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 돌아간 심재경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이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발생할지도 미지수였다.내일 그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전당으로 가야 했다. 전당은 폐쇄식으로 된 호텔이었는데 심재경과 같은 수요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전문적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번 이사회 회의에서 호기롭게 내기를 걸어서 심재경은 모든 희망을 이번 폐쇄식 관리에 걸 수밖에 없었다.이 시간에 비비안은 원래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 비비안의 자리는 공석이었다. 하지만 회사의 사람들은 뭐라고 얘기하지 못했다. 비비안은 지금 심재경의 최측근에 있는 사람이기에 회사 사람들도 그녀의 체면을 어느 정도 세워주었다.검은 옷차림의 비비안이 좁은 골목길에 도착했다. 그녀가 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리고 비비안은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비비안이야?” 앞에 앉아 있는 남자는 몇 년 전 유행했던 볼륨 있는 뒷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흔들의자에 누워서 비비안을 쳐다봤다. 옆에 있는 보조는 태블릿을 들고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심 대표님,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나요?”비비안은 몸매가 정말 일품이어서 그녀 앞에 앉은 남자가 참지 못하고 입술을 핥을 정도였다. “내 조카랑 사귀는 것보다 나랑 함께하는 게 더 좋지 않겠어?”심인범은 심재경의 둘째 삼촌이자 회사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주주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는 은밀한 방식으로 심재경의 사업에 훼방을 놓았는데 바로 자신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심 대표님, 제가 어떻게 감히 대표님의 여자가 될 수 있겠어요?”“저는 그저 밥벌이하는 사람일 뿐이에요. 제가 어떻게 감히 대표님과 같은 분들과 어울리겠어요.”쯧쯧쯧...심인범은 손뼉을 쳤다. 비비안을 그저 예쁜 장식품으로만 여겼었는데 그녀가 이렇게 속셈이 많은 여자인 줄은 생각 못 했다. 심재경의 곁에 남을 수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심재경은 그녀에게 특별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업무 능력도 뛰어나지 않았는데 그저 일시적으로 와서 사소한 일을 도와주는
지금 강문희가 혼자 집에 있으므로 그녀가 하지 않으면 할 사람이 없었다.“괜찮아요. 힘들지 않습니다.”하지만 심재경은 낯빛이 좋지 않았다.“임수영 씨는 아직 한 주가 지나야 일하러 올 수 있는데 그동안 비비안 씨가 와서 일을 좀 도와달라고 할게요.”‘비비안?’안이슬은 살짝 불쾌했지만, 심재경이 이렇게 말한 마당에 그녀도 더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알겠어요. 대표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샛별이와 잠시 놀아주고 나서 심재경은 내일 가지고 갈 물건들을 정리했다. 그가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안이슬이 샛별을 위해 야채 주스를 만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내가 뭐라도 도울 게 있나요?”심재경이 다가오면서 물었다. 샛별이는 아기 의자에 앉아서 큰 눈으로 두 사람을 보면서 자신의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대표님, 그럼 저를 도와서 이 채소를 좀 씻어주시겠어요?”심재경이 정말 할 일이 없는 것 같아서 안이슬은 거절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그가 샛별이랑 당분간 만날 수 없게 되는 마지막 밤이었다. 샛별이도 한 달 동안 아빠를 못 보면 보고 싶어 할 것이다.“좋아요.”심재경은 팔을 거두고 곁에 있는 당근과 오이를 씻기 시작했다. 안이슬은 그 모습을 보더니 손을 뻗어서 걸려있던 앞치마를 가져왔다.“대표님, 이걸 두르면 더 좋을 것 같아요.”심재경은 고개를 돌려서 안이슬의 손에 들린 앞치마를 보더니 자신의 손에 있던 물기를 털며 말했다.“지금 혼자서 두르기가 불편하니 좀 도와주세요.”심재경은 살짝 무릎을 굽히며 안이슬의 앞에 섰다. 안이슬은 당황했다.그녀는 심재경이 직접 둘러 달라고 할 줄 몰랐다.‘상관없어, 앞치마일 뿐인데.’심재경의 머리를 먼저 넣고 앞치마를 내리는데 안이슬은 방심한 사이에 심재경과 눈이 마주쳤다. 심재경이 무릎을 살짝 굽히고 있던 탓에 두 사람의 시선은 마침 한 개의 수평선에 놓이게 되었다.심재경의 눈동자는 특별하게 침착하고 냉정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는데 그가 예전에 수술대에 서 있을 때랑 똑같았다. 시간은 많
