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그날 밤의 모든 챕터: 챕터 1121 - 챕터 1130

1265 챕터

제1121화

이번에 따내려 했던 프로젝트를 경쟁 업체와 단 200만 원 차이로 빼앗기게 되었다.이 사단을 보고 회사 내부에 산업스파이가 없다고 한다면 회사의 청소부 아줌마도 믿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회사의 검사 부서에서는 이미 조사를 시작했지만, 아직 아무 단서도 찾지 못했다. 이런 경우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이 사람은 회사의 고위층 임원일 것이다. 아니면 회사의 핵심적인 경쟁 입찰 금액을 알 수가 없었다.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분위기 속에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그는 캐주얼한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슈트를 차려입은 엘리트들과는 어울리지 않았다.“심 대표님, 이사회 쪽에서 벌써 주식을 팔겠다고 난리입니다.”단기문은 조심스레 심재경의 귓가에 이렇게 말했다. 심영의 주주 중 한 사람으로서 그 누구도 단기문이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고 할 수 없었다.그는 개성이 넘치고 소탈하지만, 심재경의 편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심재경의 생각에 이 상황은 더 형편없게 될 것 같았다. 주주들의 지분 매각이 이뤄지기만 하면 심영의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영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빼앗긴 마당에 주가까지 흔들리면...앉아 있는 사람들은 순식간에 긴장하기 시작했다.“이번 실수에 대해서는 모두가 책임이 있습니다. 올해 연말 보너스는 전체가 다 절반으로 탕감할 것입니다.”“3일 후부터 전당으로 가서 폐쇄식 관리에 들어가겠습니다.”“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사람들은 마음속에 불만이 많았지만,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심재경한테 바로 해고당하는 것보다는 연말 보너스를 절반 탕감하는 게 훨씬 좋은 결과였다.사람들이 떠난 후 심재경은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삼촌들은 정말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네요!”아직 여기 내부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이사회 쪽에서 또 문제를 일으켰다.“가서 통지하세요. 내일 열 시에 이사회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단기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통지를 내리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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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2화

순식간에 임수영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전화를 끊은 후 긴장한 모습으로 심재경을 보고 있었다.“무슨 급한 일이 있으면 가봐요. 제가 기사님한테 데려다주라고 할게요.”심재경은 한 손으로 샛별의 등을 토닥이며 한편으로는 임수영을 위로했다.그는 임수영의 집안 상황을 잘 알고 있으므로 급여에 대해서도 그녀에게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집안일을 처리할 충분한 시간도 주었다. 그가 임수영에게 바라는 것은 충성심뿐이다.“감사합니다, 대표님. 정말 좋은 분이세요!”소박한 임수영은 어떻게 사람을 칭찬해야 할지를 몰라 그저 제일 간단한 말로 심재경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였다. 임수영이 다급하게 문을 나서느라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여지자 안이슬이 말했다.“천천히 가요.”임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임수영이 떠난 후, 심재경이 물었다.“문희 씨, 임 아주머니가 어떻게 당신을 이 정도로 따를 수 있는지 궁금해요.”안이슬은 샛별이 심재경의 품 안에서 잠든 것을 보고 심재경한테서 샛별이를 받아 안았다. 갑자기 가까워진 두 사람의 거리에 심재경은 가슴이 두근거렸다.“저는 그저 제가 배운 그대로 실천에 옮길 뿐입니다. 아주머니가 말하는 것처럼 그 정도는 아니에요.”아이가 잠이 든 후, 안이슬은 심재경에게 나가서 말하자고 사인을 보냈다.강문희가 뒤돌아 나간 후 심재경도 문을 닫는 것을 잊지 않았다.“당신의 능력은 제가 잘 지켜보고 있어요. 오늘 샛별이가 보채지 않았나요?”전에 그 가정부는 샛별이 너무 보채서 진이 다 빠졌었는데, 사실 그가 진짜 묻고 싶은 말은 그녀가 아이를 돌보는 게 힘들지는 않은지 하는 물음이었다.“심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샛별이는 돌보기가 아주 수월해요. 제가 돌봤던 아이들 가운데서 제일 얌전한 아이라고 할 수 있어요.”심재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는 그녀가 정말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는 아이가 얼마나 보채는지 모르는 게 아니었지만 그녀는 그다지 피곤해 보이지 않긴 했다.“대표님, 다른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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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3화

