번갈아 돌아보던 강유리가 문득 물었다.“혹시... 지금 나한테 복수하는 거야?”‘나만 달아오르게 만들고 혼자 쏙 발 빼는 게 복수가 아니면 뭔데.’만약 이것이 육시준의 전략이었다면, 인정하긴 싫지만 아주 정확하게 먹혀들어갔다고 볼 수 있었다.“아니, 그냥 사과에 성의가 듬뿍 담긴 것 같아서 용서해 주기로 했어.”무덤덤한 목소리에 강유리는 더 짜증이 치밀었다.“어제도 잘 못 잤잖아. 안 졸려?”“졸려...”‘멀쩡하게 자는 사람 깨운 게 누군데... 하여간 얄미워.’쪽.강유리의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춘 육시준이 말을 이어갔다.“앞으로 궁금한 거 있으면 직접 물어봐.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큼, 별 큰일도 아니고 다 지난 일인데 묻긴 뭘 물어.”“쿨한 척하긴. 별일이 아닌데 밤새 잠을 설쳐?”“...”훅 들어온 팩폭에 강유리는 육시준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잠깐의 침묵 후, 강유리가 말했다.“나... 당신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어둠속에서 육시준의 몸이 살짝 떨려왔다.“그건 좋은 현상이네.”“그러는 당신은?”“어?”“당신은 어때? 내가 더 좋아졌어?”“그걸 못 느끼겠어?”육시준의 질문에 강유리는 진지하게 지난 결혼생활을 돌아보기 시작했다.항상 독립적이고 강한 성격이던 그녀가 지금처럼 걸핏하면 삐지고 마음이 약해지는 데는 항상 오냐오냐해주는 육시준이 크게 한몫 하기도 했다.“뭐야? 왜 대답이 없어? 그럼 제대로 보여줘야겠네.”과거를 회상하는 그녀의 귓가에 육시
성홍주가 지내던 별장이 경매로 넘어가며 갈 곳이 없어진 가족들이 전부 성신영이 살고 있는 JL빌라로 몰려든 것이었다.애초에 집을 사는 데 든 돈은 전부 성홍주의 지갑에서 나온 것이긴 했지만 성신영의 명의로 되어 있어 경비원들에게 발목을 잡힌 그가 목소리를 높였다.“아니, 새로 온 경비원인가? 나 몰라요? 우리 딸이 성신영이에요. 몇 달 전에 여기로 이사왔다고요!”하지만 경비원은 단호한 태도로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손님수가 워낙 많으셔서 집주인 허락이 있어야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이런...!”“뭐야. 신영이 얘는 왜 전화를 안 받아?”“많이 바쁜가 보지. 조금만 기다려!”언니의 재촉에 왕소영이 앙칼진 목소리로 대꾸했다.“참나. 어차피 연예계는 반강죄 은퇴 아니야? 백수나 다름없는데 뭐가 그렇게 바빠? 어디서 놀고 있는 거 아니야? 얼른 다시 한번 걸어봐!”왕소윤의 비아냥거림에 왕소영은 바로 버럭했다.“어머,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뭐 연예계 일만 일이야? 다른 볼일이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참나, 내가 뭐 못할 말 했어?”“야!”“저기요. 죄송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떠드시면 안 됩니다.”이때 다가온 경비원들이 그들을 밖으로 밀어냈다.“지금 누구한테 손을 대. 우리 딸이 여기 산다니까!”성홍주가 경비원의 팔을 낚아챘다.“아니 그게 아니라. 규정이 그렇습니다. 밖에서 기다려주세요.”“여기가 내 집인데 어딜 나가라는 건데!”“...”성홍주 일행이 경비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그때.롤스로이스가 멈춰 서더니 조수석 창문이 스르륵 열렸다.“무슨 일이죠?”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경비원이 부랴부랴 달려갔다.“죄송합니다. 저희 빌라 주민 손님분이신 것 같은데 전화를 안 받으셔서요. 바로 처리하겠습니다.”한편 이 사람들 전부 데리고 호텔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시간이 길어질 수록 마음이 점점 더 다급해지던 성홍주가 강유리를 발견하고 성큼성큼 다가왔다.“잠깐만요. 저쪽도 제 딸입니다. 강유리, 얼른 우리 좀 안으로 들여보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 경비원의 목소리에 의아함이 묻어났다.“강 대표님. 이게 무슨...”“저희 빌라에 성신영 씨 사는 거 맞잖아요.”“그렇긴 합니다만... 솔직히 지금 오신 분께서 성신영 씨 아버님이라는 증거도 없고... 지금 성신영 씨도 전화를 받지 않는 상태라...”