심재경도 자신이 이걸 다 마셔버릴 줄 생각지 못했다. 안이슬이 아이의 음식에 대해서 많이 신경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마음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제가 할게요. 대표님은 곧 떠나실 텐데 샛별이랑 더 많이 놀아주고 곁에 있어 주세요.”안이슬은 당근 사과 주스에 빨대를 꽂아서 심재경에게 주었다.심재경은 앞치마를 푸는 것도 까먹은 채 안이슬이 건넨 야채 주스를 받아들고 샛별의 앞으로 왔다.“샛별아, 아빠랑 맛있는 야채 주스를 마실까?”“응애~”아직 말을 못 하는 샛별은 심재경을 향해 손을 뻗으며 안아달라고 했다. 아기 의자에 오래 앉아 있더니 안기고 싶어 했다.“그래, 우리 예쁜 딸.”딸바보인 심재경은 샛별을 품에 안았는데 안이슬이 안는 것보다 더 여유로워 보였다. 샛별의 얼굴에 몇 번 뽀뽀하고 야채 주스를 샛별이한테 먹였다. 주방에 있는 안이슬은 이미 주스를 한잔 더 완성했는데 좀 늦은 시간에 다시 샛별이한테 주기로 했다. 딸이 아주 예뻐죽겠다는 듯한 심재경의 모습을 보면서 안이슬은 잠시 넋이 나갔다.샛별이를 심재경한테 보낸 선택은 옳은 결정이었다.“문희 씨, 여기 좀 와보세요!”안이슬은 심재경의 목소리에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다급하게 심재경한테로 걸어갔다.“무슨 일이에요?”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안이슬은 오줌 냄새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심재경을 보았는데 몸이 젖어 있었다.기저귀를 계속 차고 있으면 엉덩이가 답답할 수 있기에 안이슬은 샛별이 깨어있을 때는 기저귀를 채우지 않고 엉덩이를 시원하게 하였다. “아이가 한 번에 좀 많이 마신 것 같아요. 제가 데리고 가서 씻길게요.”“대표님도 가서 씻으세요.”샛별이가 친 사고 때문에 심재경의 전체 팔뚝과 몸에 둘렀던 앞치마까지 다 엉망이 되었다.안이슬이 심재경의 품에서 아이를 받아 안자 심재경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줌에 옷이 다 엉망이 되었지만 더럽다는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자신의 아이는 오줌도 깨끗하다.심재경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안이슬은 손을 들어서 그의 눈앞
안이슬이 고개를 숙인 채 심재경을 지나쳐 들어가려던 때, 그녀의 가방이 가운의 한쪽에 걸렸다...그러자 심재경이 입고 있던 가운이 벗겨졌다.“...” 안이슬이 뒤도는 순간, 보였다...“나는, 당신...” 심재경이 다급하게 해명했다.“당신의 가방 지퍼가 내 가운에 걸려서 이렇게 된 거예요...”그는 다시 가운을 두르고 있었다. 안이슬은 당황해서 앞으로 뛰어가 자신의 휴대폰을 잡고는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심재경의 저택에서 도망쳤다. 그렇다, 심재경에게는 도망친 것처럼 보였다. “내가 옷을 안 입은 것도 아닌데.”하지만 심재경의 살짝 붉어진 귀 끝에서 그의 감정이 드러났다. 한참 동안 달리고 나서 안이슬은 멈춰 섰다. "실수했어, 실수. 내일부터 심재경이 집에 없어서 다행이야.”사실 별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게 좋지 않다고 느꼈다. 이런 분위기는 좀 이상했다. 그녀는 단지 베이비시터였고,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여야 했다. 안이슬은 잠시 마음을 가라앉혔다. ‘방금 반응이 좀 과격했던 건가?’안이슬은 컴퓨터를 켜서 오늘 받은 이메일을 확인했다. 프랑스의 영양학회에서 보낸 토론회에 관한 것인데 많은 베이비시터들이 공유한 경험을 담은 내용이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발표하는 내용을 보고 그것을 기록하기도 하고 가끔 그 안에서 말을 하기도 한다.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오래 앉아 있으니 허리가 아팠다. 안이슬은 기지개를 켜고는 샤워하러 가려고 준비했다. “딩동~”문자 메시지 알림 소리가 울리자 안이슬은 휴대폰을 확인했다. “이슬 언니, 세헌 씨와 함께 국내에 한 번 다녀오려고 해요.” ‘연아가 세헌 씨와 함께 돌아오는 건가?’“좋아. 언제 도착해?”안이슬은 바로 답장을 보냈고, 비행기에 있던 송연아는 강세헌과 눈빛을 교환했다. 그녀는 짓궂게 웃으며 빠른 타이핑으로 답장을 보냈다. “아마 모레쯤일 거예요.” 안이슬은 별 의심 없이 대답했다. “알았어. 하지만 나는
