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받고 싶다면 진심으로 성의를 보여 사과를 해야지.”육시준의 말에 따라 지금까지 항상 성의를 보여왔고 그게 나름 잘 먹혀왔었는데 이렇게 철벽을 치다니.‘뭐지? 이제 내가 매력이 없어진 건가?’강유리가 나름대로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팔베게까지 푼 육시준은 강유리의 잠옷까지 잘 정리해 주었다.“잘자.”‘잘자긴 개뿔. 지금 잠이 오게 생겼나?’“...”커다란 눈으로 천장의 샹들리에와 옆에 누운 남자를 번갈아 돌아보던 강유리가 문득 물었다.“혹시... 지금 나한테 복수하는 거야?”‘나만 달아오르게 만들고 혼자 쏙 발 빼는 게 복수가 아니면 뭔데.’만약 이것이 육시준의 전략이었다면, 인정하긴 싫지만 아주 정확하게 먹혀들어갔다고 볼 수 있었다.“아니, 그냥 사과에 성의가 듬뿍 담긴 것 같아서 용서해 주기로 했어.”무덤덤한 목소리에 강유리는 더 짜증이 치밀었다.“어제도 잘 못 잤잖아. 안 졸려?”“졸려...”‘멀쩡하게 자는 사람 깨운 게 누군데... 하여간 얄미워.’쪽.강유리의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춘 육시준이 말을 이어갔다.“앞으로 궁금한 거 있으면 직접 물어봐.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큼, 별 큰일도 아니고 다 지난 일인데 묻긴 뭘 물어.”“쿨한 척하긴. 별일이 아닌데 밤새 잠을 설쳐?”“...”훅 들어온 팩폭에 강유리는 육시준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잠깐의 침묵 후, 강유리가 말했다.“나... 당신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어둠속에서 육시준의 몸이 살짝 떨려왔다.“그건 좋은 현상이네.”“그러는 당신은?”“어?”“당신은 어때? 내가 더 좋아졌어?”“그걸 못 느끼겠어?”육시준의 질문에 강유리는 진지하게 지난 결혼생활을 돌아보기 시작했다.항상 독립적이고 강한 성격이던 그녀가 지금처럼 걸핏하면 삐지고 마음이 약해지는 데는 항상 오냐오냐해주는 육시준이 크게 한몫 하기도 했다.“뭐야? 왜 대답이 없어? 그럼 제대로 보여줘야겠네.”과거를 회상하는 그녀의 귓가에 육시
성홍주가 지내던 별장이 경매로 넘어가며 갈 곳이 없어진 가족들이 전부 성신영이 살고 있는 JL빌라로 몰려든 것이었다.애초에 집을 사는 데 든 돈은 전부 성홍주의 지갑에서 나온 것이긴 했지만 성신영의 명의로 되어 있어 경비원들에게 발목을 잡힌 그가 목소리를 높였다.“아니, 새로 온 경비원인가? 나 몰라요? 우리 딸이 성신영이에요. 몇 달 전에 여기로 이사왔다고요!”하지만 경비원은 단호한 태도로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손님수가 워낙 많으셔서 집주인 허락이 있어야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이런...!”“뭐야. 신영이 얘는 왜 전화를 안 받아?”“많이 바쁜가 보지. 조금만 기다려!”언니의 재촉에 왕소영이 앙칼진 목소리로 대꾸했다.“참나. 어차피 연예계는 반강죄 은퇴 아니야? 백수나 다름없는데 뭐가 그렇게 바빠? 어디서 놀고 있는 거 아니야? 얼른 다시 한번 걸어봐!”왕소윤의 비아냥거림에 왕소영은 바로 버럭했다.“어머,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뭐 연예계 일만 일이야? 다른 볼일이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참나, 내가 뭐 못할 말 했어?”“야!”“저기요. 죄송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떠드시면 안 됩니다.”이때 다가온 경비원들이 그들을 밖으로 밀어냈다.“지금 누구한테 손을 대. 우리 딸이 여기 산다니까!”성홍주가 경비원의 팔을 낚아챘다.“아니 그게 아니라. 규정이 그렇습니다. 밖에서 기다려주세요.”“여기가 내 집인데 어딜 나가라는 건데!”“...”성홍주 일행이 경비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그때.롤스로이스가 멈춰 서더니 조수석 창문이 스르륵 열렸다.“무슨 일이죠?”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경비원이 부랴부랴 달려갔다.“죄송합니다. 저희 빌라 주민 손님분이신 것 같은데 전화를 안 받으셔서요. 바로 처리하겠습니다.”한편 이 사람들 전부 데리고 호텔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시간이 길어질 수록 마음이 점점 더 다급해지던 성홍주가 강유리를 발견하고 성큼성큼 다가왔다.“잠깐만요. 저쪽도 제 딸입니다. 강유리, 얼른 우리 좀 안으로 들여보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 경비원의 목소리에 의아함이 묻어났다.“강 대표님. 이게 무슨...”