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슬이 대답했다.“회사에 처리할 일이 많나 봐.”그녀는 몸을 살짝 비키면 말했다.“얼른 들어와.”하지만 그녀는 또 망설였다.“내가 이렇게 너랑 세헌 씨를 들어오게 하면...”“그건 어렵지 않아요. 제가 막무가내로 들어왔다고 하면 되죠.”송연아가 장난스레 말했지만, 안이슬은 고개를 저었다.“밖에 공기가 좋아. 잠시만 기다려줘.”안이슬은 빠르게 샛별의 방으로 갔다. 그녀는 샛별을 내려놓고 기저귀에 뭘 쌌는지 살펴보았다. 불편한 곳이 없다면 이렇게 울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아무것도 싸지 않았고 배고파하지도 않았기에 안이슬은 품에 안아서 달래주었다. 안이슬의 품에서 샛별이는 점차 큰 소리로 울던 데로부터 훌쩍거리기 시작했다.샛별이는 서서히 울음을 멈추었다. 샛별이를 달래고 나서 안이슬은 웃으며 말했다.“앞에 있는 정원으로 가서 얘기하자.”안이슬은 울다가 지쳐서 어깨에 기대 잠든 샛별을 안고 정원으로 갔다. 송연아는 많이 큰 샛별의 얼굴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녀는 딸을 좋아했지만 아쉽게도 그녀에게는 딸이 없었다.“이리 줘요. 제가 안아 볼래요.”“비행기에서 내려서 바로 온 거 아니야? 좀 쉬어.”안이슬은 송연아가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냈던 시간으로 그때쯤 송연아가 비행기에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였다.“안 힘들어요.”송연아가 말했다. 강세헌은 안이슬과 송연아가 단둘이 있게 자리를 비켜주려고 했다. 그가 일어서려는데 마침 전화가 와서 아주 자연스럽게 빠져줄 수 있었다.“내일 온다더니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어?”송연아는 완전히 가정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한혜숙과 오은화가 도와주니 사실 그녀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안이슬을 보고 있으면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게 분명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세헌 씨 회사 일로 국내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서 왔어요. 나는 그냥 동행한 거예요. 언니를 보러 왔죠.”제일 중요한 건 안이슬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다. 다행히도 송연아는 안이슬의 모습을 보고 많이 안심했다.
심재경의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 있었다. 그러면 그도 자신에게 그렇게 신경 쓸 시간이 없을 것이다.“연아야, 우리 가야 해.”강세헌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송연아가 일어서며 말했다.“이슬 언니, 우리 이제 가봐야 해요.”안이슬도 따라서 일어났다.“네가 왔는데 물 한잔 제대로 따라주지 못하고...”송연아가 웃었다.“언니는 그냥 언니 딸이나 잘 안고 있어요.”“우리 둘은 사돈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송연아의 말에 안이슬은 그녀를 쳐다보았다.“아들이 아직 어린데 벌써 며느리를 볼 생각을 하는 거야? 빨리 늙고 싶은 거지?”송연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는 이제 일을 안 해서 온종일 이런저런 생각만 하게 되더라고요.”송연아가 일을 하지 않으니 그녀에게서 생기가 빠져나간 듯한 느낌을 안이슬은 느꼈다.여자가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제는 조선 시대도 아니니 여자들도 자신이 하는 일이 있어야만 활기찬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와 송연아는 이미 예전의 자신을 잃고 오직 자식들을 위해 살고 있었다. ... 시간은 오후 4시쯤 되고 안이슬은 휴대폰을 확인했다. 심재경한테서 아직 전화가 오지 않는 걸 봐서 아마도 아직 바쁜 모양이다. 하여 안이슬은 샛별이를 아기 침대에 눕혔다. 샛별이의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 그녀는 외롭지 않다고 느꼈다. 분유를 준비한 후, 안이슬은 샛별이에게 분유 병을 건넸다. 샛별이는 혼자서 분유 병을 입에 물었고 안이슬은 저도 모르게 샛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최근에 아이의 식욕이 좋아졌다고 느낀 안이슬은 하루에 두 번만 분유를 먹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머지는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어서 이렇게 되면 샛별이가 빨리 분유를 끊고 완전히 이유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먹일 것을 고민하고 있던 안이슬은 전화벨 소리에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심재경한테서 영상통화가 온 것이다. “대표님.”안이슬은 바로 휴대폰을 들어서 카메라가 샛별이에게로 향하