“저의 급여는 이미 충분하니 더 주실 필요가 없습니다.”더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안이슬은 더는 심재경의 돈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돈이 궁하지 않았다. 정말 돈이 충분했다.다만 심재경의 집에서 일할 기회는 돈을 주어도 사지 못하는 소중한 기회이다. 한 달 동안 심재경이 집에 없다면 그녀는 샛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심재경이 말했다.“그럼 잘 부탁할게요.”안이슬이 일어서서 살짝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끄덕였다.“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에요.”“핸드폰은 계속 곁에 두고 있을 겁니다. 다른 일이 없다면 저는 먼저 돌아가서 갖고 올 물건들을 정리하겠습니다.”심재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문희가 떠난 후에야 그는 고개를 소파에 파묻었다.팽팽하던 긴장의 끈이 드디어 탁 풀렸다.안이슬은 집에 도착한 후 약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그녀의 몸은 아직 이렇게 무리하는 것을 버거워했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인터넷에서 본 이유식을 만드는 영상이 생각나서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에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연아?”송연아한테서 온 전화였다. 이 시간이면 프랑스는 점심 때쯤 된다.선글라스를 쓰고 카페에 앉아있던 송연아는 선글라스를 벗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이슬 언니, 재경 선배 집에 들어간 지도 언제인데 왜 나한테 전화 한 통이 없어요.”송연아는 투정 부리듯 말했다.“참나, 아이를 돌보느라 바빠...”안이슬은 말하다가 본인도 더 얘기를 잇지 못했다.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전화를 할 시간조차 없겠는가?이제 금방 돌아왔는데 심재경의 집에 일도 많고 국내에 들어오니 안이슬이 적응해야 할 부분도 많았다. “무슨 필요한 게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요.”안이슬은 알겠다고 대답하면서 손은 바삐 움직였다. 그녀는 영양가가 더 높은 과일야채 주스를 만들 예정이었다. 맛도 다양하게 되면 샛별이가 더 좋아할 것 같았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아직도 뭘 하는 거예요, 설마 아직 재경 선배 집에 있는 건 아니죠?”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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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4화

송연아는 안이슬의 현재 모습을 생각하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녀조차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외모가 크게 변했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성격은 어떻게 쉽게 변할 수 있겠는가? 심재경이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면, 그건 그가 안이슬을 사랑한 적이 없거나 바보거나 둘 중 하나였다. “어쨌든 조심하도록 해요. 재경 선배가 그렇게 쉽게 속지 않을 거예요.”송연아는 그녀에게 주의하라고 하였다. 안이슬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알아. 샛별을 위해서라도 조심할게.”심재경의 집에 계속 머물면서 샛별이가 커가는 것을 볼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안이슬은 기꺼이 할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고 안이슬은 또 편히 잠을 자지 못했다. 그 일을 겪은 이후로, 그 끔찍한 장면은 항상 그녀의 꿈속에 나타났다. 일찍 일어나서 심재경의 집에 있는 동안 필요할 몇 가지 물건을 챙겼다. 안이슬이 심재경의 집에 도착했을 때, 심재경은 아기방에서 막 나왔다.“오셨군요, 샛별이 어젯밤에 한 번 깨었어요.”“방금 기저귀를 갈아주고 잠들었어요.”안이슬은 서둘러 샛별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고, 모든 것이 무탈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했다. “심 대표님, 옷을 거꾸로 입으셨습니다.”안이슬은 손가락으로 심재경의 셔츠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살짝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여파인지 심재경은 셔츠를 거꾸로 입고 있었다. 심재경은 거꾸로 입은 셔츠를 발견하고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신경을 미처 못 썼네요.”안이슬이 말했다.“그럴 수 있죠.”아마도 샛별이를 돌보느라 지쳤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 일도 바빴기 때문일 것이다. 안이슬은 몸을 굽혀서 아기 침대 옆에 있는 물건들을 치웠다. 심재경은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옷을 갈아입지 않으시겠어요?”안이슬은 빨래를 들고 빨래실 쪽으로 갔다. 심재경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갈아입어야죠. 이대로 회사에 갔다가는 웃음거리가 되겠죠.”그는 방으로 들어가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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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화