안이슬이 대답했다.“회사에 처리할 일이 많나 봐.”그녀는 몸을 살짝 비키면 말했다.“얼른 들어와.”하지만 그녀는 또 망설였다.“내가 이렇게 너랑 세헌 씨를 들어오게 하면...”“그건 어렵지 않아요. 제가 막무가내로 들어왔다고 하면 되죠.”송연아가 장난스레 말했지만, 안이슬은 고개를 저었다.“밖에 공기가 좋아. 잠시만 기다려줘.”안이슬은 빠르게 샛별의 방으로 갔다. 그녀는 샛별을 내려놓고 기저귀에 뭘 쌌는지 살펴보았다. 불편한 곳이 없다면 이렇게 울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아무것도 싸지 않았고 배고파하지도 않았기에 안이슬은 품에 안아서 달래주었다. 안이슬의 품에서 샛별이는 점차 큰 소리로 울던 데로부터 훌쩍거리기 시작했다.샛별이는 서서히 울음을 멈추었다. 샛별이를 달래고 나서 안이슬은 웃으며 말했다.“앞에 있는 정원으로 가서 얘기하자.”안이슬은 울다가 지쳐서 어깨에 기대 잠든 샛별을 안고 정원으로 갔다. 송연아는 많이 큰 샛별의 얼굴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녀는 딸을 좋아했지만 아쉽게도 그녀에게는 딸이 없었다.“이리 줘요. 제가 안아 볼래요.”“비행기에서 내려서 바로 온 거 아니야? 좀 쉬어.”안이슬은 송연아가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냈던 시간으로 그때쯤 송연아가 비행기에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였다.“안 힘들어요.”송연아가 말했다. 강세헌은 안이슬과 송연아가 단둘이 있게 자리를 비켜주려고 했다. 그가 일어서려는데 마침 전화가 와서 아주 자연스럽게 빠져줄 수 있었다.“내일 온다더니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어?”송연아는 완전히 가정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한혜숙과 오은화가 도와주니 사실 그녀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안이슬을 보고 있으면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게 분명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세헌 씨 회사 일로 국내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서 왔어요. 나는 그냥 동행한 거예요. 언니를 보러 왔죠.”제일 중요한 건 안이슬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다. 다행히도 송연아는 안이슬의 모습을 보고 많이 안심했다.
심재경의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 있었다. 그러면 그도 자신에게 그렇게 신경 쓸 시간이 없을 것이다.“연아야, 우리 가야 해.”강세헌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송연아가 일어서며 말했다.“이슬 언니, 우리 이제 가봐야 해요.”안이슬도 따라서 일어났다.“네가 왔는데 물 한잔 제대로 따라주지 못하고...”송연아가 웃었다.“언니는 그냥 언니 딸이나 잘 안고 있어요.”“우리 둘은 사돈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송연아의 말에 안이슬은 그녀를 쳐다보았다.“아들이 아직 어린데 벌써 며느리를 볼 생각을 하는 거야? 빨리 늙고 싶은 거지?”송연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는 이제 일을 안 해서 온종일 이런저런 생각만 하게 되더라고요.”송연아가 일을 하지 않으니 그녀에게서 생기가 빠져나간 듯한 느낌을 안이슬은 느꼈다.여자가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제는 조선 시대도 아니니 여자들도 자신이 하는 일이 있어야만 활기찬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와 송연아는 이미 예전의 자신을 잃고 오직 자식들을 위해 살고 있었다. ... 시간은 오후 4시쯤 되고 안이슬은 휴대폰을 확인했다. 심재경한테서 아직 전화가 오지 않는 걸 봐서 아마도 아직 바쁜 모양이다. 하여 안이슬은 샛별이를 아기 침대에 눕혔다. 샛별이의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 그녀는 외롭지 않다고 느꼈다. 분유를 준비한 후, 안이슬은 샛별이에게 분유 병을 건넸다. 샛별이는 혼자서 분유 병을 입에 물었고 안이슬은 저도 모르게 샛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최근에 아이의 식욕이 좋아졌다고 느낀 안이슬은 하루에 두 번만 분유를 먹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머지는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어서 이렇게 되면 샛별이가 빨리 분유를 끊고 완전히 이유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먹일 것을 고민하고 있던 안이슬은 전화벨 소리에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심재경한테서 영상통화가 온 것이다. “대표님.”안이슬은 바로 휴대폰을 들어서 카메라가 샛별이에게로 향하