안이슬은 조금 난처했다. 그녀의 물건들은 이미 그 방안으로 다 넣어놨기 때문이다. 지금 그녀는 샛별이를 돌봐야 했기에 다시 방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비비안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안이슬은 이 방이 심재경의 방과 제일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그녀는 이 방이 샛별이의 방과 가까워 샛별이를 돌보기 편하기에 선택하게 되었다. “방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될까요?” “안 돼요. 나는 이 방이 좋아요. 왜 내가 갖고 싶은 걸 뺏으려고 해요?”비비안은 짐을 들고 다시 거실로 돌아갔다. 이 보잘것없는 베이비시터가 감히 그녀를 거절하다니! 그녀는 반드시 대표님에게 이 사실을 일러바치겠다고 결심했다. “대표님, 강문희 씨랑 방을 바꾸고 싶어요. 제가 있을 방은 거실에서 너무 멀어 청소하기가 힘들어요.”비비안은 심재경 앞에서 애교 섞인 말투로 연약한 척을 했다. 뒤에 있는 안이슬은 다소 무력감을 느꼈다. 그녀는 여자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항상 누군가가 그들을 도와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젊고 예쁜 것이 최고의 밑천이었다. 안이슬은 비비안을 탓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약간의 수단을 썼을 뿐이다. 하지만 안이슬은 이런 방식을 싫어했고 경멸했다. 안이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의견도 내뱉지 않았다. 그녀는 지시에 따라 일을 하는 것뿐이다. 비비안과 충돌이 생길 경우, 그녀가 샛별이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이슬은 양보하기로 하고 짐을 챙기러 방으로 들어갔다. 영상 통화 중이던 심재경은 안이슬이 방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보고 미간이 찌푸려졌다.그가 방금 잘못 듣지 않은 거라면 안이슬은 이 방을 내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녀는 방으로 짐을 정리하러 갔을까? 심재경은 입술을 깨물며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강문희 씨, 당신은 정말 마음이 넓은 사람이네요. 당신이 그렇게 이해심이 많다면 저도 도와주죠.’“문희 씨가 방을 옮겼잖아요. 비비안 씨가 그 방을 써요.”비비안
끝내 안이슬은 심재경의 서류를 열어보지 않았다.저녁 열 시쯤에 송연아가 그들이 돌아간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정말 오는 것도 급하게 오고 가는 것도 급하게 가네.”안이슬은 답장을 보냈다.「조심해서 가.」너무 급하게 왔다가 간 탓에 함께 식사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또 있을 것이니 괜찮았다....아침 일찍, 안이슬은 서류를 기사한테 주었다. 그리고 오전 열 시쯤까지 바쁘게 돌아쳤다.비비안은 그제야 방에서 하품하며 걸어 나왔다.“먹을 게 있어요?”꼬박 오전을 자고 일어났더니 비비안은 배가 고팠다.“비비안 씨, 저는 베이비시터이지 요리사가 아닙니다. 제 책임은 샛별이를 돌보는 것이에요.”아침 식사는 원래 임수영이 준비했었지만, 안이슬은 샛별이에게 이유식을 만들어야 했기에 남은 재료로 자신이 먹을 것을 간단히 만들었을 뿐이지 비비안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오늘 그녀는 샛별이를 데리고 밖에 있는 정원으로 나가 햇볕을 쬐려고 했다. 밖의 햇살이 너무 좋았고 샛별이도 밖에 나가서 활동할 필요가 있었다. “흥, 요리하는 거 뭐 대수라고! 누구나 할 수 있잖아!”비비안은 절대로 이 베이비시터에게 꿀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저기가 주방이니 당신이 알아서 해결하세요. 저는 샛별이와 잠깐 놀러 갈게요.”안이슬은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샛별이는 바깥세상에 매우 호기심이 많았고 정원에 도착했을 때 시선은 날아다니는 나비를 계속 따라갔다. “샛별아, 아줌마가 나비를 잡아줄까?”그 말을 하면서 안이슬은 샛별이를 안고 달렸다. 나비에 가까워질 때마다 샛별이는 작은 손바닥을 활짝 펼쳤다. “이이어야...”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샛별이는 옹알이만 했지만, 그 작은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 차 있었다. 그 모습에 안이슬의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녀의 아이는 매일 행복해야만 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는데,바로 단기문이 보고 있었다.“심재경 집에 이렇게 열정적인 베이비시터가 왔다니, 몰랐네.” 샛별이는 안이슬의 옷깃을