“저희 빌라에 성신영 씨 사는 거 맞잖아요.”“그렇긴 합니다만... 솔직히 지금 오신 분께서 성신영 씨 아버님이라는 증거도 없고... 지금 성신영 씨도 전화를 받지 않는 상태라...”고급 빌라는 주민들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는 경비원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성신영이 고성그룹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또 다른 아버지의 등장이라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긴 했다.“지금 성신영 씨가 사는 집, 저기 계신 분이 사주신 건데 그래도 들어갈 자격은 있지 않을까요?”강유리가 편을 들어주니 성홍주는 바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경비원도 강유리의 보증이 있으니 그들을 들여보내려던 그때...강유리가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렇게 우르르 들여보내면 주민들이 불만이 많겠어요.”“야, 걍유리. 너 이랬다 저랬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참다 못한 왕소영이 소리쳤다.“아니, 우리가 남의 집 들어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네가 뭔데 옆에서 이래라 저래라야.”다른 가족들의 불평이 이어지던 와중, 성홍주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설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건가? 이참에 이 거머리들을 다 떨궈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아, 그럼 저희가 어떻게 할까요...”왕소영을 비롯한 다른 가족들의 긴장감 어린 눈빛과 성홍주의 기대감 가득한 표정속에서 잠깐 고민하던 강유리가 말했다.“일단 들여보내세요. 그리고 성신영 씨가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잘 케어해 주시고요. 괜히 다른 주민들한테서 불만 같은 거 나오지 않게.”이에 지금까지 침묵하던 왕강태가 한발 앞으로 나섰다.“케어? 말이 좋아 케어지 감시하라는 말 아닌가? 도대체 우릴 뭐로 보고.”하지만 이런 말에 기가 죽을 강유리가 아니었다.“뭐로 보긴요. 당연히 손님으로 보고 있죠. 설마 손님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 싶은 건가요? 설마... 주인이라든가.”어린 계집
같은 시각, 빌라 2층에서 육시준과 강유리를 기다리던 육경서는 창문을 내다보다 낯선 사람들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빌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눈을 커다랗게 떠보였다.잠시 후, 육시준 부부가 들어오고 2층에서 달려내려온 육경서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형, 형수님. 뭐야? 왜 경비원들을 잔뜩 달고 와?”“뭐야? 넌 또 왜 왔어?”대놓고 하는 불청객 대접에 육경서가 머리를 긁적였다.‘하여간 동생은 거지 발싸개 취급보다 못하지.’“뭘 달고 왔다고 그래요?”그나마 육경서에 말에 대답해 주는 건 강유리뿐이었다.한편 자연스레 슬리퍼를 건네주는 육시준을 바라보는 육경원의 시선이 묘하게 변했다.“뭐야? 두 사람 화해한 거야?”“미안한데.”찌릿.‘형한테 무시당하는 거 기껏 구해줬더만... 또 그 얘기를 꺼내?’강유리의 강렬한 눈빛을 느낀 육경서가 바로 말을 바꾸었다.“아, 미안. 두 사람은 싸운 적 없었지. 내가 헷갈렸네요, 헷갈렸어. 그런데 아까 형수님 뒤로 잔뜩 들어오는 사람들은 누구예요? 성홍주 이사도 보이던데.”“뭐 내 허락으로 들어온 떨거지들 정도랄까?”“아, 네. 난 또 시위대라도 들이닥친 줄 알았네요.”대충 고개를 끄덕이던 육경서의 눈이 다음 순간 휘둥그레졌다.“아니지. 설마 우리 집에 빌붙으려고 온 건 아니죠?”‘설마... 그것 때문에 싸운 건가? 우리 형수님... 사실은 가족한테 약한 타입이셨나?’입을 틀어막고 온갖 상상을 하고 있는 육경서를 현실로 끌어당긴 건 강유리의 목소리였다.“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거 아니니까 그만하죠. 그냥 성신영 가족들이 맞다고 인증만 해준 거뿐이에요.”“에이, 내가 아는 형수님은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닌데...”이때 아주머니에게 두 사람의 코트를 건넨 육시준이 강유리를 돌려세웠다.“자, 얼른 손 씻고 밥이나 먹자. 바보랑 대화하면 너도 멍청해진다?”“아, 그래.”두 부부에 의해 완전히 배척당한 육경서는 구시렁대며 휴대폰을 꺼냈다.[두 사람 화해한 것 같은데? 그런데 부부