“그 돈, 제가 빌려드릴게요.”임수영은 눈물을 닦고 아들에게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고 문제가 생기면 전화하라고 당부했다. 임수영이 도착했을 때, 안이슬은 그녀에게 큰 검은색 봉투를 건네주었다. “여기 8000만 원이 있어요. 우선 급한 데에 써요.”안이슬은 종이와 펜을 꺼내 임수영에게 건넸고 임수영은 별다른 말 없이 서명했다. 눈앞에서 자신의 남편이 죽어가는 걸 지켜보는 것은 그녀에게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돈은 제가 꼭 갚을게요.” 안이슬은 임수영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기가 있는 법이다. 임수영이 돈을 받아줄 수 있게 미리 채무증서를 작성했다. 안이슬은 임수영이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얼른 가세요. 대표님께는 제가 말씀드릴게요.” 임수영은 감사의 의미로 안이슬한테 포옹을 하고는 서둘러 떠났다. 임수영이 떠난 후, 안이슬은 심재경이 준 카드로 8000만 원을 꺼냈다. 잠시 낮잠을 자고 있던 심재경은 갑자기 메시지를 받았고 이를 본 후 미간을 찌푸렸다. ‘강문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아니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이런 생각이 들자 심재경은 회사에서 나와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오전의 이사회 회의가 끝난 후, 그의 삼촌들은 그에게 거의 불가능한 임무를 줬다. 아마 한 달 안에 해결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그 전에 집안일을 잘 정리해야 했다.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안이슬은 눈길을 피하는 듯했다. 그녀는 자신이 돈을 꺼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심재경이 돌아올 줄 몰랐다. ‘이건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건가, 아니면?’“문희 씨, 돈을 왜 빼냈어요?”심재경은 다급하게 물었는데 그의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안이슬은 두 걸음 물러서서 테이블 위에 있던 채무증서를 들었다. “아주머니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겨서 제가 돈을 먼저 썼어요. 제가 대표님한테 빌린 거로 해주세요.” 채무증서를 본 후 심재경의 얼굴에 드러났던 걱정이 사라졌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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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6화

회사로 돌아간 심재경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이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발생할지도 미지수였다.내일 그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전당으로 가야 했다. 전당은 폐쇄식으로 된 호텔이었는데 심재경과 같은 수요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전문적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번 이사회 회의에서 호기롭게 내기를 걸어서 심재경은 모든 희망을 이번 폐쇄식 관리에 걸 수밖에 없었다.이 시간에 비비안은 원래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 비비안의 자리는 공석이었다. 하지만 회사의 사람들은 뭐라고 얘기하지 못했다. 비비안은 지금 심재경의 최측근에 있는 사람이기에 회사 사람들도 그녀의 체면을 어느 정도 세워주었다.검은 옷차림의 비비안이 좁은 골목길에 도착했다. 그녀가 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리고 비비안은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비비안이야?” 앞에 앉아 있는 남자는 몇 년 전 유행했던 볼륨 있는 뒷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흔들의자에 누워서 비비안을 쳐다봤다. 옆에 있는 보조는 태블릿을 들고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심 대표님,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나요?”비비안은 몸매가 정말 일품이어서 그녀 앞에 앉은 남자가 참지 못하고 입술을 핥을 정도였다. “내 조카랑 사귀는 것보다 나랑 함께하는 게 더 좋지 않겠어?”심인범은 심재경의 둘째 삼촌이자 회사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주주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는 은밀한 방식으로 심재경의 사업에 훼방을 놓았는데 바로 자신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심 대표님, 제가 어떻게 감히 대표님의 여자가 될 수 있겠어요?”“저는 그저 밥벌이하는 사람일 뿐이에요. 제가 어떻게 감히 대표님과 같은 분들과 어울리겠어요.”쯧쯧쯧...심인범은 손뼉을 쳤다. 비비안을 그저 예쁜 장식품으로만 여겼었는데 그녀가 이렇게 속셈이 많은 여자인 줄은 생각 못 했다. 심재경의 곁에 남을 수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심재경은 그녀에게 특별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업무 능력도 뛰어나지 않았는데 그저 일시적으로 와서 사소한 일을 도와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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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7화