비비안과 안이슬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오는 남자를 발견했다.그 사람이 바로 단기문이였다.“단... 단 대표님...”비비안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이런 모습을 단기문에게 보여줄 줄 생각지 못했다.단 대표님?안이슬은 단기문을 훑어봤다. 비비안이 아는 사람이고 단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회사 사람인 듯했다. 그리고 대표님이라고 불리는 사람이라면 능력 있는 사람일 것이다.어떻게 여기에 나타난 거지?단기문은 안이슬을 못 본 듯한 사람처럼 비비안을 놀리고 있었다.“주방을 폭발시키러 간 거예요? 심 대표님이 안 계시니 집을 다 태워버릴 생각이에요? 쯧쯧, 비비안 씨가 집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심 대표님이 알게 되면 쫓아내고 손해배상금을 받아내지 않겠어요?”안이슬은 자신의 시선을 거두었다. 두 사람이 알고 있는 걸 보면 나쁜 사람은 아닌 듯하니 안이슬은 자신이 더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안이슬이 들어가려 할 때, 단기문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다. “비비안 씨, 이분 소개 좀 해줄래요?” 안이슬은 걸음이 멈추고 단기문을 바라보았다. “이분은 심 대표님이 데려온 베이비시터, 강문희 씨예요.” “문희 씨, 이분은 심영의 주주 중 한 분인 단 대표님이세요.” 안이슬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이 주주라는 게 의외였다. “단 대표님, 별일 없으시면 저는 이만 샛별이를 데리고 낮잠을 자러 가보겠습니다.”“단기문.” 안이슬이 뒤돌아봤다. 그가 갑자기 왜 이렇게 한마디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이름은 단기문이라고 해요.”그가 덧붙였다. 비비안이 소개했지만, 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안이슬은 그에게 별다른 호기심이 없었고 샛별이를 꼭 안고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안이슬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고 대답한 후 빠르게 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서 나는 냄새에 안이슬은 본능적으로 숨을 참았고 샛별이가 그 탄내를 맡지 않게 더 빨리 걸었다.단기문은 안이슬을 흥
비비안의 손이 허공에서 굳어졌다. 단기문은 스스로 앞치마 끈을 묶고 비비안의 실망하는 표정을 보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심재경이 남성시의 거위 구이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사다 줘요. 일하느라 힘들 텐데 그걸 보면 좋아할 거예요.”단기문의 말을 들은 비비안의 표정이 밝아졌다.‘그래, 이렇게 관심을 표하면 분명 좋아할 거야!’그런데…“다른 집 것은 안 돼요? 남성시는 너무 멀잖아요. 갔다 오는 데만 반나절이에요.”비비안이 말하자 단기문이 속으로 멀지 않으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단기문은 심재경의 부탁을 받고 비비안이 안이슬에게 허튼짓을 못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기에 일부러 비비안을 따돌리려고 얘기한 거였다.비비안이 망설였다.“사다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심 대표님 부탁으로 집을 청소하고 정리를 해야 해서요.”단기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건들거리며 말했다.“왜요, 저는 뭐 비비안 씨를 도와줄 만큼 한가해 보여요? 아니면 모든 남자가 다 순순히 말을 들어줄 만큼 본인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비비안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제가 언제요?”“그렇게 생각하는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알겠죠. 나 당신같이 서둘러 남자 품에 뛰어드는 여자들 많이 봤는데 비비안 씨의 수법은 너무 싸구려에요. 나는 내성적이고 조신한 여자를 좋아해요.”비비안은 입술을 깨물며 본인이 서둘러 남자 품에 뛰어드는 여자라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단기문 씨와 얘기하지 않을 거예요. 저를 모르면서 함부로 얘기하지 마세요.”비비안은 말을 마치고 바로 나갔다. 단기문은 그녀가 멀리 가자, 심재경에게 전화를 했는데 걸리자마자 다짜고짜 한마디 했다.“너 제 정신이야? 비비안이 어떤 의도인지 알면서 그냥 해고하지 왜 계속 옆에 두고 있어?”심재경도 바로 해고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건 안이슬이 직접 자기에게 이야기하길 바랐기 때문에 비비안이 어떤 심보인 것을 알면서도 집으로 들인 것이다.“내가 봤을 때 너 마음