안이슬은 조금 난처했다. 그녀의 물건들은 이미 그 방안으로 다 넣어놨기 때문이다. 지금 그녀는 샛별이를 돌봐야 했기에 다시 방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비비안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안이슬은 이 방이 심재경의 방과 제일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그녀는 이 방이 샛별이의 방과 가까워 샛별이를 돌보기 편하기에 선택하게 되었다. “방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될까요?” “안 돼요. 나는 이 방이 좋아요. 왜 내가 갖고 싶은 걸 뺏으려고 해요?”비비안은 짐을 들고 다시 거실로 돌아갔다. 이 보잘것없는 베이비시터가 감히 그녀를 거절하다니! 그녀는 반드시 대표님에게 이 사실을 일러바치겠다고 결심했다. “대표님, 강문희 씨랑 방을 바꾸고 싶어요. 제가 있을 방은 거실에서 너무 멀어 청소하기가 힘들어요.”비비안은 심재경 앞에서 애교 섞인 말투로 연약한 척을 했다. 뒤에 있는 안이슬은 다소 무력감을 느꼈다. 그녀는 여자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항상 누군가가 그들을 도와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젊고 예쁜 것이 최고의 밑천이었다. 안이슬은 비비안을 탓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약간의 수단을 썼을 뿐이다. 하지만 안이슬은 이런 방식을 싫어했고 경멸했다. 안이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의견도 내뱉지 않았다. 그녀는 지시에 따라 일을 하는 것뿐이다. 비비안과 충돌이 생길 경우, 그녀가 샛별이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이슬은 양보하기로 하고 짐을 챙기러 방으로 들어갔다. 영상 통화 중이던 심재경은 안이슬이 방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보고 미간이 찌푸려졌다.그가 방금 잘못 듣지 않은 거라면 안이슬은 이 방을 내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녀는 방으로 짐을 정리하러 갔을까? 심재경은 입술을 깨물며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강문희 씨, 당신은 정말 마음이 넓은 사람이네요. 당신이 그렇게 이해심이 많다면 저도 도와주죠.’“문희 씨가 방을 옮겼잖아요. 비비안 씨가 그 방을 써요.”비비안
끝내 안이슬은 심재경의 서류를 열어보지 않았다.저녁 열 시쯤에 송연아가 그들이 돌아간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정말 오는 것도 급하게 오고 가는 것도 급하게 가네.”안이슬은 답장을 보냈다.「조심해서 가.」너무 급하게 왔다가 간 탓에 함께 식사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또 있을 것이니 괜찮았다....아침 일찍, 안이슬은 서류를 기사한테 주었다. 그리고 오전 열 시쯤까지 바쁘게 돌아쳤다.비비안은 그제야 방에서 하품하며 걸어 나왔다.“먹을 게 있어요?”꼬박 오전을 자고 일어났더니 비비안은 배가 고팠다.“비비안 씨, 저는 베이비시터이지 요리사가 아닙니다. 제 책임은 샛별이를 돌보는 것이에요.”아침 식사는 원래 임수영이 준비했었지만, 안이슬은 샛별이에게 이유식을 만들어야 했기에 남은 재료로 자신이 먹을 것을 간단히 만들었을 뿐이지 비비안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오늘 그녀는 샛별이를 데리고 밖에 있는 정원으로 나가 햇볕을 쬐려고 했다. 밖의 햇살이 너무 좋았고 샛별이도 밖에 나가서 활동할 필요가 있었다. “흥, 요리하는 거 뭐 대수라고! 누구나 할 수 있잖아!”비비안은 절대로 이 베이비시터에게 꿀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저기가 주방이니 당신이 알아서 해결하세요. 저는 샛별이와 잠깐 놀러 갈게요.”안이슬은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샛별이는 바깥세상에 매우 호기심이 많았고 정원에 도착했을 때 시선은 날아다니는 나비를 계속 따라갔다. “샛별아, 아줌마가 나비를 잡아줄까?”그 말을 하면서 안이슬은 샛별이를 안고 달렸다. 나비에 가까워질 때마다 샛별이는 작은 손바닥을 활짝 펼쳤다. “이이어야...”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샛별이는 옹알이만 했지만, 그 작은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 차 있었다. 그 모습에 안이슬의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녀의 아이는 매일 행복해야만 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는데,바로 단기문이 보고 있었다.“심재경 집에 이렇게 열정적인 베이비시터가 왔다니, 몰랐네.” 샛별이는 안이슬의 옷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