지금 강문희가 혼자 집에 있으므로 그녀가 하지 않으면 할 사람이 없었다.“괜찮아요. 힘들지 않습니다.”하지만 심재경은 낯빛이 좋지 않았다.“임수영 씨는 아직 한 주가 지나야 일하러 올 수 있는데 그동안 비비안 씨가 와서 일을 좀 도와달라고 할게요.”‘비비안?’안이슬은 살짝 불쾌했지만, 심재경이 이렇게 말한 마당에 그녀도 더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알겠어요. 대표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샛별이와 잠시 놀아주고 나서 심재경은 내일 가지고 갈 물건들을 정리했다. 그가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안이슬이 샛별을 위해 야채 주스를 만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내가 뭐라도 도울 게 있나요?”심재경이 다가오면서 물었다. 샛별이는 아기 의자에 앉아서 큰 눈으로 두 사람을 보면서 자신의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대표님, 그럼 저를 도와서 이 채소를 좀 씻어주시겠어요?”심재경이 정말 할 일이 없는 것 같아서 안이슬은 거절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그가 샛별이랑 당분간 만날 수 없게 되는 마지막 밤이었다. 샛별이도 한 달 동안 아빠를 못 보면 보고 싶어 할 것이다.“좋아요.”심재경은 팔을 거두고 곁에 있는 당근과 오이를 씻기 시작했다. 안이슬은 그 모습을 보더니 손을 뻗어서 걸려있던 앞치마를 가져왔다.“대표님, 이걸 두르면 더 좋을 것 같아요.”심재경은 고개를 돌려서 안이슬의 손에 들린 앞치마를 보더니 자신의 손에 있던 물기를 털며 말했다.“지금 혼자서 두르기가 불편하니 좀 도와주세요.”심재경은 살짝 무릎을 굽히며 안이슬의 앞에 섰다. 안이슬은 당황했다.그녀는 심재경이 직접 둘러 달라고 할 줄 몰랐다.‘상관없어, 앞치마일 뿐인데.’심재경의 머리를 먼저 넣고 앞치마를 내리는데 안이슬은 방심한 사이에 심재경과 눈이 마주쳤다. 심재경이 무릎을 살짝 굽히고 있던 탓에 두 사람의 시선은 마침 한 개의 수평선에 놓이게 되었다.심재경의 눈동자는 특별하게 침착하고 냉정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는데 그가 예전에 수술대에 서 있을 때랑 똑같았다. 시간은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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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8화

심재경도 자신이 이걸 다 마셔버릴 줄 생각지 못했다. 안이슬이 아이의 음식에 대해서 많이 신경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마음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제가 할게요. 대표님은 곧 떠나실 텐데 샛별이랑 더 많이 놀아주고 곁에 있어 주세요.”안이슬은 당근 사과 주스에 빨대를 꽂아서 심재경에게 주었다.심재경은 앞치마를 푸는 것도 까먹은 채 안이슬이 건넨 야채 주스를 받아들고 샛별의 앞으로 왔다.“샛별아, 아빠랑 맛있는 야채 주스를 마실까?”“응애~”아직 말을 못 하는 샛별은 심재경을 향해 손을 뻗으며 안아달라고 했다. 아기 의자에 오래 앉아 있더니 안기고 싶어 했다.“그래, 우리 예쁜 딸.”딸바보인 심재경은 샛별을 품에 안았는데 안이슬이 안는 것보다 더 여유로워 보였다. 샛별의 얼굴에 몇 번 뽀뽀하고 야채 주스를 샛별이한테 먹였다. 주방에 있는 안이슬은 이미 주스를 한잔 더 완성했는데 좀 늦은 시간에 다시 샛별이한테 주기로 했다. 딸이 아주 예뻐죽겠다는 듯한 심재경의 모습을 보면서 안이슬은 잠시 넋이 나갔다.샛별이를 심재경한테 보낸 선택은 옳은 결정이었다.“문희 씨, 여기 좀 와보세요!”안이슬은 심재경의 목소리에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다급하게 심재경한테로 걸어갔다.“무슨 일이에요?”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안이슬은 오줌 냄새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심재경을 보았는데 몸이 젖어 있었다.기저귀를 계속 차고 있으면 엉덩이가 답답할 수 있기에 안이슬은 샛별이 깨어있을 때는 기저귀를 채우지 않고 엉덩이를 시원하게 하였다. “아이가 한 번에 좀 많이 마신 것 같아요. 제가 데리고 가서 씻길게요.”“대표님도 가서 씻으세요.”샛별이가 친 사고 때문에 심재경의 전체 팔뚝과 몸에 둘렀던 앞치마까지 다 엉망이 되었다.안이슬이 심재경의 품에서 아이를 받아 안자 심재경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줌에 옷이 다 엉망이 되었지만 더럽다는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자신의 아이는 오줌도 깨끗하다.심재경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안이슬은 손을 들어서 그의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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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9화

