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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뭐지?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지?’

육시준이 침묵하니 괜히 불안해지는 강유리였다.

“뭐, 그냥 그랬어. 딱히 즐길 기분도 아니었고.’

“나랑 온천욕 하기로 했으면서 혼자 가고 말이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육시준의 표정이 보이지 않아 조금은 애가 탔다.

“나랑 다시 같이 가자.”

“그래.”

10분 뒤.

팔을 벌리고 눈까지 지긋이 감은 채 육시준은 온천욕을 즐기기 시작했다.

탕에서 뿜겨져 나오는 김이 육시준의 훤한 이목구비에 묘한 신비로움까지 더해 주었다.

그리고 가운 차림의 강유리는 탕 옆에 무릎을 꿇은 상당히 굴욕적인 자세로 육시준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다.

“여보, 따뜻한 탕에 혼자 몸 담그니까 허전하지 않아? 와이프 이렇게 부려먹어도 괜찮은 거야?”

강유리의 질문에 실눈을 뜬 육시준이 대답했다.

“그러는 당신은? 혼자 있을 때 안 허전했어?”

“...”

‘하여간 남자가 돼서 속이 왜 이렇게 좁아? 이놈의 뒤끝, 뒤끝...’

“그런데 내가 널 부려먹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어?”

이어지는 질문에 강유리가 멈칫했다.

“그게 아니라...”

“전혀 반성이 없네, 반성이.”

“...”

잘못한 게 있으니 말싸움도 제대로 안 되는구나 싶은 강유리였다.

그렇게 저녁식사를 거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육시준의 수발을 든 강유리는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눈꺼풀이 아래로 내려오기시작했다.

육시준의 허리를 끌어안은 강유리가 졸음 가득 섞인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잘자.”

“잘자? 이제부터 진짜 사과를 할 줄 알았는데.”

천근만근인 눈을 겨우 치켜뜬 강유리가 피식 웃었다.

“내가 화난 남편 달래겠다고 몸으로 들이대는 그런 여자로 보여?”

강유리의 질문에 육시준은 말없이 눈썹만 치켜세웠다.

그걸 몰라서 물어라고 묻는 듯한 눈빛에 강유리는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맞지. 난 그런 여자지. 아주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해.”

말을 마친 강유리가 육시준의 목을 끌어안고 깊은 키스가 시작되었다.

따뜻한 조명, 코앞에 보이는 차가운 눈동자가 점차 욕정으로 달궈지는 게 느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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