고급 빌라는 주민들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는 경비원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성신영이 고성그룹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또 다른 아버지의 등장이라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긴 했다.“지금 성신영 씨가 사는 집, 저기 계신 분이 사주신 건데 그래도 들어갈 자격은 있지 않을까요?”강유리가 편을 들어주니 성홍주는 바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경비원도 강유리의 보증이 있으니 그들을 들여보내려던 그때...강유리가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렇게 우르르 들여보내면 주민들이 불만이 많겠어요.”“야, 걍유리. 너 이랬다 저랬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참다 못한 왕소영이 소리쳤다.“아니, 우리가 남의 집 들어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네가 뭔데 옆에서 이래라 저래라야.”다른 가족들의 불평이 이어지던 와중, 성홍주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설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건가? 이참에 이 거머리들을 다 떨궈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아, 그럼 저희가 어떻게 할까요...”왕소영을 비롯한 다른 가족들의 긴장감 어린 눈빛과 성홍주의 기대감 가득한 표정속에서 잠깐 고민하던 강유리가 말했다.“일단 들여보내세요. 그리고 성신영 씨가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잘 케어해 주시고요. 괜히 다른 주민들한테서 불만 같은 거 나오지 않게.”이에 지금까지 침묵하던 왕강태가 한발 앞으로 나섰다.“케어? 말이 좋아 케어지 감시하라는 말 아닌가? 도대체 우릴 뭐로 보고.”하지만 이런 말에 기가 죽을 강유리가 아니었다.“뭐로 보긴요. 당연히 손님으로 보고 있죠. 설마 손님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 싶은 건가요? 설마... 주인이라든가.”어린 계집
같은 시각, 빌라 2층에서 육시준과 강유리를 기다리던 육경서는 창문을 내다보다 낯선 사람들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빌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눈을 커다랗게 떠보였다.잠시 후, 육시준 부부가 들어오고 2층에서 달려내려온 육경서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형, 형수님. 뭐야? 왜 경비원들을 잔뜩 달고 와?”“뭐야? 넌 또 왜 왔어?”대놓고 하는 불청객 대접에 육경서가 머리를 긁적였다.‘하여간 동생은 거지 발싸개 취급보다 못하지.’“뭘 달고 왔다고 그래요?”그나마 육경서에 말에 대답해 주는 건 강유리뿐이었다.한편 자연스레 슬리퍼를 건네주는 육시준을 바라보는 육경원의 시선이 묘하게 변했다.“뭐야? 두 사람 화해한 거야?”“미안한데.”찌릿.‘형한테 무시당하는 거 기껏 구해줬더만... 또 그 얘기를 꺼내?’강유리의 강렬한 눈빛을 느낀 육경서가 바로 말을 바꾸었다.“아, 미안. 두 사람은 싸운 적 없었지. 내가 헷갈렸네요, 헷갈렸어. 그런데 아까 형수님 뒤로 잔뜩 들어오는 사람들은 누구예요? 성홍주 이사도 보이던데.”“뭐 내 허락으로 들어온 떨거지들 정도랄까?”“아, 네. 난 또 시위대라도 들이닥친 줄 알았네요.”대충 고개를 끄덕이던 육경서의 눈이 다음 순간 휘둥그레졌다.“아니지. 설마 우리 집에 빌붙으려고 온 건 아니죠?”‘설마... 그것 때문에 싸운 건가? 우리 형수님... 사실은 가족한테 약한 타입이셨나?’입을 틀어막고 온갖 상상을 하고 있는 육경서를 현실로 끌어당긴 건 강유리의 목소리였다.“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거 아니니까 그만하죠. 그냥 성신영 가족들이 맞다고 인증만 해준 거뿐이에요.”“에이, 내가 아는 형수님은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닌데...”이때 아주머니에게 두 사람의 코트를 건넨 육시준이 강유리를 돌려세웠다.“자, 얼른 손 씻고 밥이나 먹자. 바보랑 대화하면 너도 멍청해진다?”“아, 그래.”두 부부에 의해 완전히 배척당한 육경서는 구시렁대며 휴대폰을 꺼냈다.[두 사람 화해한 것 같은데? 그런데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