기분이 좋아지니 평소 얄밉게만 보이던 육경서의 얼굴마저 조금은 잘생긴 것처럼 느껴졌다.“2층 테라스에서 성신영 집이 보이지 않나? 직접 확인해 보는 게 어때요.”강유리의 말에 눈을 반짝이던 육경서가 후다닥 움직이고 어차피 혼자 있어봐야 심심하기만 할 테니 강유리 역시 그의 뒤를 따랐다.5분 뒤.테라스에 도착한 두 사람은 망원경으로 성신영의 집을 염탐하기 시작했다.“어머, 정말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네요. 저 영감도 보기와는 다르게 힘이 좋던데요. 아까 지팡이로 성 대표 등짝을 내리치는데 내 허리가 다 얼얼하더라니까요.”“뭐 저 나이에 빌라 밖에서 몇 시간을 버텼으니... 체력 하나는 좋은 것 같더라고.”“그런데 왜 때렸을까요?”“몰라서 물어요? 자기가 가장 큰 안방에서 지내고 싶은 거겠죠.”“정말 가족같은 사이인가 봐요. 보통의 장인어른, 사위라면 서로 양보부터 할 텐데요. 그럼 저 두 여자는 또 왜 우는 거래요?”“엉망이 된 화장대 안 보여요? 비싼 화장품이라도 깨트렸나 보죠.”“어차피 자기 것도 아닌데 뭔 울기까지...”“저 집안 사람들이 원래 그래요. 자기 것, 남의 것에 대한 경계선이 모호한 인간들이라.”“아~”서로 한두마디씩 주고 받던 육경서는 뭔가 인지한 듯 슬그머니 망원경을 내려놓았다.“우리... 이렇게 다른 사람 사생활을 염탐해도 되는 겁니까?”하지만 강유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연예인 집에 선팅도 안 된 평범한 유리에 커튼도 안 쳤겠다. 일부러 보라고 저렇게까지 했는데 우리라도 봐줘야죠.”밉든 곱든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사이, 강유리는 누구보다 성신영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누구보다 많은 사람에게 성신영이 이 JL빌라에 살고 있다고 알리고 싶었겠지...’“참나. 형수님, 아무리 형수님이라도 아닌 건 아닌 겁니다. 방금 전 하신 말씀, 노출 많은 옷을 입은 여자는 성추행을 당해도 싸다는 말고 다를 게 뭡니까?”육경서가 진지한 표정으로 강유리의 언행을 지적했다.‘허, 참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파티요?”강유리의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고정남 대표가 곧 돌아온다잖아요. 그 기념으로 고성그룹에서 큰 파티를 연다고 하더라고요.”“고성그룹 파티요? 도련님도 초대한 거예요?”강유리가 미간을 찌푸렸다.“저뿐만 아니라 저희 집안 사람들 다 초대받았어요. 뭐 엄마는 고성그룹 사람들이라면 치를 떨지만 앞으로 사업적으로 자꾸만 엮이게 될 테니까 겉으로는 잘 지내는 척 해야죠. 아, 그리고...”이때 육경서가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말하려는 듯 강유리의 귓가로 다가갔다.“이번 파티에 젊은 사람들을 그렇게 많이 초대했대요. 말이 파티지 자기 자식들을 위한 단체 미팅 같은 거라고 봐도 되죠. 뭐 ,자식들이 능력이 없으니까 결혼을 시켜서라도 그룹을 지켜보고 싶은 거죠,”“결혼을 통해 그룹을 지킨다라. 그러다가 통째로 빼앗기는 수가 있을 텐데...”하지만 육경서는 입을 삐죽거렸다.“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죠. 정략결혼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요. 뭐 형수님 부모님 같은 경우는... 형수님 어머님이 남자 보는 안목이 별로라서 그런 거랄까요...”“뭐라고요?”강유리의 매서운 눈빛에 육경서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아, 어쨌든 저 좀 도와주세요. 주리가 저랑은 죽어도 같이 안 간다는데 저 혼자 갔다가 그쪽 집안 딸이 저한테 반하기라도 하면 어떡해요.”정말 겁이라도 먹은 듯 스스로를 껴안는 모습에 강유리는 코웃음을 쳤다.“도련님, 헛소리 하지 말고 그렇게 한가하면 거울이나 들여다 보세요.”‘신안그룹도 나름 규모가 있는 기업이라 이번 파티에 초대를 받았을 텐데... 괘씸하니까 이건 알려주지 말아야지.’...잠시 후 육경서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샤워까지 마친 강유리는 아직도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육시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하여간 독하다 독해. 돈이 그렇게 많으면 좀 여유를 즐길만도 한데.’그 모습에 자극을 받은 강유리가 스케치북을 들고 서재로 향했다.“우리 남편, 일하는 모습도 잘생겼네?”그제야 고개를 든 육시준이 물었다.“