안이슬은 잘 모르는 사람과 얘기하기 싫어서 주방에 들어가서 아기 용품을 씻었다.“점심에 뭐 드실 거예요?”“네?”안이슬은 이 남자는 왜 매번 이렇게 갑자기 사람을 놀라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비비안 씨는 밥할 줄 모르던데, 강문희 씨도 못 하는 거 아니에요?”그렇지 않고서는 비비안이 주방을 폭파할 때까지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안이슬은 좀 있으면 어차피 임 언니가 돌아오면 된다고 생각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이슬이 대답하지 않자, 단기문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점심은 제가 할 건데 뭘 드시고 싶어요?”안이슬이 의아해하는 표정을 보고 단기문이 서둘러 해명했다.“저 남자여도 요리를 제법 잘해요. 선생님한테만 알려드리는 건데 저 아직 싱글이에요. 저 같은 남자 많지 않아요. 강 선생님 혹시 남자 친구 있어요? 없으시면 저랑 잘 지내보시지 않을래요?”안이슬은 이같이 가벼운 남자는 싫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실내 살균기를 세척하고 주방을 나섰는데 단기문이 쫓아가며 말했다.“드시고 싶은 거 있어요?”“전 음식 가리지 않고 다 잘 먹어요.”안이슬은 한마디만 하고 바로 그의 시선을 벗어났다. 단기문은 안이슬이 분명 자기를 나쁜 사람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이나?’“저 나쁜 사람 아니에요. 제가 나쁜 사람이면 재경이가 저를 부르지 않았겠죠. 그렇게 경계하시지 않아도 돼요. 매일 그렇게 이것저것 경계하고 사시는 거 피곤하지 않아요?”안이슬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점심을 하신다고 하지 않았어요.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으니 어서 점심 하러 가세요.”단기문이 말했다.“지금 상황을 그냥 지나가려고 하시는 같은데요?”“아니에요. 제가 사람과 대화하는 걸 잘못해서 그래요.”단기문은 심재경과 약속했기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두 손을 벌리며 말했다. “알았어요.”안이슬은 바로 방에 들어가 숨어서 샛별을 지켰다. 약 1시간 정도 지나서 단기문이 밥 먹으러 나오라고 하자 안이슬
안이슬은 충격에 휩싸인 채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이 남자의 말뜻은 심재경이 내 정체를 알아챘다는 건가? 그러면서 내색을 안 하는 거야?’안이슬은 순간 심장이 몹시 두근거렸는데 억지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만약 계속 생각하다 보면 여기에서 계속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샛별이 옆에 계속 남아서 보살피려면 들켰더라도 그녀는 모른 척해야만 했다. 만약 이대로 정체를 밝히고 나면 심재경과 같은 집에서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없기에 샛별이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모르는 체해야 했다.“저는 결혼했었어요. 이제 결혼에 얽매이는 것도 싫고 또 남자는 더더욱 싫어요.”그러고는 열심히 밥을 먹었다.단기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역시 두 사람 비슷한 데가 있단 말이야. 어쩜 똑같이 똥고집이지.”안이슬이 심각하게 말했다.“그런 말도 안 되는 장난하지 마세요.”단기문이 말했다.“저 농담한 거 아니에요.”그때 갑자기 샛별이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안이슬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곧바로 샛별이 곁으로 갔다. 잠에서 깬 샛별이는 피부가 새하얀데 울어서 눈시울이 빨개졌고 눈가에는 눈물이 구슬처럼 맺혀있었다. 안이슬은 휴지로 눈물을 살포시 닦아내고 일으켜 주었다.“우리 샛별이 배고파?”안이슬이 진작에 준비한 분유 병을 샛별이 앞에 보여주자, 바로 울음을 그쳤다.“샛별아, 양아빠도 보러 왔어.”단기문도 작은 딸랑이를 들고 샛별이와 놀아주었다.“우리 샛별이 양아빠 기억하나 보네. 아이고 착해라.”안이슬은 샛별이가 단기문을 보고 환하게 웃어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샛별이가 웃느라 분유가 옆으로 흘러나오자 안이슬이 닦아주었다.잘 먹은 샛별이는 기분이 좋아서 카펫 위에서 손을 휘젓고 발버둥을 쳤는데 마치 춤추는 것 같았다.무엇 때문에 그렇게 기쁜지 단기문이 장난감으로 놀아주자, 손을 내밀고 장난감을 가지려고 했다. 바로 그때 심재경의 영상통화가 왔다. 단기문은 발걸음을 멈췄는데 심재경인 걸 확인하고는 받았다.“강 선생님은?”단기문은 입을