안이슬이 고개를 숙인 채 심재경을 지나쳐 들어가려던 때, 그녀의 가방이 가운의 한쪽에 걸렸다...그러자 심재경이 입고 있던 가운이 벗겨졌다.“...” 안이슬이 뒤도는 순간, 보였다...“나는, 당신...” 심재경이 다급하게 해명했다.“당신의 가방 지퍼가 내 가운에 걸려서 이렇게 된 거예요...”그는 다시 가운을 두르고 있었다. 안이슬은 당황해서 앞으로 뛰어가 자신의 휴대폰을 잡고는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심재경의 저택에서 도망쳤다. 그렇다, 심재경에게는 도망친 것처럼 보였다. “내가 옷을 안 입은 것도 아닌데.”하지만 심재경의 살짝 붉어진 귀 끝에서 그의 감정이 드러났다. 한참 동안 달리고 나서 안이슬은 멈춰 섰다. "실수했어, 실수. 내일부터 심재경이 집에 없어서 다행이야.”사실 별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게 좋지 않다고 느꼈다. 이런 분위기는 좀 이상했다. 그녀는 단지 베이비시터였고,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여야 했다. 안이슬은 잠시 마음을 가라앉혔다. ‘방금 반응이 좀 과격했던 건가?’안이슬은 컴퓨터를 켜서 오늘 받은 이메일을 확인했다. 프랑스의 영양학회에서 보낸 토론회에 관한 것인데 많은 베이비시터들이 공유한 경험을 담은 내용이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발표하는 내용을 보고 그것을 기록하기도 하고 가끔 그 안에서 말을 하기도 한다.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오래 앉아 있으니 허리가 아팠다. 안이슬은 기지개를 켜고는 샤워하러 가려고 준비했다. “딩동~”문자 메시지 알림 소리가 울리자 안이슬은 휴대폰을 확인했다. “이슬 언니, 세헌 씨와 함께 국내에 한 번 다녀오려고 해요.” ‘연아가 세헌 씨와 함께 돌아오는 건가?’“좋아. 언제 도착해?”안이슬은 바로 답장을 보냈고, 비행기에 있던 송연아는 강세헌과 눈빛을 교환했다. 그녀는 짓궂게 웃으며 빠른 타이핑으로 답장을 보냈다. “아마 모레쯤일 거예요.” 안이슬은 별 의심 없이 대답했다. “알았어. 하지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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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안이슬이 대답했다.“회사에 처리할 일이 많나 봐.”그녀는 몸을 살짝 비키면 말했다.“얼른 들어와.”하지만 그녀는 또 망설였다.“내가 이렇게 너랑 세헌 씨를 들어오게 하면...”“그건 어렵지 않아요. 제가 막무가내로 들어왔다고 하면 되죠.”송연아가 장난스레 말했지만, 안이슬은 고개를 저었다.“밖에 공기가 좋아. 잠시만 기다려줘.”안이슬은 빠르게 샛별의 방으로 갔다. 그녀는 샛별을 내려놓고 기저귀에 뭘 쌌는지 살펴보았다. 불편한 곳이 없다면 이렇게 울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아무것도 싸지 않았고 배고파하지도 않았기에 안이슬은 품에 안아서 달래주었다. 안이슬의 품에서 샛별이는 점차 큰 소리로 울던 데로부터 훌쩍거리기 시작했다.샛별이는 서서히 울음을 멈추었다. 샛별이를 달래고 나서 안이슬은 웃으며 말했다.“앞에 있는 정원으로 가서 얘기하자.”안이슬은 울다가 지쳐서 어깨에 기대 잠든 샛별을 안고 정원으로 갔다. 송연아는 많이 큰 샛별의 얼굴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녀는 딸을 좋아했지만 아쉽게도 그녀에게는 딸이 없었다.“이리 줘요. 제가 안아 볼래요.”“비행기에서 내려서 바로 온 거 아니야? 좀 쉬어.”안이슬은 송연아가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냈던 시간으로 그때쯤 송연아가 비행기에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였다.“안 힘들어요.”송연아가 말했다. 강세헌은 안이슬과 송연아가 단둘이 있게 자리를 비켜주려고 했다. 그가 일어서려는데 마침 전화가 와서 아주 자연스럽게 빠져줄 수 있었다.“내일 온다더니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어?”송연아는 완전히 가정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한혜숙과 오은화가 도와주니 사실 그녀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안이슬을 보고 있으면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게 분명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세헌 씨 회사 일로 국내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서 왔어요. 나는 그냥 동행한 거예요. 언니를 보러 왔죠.”제일 중요한 건 안이슬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다. 다행히도 송연아는 안이슬의 모습을 보고 많이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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