그 뒤로 며칠 뒤 강유리는 밤마다 테라스에 앉아 성신영의 집에서 펼쳐지는 기막힌 드라마를 지켜보곤 했다.물론 아직 도와주겠다는 확답을 받지 못한 육경서 역시 문지방이 닳도록 빌라를 들락거리곤 했다.여느때처럼 강유리의 곁에서 얼쩡대던 육경서가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그런데 성신영은 지금 이 상황 모르는 겁니까? 집에도 안 들어오는 거예요?”“글쎄. 요즘 이혼 소송 중이라 바쁠걸. 어떻게든 고성그룹 파티가 열리기 전까지 법적으로 싱글로 돌아와야 하니까.”“독하다, 독해.”육경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때, 테라스의 난간을 두드리던 강유리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아버지 말이에요. 생각보다 꽤 치밀한 사람이더라고요. 나름 열심히 알아봤는데 할아버지가 아빠 때문에 그렇게 되셨다는 증거가 안 나와요.”“뭘 고민해요. 형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되지. 형수님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사람이구만.”“저기요, 도련님. 저희 남편은 지금 돈 버느라 바쁘시거든요. 귀한 분은 귀한 일 하게 내버려두고 이런 더러운 일은 우리 두 사람이 하죠.”“우리... 두 사람이요?”육경서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형수님. 제 능력을 높게 사주신 건 고마운데요... 제가 그런 뒷조사에는 재능이 없어서요.”“성신영, 지금은 고정남의 딸이 되어버렸지만 어찌 됐든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워준 사람이니 아마 아버지도 초대하는 게 예의에 맞지 않을까요?”“설마 성홍주 대표가 파티에 초대받길 바라시는 거예요?”육경서의 질문에 강유리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최근 유강그룹의 주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보수적인 회사 이사들도 강유리의 능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인정을 받을 수록 성홍주를 향한 비난은 더 커져만 갔다.딸이 이렇게 똑똑한데 왜 이제까지 숨기고 있었냐.사위 주제에 처가 재산을 노리고 그랬던 게 아니냐.강 회장이 지금이라도 건강을 회복해 회사가 살아날 수 있었다.지금 겪는 모든 일들 전부 자업자득이다.‘온갖 비난을 받고 있는 양부가 파
인기척에 고개를 든 육시준의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완벽한 몸매를 감싸는 우아한 검은색 드레스차림의 강유리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찔하게 드러나는 매끈한 다리, 찰랑이는 머릿결, 그리고 무엇보다 반짝이는 완벽한 얼굴까지.도저히 눈을 뗄 수밖에 없었다.“이뻐?”“그래... 이쁘다.”육시준의 대답에 강유리가 미간을 찌푸렸다.‘오버는 바라지도 않지만 좀 더 확실한 리액션은 안 되나? 얄밉게.’하지만 그녀의 뒤를 따르던 에이미는 육시준의 평가에 꽤 만족하는 모습이었다.“나쁘지 않네에서 예쁘다로 바뀌셨네요. 대표님께서 누군가를 이렇게 칭찬하시는 건 처음 봅니다. 저도 괜히 뿌듯해지는데요.”“저번엔 그냥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고요?”이에 강유리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평생 예쁘다는 말만 들어왔던 강유리에게 나쁘지 않다는 평가는 그야말로 모욕 그 자체였다.‘하아... 그랬단 말이지?’천천히 고개를 돌린 강유리가 괜히 비아냥거리며 물었다.“역시 LK그룹 대표님이라 그런지 눈이 아주 높으시네. 나쁘지 않아? 이 얼굴이?”이때, 피식 웃은 육시준이 소파에서 일어섰다.“저번에는 그냥 강유리였고 지금은 육시준의 아내 강유리니까. 더 예뻐 보이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그의 말에 흠칫하던 강유리가 고개를 홱 돌렸다.‘하여간... 말이라도 못하면.’그리고 자연스레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은 육시준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어머니가 차 보내주셨어. 그리고 쓸데없이 생각만 많은 우리 와이프를 위해 오늘은 내 친구부터 집안 어르신들까지 다 만나고 올 생각이야.”어차피 더 이상 관계를 숨기고 싶지 않았던 강유리가 어깨를 으쓱했다.곧 결혼식 날짜이니 이번 파티에서 모두에게 미리 알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저녁 7시.두 사람을 태운 차량이 호텔 앞에 도착했다.호텔 로비, 귀빈들과 얘기를 나누던 고정남, 고우식 부자가 강유리를 발견하고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강유리 씨 당신이 여긴 무슨 일로...”고우식의 눈에 강유리는 동생으로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